이 기록물철은 1925년 1월∼9월에 걸쳐 조선총독부 산하 각급 행정기관이 작성한 구러시아영사관 재산관계 서류철이다. 조선 각 도시에 산재한 구러시아영사관 소유 동산과 부동산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구러시아영사관 소유 재산을 조사하게 된 까닭은 1925년 1월 21일에 체결된「소련·일본 조약」에서 비롯되었다. 이 조약으로 인해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후 단절 되었던 양국의 국교가 7년만에 재개되었다. 이 조약의 의정서 제1항은 양국의 대사관 및 영사관 설립에 관한 것이었다. “양국은 자국 영토에 소재한 상대국의 대사관 및 영사관에 속한 동산·부동산을 상대국의 소유에 이관함을 보증” 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바로 이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대한제국 시기에 조선에 주재했던 구러시아 공사관 및 영사관 소속 재산을 조사하여 인계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서울주재 소비에트 러시아외교관이 입성한 것은 1925년 9월 5일이었다. 초대 총영사 와 실리 샤르마노프는 이날 도쿄를 경유하여 서울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9월 6일에는 부영사 드미뜨리 무르친과 통역 알렉산드르 끄레뜨니가 하얼빈을 경유해서 서울로 들어왔다. 9월7일에는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들과 조선총독부 관리들의 회합이 있었다. 총독부 외사과장은 9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신임 소비에트 총영사에게 조선총독부가 보관하던 서울 정동 소재 구러시아총영사관 건물의 인계를 완료했다고 한다. 서울주재 소비에트 러시아 총영사관이 정식 개관한 것은 그해 9월 24일이었다. 이날 개관식이 열렸으며, 적기(赤旗)가 정동 소재 총영사관 지붕 위에 게양되었다. 이 기록물철은 외교사 연구를 심화할 수 있는 유익한 자료로 평가된다. 첫째, 러시아 혁명 이후 중단되었던 일본·러시아 국교가 재개되는 과정에서, 소비에트 러시아가 구러시아의 외교적 권리를 계승하는 대행자로 간주되었음을 이 서류철은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이 문서는 조선 내에서 구러시아가 점유하고 있던 재산권이 누락없이 소비에트 러시아에 인계되었음을 보여준다. 둘째, 서울주재 소비에트 영사관의 성립기 내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서울주재 소비에트 러시아 영사관은 일제하 사회주의운동 세력과 모스크바 코민테른 사이의 통신을 매개하던 중개지 역할을 비밀리에 수행했었다. 따라서 소비에트 영사관의 성립·활동·폐쇄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일제하, 해방후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불가결의 지위를 점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