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 미래를 위한 나침반

한국과 관련된 고지도는 규장각, 국립중앙박물관, 성신여자대학교,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보존하고 있다. 이찬(1923~2003)은 개인적으로 수집하여 소장하던 자료들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였고, 김혜정과 서정철은 각각 경희대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그 밖에 재미 교포가 미국 남가주대학(Un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200여 점을 기증한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토지리정보원,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도 서양 고지도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고지도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이름의 역사성과 함께 이름의 중요성이다. 그런데 만약 외국인이 우리가 사용하는 지명 또는 해양명칭 등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명 또는 해양 명칭을 되찾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엔에서는 지명 또는 해양명칭 등은 외국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본래 그 고장의 주민들이 부르던 이름이 우선적으로 보존·사용되어야 한다는 몇 가지 단계와 원칙을 정해 놓았다. 이름의 병기(倂記)는 유엔의 상호 존중과 인정 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병기하다가 어느 시기에 양자가 불편하여 한 가지 이름으로 통일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지면 제 3의 이름이 선택된다.

이와 관련하여 동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우선 역사적 연원 등 근거를 내세워 우리가 사용하는 이름이 최소한 병기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동해명칭 문제에서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병기하는 나라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가지 어려운 문제는 독도이다. 동해의 병기 문제를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매체는 우리의 병기 주장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이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는 독도의 일본식 이름 역시 병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 문제는 보편성의 문제이고, 독도 문제는 구체적으로 역사성이 자명한 영토 문제이므로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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