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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부속기관·관측소

관측소시설 건물 계획의 공통도면 활용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축기구의 관측소 계획은 운영 현황에 따라 시기별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10년 8월 29일 <조선총독부관제(朝鮮總督府官制)>와 10월 1일 칙령 제360호 <조선총독부통신관서관제(朝鮮總督府通信官署官制)>가 공포된 이후 1925년 지방의 관측소가 각 도립으로 개편되기까지의 시기로 조선총독부 관측소 및 각 지방의 측후소에 관련된 도면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은 1925년 행정정리로 인하여 각 측후소가 각 지방에 도립(道立)으로 이관된 이후의 계획도들이다. 이 시기의 계획도들은 중앙의 조선총독부관측소와 산하 관측지소에 대한 도면이 남아 있다. 마지막은 1938년에서 1940년에 걸쳐 지방의 측후소가 다시 중앙으로 귀속된 이후 시기의 도면이다. 이 시기에 대한 도면은 소수의 측후소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하 출장소의 신축과 관련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관측소시설에서도 공통도면을 활용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비록 공통도면을 의미하는 '공(共)' 또는 '공통(共通)' 등의 용어가 기재되어 있는 도면은 거의 없지만, 계획내용을 비교함으로써 공통도면으로서의 활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총독부기상대출장소청사(朝鮮總督府氣象臺出張所廳舍)'와 같이 특정지역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통적으로 사용된 계획안임을 추정할 수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며, 특정 계획안이 다른 지역에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를 공통도면으로 파악할 수 있다.

<표> 신축 평면 계획이 확인되는 관측소시설 21개소의 도면 내역
번호 명칭 도면 작성연도 소재지 비고
1 중강진측후소 (추정)1914년경 평북 조선총독부 관측소 및 측후소
2 대구측후소 (추정)1915 대구
3 초산측후소 1918 전북
4 성진측후소 1919 평남
5 평양측후소 (추정)1910년대 후반-1925 황해
6 제주측후소 (추정)1923 제주
7 조선총독부관측소 추풍령지소 1935 충북 조선총독부 관측소 산하시설
8 조선총독부관측소 울릉도지소 1937 경북
9 조선총독부관측소 신막지소 1937 황해
10 조선총독부관측소 함흥지소 1938 함남
11 조선총독부관측소 광주지소 1938 전남
12 경성무선상층기류관측소 (추정)1930년대 후반 서울
13 강릉측후소 (추정)1939-40 강원 조선총독부 기상대 산하시설
14 청진측후소 (추정)1939-41 함북
15 대구측후소 비행장출장소 1941 경북
16 여수측후소 (추정)1942 전남
17 조선총독부기상대 출장소 (추정)1939-45 공통
18 제주측후소 고층기상관측소 (추정)1939-45 제주
19 조선총독부기상대 명천출장소 (추정)1939-45 함북
20 조선총독부기상대 사리원출장소 (추정)1939-45 황해
21 조선총독부기상대 포항출장소 (추정)1939-45 경남

현재 국가기록원 소장의 관측소 도면에서는 관측소 및 측후소 41개소의 명칭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전체적인 평면 계획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건축신축 또는 건물신축변경에 해당하는 21개 시설의 도면 내역을 살펴보면 <표>와 같다.

먼저, 1910년대에 계획된 중강진측후소와 대구측후소 청사의 경우 동일한 건축계획이 적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실의 크기나 복도의 형상에서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두 청사의 계획안은 동일하다.([도판1], [도판2] 참조) 사무실, 기계실, 숙직실의 사무영역을 중심에 배치하였고, 그 우측에는 관사로 사용되는 부속가를 연접시켰으며, 사무영역 뒤편으로는 물치(物置), 소사실(小使室) 등의 편의시설이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L자형이 평면이 형성되도록 하였다. 입면의 경우에서도, 단층목조구법에 비늘판벽으로 마감한 전체적인 형태를 비롯하여, 사무영역의 중앙 지붕 위로 관측을 위한 노대를 설치한 점도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초산측후소 청사의 경우에도 평면에서 경미한 변화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L자형 평면을 구성하고 지붕에 관측용 노대를 계획하는 등의 유사한 계획안을 확인할 수 있다.([도판3] 참조)

그러나 1910년대부터 1925년 사이에 건립된 모든 측후소 청사가 이와 같은 공통계획안에 의해 건립된 것은 아니었다. 평안남도 성진측후소는 부속가 없이 사무영역과 편의시설이 좌우로 길게 늘어선 一자형으로 계획되었다.([도판4] 참조) 또한 지붕의 관측용 노대는 하부에 두터운 벽체로 토대를 조성하여 중강진측후소와 달리 안정되게 계획되었다. 나아가, 1920년을 전후한 시기에 계획된 제주도측후소와 평양측후소는 이전의 사례와 달리 벽돌조 벽체와 철근콘크리트 및 목조 바닥판으로 계획되었으며, 각 실의 배치도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측후소에는 사무영역, 부속가 등의 구분 없이 각 실이 하나의 벽돌조 건축물 내에 통합되도록 하였으며, 원형의 자기관측기실(自記觀測器室)에서 계단을 통하여 옥상으로 오르도록 하였다.([도판5] 참조)

평양측후소는 벽돌조의 청사와 목조 부속가가 연접하도록 계획되었는데, 지진계실 및 준비실, 청우계실(晴雨計室), 암실(暗室), 소장실 등으로 실 구성이 세분화되어 앞선 측후소의 공통적인 계획안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도판6] 참조) 그러나 1940년경에 계획된 강릉측후소 청사에서 평양측후소 청사의 좌우가 바뀐 대칭으로 계획안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강릉측후소의 평면계획은 비슷한 시기의 청진측후소에서 좀 더 단순화된 형태로 반복되어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1920년을 전후하여 계획된 평양측후소의 평면계획이 일제강점기 후기까지도 기능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도판7], [도판8] 참조)

  • 도판1. 중강진측후소신축공사설계도 / 2, 1914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2. 측후소신축설계도 / 사무실상세 / 2, 1915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3. 초산측후소신축설계도 / 측(누)3, 1918 상세보기
  • 도판4. 성진측후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 / 1, 1919 상세보기
  • 도판5. 제주도측후소청사신축공사설계도 / 1, 1923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6. 평양측후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 / 청사급부속가지부, 1910년대후반-1925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7. 강릉측후소청사신축기타공사설계도 / 2, 1939-40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8. 청진측후소청사신축기타공사설계도 / 2, 1939-41년 추정 상세보기

1939년 이후에 계획된 조선총독부기상대 산하시설의 계획에서도 이러한 공통도면의 마련과 활용이 확인된다. [도판9]는 건립지역이 기재되지 않은 '조선총독부기상대출장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朝鮮總督府氣象臺出張所廳舍其他新築工事設計圖)'이다. 기존의 L자형 관측소 평면계획이 사무영역과 부속가의 2개 동만이 연접된 一자형 평면계획으로 변경되었으며, 소사실, 변소 등의 편의시설은 각각 사무영역과 부속가로 나뉘어 배치되었다. 사무영역의 내부에서는 중복도를 적용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토록 하였으며, 부속가에서도 탕비실과 소사실을 사무영역 출입구 쪽으로 배치하고 복도를 축소함으로써 공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도록 계획하였다. 지붕에는 관측용 노대를 부설하고 외부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공통도면에 기초한 계획은 경상남도 포항출장소 및 함경북도 명천출장소의 신축계획도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포항출장소의 계획은 조선총독부기상대출장소 공통도면과 완전히 동일하다.([도판10] 참조) 각 실의 규모와 배치, 기둥의 위치계획 뿐만 아니라 수납장 배치에서도 공통도면과 같은 계획으로 작성되었다. 다만, 외부창호가 한 짝으로 구성된 점, 난방용 굴뚝이 건물 외벽에 연접하도록 계획된 점만이 다를 뿐이다. 나아가, 명천출장소 계획안([도판11])의 경우에는 마치 출장소 공통도면의 제목만을 변경한 것과 같을 정도로 계획 내용뿐만 아니라 작성 형태까지도 동일하다. 외부 창호의 구성은 공통도면을 따르고 있으나 굴뚝의 계획은 포항출장소와 동일하게 계획된 점이 미묘한 차이이며, 이러한 점은 공통도면이 작성된 이후 이를 활용하여 조금씩 계획을 변형해 나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외에 수풍‧울진‧사리원‧장진 출장소의 경우에는 청사의 평면계획은 확인할 수 없지만, 배치도를 통해서 청사의 형태를 유추해 볼 수 있다.([도판12] 참조) 4개 출장소의 배치도에 나타난 청사건물의 형태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청사와 부속가가 좌우로 연접하고 있는데, 지붕으로 오르는 노출계단을 제외하면 출장소 공통도면과 동일한 외곽선을 갖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동일한 평면계획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기별 공통도면의 활용은 관측소 시설 계획에 대한 표준화된 계획 개념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의 공통도면이 다수의 시설 건립에 활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관측소 시설의 구성과 운영 방법이 시기에 따라 발달해가면서 공통계획 또한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 도판9. 조선총독부기상대출장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 / 청사급부속가 / 평면급자도기타 / 2, 1939-45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10. 조선총독부기상대포항출장소청사기타신축공사지내일부설계변경도 / 청사사무실창설계변경상세, 1939-45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11. 조선총독부기상대명천출장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 / 청사급부속가 / 평면급자도기타 / 2, 1939-45년 추정 상세보기
  • 도판12. 조선총독부기상대사리원출장소청사기타신축공사설계도 / 배치도 / 1, 1939-45년 추정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