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은 우리나라의 유엔가입외교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해였다. 적극적인 북방외교 추진의 결과 1989년 2월 헝가리와의 수교를 필두로 동구권 공산주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이루어졌고, 1990년에는 소련과도 정식 수교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한국의 유엔가입 지지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이에, 북한은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에 반대하고 남‧북한이 하나의 의석아래 가입하자는 단일의석안을 다시 제안하였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안은 1990년 제45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70여 개국 기조연설에서 지지의사가 반영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그 해 개최된 남‧북한 고위급회담에서도 유엔가입문제가 의제로서 논의되었으나 결국 타협점을 찾지는 못하였다.

한국의 유엔가입은 결국 1991년에야 이루어졌다. 1991년에 이르러 구 소련의 해체와 동구권의 몰락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속에서 우리정부는 유엔가입 실현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추진하였다. 우리정부는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각국 정부와 유엔 회원국에게 표명하고 지지를 요청하였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이 증가하였다. 마침내는 소련의 고르바쵸프 대통령 방한 시 유엔가입에 대한 이해표명 등이 이어지고, 중국도 보다 현실적인 시각에서 북한에 대하여 설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지지분위기에서 북한은 5월 27일 유엔가입을 신청할 것을 발표하고, 7월 8일 유엔가입 신청서를 유엔사무총장에게 제출하였다. 우리정부도 8월 5일 유엔 가입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안보리 심사위원회는 남‧북한의 가입신청서를 단일안으로 처리, 8월 8일 토론없이 만장일치로 가입 추천안을 채택하였다. 안보리의 가입추천에 따라 총회는 9월 17일 제 46차 총회 개막일 남‧북한 가입을 승인하였다. 한국은 이로써 161번째 유엔회원국이 되었다.

한국의 유엔가입은 국력신장과 특히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1990년소련과 수교관계 등으로 외교기반이 확충되었던 것이 힘이 되었다. 또한 이른바 탈냉전의 개막으로 국제여건이 유리해지고, 안보리 상임이사국간의 유례없는 협력으로 유엔의 분위가 호의적으로 바뀐 덕이컸다. 한국의 유엔가입지지 분위기가 확산되자, 북한도 태도를 바꿔 가입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고,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40여년 만에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한국의 유엔가입은 한국외교와 국제적 역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제가 그동안 유엔의 주된 의제의 하나였다면 이제부터는 유엔의 다양한 의제가 한국외교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소위 한반도문제의 "유엔화"가 이제는 유엔문제의 "한국화"가 된 것이다. 또한 유엔가입을 계기로 주로 한반도 문제에 국한되었던 한국외교의 지평이 전지구적인 문제들까지로 대폭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