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본 도 증산왕 선발에 대해서는 이만 하고 이 자리에서 우리 경상남도의 자랑인 이재원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울주군 온양면 바리에 사시는 이재원 씨는 조기재배에 의한 벼의 다수확을 시도해서 작년에는 우리나라 평균 수확량인 반 당 현미 1석5두의 4배반이나 되는 6석7두5승을 생산해서 벼 다수확의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 씨가 거둔 벼의 수량 구성 내용을 살펴보면 수확고 6석7두5승 한 평의 포기 수 160포기, 한 포기의 이삭 수 12이삭, 한 이삭의 벼 알 수 100알, 여문 비율 90%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렇게 좋은 성과를 올렸는지 이 씨로부터 직접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우리 농촌의 꿈을 심어보겠다는 포부를 안고 농사에 손댄 것이 바로 1951년 이었습니다. 반 당 수확고를 높여보려고 알뜰히 가꾸고 부지런히 일은 했지만 그 보람도 없이 수확은 다른 농가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저는 낡은 벼 농사법을 개량해 볼 결심을 하고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에서 하는 조기재배에 의한 다수확 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그때만 해도 좋은 농약도 없었고 비료도 때맞춰 주지 못한 까닭으로 다수확은커녕 1957년 까지 그러니까 꼭 7년 동안 해마다 실패를 거듭해서 집안 살림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이웃사람들의 비웃음은 물론 가친의 노여움도 대단했습니다.”

“아니 대학까지 공부를 시켜놨더니 고작 땅이나 파먹고 살어. 그래 무슨 박사 될 연구를 한다고 집안 꼴을 이 꼴로 만들어 놨어. 응?”

“뿐만 아니라 아내는 아내대로 성화가 대단했고 아이들마저 저를 불신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렇게 시달릴 때마다 저는 멍하니 들판을 바라보며 원망도 해보곤 했습니다. 메마른 농토 문득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은 토지를 착취하고 있다. 즉 인간은 땅에 충분한 거름을 주지 않고 많은 수확만을 바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래서 저는 지력을 배양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58년도에는 반 당 퇴비 750kg 즉 200관, 유안 15kg, 닭똥 72kg, 과석 10kg, 유산가리 3kg을 시비하고 가리는 15cm의 깊이로 갈아 1석6두의 수확을 올렸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저는 59년에는 다시 토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함철적토 3,750kg 즉 천관을 객토하고 퇴비 1,125kg, 유안 15kg, 닭똥 72kg, 과석 15kg, 유산가리 3kg을 시비하고 12cm 깊이로 갈아 2석3승을 거두었습니다. 다시 60년에는 함철적토 3,750kg을 객토하고 퇴비 1,125kg에다 유안 22.5kg 닭똥 72kg, 과석 22.5kg, 유산가리 4.5kg을 시비하고 15cm 깊이로 갈아 2석4두4승의 다수확을 했습니다. 다시 61년에는 이토 7,500kg을 객토하고 퇴비 1,500kg, 유안 22.5kg, 닭똥 180kg, 과석 22.5kg, 유산가리 6.75kg을 시비하고 갈이깊이는 18cm로 해서 3석 2두의 수확을 올렸고 62년에는 함철적토 7,500kg을 객토하고 퇴비 2,250kg, 유안 30kg, 닭똥 180kg, 과석 30kg, 유산가리 12kg을 시비했으며 갈이깊이는 36cm를 해서 4석8두6승이라는 다수확을 올렸습니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6석7두5승이라는 다수확을 올린 작년도 이 씨의 벼농사를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월 20일 다른 농가에서는 아직 뜨듯한 아랫목에서 환담이나 나누고 있을 추운 날씨인데 이 씨는 벌써 밭못자리에 정기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부인은 볍씨를 잘 소독해서 물에 담고 온돌방에서 최아를 했습니다. 조기재배에서는 밭못자리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 씨는 먼저 깊이 15cm로 갈고 못자리에 줄 화학비료 전체량의 3분의 1과 왕겨숯 전체량의 3분의 1을 고루 뿌린 다음 9cm 깊이로 총총히 갈아서 괭이로 잘 섞고 다시 3분의 1에 비료를 주었습니다. 못자리는 반 당 12평 씩 36평을 만들고 남은 화학비료 3분의 1양과 왕겨숯 3분의 1양을 고루 뿌려서 흙과 잘 섞은 다음 평당 54리터 내지 90리터 즉 서 말 내지 다섯 말의 물을 주었습니다. 3월 6일 매 평당 볍씨 서 홉씩을 거름과 흙을 섞어 15m 두께로 덮어준 다음 이 두께가 9mm 정도가 될 때 까지 널빤지로 다져 물을 주고 그 위에 다시 왕겨숯을 뿌린 뒤 비니루 포장을 씌웠습니다. 그런데 이 밭못자리에 준 비료의 전체량을 살펴보면 평당 완순 퇴비 분말 18리터, 유안 375g 과린산, 석회 375g, 유산가리 150g, 왕겨숯 35리터를 밑거름으로 주고 이영 3일 전에 다시 유안 37.5g을 주었습니다. 그 후 모가 자란 상태를 잘 관찰해오던 이 씨는 3월 20일 못자리 주위에 애멸구와 매미충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라테라를 살포했습니다. 이것이 끝나자 모판에 덮었던 비니루 포장을 낮에는 걷고 밤에는 다시 덮어주었는데 이것을 4월 12일 까지 되풀이 하고 4월 13일 부터는 비니루 포장을 완전히 벗겨 버렸습니다. 모내기 하루 전인 4월 19일 본답에 들어있는 물을 빼고 밑거름으로 유안 30kg, 중과석 15kg, 염화가리 10kg, 쌀겨 72kg, 규산 비료 90kg을 시비했습니다. 모를 튼튼히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 씨는 모를 내리는 날 모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모를 쪘습니다. 4월 20일 그러니까 일반농가보다 2달 앞서 모내기를 했습니다. 모는 2열병목식으로 평당 160포기의 밀도로 수몰게 모 수는 2본 내지 3본으로 하고 포기사이는 9cm, 줄기사이는 12cm와 33cm로 조식했습니다. 2열병목식은 밀식이지만 통풍이 잘되고 채광의 능률이 좋으며 일하기에도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모내기가 끝나자 빨리 뿌리를 잡도록 약 9cm의 물을 사흘 동안 넣어주다가 차차 줄여서 일주일 후에는 3cm 정도로 낮추었습니다. 모를 내린지 열흘 만인 5월 1일 논에 물을 빼고 초벌을 맸습니다. 김을 매기에 앞서 유안 9kg, 염화가리 3kg, 함철적토 30kg을 혼합해서 뿌렸습니다. 초벌 김은 모 뿌리 밑동 흙을 조심스럽게 긁어내면서 맸습니다. 김을 매고 나서 벼에 애기굴파리, 애멸구, 끝말매미충, 냉도열병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라테라 1500배액과 PMA 2000배액을 반당 54리터씩 뿌렸습니다. 이러고 나서는 하루를 말려두었다가 다음날 다시 3cm 정도의 물을 댔는데 밤에는 보온하기 위해서 물을 5cm로 높였습니다. 초벌 김을 맨지 16일 만인 5월 17일 역시 물을 뺀다음 요소 8kg, 염화가리 6kg, 함철적토 30kg을 섞어서 뿌리고 두 벌 김을 맸는데 이때에는 흙을 뒤집어 주면서 맸습니다. 논을 맨 후에 애멸구, 매미충, 굴파리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라테라 1000배액을 반당 54리터를 뿌리고 잎도열병 예방으로 반당 세레산석회 2kg을 뿌렸습니다. 그 후 하루는 물을 대고 이틀은 물을 빼는 간단간계를 계속했는데 6월 2일에는 이화명충과 나방을 없애기 위해 반당 마라테라 1000배액 90리터를 뿌렸습니다. 이 씨가 두 벌 김을 맨 후에야 다른 논에서는 논갈이를 했으며 좀 빠른 논에서는 모내기를 했습니다. 모내기 한지 40일 만인 5월 30일 마지막 김을 매고 나서는 무효분얼을 막고 뿌리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서 포기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논바닥에 실금이 가도록 건전을 했습니다. 건전한 이 씨의 벼 뿌리를 살펴보면 흙속 깊이 파고 들어간 새로운 뿌리들이 잘 자라서 활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건전하지 않은 논의 벼 뿌리는 시꺼멓게 썩어 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5일간의 건전을 한 후 다시 6cm의 물을 대고 생식세포 분할을 좋게 하기 위해서 반당 유안 3kg, 염화가리 1kg을 주고 다시 이삭이 나오기 20일 전에 반당 유안 6kg을 시비 했는데 이때 벼 포기에 제일 밑마디 사이가 2.5cm를 넘을 때에는 그 길이에 따라 시비량을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6월 17일 유수형성기에 들어서서 문고병 예방으로 투젯트 2000배액을 반당 180리터씩 줄기부분에 고루 뿌렸고 이삭이 나오기 닷새 전에 목도열병 방지를 위해서 세레산석회를 반당 4kg씩 뿌렸습니다. 7월 12일 이삭이 완전히 나왔습니다. 이때 다시 유안 2kg, 염화가리 1kg을 함철적토 30kg에 섞어서 시비하고 이로부터 3일 후에 요소비료를 물 18리터당 100g씩 타서 반당 180리터 정도로 잎에 살포했는데 이것을 나흘 만에 한 번씩 세 번을 되풀이 했습니다. 이것은 벼 알에 속이 차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8월 20일 벌써 벼가 여문 이 씨의 논은 황금빛으로 뒤덮였습니다. 태풍으로 벼가 모두 쓰러졌습니다만 다행히 수확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가꿔온 이 씨의 벼농사는 심사한 결과 반당 현미 6석7두5승이라는 놀랄만한 다수확을 올린 것이었습니다. 이 씨는 다른 농가보다 약 2달이나 빠른 8월 23일 벼 베기를 했습니다. 벼농사가 자기에게는 하나의 예술품이며 철학이라는 생각에서 깊이 연구하고 꾸준히 일해 왔다는 이 씨의 조기재배 다수확 법에 중요한 몇 가지를 간추려 보면 봄가을 두 번에 걸쳐 24cm 정도로 깊이 갈아야 하며 퇴비와 화학비료를 알맞게 주어야 합니다. 객토를 해서 흙살을 좋게 해야 합니다. 비니루 밭못자리를 해서 모를 튼튼히 키워야 하고 통풍과 채광을 고려해서 소몰게 심어야 합니다. 물 빼기와 물 대기를 적절히 해서 벼 줄기와 뿌리를 튼튼히 키워야 하고 병충해를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