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의 땅 남극,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간의 발길이 닿기를 포기했던 빙하, 이 미지의 백색 대륙에도 한국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1988년 이곳에 세워진 세종기지에는 오늘도 14명의 젊은 연구진들이 한민족의 남극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지구물리, 생명, 기술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지구물리학 연구이며 지구의 전반적 기상변화와 고층대기물리 연구 또한 세종기지의 주된 연구과제다. 이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국가방위 전략에 응용할 수 있고 지진을 예측, 예방할 수도 있다 한다. 수만 년 전의 지구환경 역사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천연의 타임캡슐이기도 한 이곳 남극 대륙은 그러나 하늘 아래 제일 외로운 곳이기도 하다.

이곳 연구진들이 제일 기다리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편지다. 칠레 연구기지의 헬기를 이용해 고국에 편지를 보내고 받는데 각각 한 달 씩이 걸린다. 위성통신까지 거쳐야 하는 국제전화는 비싼 비용 때문에 자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날씨는 이곳 연구진들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한여름 백야현상 때는 하루 중 밤이 불과 4시간, 겨울에는 낮이 불과 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서울 만큼 밀어닥치는 외로움과 제한된 공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란 보통사람이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의 킹조지섬에는 한국을 비롯 러시아, 중국, 칠레 등 모두 8개 나라가 연구기지를 갖고 있다. 이곳에 세계의 과학자들과 경쟁하며 외로움과 추위와 싸우는 14명의 젊은 한국인들에 의해 멀고먼 낯선 땅 남극이 우리에게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땅으로 느껴지게 됐다.

거대한 과학의 실험실인 이곳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노력으로 지구의 신비가 한 겹 씩 벗겨질 때 마다 인류의 미래는 그만큼의 두께로 밝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