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단풍이 곱게 물들면서 하루 20여 킬로미터씩 남쪽으로 내려와 금수강산 삼천리가 만산홍엽으로 장관을 이루는 계절입니다. 이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는 자연의 법칙과 질서를 배우게 됩니다.



정부는 126개 서해안개발 대상사업을 확정·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해안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내년부터 2001년까지 12년간 92건의 신규 사업에 18조 2천5백7십2억 원의 돈을 들이고 34개 계속사업에 4조 5백6십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가운데 군산, 장항과 아산산업기지를 제외한 124건은 2001년 이전에 마무리되도록 계획이 잡혔습니다. 2000년대 본격적인 북태평양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서해안의 지역발전과 국제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주요 내용입니다. 서해안 개발사업은 첫째 고속도로의 건설을 들 수 있는데 인천에서 광양까지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신갈에서 안산, 천안에서 논산, 장성에서 광양까지의 6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인천, 평택, 대전, 천안, 전주, 이리, 광주 등 16개의 지방공단이 들어서며 시화, 아산, 군산, 장항, 대불, 광주 등 6개의 산업기지와 대전, 전주, 청양에 반도체, 컴퓨터 등의 첨단산업기지가 들어섭니다. 공항은 수도권 광주, 군산 등 세 군데 항만은 인천항, 안흥앙 등 7개 항이 개발되고 댐은 부암과 주암댐 건설에 이어 용담댐이 1993년에 건설되며 수도권 공항을 연결할 고속전철과 대전-목포 간 호남선 전철화 그리고 이리-여수 간 전라선을 건설해 새로운 서해안시대가 열리도록 합니다.



민족 대화합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한강 연등대법회가 18개 종단 불교 지도자와 수십만 신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강 변 잠실고수부지에서 베풀어졌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10만 개의 연등에 불을 밝혀 한강에 띄우는 유등의식도 이어져 꽃불이 강에 가득한 가운데 평화통일과 국태민안을 기원했습니다.



우리나라 회화전통의 맥을 오늘로 넘겨준 청전, 의재, 심산, 소정 등 4대가의 산수화 전시회가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청전 이상범 화백은 완숙한 개성미와 향토적인 서정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의재 허백련 화백은 정통적인 남중화에 뿌리를 두고 그 법통을 지키며 한국적 남화의 마지막 보루이자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심산 노수현 화백은 근대 산수화의 개척자의 한 분으로서 현대사조와 밀접한 조형적 특성의 그림세계를 지녔습니다. 소정 변관식 화백은 금강산 풍경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한국 산수화의 한 경지를 개척한 화가입니다.



광주와 순천을 오가는 기차가 30분 간격으로 지나고 있지만, 이곳 화순군 앵남리의 간이역에는 고작 비둘기호 상하행선이 8차례만 정차할 뿐입니다. 수지가 맞지 않아 철도청 직원마저 떠나가 버린 앵남역을 지키는 사람은 26의 처녀 이미정 양입니다. 기차표 위탁판매를 하는 역할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곧잘 처녀역장님으로 통합니다. 기차표 위탁판매는 처음에 이 양의 아버지가 시작했지만, 개인 사업으로 바빠 큰아들에게 넘겨줬고 둘째 아들과 큰딸에 이어서 5년 전부터 셋째 딸인 미정 양이 이 일을 잇게 된 것입니다. 여느 역 같으면 몇 사람이 맡아야 할 일을 처녀 역장 혼자서 해내고 있습니다. 기차를 보내고 난 빈 시간이면 집에 들어와서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합니다. 주말이면 목포에서 대학에 다니는 동생도 함께 일손을 돕기도 하고 요즘과 같은 가을철에는 타작을 하며 농사일을 돕습니다. 이미정 양은 고등학교를 나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의 권고로 이 일을 맡아 고향마을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앵남역의 이미정 양은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철도 이용객들에게는 고마운 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