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겨울방학이 시작됐습니다. 학생들은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지치는 등 마음껏 뛰어노는 한편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배우는 자세로 박물관을 찾아 산지식을 터득하며 조상들의 숨결을 직접 느끼기도 합니다.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40여 일간의 긴 방학을 보다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는 등 학과공부에도 소홀함이 없습니다. 방학을 학교생활의 연장으로 알고 뒤떨어진 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마음을 담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방학이라고 해서 결코 분별없이 노는 때가 아닙니다. 학생들 스스로 규칙적인 생활 속에 학업과 건강에 유의하며 정서 생활에도 소홀함이 없이 자기발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가정과 사회에서는 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따뜻이 돌봐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 민주당 김영삼 총재 그리고 공화당의 김종필 총재는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고 지난 시대의 잘못을 청산하는 문제를 완전 매듭짓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와 같은 여야 간의 극적 대타협으로 해서 제6공화국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끌어온 제5공화국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야당총재들은 공동합의문에서 과거문제로 인해 진정한 정치·사회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이 불편을 겪어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국민 여망에 따라 지난 시대의 문제를 완전히 종결시키고 90년대를 맞아 정치적 안정을 굳건히 하고 나라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공동노력하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타협이 이루어진 것은 나라와 민족의 앞날에 유익한 일로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당리당략에 이용됨으로써 국정의 논의와 해결을 막는 걸림돌이 됐던 이 문제가 종결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는 1990년대를 맞이하면서 꿈과 희망에 넘쳐 있습니다. 여야 대타협에 이어 최근 임금동결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지나친 욕구는 스스로 절제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되겠습니다.



문방사우의 하나인 벼루는 옛 낙랑시대부터 우리 선비의 친근한 벗으로 아낌을 받아왔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의 남포벼루는 벼루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데 3대째 벼루 만들기 외길인생을 살아온 김진안 씨는 질 좋은 청석을 직접 채취해 수공작업을 합니다. 12살 때부터 장인의 길에 들어선 그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돼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되 신들린 듯 정신을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김 씨는 청석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대군상석을 재료로 사용하며 본래 돌이 갖고 있는 형태를 그대로 살려 그에 적합한 무늬를 새겨 넣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남포는 보령의 옛 지명으로 김진안 씨는 이 지역 다른 가내 공업체들이 일부 기계공정을 도입하는 것과는 달리 조각칼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완성된 작품들 중에는 매화, 국화 등 사군자연과 십장생연, 산수연 등 다양한 문양이 많습니다.



전교생이 딱한 처지의 이웃을 찾아 봉사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충청북도 괴산군 증평읍에 있는 증평여자고등학교는 착한 심성과 봉사정신의 함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4년째 전교생 누구나가 1년에 2번 이상 양로원과 영아원을 찾아 봉사하는 전통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여고생들이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1986년 5월이었습니다. 그 후에 전교생 1,057명이 매주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분임조를 편성해서 불우이웃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갓난아기에서부터 다섯 살까지의 버려진 유아들 75명을 맡아서 돌보는 옥산영아원에서 여학생들은 사랑과 봉사 이상의 것을 보고 느낍니다. 의지할 곳이 없이 보호받고 있는 노인들과 한 때를 함께 하면서 여학생들은 경로효친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학습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시작된 증평여고의 봉사활동은 자연히 문제 학생을 선도하고 기업에서의 취업추천도 느는 등 예상외의 성과가 큽니다.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이웃과 아픔을 같이하고 사랑을 나누는 마음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