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 서서 계신 아가씨가 바로 호호아가씨로 구만요. 여자 : 아이고, 깔깔 박사님 아니세요. 남자 : 아이고, 왜 아니에요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여자 : 네 오래간 만입니다. 남자 : 아 그러다 보니까 참 오래간 만입니다. 여자 : 네 오래간 만입니다. 남자 : 그러고 보니까 참 오래간 만입니다. 여자 : 네 오래간 만입니다. 남자 : 네 오래간 만입니다. 여자 : 그런데 왜 인사를 자꾸만 하세요. 남자 : 내년 후년 치까지 몰아서 죄다 했지요. 여자 : 아니 이런 무식한 양반 같으니라고 인사를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남자 : 아니 누가 무식해요. 여자 : 누가 무식하긴 당신이 무식하지. 남자 : 내가. 여자 : 그럼요. 남자 : 사람 잘못 봤어요. 여자 : 잘못보긴 뭘 잘못 봤어요. 남자 : 내가 이래 봐도 훌륭한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에요. 여자 : 학교 다녔어요. 남자 : 그럼 여자 : 아이고 요렇게 키가 조그마한 것을 보니까 어디 유치원에나 다녔나 봐요. 남자 : 예 창피스럽게. 여자 : 그럼 소학교요. 남자 : 아니에요. 여자 : 그럼 중학교요. 남자 : 틀렸어. 여자 : 그럼 무슨 학교예요. 남자 : 본인이 졸업을 마치신 학교는 다른 학교가 아니라. 여자 : 그럼 무슨 학교에요. 남자 :고등여학교야. 여자 : 고등여학교요. 남자 : 그럼. 여자 : 여보세요. 고등여학교는 우리가 다녀온 학교에요. 당신 같은 남자들은 문간에도 못 오는 데에요. 남자 : 그렇지만 나 같은 남자도 얼마든지 들어오라고 고등여학교 교장선생님이 입학생으로 받아주었어요. 여자 : 그래 무슨 과에 있었어요. 남자 : 날더러 고등여학교에 무슨 과에 있었느냐. 여자 : 네. 남자 : 무슨 과는 무슨 과야 소집과지. 여자 : 아유 그렇겠지요. 그러나 저러나 그동안에 어디에 갔다 오셨어요. 남자 :옳거니 내가 그동안에 어디에 갔다 왔느냐. 여자 : 네. 남자 : 내가 어딜 갔다 온고하니. 여자 : 어딜 갔다 오셨어요. 남자 : 우리나라 아름다운 명성고적을 찾아서. 여자 : 그래서요. 남자 : 유람여행을 떠나갔다 왔지. 어디 갔다 오셨어요. 남자 : 그래서. 여자 : 그래서요. 남자 : 맨 처음에 유람여행을 떠나러 서울역 앞에 가는 길인데. 여자 : 네. 남자 : 나 재미있는 구경했어. 여자 : 아, 무슨 구경을 하셨는데요. 남자 : 아유 재미있어. 여자 : 아유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남자 : 아유 신나. 여자 : 아 뭐가 그렇게 신나요. 남자 : 아무렇게나 생긴 녀석 하나가. 여자 : 네 아무렇게나 생긴 사람이요. 남자 : 자기는 아주 잘난 척하고. 여자 : 옳지. 남자 : 그냥 바지저고리 짝 빼입고. 여자 : 그리고요. 남자 : 모양을 내고 말이야. 여자 : 네. 남자 : 아주 잘난 척하고 저벅저벅 남대문 턱 네거리 앞을 걸어가다가 그냥 미끄러져 나가자빠졌어. 여자 : 아이고 창피해라.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남자 : 그러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그놈 뽐내고 가다가 자빠진 꼴이 어떻게나 우스운지 손바닥을 치고 웃고 야단이야. 여자 : 그렇지 않겠어요. 그럼. 남자 : 모든 사람이 웃는데 나 혼자만은 웃지를 않았어. 여자 : 왜 안 웃었어요. 남자 : 자빠진 사람이 바로 나거든. 여자 : 에이, 여보시오. 남자 : 이거 보시오. 여자 : 네. 남자 : 그 후에 서울역 플래트홈으로 쑥 들어가서. 여자 : 네. 남자 : 남쪽으로 달아나는 급행열차에 몸을 실고. 여자 : 그리고요. 남자 : 수원을 거쳐 천안에 당도하니까. 여자 : 그랬더니요. 남자 : 천안삼거리 휘늘어진 수양버들가지에 황금갑옷을 입은 꾀꼬리 소리도 아름답지만 처녀 총각들이 꺾어 부는 버들피리 가지에 흘러나오는 그곳 고장의 명곡인 흥타령 멋이 나 있습디다. 그려. 여자 : 그렇겠지요. 남자 : 나 천안 정거장에 내려서 이상스러운거 구경했어. 여자 : 아 무슨 구경을 하셨어요. 남자 : 아 천안정거장 앞에 그 넓은 곳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습디다. 여자 : 아 그야 차표 사러 나갔겠지요. 남자 : 나도 그런 줄 알았거든. 여자 : 왜요. 남자 : 아니에요. 여자 : 무슨 일이 났어요. 남자 : 굉장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여자 : 아니 무슨 사건인데요. 남자 : 이건 어떻고. 여자 : 왜요. 남자 : 천안 정거장 앞의 넓은 마당에서. 여자 : 네. 남자 : 여학생이. 여자 : 네. 남자 : 해산을 했구려. 여자 : 뭐요. 여학생이 해산을 했어요. 남자 : 사내를 낳았어. 기집 아이 났어. 여자 : 아니 당신이 날더러 지금 그러지 않았어요. 남자 : 뭐라고요. 여자 : 여학생이 해산을 했다고요. 남자 : 아이고, 그 집안은 망했구려. 여자 : 아니 당신이 날더러 그랬단 말이에요. 남자 : 아니 내가. 여자 : 네. 남자 : 여학생이 해산을 했어. 여자 : 아이고, 망측스러워라. 남자 : 뭐가 망측스러워요. 여자 : 그럼 여학생이 길에서 해산을 했는데 안 망측스러워요. 남자 : 이양반이 해산을 했다니까 어린애를 낳은 줄 아는군. 여자 : 그럼 뭐예요. 남자 : 아니에요. 여자 : 그럼 뭐예요. 남자 : 여학생이 선생님 모시고 멀리 소풍 갔다 와서. 여자 : 네. 남자 : 천안정거장 넓은 마당에서 각 각 모두 해산을 했단 말이야 해산. 여자 : 이런 엉터리 양반 같으니라고. 남자 : 그런 구경을 하고. 여자 : 네. 남자 : 천안삼거리 능수버들 뒤로 하고 경상도 대구에 도착을 했지. 여자 : 그랬더니요. 남자 : 내가 대구에 도착한 그때가 바로 어느 때인가 하니. 여자 : 어느 때인데요. 남자 : 꽃이 피는 양춘가절도 아니고. 여자 : 그럼요. 남자 : 새가 우는 녹음방초 승화시도 아니고. 여자 : 그럼요. 남자 :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엄동설한도 아니고. 여자 : 그러면요. 남자 : 그때가 무슨 때 인고 하니. 여자 : 무슨 때에요. 남자 : 배가 고픈 점심때야. 여자 : 하하하 참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남자 : 설릉탕 집을 찾아다녔지. 여자 : 네. 남자 : 한집도 없습디다. 여자 : 한집도 없어요. 남자 : 어. 여자 : 웬일일까. 남자 : 나도 모르겠어. 여자 : 그래서요. 남자 : 어떤 집을 가보니까 대구탕이라고 써 붙였어. 여자 : 그럼 잘되었군요. 남자 : 맵기는 하지만 그것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고. 여자 : 그렇겠지요. 남자 : 대구탕 집을 배고픈 김에 벌컥 열고 쑥 들어갔지. 여자 : 네. 남자 : 망신당했어. 여자 : 왜 망신을 당했어요. 남자 : 모두 발가벗고 서있어. 여자 : 아이참, 어떻게 되었길래요. 남자 : 아이고, 저거 웬 흉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여자 : 네. 남자 : 그게 대구탕 파는 집이 아니라 대구에 있는 목욕탕이야. 여자 : 하하하 이런 무식한 양반 같으니라고. 남자 : 그러한 망신을 당하고. 여자 : 네. 남자 : 버스를 갈아타고 밀양으로 들어오니까. 여자 : 그랬더니요. 남자 : 망고풍상 허물어지고 헐어졌건만 옛 추억과 옛 고적을 더듬는 듯 창창한 빨래터에서 아가씨들이 빨래 방망이에 장단을 맞추어서 부르는 그곳의 명곡인 밀양 아리랑 또한 신바람이 납디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남산강 굽이 쳐서 낙랑 노를 흔들어 추풍에 걸린 달은 아름답기 그지없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문경 세재는 웬 고갠가 북 울려 북 울려 논 고개런가.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