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사위: 참 이거 요상하게 되어보네. 그 농사면 나가 박산데 말이여. 그나저나 장인이 언제 이런 걸 준비했는지 모르겄네요.” “둘째 사위: 아, 왜 아니라. 정초부터 우에 된 기요?” “영일: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거 같은데요.” “둘째 아들: 난 이거 제대한지 5년 만에 다시 입대하는 기분입니다.” “첫째 사위: 아, 그래? 나도 마찬가지여. 어이, 장강이, 마누라들은 여군이 되는 건가?” “둘째 사위: 여군? 그라믄 우리 마누라 계급이 뭐가 되노?” “첫째 사위: 아, 볼 것 없지. 새카만 이등병이지, 이등병.” “둘째 사위: 이판에 내 마누라 고집을 고칠 기야.” “첫째 사위: 아, 우와! 고구마 저장고 아닙니껴, 이거이?” “김희갑: 그래.” “첫째 사위: 농촌의 소득증대는 농산물의 관리저장과 직결되는 거인디. 안 그래, 장강이?” “둘째 사위: 아, 농산물 중에서 고구마 저장이 제일 어려운 기라.” “첫째 사위: 아, 농사 좀 했다고 알긴 알고 있구만잉.” “둘째 사위: 그렇다이.” “첫째 사위: 하여간 고구마란 잘 썩고 싹이 잘 나는 거잉께 저장을 잘 해부러야 한다 말이지.” “김희갑: 얘, 너 지난번에 보내온 고구마 중엔 썩은 게 많더구나. 그렇게 잘 아는데 왜 썩혔어?” “첫째 사위: 아, 나 그 말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여간 고구마는 잘 썩어부는 거랍니다.” “김희갑: 자, 들어가자. 옳지, 들어가.” “둘째 사위: 야, 이거 굉장하구만.” “첫째 사위: 아, 이렇게 해야쓰는 거인디. 아, 난 작년에 이걸 몰라가지구 몽땅 썩혀버렸다 말이여.” “김희갑: 이게 8년간 연구 끝에 성공한 저장고래요. 풍년 들고 배고프다는 말이 저장할 줄 몰라서 나온 말이에요.” “둘째 아들: 아, 그렇고 말고요. 이웃 일본만 해도 웬만한 저장고는 집집마다 있더군요.” “김희갑: 그렇지.” “둘째 아들: 농산물 집하장, 저장고 처리공장이 마을마다 있다시피 하니깐 말이에요.” “영일: 저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겁니다. 고속도로 주변에 집하장이 많이 있고 농산물 가공공장도 많이 섰잖아요.” “둘째 사위: 어이, 동서. 벌써 시작인가?” “첫째 사위: 아이, 가만있어. 아, 요걸 몰라가지고 무작스럽게 썩혀 버렸다구.” “황정순: 아, 얘, 아가. 넌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둘째 며느리: 저희들은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애서요.” “황정순: 얘, 사람이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 하는 건 얼마나 부지런허고, 또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그리고 얼마나 머리를 잘 쓰느냐에 달려있는 거예요.” “첫째 딸: 그렇고 말구라. 아, 우리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선 비니루하우스에서는 가마니를 벗겨 주구라우, 밤엔 또 덮어주구, 낮이나 밤이나 온도를 맞춰주구, 물을 주구 하는데 정신을 다 뺏기지라우. 아, 그이가 새마을 지도자고, 아, 농사에는 모르는 게 없응께.” “황정순: 그래 돈벌인 잘 되니?” “첫째 딸: 아따, 그걸 말씀이라고 한다요?” “둘째 딸(고은아): 아, 언닌 얼굴 하나 붉히지도 않고 남편 자랑이우?” “첫째 딸: 아따, 본 대로 들은 대론데 아, 그것이 어째 그게 자랑이당가.” “황정순: 얘, 그야 자랑도 할만하지. 아, 박서방이야 자수성가하고 사는 사람 아니냐.” “첫째 딸: 아이고, 어마시, 아이구. 처음에는 워쩌콤 고상을 했간디유. 그것을 말로 다 하자면 삼국지랑께. 아따, 삼국지랑께유.” “둘째 딸: 또 자랑이군.” “둘째 며느리: 언니 집에도 비닐하우스 만들었수?” “둘째 딸: 응. 시험 삼아 조그맣게 만들었지만 이제 시작인걸, 뭐. 이만저만 힘드는 게 아니야.” “둘째 며느리: 아이, 이만한 온상을 만들려면은 얼마나 들까?” “둘째 딸: 아, 글쎄? 돈보다도 사람 일손이 많이 들지.” “둘째 며느리: 그래요? 나도 살림을 날 때는 변두리로 나가서 조그마한 온상을 만들어야 되겠어요.” “둘째 딸: 아이, 결심만 단단하면 못 할 것도 없지, 뭐.” “김용기: 여러분 우리는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난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근면하고 검소하고 우리 모두가 협동을 한다면은 반드시 우리는 잘 살 수 있습니다. 협동이란 곧 단결을 의미하며 단결 없는 곳에 나라의 발전은 없는 것입니다. 하나의 지도력을 중심으로 굳게 뭉친다면 우리의 장래는 반드시 잘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농촌은 어제와 오늘이 다릅니다. 그 달라진 이유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새마을운동을 일으켜서 온 국민이 호응한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더욱 더 근로와 자조와 협동의 정신으로 일심협력을 해서 보다 잘 사는 내 마을, 내 나라를 이룩하는 여러분이 되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황정순: 얘야, 어떠냐?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쓸데없는 시간 보내기 보다는. 응?” “영일: 처음엔 왜 이런 델 가자고 하셨나 하고 할아버지를 원망도 했지마는 이젠 잘 왔다고 생각돼요.” “황정순: 지영이 너는?” “지영: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할머니.” “황정순: 그래야지. 말보다는 마음의 자세가 문제니까. 그래야지.” “영일: 교장선생님 말씀 중에는 감명 깊은 말이 많았어요. 육체의 잠이 깊이 들게 되면은 물질을 도둑맞게 되고, 민족사상이 잠이 깊이 들면은 영토와 주권을 도둑 맞게 되고, 심령이 잠이 들게 되면은 영혼이 멸망케 된다는 말씀이라든지, 또 외모만 아름답게 단장하지 말고 마음을 더 아름답게 단장하자. 이런 말씀 말이에요.” “황정순: 그래.” “지영: 또 이런 말이 있잖아요. 버는 재주 없거든 쓰는 재주도 없도록 하자. 꼭 저보고 하시는 말씀 같지 뭐예요.” “황정순: 니들도 이제 다 자랐구나.” “황정순: 아니,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 거예요?” “김희갑: 그래, 그래, 그래. 가만 있자. 아, 여보.” “황정순: 네?” “김희갑: 얘들 모두 어디 갔소? 어?” “황정순: 저희들끼리 수근수근 하더니만 나갑디다.” “김희갑: 뭐, 나갔어?” “황정순: 예.” “김희갑: 이거 큰일났는데, 큰일났어.” “황정순: 영감도 참, 큰일은 또 무슨 큰일이에요?” “김희갑: 여보, 얘들이 혹시 도망간 거 아니오?” “첫째 사위: 아, 농사에는 나가 박산디 말이여. 여기 와봉께 맨 아는 사람들이 많응께 영 명함을 못 내민다 말이여, 나가. 안 그래, 어? 참, 나 이거.” “첫째 딸: 참말로.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당신 자랑만 했지 뭐여?” “첫째 사위: 가만 있어. 가만 있어.” “첫째 딸: 뭔데 그렇게 찾아쌌는다요?” “첫째 사위: 이걸 좀 보라고. 이게 고구마 저장고란 말이시. 좋은 거 하나 배워부렀다, 나가, 참말로.” “첫째 딸: 아이고, 또 고구마 농사를 질려고. 참말로 그런 소리 말드라고잉. 작년에 고렇게 썩혀버리고도 또.” “첫째 사위: 자, 들어보라고. 이런 저장고를 만들어노면은 나는 자신이 생겨부러 인제. 자, 요걸 좀 크게 만들어갖고 말이여, 우리 집도 쓰고 동네 마을 저장고로 같이 써부리면 말이시, 이거야 주머닛돈이 어디로 새버리냐 그거여, 틀림없지.” “첫째 딸: 참말로 당신 머리 잘 돌아가요잉.” “첫째 사위: 아, 이거 도는 거는 묻지 말라고. 척하면 삼십 리잉께.” “둘째 사위: 아, 이렇게 잘 된 온상을 보고 시작할 긴데 우리가 너무나 서둘렀는 기라.” “둘째 딸: 아이, 내리가서 고치면 될 건데요, 뭘.” “둘째 사위: 아니다. 우리는 너무나 주먹구구식으로 했는 기라. 과학적으로 해야 되는 긴데. 나자가이.” “둘째 사위: 참, 겨울철에 딸기가 있다는 말을 들어봤소?” “둘째 딸: 아이, 겨울철에 무슨 딸기예요?” “둘째 사위: 어, 그런데 그게 사실인 기라. 저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 이 겨울철에 딸기 재배에 성공을 해서 많은 수입을 올렸다고 하는 기다.” “둘째 딸: 어머, 온상 재배겠지요?” “둘째 사위: 하모. 그래서 그 재배방법을 내가 안 집어넣어뒀노?” “둘째 딸: 그럼 우리도 우선 있는 비닐하우스에 좀 해보면 되겠네요?” “둘째 사위: 어, 나도 그럴 생각인 기라. 시험 재배에 성공하면 크게 벌려보는 기다.” “둘째 딸: 아이, 벌리긴. 당신도 다 늦게 와서.” “둘째 사위: 늦긴? 안 늦었다.” “김희갑: 안 늦었다. 안 늦었다구. 인생은 50부터야.” “둘째 사위: 들으셨습니까?” “김희갑: 그래.” “황정순: 영감. 내년 겨울에는 딸기 실컷 먹게 됐구려.” “김희갑: 그래. 야, 빨리 주련.” “황정순: 영감두. 얘, 아니다.” “둘째 사위: 예, 보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