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갑: 오늘밤이 농군학교의 마지막 밤이다. 너희들을 데리고 올 때만 해두 내가 혹시나 했지만은 이제 너희들의 얼굴을 보아하니 이 애비가 만족스럽다. 너희들 그 동안 보고 들어서 잘 알겠지만은 소득증대란 말은 농어촌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야. 노식이나 장강이는 물론이고 성일이 너두 머리를 써서 안 될 거 없어요. 응, 성일아, 어떠냐?” “첫째 사위: 아, 바로 그거이지요. 아, 뭐 어렵게 생각할 거 하나도 없다구요. 아, 소득증대사업이란 지역의 특성에 알맞는 것을 골라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껴?” “첫째 딸: 아, 그걸 말이라고 한다요. 양송이, 양잠, 굴 양식.” “첫째 사위: 잉어 양식, 뱀장어 양식, 가축 기르기, 과수, 유실수 등등 뭐니 뭐니 해도 그렇게 하여간 사람들이 머리를 써야 한다고, 머리를.” “첫째 딸: 맞아라우.” “김희갑: 노식인 모르는 것도 없어.” “첫째 사위: 그렁께 내가 박사란 이름, 그 박사는 아니고 저…….” “둘째 아들: 아니 왜 박사란 말을 못하고 쩔쩔 매고 계세요?” “첫째 사위: 그 사실 여기 와봉께 나도 모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 말이여. 박사는 저 우리 집안에서만 박사란 말이여.” “김희갑: 자, 조용, 조용. 그러면 여기 온 소감부터 말해볼까? 누가 먼저 말해볼까?” “영일: 전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산 공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방학이고 하니까 친구들을 데리고 보름 동안 다시 입교할 생각입니다.” “김희갑: 좋은 생각이구나.” “황정순: 그러게요.” “김희갑: 지영이 넌?” “지영: 전 새마음운동의 기수가 되겠습니다.” “첫째 딸: 뭐여? 새마을운동이지, 새마음운동도 있당가잉?” “첫째 사위: 저저, 이 사람 설치니까 가끔 실수를 한단 말입니다, 가끔 실수를.” “첫째 딸: 아, 워째 그려?” “첫째 사위: 아, 새마음 있다니까 그 참.” “김희갑: 그리고 성일이 넌?” “둘째 아들: 네, 전 묘목 재배를 할 생각입니다. 이 사람하고 다 계획이 서 있습니다.” “김희갑: 음, 그럼 너 올 봄부터 나가서 너희들끼리, 너희들끼리 한 번 해봐.” “황정순: 그래.” “김희갑: 여보, 다 들었다, 우리도.” “둘째 며느리: 어머나.” “둘째 아들: 아니!” “둘째 아들 내외: 감사합니다, 아버님.” “김희갑: 그리고 새마을 지도자. 그래 올해 소득은 좀 커지겠나?” “첫째 사위: 암, 크구 말구요. 아주 올해는 나는 말입니다, 고구마를 한꺼번에 저장하게 해볼랍니다, 한 번 나가. 저장방법일랑 요렇게 알아놨응께 말입니다. 사람이 실패만 하고 살겠십니껴?” “김희갑: 태산이 높다 해도 하늘 아래 뫼이로다.” “첫째 딸: 맞어라우.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일 없응께잉.” “첫째 사위: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제잉.” “김희갑: 조용, 조용, 조용, 조용. 다음은 장강이 얘기 좀 들어보자.” “둘째 사위: 마, 전예 집에 가자마자 집 뒤 야산에 몽땅 딸기 하우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첫째 사위: 응? 딸기, 딸기, 딸기? 아, 겨울용 딸기 말인가?” “둘째 딸: 네, 재배방법을 배웠거든요.” “첫째 사위: 어이, 어이, 어이, 그거 나 좀 아르켜주소, 나 좀.” “둘째 사위: 수강료만 톡톡히 내라이?” “첫째 사위: 암, 세상에 공짜비가 어딨는가? 안 그런가? 줘야제. 좀 아르켜줘.” “황정순: 참 좋은 생각했네.” “김희갑: 그래.” “둘째 사위: 이번에는 제가 마 여기 잘 왔다고 생각됩니더. 지가 지금 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관리법을 충분히 습득했습니다. 인자는 실패가 없을깁니더.” “황정순: 그래야지. 얘, 너 손이 많이 거칠어졌구나.” “둘째 딸: 요즘 여자의 손은 이래야만 아름답대요.” “황정순: 외모보다 마음을 아름답게 단장하잔 말이 바로 너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자식들. 그래야지.” “둘째 사위: 쪼만치도 염려마시소. 이제 막 억수로 호강시켜주면 안되겠십니꺼.” “황정순: 그래야지. 자네가 우리 집을 떠나면서 ‘해볼 겁니다. 뼈가 부서지도록 해볼 겁니다.’ 하던 말 내 아직도 기억하고 있네.” “둘째 사위: 예, 맞습니다. 이 너까래 같은 손에서 피가 나도록 한 번 해볼 깁니더.” “김희갑: 암, 해야지. 참, 좌우당간 처가살이 할 때 진 빚 이제야 갚나 보다.” “둘째 사위: 그라믄요. 마, 쪼맨치만 기달리시면 될 깁니더. 이 장강이도 이젠 하면 된다는 신념이 안생겼십니꺼.” “김희갑: 암, 안 된다는 푸념보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해.” “황정순: 그러믄요, 그러믄요.” “둘째 사위: 와 추운데 여기 나와 있노? 여보.” “둘째 딸: 떳떳해서요. 당신의 모습이 정말로 떳떳해서요.” “둘째 사위: 모두 당신 덕이 아이가. 이 작은 손이 피투성이가 되면서 우리도 남 같이 살게 된 게 아이가.” “둘째 딸: 아니에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언제나 기가 죽어있던 당신 아니에요? 그런 당신이...” “둘째 사위: 서로 돕는 기라. 서로의 뜻과 힘을 모아서 더 해보는 기다.” “둘째 딸: 고마워요.” “김희갑: 장강이를 배우는 거야. 그리고 은아를 배우는 거야. 자기가 살아나가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그 정신, 이게 바로 곧 새마을운동이야.” “황정순: 아무려면요.” “김희갑: 저게 바로 새마을 만만세다. 새마을, 새마을 만세라구, 이게 바로 새마을 만세야. 새마을 만세야.” “첫째 사위: 새마을 만세고 말구요. 그랑께 우리가 이왕 새마을 만세를 불르라면 말입니다이 지금 이 자리다 모닥불 피워놓고 아주 한꺼번에 불러버려라우.” “첫째 딸: 맞아라우, 맞아라우.” “둘째 아들: 자, 좋습니다. 이번에는 그러면 다 함께 새마을 노래를 불러봅시다.” “김희갑: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황정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희갑: 아, 우리** 3일이지만은 어찌 이걸 30년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첫째 딸: 모두들 세배 왔다가 세뱃돈 한 번 크게 받아가네요이.” “김희갑: 또 언제 뵈러 오겠습니다. 자,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