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농민들도 이젠 생각하는 게 달라졌어.” “둘째 며느리: 여기 와서 공부하는 사람들 눈초리가 벌써 다르든 걸요.” “둘째 아들: 응. 가난을 이겨내자는 어떤 결의 같은 것이 엿보이더구만.” “둘째 며느리: 우리도 우리 장래를 위해서 뭘 좀 해봐야 되겠어요.” “둘째 아들: 어, 나도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 형님이 봄에 다시 서울에 올라오시면은 우린 변두리에 집을 짓는 거야. 그때 가면 시작해야지.” “둘째 며느리: 하지만…….” “둘째 아들: 왜?” “둘째 며느리: 우리가 나가 산다는 게 아무래도 부모님께 불효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둘째 아들: 아, 염려말라구. 효도란 반드시 가까이에 있어야만 되는 게 아니잖아. 응?” “둘째 며느리: 아이, 변두리에 나가면 뭐부터 할까요?” “둘째 아들: 어, 이봐. 비닐하우스에 묘목을 가꿔보는 거야. 그게 소득이 대단한 거야.” “둘째 며느리: 어머, 어쩌면 내 생각하고 똑같애요?” “둘째 아들: 이런, 그러길래 부부가 아닌가. 아, 그리고 말이야. 소득증대사업은 반드시 넓은 땅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예를 들자면은 표고 재배 같은 것은 웬만한 빈터가 있으면 된다는 거야. 당신의 그 근면과 자력이라면은 안 될 것도 없다구.” “둘째 며느리: 또 비행기 태우고 있다.” “둘째 아들: 아이구, 비행기가 아니야요. 진짜라구. 하면은 안 되는 게 어딨어? 되는 거야.” “둘째 며느리: 그래요.” “김희갑: 참 고것들 참. 임자 어떤가, 내 계획이?” “황정순: 영감도 그 엎드려서 절 받으실려구 그러시우?” “김희갑: 임자두 남편 하나야 잘 만났지, 뭘 그래?” “황정순: 주책은.” “김희갑: 여보, 가십시다.” “황정순: 가시자구요, 어서.” “지영: 큰고모, 작은고모, 주저앉았대요.” “둘째 딸: 아니, 모두들 주저앉다니?” “첫째 딸: 으이구, 그랑께 *서부터 운동을 해야하는 기여, 에이구.” “지영: 아무튼 도시 사람들이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 모양이에요.” “둘째 며느리: 아무리 그렇기로 모두들 그렇게 주저앉을 게 뭐야?” “김희갑: 당신 왜 웃어?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해?” “첫째 사위 : 잘 생겼다, 그놈들. 젖소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지만 비육우에 대해서는 내가 박산께 허는 소린디 소를 잘 골라 석 달만 잘 키워서 팔면 한 마리에 최소한도 사료 값 빼고 한 30,000원씩은 나온다 말이여. 어, 장강이, 안 그래? 어째, 장강이, 자네?” “둘째 사위: 어, 왜 아니야. 우리도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두 마리가 네 마리로 늘은 기라요.” “첫째 사위: 아하, 그래? 그리고 사료에는 석회하고 소금을 쪼끔씩 섞어서 먹히는 거 알고 있지?” “둘째 사위: 동서한테 배우지 않았나.” “첫째 사위: 그러고 하루에 물 얼마씩 주제, 물?” “둘째 사위: 그야 두 말 내지 서 말 아이가.” “첫째 사위: 아따, 장강이도 농사꾼 다 돼부렀네. 다 돼부렀어.” “둘째 사위: 왜 아니라요, 다 동서 덕분인 기라요.” “첫째 사위: 아, 좋아, 좋아. 아, 배와, 배와서 남 주나.” “둘째 며느리: 어머나, 이게 개량된 부엌이로구나.” “첫째 딸: 워매, 요것이 매탄가스구먼이.” “황정순: 이게 뭐라구? 무슨 소리냐, 그게, 뭐?” “첫째 딸: 아이참, 요것이 버린 오물을 썩히면 나오는 것이 메탄가스랑께, 그러니까 요것이 뭣이냐. 가스, 가스…….” “황정순: 가스렌지라는 게 아니냐, 이게.” “첫째 딸: 맞었어라, 가스렌지.” “황정순: 그래.” “첫째 딸: 그 가스렌지랑 진배없당께로, 요것이 바로.” “황정순: 그렇구나, 그래.” “첫째 딸: 우리 집에도 그이가 연구를 해서 만들었지라우.” “둘째 딸: 언니, 또 그 자랑이 시작되시는군요.” “첫째 딸: 아따, 자랑은 뭔 자랑이여? 아, 사는 집이 그런 게 워쩔 거여?” “황정순: 그래, 그래.” “둘째 며느리: 아무튼 시골 부엌도 이렇게만 되면 도회지 못지 않겠어요.” “둘째 딸: 시골에도 지금 부엌 개량이 한창이야.” “지영: 과거엔 여자들이 하루 세 끼 밥 짓는 데만 30리를 걸었다잖아요? 우물은 마당, 쌀 뒤주는 대청, 또 장독대는 뒤뜰에 있구 해서.” “황정순: 그래, 니 말이 맞다.” “지영: 우린 부엌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을 개선해야 돼요.” “황정순: 그래, 너도 제법이로구나.” “지영: 학교에서 다 배운 건데요, 뭐.” “황정순: 그래, 자식.” “지영: 그리고 할머니.” “황정순: 뭐냐, 또?” “지영: 이 행주 말이에요. 이 행주에 얼마나 균이 많은지 아세요?” “황정순: 그래?” “지영: 행주는 꼭 말려 쓰거나 끓는 물에 자주 담궈서 소독을 해 줘야 하구요. 음식도 비싼 고기가 아니더라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가 있거든요?” “황정순: 자식도 신통하지.” “첫째 딸: 그려. 콩이 쇠고기보다 영양가가 높다는 걸 알아야 혀.” “황정순: 그래, 그래, 그래.” “둘째 딸: 언니, 콩을 많이 먹어서 그렇게 살이 쪘수?” “첫째 딸: 아따, 내가 뭔 살이 쪘단 말이요? 아, 요로콤 날씬헌디. 옷을 빌려입었으니깐 그렇지.” “황정순: 그래. 옷이 커서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