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는 수확하자마자 일일생활권으로 다듬어진 교통망을 따라 전국으로 재빨리 수송되어야 합니다.



저무는 가을이 아쉬운 듯 연인들의 발길은 낙엽이 쌓인 고궁으로 향하고 어버이들의 발길은 따스한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백화점의 옷가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맛있는 김치 담그기를 위해 요리강습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일상대화에서는 “김장하셨습니까?” 라는 인사말이 오고 갑니다. 한국에서의 좋은 신붓감은 김치 담는 솜씨로도 좌우됩니다. 그래서 예비신부들은 학교실습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김치를 담는 그릇, 옹기 고르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김장철에는 대규모 김장 시장이 곳곳에 열립니다. 보통 한 식구 당 15~20포기의 비율로 다섯 식구 한가족이면 80~100포기의 배추를 구입합니다. 김치는 배추, 무 등 주재료에 첨가되는 양념 고명의 다채로움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마늘, 고추, 파, 미나리, 갓, 생강 등은 물론이요, 배, 사과, 밤, 호두, 잣 등 과일과 열매는 김치의 향그러운 맛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삼면의 맑은 바다에서 잡히는 각종 생선과 새우, 전복, 조개도 빼놓을 수 없는 김치의 양념이 됩니다.



김장철이면 친척과 이웃아낙네들이 일을 도와주러 옵니다. 이웃과 서로 돕는 풍습의 한국의 미풍양속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한국의 요리전문가 황혜성 여사의 지도로 김치의 대종인 김장김치와 그 외 몇 가지 김치 담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배추는 겉에 누런 잎이나 위아래 지저분한 곳을 말끔히 다듬어서 칼로 절반을 쪼갭니다. 그리고 하루 저녁을 소금물로 절여 놓습니다. 야채를 소금에 절이면 세포의 소금을 압출해서 잎이 유연해지며 세균을 사멸시켜 세독을 제거해주는 살균작용을 하고 소금 맛이 스며들어 야채의 싱싱함이 오래 보존됩니다.



김치 담그기의 첫째 조건은 정갈하고 깨끗하게 담는 일입니다. 하루 저녁 소금에 절인 배추는 맑은 물에 배춧속까지 정결히 씻어 냅니다. 보통 3단계에 거쳐 배추를 씻는데 이런 3단계의 김장 씻기는 오랜 습관으로 이어온 것으로 위생적인 면을 크게 고려한 것입니다. 김장 담을 시기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재료가 얼 염려가 있고 날씨가 더우면 재료가 부패할 염려가 있으므로 보통 입동 전후 기온이 섭씨 이하로 내려가기 직전이 가장 적당합니다. 한편, 무도 3단계로 벗기고 정결히 씻어냅니다.



배추 절이기와 함께 양념 준비도 서둘러야 합니다. 마늘은 껍질을 벗겨 씻고 미나리, 갓 등도 다듬어 놓습니다. 파도 뿌리를 잘라버리고 떡잎을 떼어버린 후 맑은 물에 씻어 놓습니다. 밤, 배 등의 과일도 껍질을 벗깁니다. 이러한 복잡한 김장 담그기는 분업적으로 질서 있게 지체 없이 진행됩니다. 주부들의 협동하는 즐거운 일손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지는 것입니다. 향내 짙은 생강, 마늘은 고춧가루와 함께 절구질을 해서 고명을 만듭니다. 김치 종류는 현재 알려진 것만도 50여 종에 이릅니다.



통김치의 속 넣기가 마침내 넓은 대청마루에서 시작됩니다. 김칫소, 즉 배춧속에 넣는 것은 무를 가늘게 채를 쳐서 각종 양념을 넣어 만들어집니다. 수십 종의 양념, 고명은 한국미 그윽한 오밀조밀한 백자 항아리에 담겨 알맞은 분량으로 속 넣기에 활용됩니다. 미나리, 갓, 파 등 야채는 그 크기에 따라 생선류는 보기 좋고 먹기 좋게 썰어 놓습니다.



이제 큰 함지에 썰어 놓은 무채에 양념을 섞는 과정을 알아봅니다. 우선 고춧가루와 실고추로서 맵기 정도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파, 갓, 미나리 등의 야채들을 섞습니다. 계속해서 생강, 마늘을 다진 양념을 넣습니다. 그리고 새우젓, 굴, 꼴뚜기 등의 생선과 기타 준비된 양념을 순서대로 넣으며 골고루 버무립니다. 김치 속은 추운 지방은 싱겁게 기후가 따뜻한 남쪽지방은 맵고 짜게 해서 기후에 맞추어 신선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양념과 고명을 어느 정도 어떻게 넣고 배합하느냐에 따라 김치맛이 달라짐은 물론이요, 맛과 함께 김치의 색깔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김치맛과 색은 지방마다 다르고 또 가정마다 특색 있는 비법으로 전해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