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가운데 이번 벙어리삼룡이 에서 아시아 영화제 주연 남우상을 받았습니다. 팬 여러분 정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더욱 분발해서 팬 여러분의 성원에 절대 보답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저 그런데 이 자리를 빌어서 저를 아껴주시는 팬 여러분께 꼭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좀 절약해 쓰고 아껴서 그 돈을 저축을 해서 좀 알뜰한 살림을 꾸려야겠다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하하 선생님도 그 저축을 해라 저금을 해라 하지만 도대체 저축할 돈이 어디에 있습니까? 박봉생활에 말이에요. 아 물론 풍족할 수는 없겠지요. 한데 술은 돈 없이 마실 수 있을까요. 당구는 무슨 돈으로 치실까요. 다방에서는 차를 공짜로 주지는 않겠지요. 이 모두가 절약할 수 있고 저축할 수 있는 돈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낭비하는 돈이면 충분히 저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쓸 돈이면 저축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조금씩은 저축할 수 있겠죠. 그것도 월급쟁이 경우지 하루살이 품팔이야 그날 벌어 그날 먹기도 바쁜데 저축하라면 조금 우습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여기 구두 닦는 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루 품팔이 치고는 제일 못 버는 어린애들입니다. 그중엔 버는 대로 주전부리를 하거나 버는 대로 써버리는 아이도 없지는 않습니다마는 그러나 꼬박 꼬박 저금을 하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하도 기특해서 물어보았죠. 그래 얼마나 저금했니? 저요 매일 십 원씩이요. 그래 얼마나 저금이 되었지 계산해 볼까요. 하루 십 원씩이면 한 달이면 300원이죠. 1년이면 3650원이죠. 3년째 되니까 1만 900원하고 이자가 좀 붙었을 거예요. 저 돈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아저야 구두닦이 소년보다 돈벌이를 못한다면 저도 할 말이 없어요. 하나 저축을 한다는 건 돈벌이가 좋고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저축을 하겠다는 성의 에 있습니다. 저금을 한다는 것은 현금을 헤프게 써보려는 낭비를 막고 잊어버릴 염려도 없지요. 한푼 두푼 아껴두면 나중에 목돈으로 찾아다 쓰지 않겠어요. 이것을 은행에다 저금했을 경우 은행에서는 산업자금으로 전환해서 산업기관자금으로 투자되고 이것은 자립경제의 터전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선생님은 상당히 희망적이세요. 저금을 해서 좋다는 것을 몰라서 못하는 줄 아세요. 문제는 인플레이 때문이에요. 화폐 가치는 날로 떨어지는데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돈을 무엇에 쓰겠어요. 저축을 안 하는 이유는 인플레이가 아니겠어요. 인플레이션을 다루려면 경제적인 전문 지식이 필요하겠지만요. 우리가 잘 아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 2차 전쟁 후 독일이나 일본은 깨어진 벽돌 짝도 골라 쓸 수 없는 문짝 그대로의 폐허였답니다. 채소와 빵 값은 아침저녁마다 뛰어오르는 극심한 인플레였죠. 그러나 국민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검소한 생활로 한푼 두푼 저축해서 자기 살림을 장만하기 위한 자금을 만들었죠. 그리고 국민들이 저축한 은행은 돈은 산업자금으로 전환되어서 국가 재건의 기간산업건설에 투자 되었던 것이고 이로서 독일의 경제는 안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축을 한다는 것은 인플레를 방지 하는 가장 손쉬운 길이고 또 그것은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인플레 방지책이 되는 것입니다. 그야 온 국민이 합심해서 저축했을 때의 이야기지 우리 몇 사람이 저축한다고 이루어지겠어요. 아 그건 그렇지요. 한데 그건 생각 나름 이예요. 나만이 저축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모두가 저축을 하는데 나 혼자서만 빠져서야 되겠느냐 하는 이런 생각을 좀 하세요. 이상 전 국민들은 국민 저축조합을 통해서 각 직장이나 학교 또는 거주 지역에서 조금씩이나마 저축을 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마는 고급공무원이나 정부 관리기업체 직원들은 봉급의 반액을 은행이나 우체국에 예금한 통장을 줌으로서 필요할 때 찾아다 쓰도록 함으로서 은행의 예금 잔고를 늘려 산업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축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매달 25일을 저축의 날로 정해서 적어도 이날을 단돈 1원이라도 저금하는 습관을 기르고 기풍을 만들어서 생산자금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1원을 3천만 국민이 저금하면 3천만 원인데 한 달 30일을 계속하면 9억 원이고 1년이면 108억 원인데 해방 후 20년을 했다면 2,160억 원으로서 이 돈이면 기간산업부문에 큰 공장을 지어 지금쯤이면 안정된 자립경제를 이루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 소득도 올라 저금할 수 있는 돈의 여유도 있을 뿐 아니라 인플레 걱정도 할 것 없이 오늘날 서독과 같은 국민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 겁니다. 지금가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마는 아직도 할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죠. 그러나 듣기 전에 여러분께 꼭 부탁하고 싶은ㅇ 것은 술집이나 다방 당구장이나 미장원의 단골손님보다는 은행과 저금통장의 단골손님이 되어 보십시오. 그래서 손해인지 이득인지는 은행과 친한 다음에 두고두고 계산해 보십시오. 실례했습니다. 팬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