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미안 미안. 많이 기다렸지? 무척 토라졌군.” “여: 꼬박 30분이나 기다렸어요.” “남: 정식으로 사과하지. 사실은 밀린 일이 좀 있어서” “남(웨이터): 저, 뭘 드릴까요?” “남: 뭘로할까?” “여: 전 파인쥬스 주세요.” “남 : 어 나도.” “남(웨이터): 네.” “여: 어쩜 그렇게 태평하시죠? 우리 결혼식도 한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남: 응. 그렇지 않아도 내가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미안하게 됐어.” “여: 우선 청첩장부터 만들어 보내야 되잖아요.” “남: 아니, 청첩장은 무슨 청첩장이야? 그 고지서 같은 것. 그런 건 보내지 않는 게 좋아요. 언젠가도 내가 말했지만은 결혼식은 되도록 간소하게 하기로 말했잖아. 그냥 친지들에게만 알리고.” “여: 전 반대예요.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을 그렇게 시시하게 넘길 수 없잖아요.” “남: 이봐, 결혼식은 결국 당사자를 위한 것이지 남의 눈을 위한 결혼식은 아니잖아. 지난번에 우리 약혼 때처럼 친지들만 모아놓고 간단하게 치르니 얼마나 좋았어? 허례허식을 떠나서 실질적인 서약으로 약혼서 에다가 건강진단서와 호적등본을 첨부해서 서류만 교환한 것처럼 말이야.” “여: 약혼이야 그렇게 한 것이지만 결혼만은 좀 더 보람 있게 치르자는 거예요.” “남: 그럼 보람 원하면 아주 구식결혼으로 하지 그래?” 혼례식은 인간대사의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정중하고 엄숙하면서도 명랑하게 치러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우리 결혼식은 어떠하였습니다. 850년 전에 예법인 육례를 갖춰야 한답시고 육례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 예를 갖추기 위해 허둥지둥했고 또 많은 낭비를 일삼아 왔습니다. 자녀혼사에 대들보 부러졌다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들어온 말이 아닙니까. 그 뿐만 아닙니다. 우후죽순처럼 많은 예식장이 생겨나서 신식결혼식을 한답시고 남의 이목과 체면만을 생각한 나머지 허례허식에 얽매여 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낡은 인습이 우리 후손에게까지 아무 비판 없이 물려진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새로운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혼례식을 생활화를 위해서 예식장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의례는 그 정신이 중요한 것이지 결코 형식적인 절차나 겉치레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국민 한 덩어리가 되어 조국 근대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생활의 근대화를 우리 스스로가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실천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시라도 빨리 이러한 준칙을 우리 생활에 익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 누가 그런 옛날 결혼식을 하졌어요? 뭐가 뭔지 모르면서 치르는 그런 건 전 싫어요.” “남: 그런 걸 잘 알면서 그래? 진짜 보람 있는 식은 체면을 떠나서 소박하게 정성껏 치루는 것이지.” 네. 준칙에 따른 결혼식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혼례는 약혼에서 혼인을 거쳐 신행까지의 모든 의식절차를 말하는 것입니다. 당사자 간의 합의로 혼일 날이 결정되면 혼례식은 친척과 가까운 친지에 한해서 초청하고 청첩장은 내지 말 것이며 미리 구두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혼례식 장소는 반드시 신부 집으로 만 할 것이 아니라 형편대로 신랑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공회당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 관공서는 회관, 공회당을 혼례식 장소로 제공하도록 돼 있습니다. 주례는 혼인 당사자가 잘 알고 존경하는 가까운 어른으로 합니다. 신랑 신부의 혼례복장은 단정하고 정결한 옷차림으로 하며 신랑이 한복을 입을 경우에는 두루마기를 입을 것입니다. 꽃을 다는 경우에는 신랑신부, 주례와 양가의 부모, 또는 그 대리자에 한해서, 하객은 화환 등을 보내지 않습니다. “주례: 신랑 오영일 군과 신부 남정임 양은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남편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신랑.” “남: 네.” “주례: 신부.” “여: 네.” “주례: 이제 혼인서약이 끝났으므로 여기에 준비한 혼인신고서에 날인을 하겠습니다.” 혼인서약이 끝나면 신랑신부는 미리 준비한 혼인신고서에 서명날인하고 혼인신고는 당일 하도록 합니다. 다음 예물 증정이 있습니다. “주례: 신부는 신랑에게 만년필을, 신랑은 신부에게 주택자금을 예입한 예금통장을 예물로 드립니다.” 예물은 무턱대고 값이 비싼 고급품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혼인을 기념할 만하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으로 택해야 할 것입니다. 예물교환이 끝나면 성혼선언문이 낭독됩니다. “주례: 이제 신랑 오영일 군과 신부 남정임 양은 그 일가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했습니다. 이에 주례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여러분 앞에 엄숙하게 선포합니다. 1969년 7월 30일 주례 나정현.” 이어서 주례사, 양가대표 인사, 신랑신부 인사, 그리고 신랑신부가 퇴장하면 식은 끝나는 것입니다. 신행은 혼일 당일로 하고 폐백과 예물은 간소하게 합니다. 이렇게 혼례식을 간소화 하는 것이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혼례절차입니다. “남: 알겠지? 준칙에 의한 결혼식을.” “여: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전 간섭을 안할 테니까.” “남: 역시 여자다운 데가 있군. 내말대로 해요. 응? 그럼 멋있는 선물을 줄게. 그만가지. 퇴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