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세요."

"오늘이 루프 하실 날이군요."

"네"

"아주머니 그만 낳으시게요. 가정 형편 때문에 그만 낳아야겠어요. 모든 농촌 살림이 그러하겠지만 우리 집에 사는 형편이란 정말 말이 아닙니다. 위론 시부모를 뫼시고 또 아래로는 1남 3녀를 둔 가난한 살림이죠. 어떻게 아들을 더 보려던 것이 이렇게 애들만 많아졌어요. 1남 3녀가 많진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형편에 이 식구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힌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거기다 애들 교육도 문제랍니다. 그래서 날마다 나가는 행상으로 번 돈 몇 푼으로 그 날 그 날에 살림에 보태 쓰는 형편이죠. 그동안 행상을 해오면서 보고 느낀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정말 부러운 가정도 많더군요. 단출한 식구가 단란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사는 이런 집은 어머니와 애기가 모두 퍽 건강하게 뵈더군요. 이렇게 알맞은 수의 자녀를 좋은 터울로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는 가정도 많지만 그 반면에 애기가 많아서 고생하는 가정도 무척 많더군요. 분에 맞지 않게 자녀수가 너무 많으면 그만큼 모두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부모의 사랑이 헛되기 쉬운가 봐요. 거기다 공부도 제대로 못시키니 부모의 책임으로 정말 가슴이 아프지 않겠어요. 태어날 때 제각기 먹을 걸 가지고 태어난다지만 그건 옛말에 지나지 않은가 봐요. 먹을 거 가지고 태어난다면 왜 이런 고생들을 하겠어요. 그 뿐이겠어요. 부모의 뒤를 줄줄이 따라다니는 애기들을 볼 땐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가족계획 지도원께서 계몽을 나왔더군요. 저도 관심을 가지고 지도원의 설명을 잘 들었어요. 정말 참 재미나는 얘기가 많더군요. 가족계획을 하려는 박 씨 부인은 어느 날 보건소를 찾아 자세한 지도를 받았대요. 그래서 첫 애기를 얻은 후 3년 터울로 또 애기 둘을 가졌대요. 이렇게 3년 터울로 낳은 자녀들을 알뜰히 그리고 훌륭하게 키워서 큰애는 중학을 나오게 됐대요. 박 씨 가정은 여전히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낸다는 군요. 그러나 가족계획을 모르는 김 씨 부부는 터울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자녀를 낳았대요. 먹을 것도 힘들고 입는 것도 어려운데 자녀만 많이 낳았으니 자연 집안 살림은 더 어려워졌죠. 거기다 부인은 빈혈증까지 일으키고 마침내는 자리에 눕게 됐대요. 그러니 부모 된 그 고생이야 이루 형언할 수 없었죠. 이 두 가정의 경우를 얘기해준 지도원께서는 새로운 피임법인 루프 피임법에 관한 계몽을 해주시지 않겠어요. 사실 저도 그때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죠. 나도 애기가 더 많기 전에 가족계획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난 그 자리에서 분이 엄마와 함께 등록을 한 거예요. 그리고는 그날 저녁이었어요. 여보 나 보건소에 가야겠어요."

"싫은 나도 생각은 하고 있던 참인데 말이야."

"아 이렇게 낳은 자식도 제대로 못 해주는 주제에 또 애기를 낳는다는 건 정말 못할 노릇이에요.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손자 하나 더 보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해."

"당신이 어머니께 말씀 드리구려. 정말 이번부터는 단산을 해야겠어요."

"아직 안자냐?"

"어서 들어오세요. 앉으세요. 어머니 저 내일 이 사람을 보건소에 보내야겠습니다."

"보건소라니, 무슨 일로? 무슨 일이야?"

"어머니, 애기를 그만 갖겠다구요. 어 또 그 소리로구나. 나도 반대는 안한다만 혹시 몸에 해가 오면 어쩌니? 그렇지 않냐?"

"어머니, 그건 괜찮대요. 명자 엄마도 루프 장치를 했는데 아무 일 없대요. 괜찮대요."

"어쨌든 어머님은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 보세요."

"정히 그렇다면 몸에 해가 안가도록 잘해봐라."

"정말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애기는 절주시고 시술실로 들어가세요. 이젠 아주 편하실 거예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루프 장치를 하시려고 이렇게 많은 아주머니들이 저희 보건소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루프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입니다. 이와 같이 쉽고도 새로운 피임 방법을 아직도 실천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지도원들이 수시로 여러분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어요. 각 시나 군에는 보건소가 있습니다만, 읍이나 면사무소에도 계몽원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시술을 희망하는 분들을 지도해서 보건소나 시술 지정 병원으로 안내해 주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특수 사업으로서 시술 반을 조직하여 멀리서 오시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직접 부락에 까지 가서 루프 시술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애기가 많아서 고생하시기 전에 시·군에 있는 보건소나 읍·면에 가족계획 요원에게 알아보세요. 잘 지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산 아닌 인구폭발로 집집마다 어머니의 부담에 나날이 복심해 지고 있습니다. 자 이쯤 되면 과연 어머니가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훌륭하게 키울 수 있을까요? 하하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

여러분 루프 피임법을 아시는지요? 보세요. 얼마나 탐스럽고 귀엽습니까? 알맞게 낳아야 훌륭하게 기를 수 있습니다. 루프 피임법은 경제적이고 가장 효과가 있고 안전합니다.

가족계획을 원하신다면 보건소나 가까운 읍·면 지도원을 찾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