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치하의 서울에서 우리가 겪었던 굴욕의 나날을 여기 되새겨봅니다. 강제노동에 끌려가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이던 그 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킬 힘을 갖추었을 때만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달았습니다. 당시 북괴는 전쟁으로 소모된 병력을 충당하기 위해 의용군이란 이름아래 나이어린 중학생까지 죽음의 전선으로 내몰았습니다. 정치인, 종교인, 학자 등 저명인사들과 무고한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했습니다. 우리는 이토록 엄청난 희생을 치루면서 공산당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값진 체험을 우리는 잊어가고 있습니다. 여기 죄없이 죽어간 형제자매들 시체의 산더미를 보며 우리는 다시 한번 그날을 가슴깊이 새겨야 합니다. 강대국의 흥정으로 국토가 갈라졌고 공산당에 속아서 6.25를 겪은 우리는 UN군의 도움으로 다시 서울을 되찾고 북진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북괴를 지원하는 중공군이 개입함으로써 전세는 또다시 달라졌습니다. 남의 도움으로 독립을 되찾고 남의 도움으로 살아온 우리였기에 그들의 이해관계에 끼어 우리는 또한 희생되야 했습니다. 끊어진 대동강철교에 매달린 주검의 탈출. 눈보라 차가운 거리에 내쫓긴 피난의 행렬. 1.4후퇴의 그 피맺힌 한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힘을 갖추지 못했고 우리가 단합하지 못했으며 우리가 미리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겪은 시련이었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의지하고 나라를 지킬 힘을 기르지도 않고 우리의 생명을 이웃에 맡겼기 때문에 당한 그 날의 비극을 되새기며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해야합니다. 8.15 해방 후 남의 힘만 믿고 남의 나라 흉내만 내며 책임도 의무도 따르지 않는 무제한의 자유만을 외치던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나라의 정세를 잘못 판단한 어른들의 잘못이 철없는 아이들에게 가슴아픈 상처를 새겨주었고 결국 이런 꼴을 스스로 오게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