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지도 만 1년이 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광복이후 37년간이나 야간통행금지라는 주재된 시간으로 적지 않은 불편을 받아왔습니다. 야간통금으로 인해 시민의 생활시간이 단축되고 산업 활동도 그러했지만 국민들의 의식구조 또한 어둡게 했던 밤의 장벽이었습니다. 이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뜨린 것은 확실히 새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게 한 큰 용단이었습니다. 통금이 해제됨에 따라 국민생활은 한결 자유로워지고 산업경제 또한 눈에 띄게 활기에 차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통금이 해제되자 국민들의 자율의식이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금해제에 따른 혼란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일 뿐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질서를 지켜 주재가 아닌 자율적인 질서를 정착시키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지난 1년간의 수도권 치안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발생률은 연평균 증가율인 8%에 비해 1.2%나 떨어졌고 교통사고 역시 2%나 줄어들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통금해제와 더불어 우리 국민의 질서의식이 오히려 높아졌음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통금 없는 도심의 밤은 평온하면서도 활기에 차 있습니다. 오가는 행인들의 밝은 표정에서도 여유와 자유, 그리고 차분하고도 느긋한 생활의 리듬을 엿볼 수 있게 됐습니다. 통금해제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복 자율화와 해외여행의 확대 등 일련의 개방과 자율화 시책들은 선진사회를 이룩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야간통금이 해제됨에 따라 24시간 경제활동 시대에 문이 열렸습니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영업시간을 연장 조정했고 특히 서민층의 야시장은 자정이 가깝도록 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통금이 풀리기 전 같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잡기 위해 수라장이 됐던 시간이지만 느긋하게 한잔 술로 낭만을 즐기게도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야관광버스도 등장해서 호젓하게 야경을 즐길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도 철야영업을 하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우체국의 업무시간도 연장됐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보내지는 우편물도 한층 신속하게 전해지게 됐습니다. 야간에 생산과 소비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은행들도 야간금고를 설치,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야간구급병원도 늘리고 약국들도 스스로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도시민의 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내버스는 새벽 4시부터 다음날 0시 30분 까지 연장운행하며 택시는 밤새워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열차나 전철도 24시간의 산업시대에 발맞춰 운행시간이 연장됐습니다. 저녁 11시만 되면 통행이 끊겼던 고속버스도 자정이 임박하도록 통행이 빈번해져 통금 없는 밤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화물트럭들이 밤새 생산현장과 소비지를 왕래해 저녁때 잡아온 생선이 전국어디서나 아침 식탁에 오를 수 있으리만치 유통과정이 신속 원활해짐으로써 생산자, 소비자 모두 함께 통금해제에 덕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공사현장에서도 24시간 공사에 임할 수 있게 되어 공기가 한층 단축되고 있습니다. 특히 통금해제 이후 많은 생산 공장들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시간의 구애 없이 3부제 근무까지 가능하게 되어 기숙사 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도 24시간 불편 없이 공장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개방과 자율의 시대로 활짝 문이 열려지고 경쟁체제의 경제 질서가 점차 기틀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하게 된 데에는 국민과 정부의 정성어린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굳게 합쳐져 결실을 맺게 됐다는데 큰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 국제유류 값이 인하됐고 또 일부 원자재 값이 안정세를 이루고 있어서 근로자나 기업, 그리고 정부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 노력만 해 나간다면 경기회복에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간통금해제는 국민들의 생활시간을 크게 넓혔습니다. 서울시 경찰국의 경우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 24시간 민원업무를 접수하고 있으며 전국 각시도 행정부서에서도 민원상담창구와 전화민원실을 설치해 신속하게 24시간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평온한 밤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은 국민생활의 안녕을 밤새워 지켜주는 치안활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휴전선 너머에는 북한공산집단의 붉은 마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값진 자유를 소중하게 받아들여 방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도 중요하지만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선진조국이 창조되는 것입니다. 자율은 질서와 책임이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타율에 의해서만 살아온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율이 벅찰 때도 있지만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책임 있는 행동이야 말로 민주시민으로서의 본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88올림픽과 86아시안 게임을 주최하는 국민이 됩니다. 온 국민이 민주시민의 긍지를 가지고 선진조국을 창조해 가는 참모습을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