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과거의 문화를 오늘에 이어주고 그것을 발전시켜 후세에 전해주며 모든 학문과 문명을 발전시켜 온 소리 없는 말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지구상에는 234종의 말이 있지만, 글을 가진 민족은 겨우 50여 민족에 불과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한글은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글인 것입니다. 어째서 우리 한글이 제일인가 하는 이유를 문학박사 정인섭 씨로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여러분,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을 설명하자면 먼저 세상에 글이 언제부터 생겼으며 또 다른 나라 글은 어떠한가를 앎으로써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맨 처음에 생각해 낸 것은 그림이었어요. 희랍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라는 사람이 적은 이야기인데요. 지금부터 2500년 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란 임금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스키타이라는 나라를 쳐들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스키타이 나라의 임금으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그때는 글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그 편지에는 이러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페르시아의 왕은 이를 해석하기를 새는 하늘에 나는 것이고 쥐는 땅에 기는 것이고 개구리는 물속의 뛰는 것이니 페르시아 군대의 화살에 쫓기어 스키타이 군대가 도망치리라. 즉 스키타이가 항복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항복하리라고 믿었던 스키타이 군대가 쳐들어 와서 페르시아 군대는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그림편지는 그 뜻이 정반대였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그림편지가 말하듯이 사람들은 차츰 간단한 그림으로써 글자를 만들었는데요, 고대 애굽이라 하는 나라에서는 이 그림을 가지고 글자로 대용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상형문자라고 하지요. 예를 들어서 말씀드린다면 지금 여기에 나타난 이 그림을 보십시오. 사자도 있고 새도 있고 뭐 별별 그림이 있지 않습니까? 근데 이것이 뭐냐 하면 유명한 애굽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을 이렇게 그 사람들은 그렸습니다. 오늘날 생각해보면 이렇게 불편한 글자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다음에 우리가 생각할 것은 중국의 한문글자올시다. 이 한문글자는 처음에 물건 모양을 갖다가 본뜬 것이에요. 예를 들어 말하면 ‘날일’자라는 것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원래 둥근 동 가운데 점 하나 해가지고 해님을 표시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변해가지고 네모난 ‘날일’자가 됐고요, ‘달월’자 같은 경우도 반달 비슷하게 만든 것을 오늘날 ‘달월’자 같이 모습을 꾸민 것이 되어 있고 ‘고기어’자 같은 것도 원래는 여러분 그림 마찬가지로 고기와 비슷하게 처음에 그려봤던 겁니다. 이것을 뜻글자, 즉 표의문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한문글자인데요. 그 수만 자를 익힌다는 것은 참으로 몇 년을 공부해도 곤란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 서양 사람들이 많이 쓰는 로마자 글자도 원래는 물건의 그림을 이용해서 글자모양을 만들었으나 그 글자가 그림의 뜻이 아니고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음을 나타내는 소리글자, 즉 표음문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발음할 수 있는 발성기관의 소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소리를 여러 가지로 배합하면 얼마든지 낱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글자는 그 소리를 적는 소리글자가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로마자 글자는 특히 우수하고 또 그 글자를 써 온 서양문명이 크게 발전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글은 서양의 이 로마자 글자보다 더 훌륭한 글자입니다. 우리들은 1443년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만드시기 전에는 중국의 한문글자를 빌려다가 우리가 사용했는데요, 한문글자는 음도 우리말과 다를 뿐 아니라 중국말은 글자 하나가 독립된 뜻을 갖고 있으나 그 낱말과 낱말을 연결하는 토와 음이란 것이 전혀 없어서 중국의 한문글자로서는 도저히 우리말을 그대로 나타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한문글자를 가지고 뜻이나 음을 우리말에다가 억지로 꾸며 썼는데 이것을 이두나 혹은 구결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말은 있으나 글이 없어 크게 불편을 겪고 있음을 불쌍히 여겨서 세종대왕께서는 여러 해 동안 연구하신 끝에 훈민정음 28자를 발표하셨습니다. 그 서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그 글자로서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끝내 그 뜻을 펴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이것을 불쌍히 여겨서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매일 쉽게 편하게 쓰도록 할 따름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훌륭하신 말씀입니까? 더욱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리 한글은 심오하도록 과학적이요, 또한, 철학적이란 것입니다. 첫째 우리 한글의 모든 닿소리는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뜨고 있어 글자만 보면 저절로 그 발음이 나오게 아주 과학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ㄴ’, ‘ㄷ’, ‘ㅌ’의 세 글자는 ‘ㄴ’자를 바탕으로 혀끝소리가 3계단으로 체계를 이룬 것이며 ‘ㅁ’, ‘ㅂ’, ‘ㅍ’은 ‘ㅁ’을 토대로 한 두 입술소리가 과학적으로 구성된 글자올시다. ‘ㄱ’과 ‘ㅋ’은 혓바닥의 뒤가 올라가서 입천장에 접촉하는 모양의 소리요 ‘ㅅ’, ‘ㅈ’, ‘ㅊ’은 모든 아랫니를 토대로 한 맞절소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동그라미 ‘ㅇ’은 목구멍이 둥근 것을 의미하고 거기에다 횡으로 꽉 하나 막으면 ‘ㅡ’라고 발음했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또 여기에다 유기음을 보태서 바람 소리 같이 나오면 ‘ㅎ’이 되는 것입니다. 또 마지막으로 ‘ㄹ’ 같은 것을 보면 ‘ㄹ’ 소리를 내는 그 혓바닥 모양이 꼭 그대로 되어 있는 것이올시다. 이렇듯이 소리글자가 소리를 내는 발성기관의 모습으로 되어 있다하는 점이 우리 한글이 천하에 제일가는 글자라는 것을 이유를 드는 것입니다. 홀소리는 둥근 하늘과 해님을 표시하는 ‘ㅏ’자와 지평선을 표시하는 ‘ㅡ’자와 사람의 특징으로 쓰고 있는 모양의 ‘ㅣ’자 이 세 가지 글자가 여러 가지로 배합된 것입니다. 소리의 원동력인 홀소리를 하늘과 땅과 사람의 세 요소로써 표시한다는 것은 철학적이요, 또한, 과학적인 것입니다. 이 홀소리가 닿소리와 어울려서 하나의 음절이 되어 수만 가지의 말소리를 쉽게 적을 수 있는 그림으로 우리의 한글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입니다. 이제 우리는 남의 것보다 뛰어나게 우수한 우리의 글을 되찾고 또 그것으로써 우리 문화를 발전시킬 때가 왔습니다. 또 누가 시킨다거나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글을 쓰는데 앞장서야 되겠습니다. 정부는 우리 민족의 긍지가 담긴 한글을 모든 부문에 쓸 것을 권장함에 있으며, 더욱이 한글의 기계화와 인쇄의 속도화를 가져다준 라이너타이프도 연구·개발해서 머지않아서 그 실현을 보기에 이르렀습니다. 자라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글을 물려주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는 이들에게 우리 내 조상들이 겪었던 사대주의 사상의 비극이 없도록 민족의 주체성을 길러주어 우리 민족중흥의 역사적 과업을 달성하도록 힘써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