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인간의 말소리를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고 초성, 중성, 종성으로 분석한다. 모든 자음과 모음 글자는 반드시 어울려야만 소리를 이룰 수 있다. 그럼 세종이 자음과 모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모음의 기본자는 ㆍ, -, ㅣ 세 가지다. ‘ㆍ’의 꼴이 둥근 것은 하늘의 둥?E을 본뜬 것이고 ‘ㅡ’는 땅의 평평한 꼴을 본떴다. ‘ㅣ’의 꼴이 서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을 본뜸이다. 세 가지 기원자가 서로 어울려 중성, 즉 모음을 만들어 온갖 다양한 소리를 적게 하는 것이다. “아, 이, 우...” 기본 세 모음의 소리는 언제나 일정하고 정확한 비례관계를 갖는다. 이는 편경을 제작한 원리와 비견되는 순정률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모음을 오실로 스코프로 측정, 분석하면 각각의 소리 간에 변하지 않는 비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888Hz를 기준으로 해가지고 저주파 부분하고 고주파 부분이 이렇게 존재를 하는데 자 여기 보시면 ‘으’를 나타내는 지점이 여기 있고 요 ‘으’음을 기준으로 해가지고 ‘이’는 고주파수의 4/3 되는 지점에 있고 ‘아’음은 그 주파수를 기준으로 해서 2/3가 되는 지점에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저주파 부분에서도 ‘으’음을 기준으로 해서 4/3가 되는 지점에 ‘이’ 음이 존재를 하고 2/3가 되는 지점에 ‘아’음이 존재하게 돼 있습니다. 이거는 그 사람의 목구조에 따라서 서로 다른 주파수의 절댓값을 갖지만 실제적으로 이 비율은 어느 사람에 있어서나 변하지 않는 그 절대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모음을 피리에 비교하면 구멍을 막지 않은 상태, 성대를 열어 울림을 막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다. 성대라는 피리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있다. 그것이 훈민정음 초성의 다섯 개 기본자, ㅇ,ㄱ,ㄴ,ㅅ,ㅁ 을 만들어낸다. 소리를 만드는 5지점은 후, 아, 설, 치, 순 즉 목구멍, 어금니, 혀, 이, 입술이다. 그렇다면 다섯 기본 자음의 모양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자음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의 원리가 있다. 미국 뉴욕대의 김석연 교수의 연구는 훈민정음을 음성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 투시 동영상 촬영기를 통해 보면 자음 조형의 원리 중 하나인 상형의 원리가 확인된다. “아, 아, 아, 아” 상형의 원리란 소리가 나는 모양을 본떴다는 것이다. “아” 후 음 목구멍소리 ‘ㅇ’은 둥글게 열린 목구멍의 모양이며 아 음 어금니 소리 ‘ㄱ’은 어금니 부근에서 혀뿌리가 목구멍을 닿는 꼴을 본떴다. “나” 설 음 혀 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은 모양을 본뜬 것이다. “사” 치 음 잇소리 ‘ㅅ’은 숨이 앞니에 닿으며 나는 소리로 이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마” 순 음 입술소리 ‘ㅁ’은 두 입술이 닫혔다 열리며 나는 소리로 입술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 졌다. 자음 조형의 두 번째 원리는 인성가획의 원리다. 기본자의 발음에서 발음이 세지거나 되어지는 등 변화가 있으면 그 소리에 따라 획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인성가획의 원리에 의해 글자꼴은 세종실록의 표현대로 막힘없이 생성될 수 있다. “바둑아, 바둑아...” 기본모음 ‘ㅏ, ㅡ, ㅣ’가 순정률 관계의 순정음인 것처럼 자음도 순정음을 갖는다. 다섯 기본자음을 오실로 스코프로 측정하면 사람마다 음색은 다르더라도 다섯 자음은 일정한 비례관계를 보인다. 순정음이라는 의미이다. 완전한 바른 소리, 순정음이란 무엇인가? 국악이론의 개념인 순정음을 간략히 말하면 서로 완전한 조화음률을 만들어내는 음들을 말한다. 순정음은 서로 일정한 비례관계를 갖는데 이를 기준으로 2/3, 4/3가 기본값이다. 이 기본비례를 활용하는 방법을 3분 손익법이라 부른다. 이에 따라 완벽한 음계인 12율계가 만들어지고 이중 5음을 고른 것이 궁, 상, 각, 치, 우 5음계, 두개의 반음을 더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7음계가 된다. “여기에서 순정음계라고 하는 것은 3분 손익법에 의해서 12율을 만들고 그 12율을 5음계나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처럼 7음계로 만들었던 것을 각각 기호화 한 것이 한글의 자모가 되겠습니다. 세종은 아악의 12율계 순정음 원리로 백성들을 위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는 것이다. 1446년 세종 28년 완성한지 3년 후 빗발치는 반대 상소를 모두 물리치고 훈민정음을 온 나라의 백성들에게 펼쳐 반포했다. 뉴욕대 김석연 교수의 훈민정음 영역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 문서 유산 등록이 예상되며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영역이 완성되면 우리만의 것에서 벗어나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재미 한인학교 협의회에요. 재미 한인학교 협의회.” 훈민정음은 전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문자이며 글자를 만든 사람과 만든 원리가 문서로 남아있는 유일한 문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훈민정음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글자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서문을 쓴 정인지는 ‘지혜로운 이는 아침나절이 다하기 전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쯤이면 배울 수 있다’고 장담을 했다. 1945년 78%로 조사된 우리나라 문맹률은 48년 41%, 58년엔 4.1%로 줄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문맹률이 떨어진 것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글이 배우기 쉽다는 점이 적잖은 공헌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훈민정음이 우리에게만 쉬운 글자인 것은 아닐까? 김석연 교수에 의하면 자신의 오랜 외국인 대상 강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외국인도 50분이면 훈민정음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50분은 훈민정음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 입국한지 며칠 안 된 외국학생들을 만났다. 이민 2,3세도 끼어 있었지만 외국인 학생은 우리글과의 첫 만남이다. 강의를 마친 후 이전에 한글을 접해본 적이 없는 외국인도 간단한 단어를 적어낼 수 있었다. 하나의 문자를 배우는데 불과 50분. “지난 50분 동안 한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글은 습득하기에 상당히 쉬운 글자인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할 때 입과 혀의 모양을 생각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는 사람의 국적과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말이죠. 입과 혀의 모양새는 기억하기 매우 쉬우니까요.” 이 강의를 통해 한글은 배우기에 매우 쉬운 글자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떤 소리가 나는지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땐 그 글자모양과 유사한 입 모양의 소리를 생각하면 쉽게 읽을 수 있거든요.” 훈민정음은 인간이 성대로 내는 모든 소리를 기록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세종, 그는 훈민정음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전 세계에 말은 있으되 문자가 없는 무문자 민족이 4천을 헤아린다. 대개 외부와 고립되어 자신들만의 말과 문화를 이어온 가난한 소수민족들이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보고서에 의하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더 이상 외부와의 단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21세기가 가기 전 이들 중 90%가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인터넷과 컴퓨터가 21세기 주력 기반이 되는 사회에서는 이것을 언어 문자화, 정보화를 할 수가 없는 난점도 있습니다.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문자를 빌어다가 정보화, 또는 인터넷 소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민족의 동화를 의미하고 자기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미국 동북부 나이아가라 부근에 살아온 세네카 인디언도 무문자 민족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은 세네카 고유 언어를 기록할 방법으로 영어를 빌어쓰고 있다. 하지만 영어로는 세네카 언어를 제대로 기록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영어 알파벳 중에 우리는 사실상 16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어를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하면 고유 단어들의 뜻이 상실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언어가 갖고 있는 문맥적 의미마저도 잃게 됩니다.” 영어로 다른 언어를 기록하기 어려운 것은 영어가 다중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 듯 국어사전에는 달리 발음 기호가 적혀있지 않다. 영어 사전엔 단어마다 어떻게 소리 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발음기호가 빠짐이 없다. 다중표음문자란 하나의 동일한 글자가 여러 가지로 발음이 된다는 뜻이다. 영어 철자 A로 확인해 보자. “아트, 포맷, 에이크, 머라일, 스토크” M, O, D, E, L 모델, 철자가 발음기호와 유사해 외우기 쉬운 단어다. 그러나 정작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발음은 마들 혹은 모들, 표음문자이되 한 글자가 여러 소리를 갖는 것, 영어를 비롯한 로만 알파벳의 특징이다. 우리글은 소리와 글자가 1:1로 대응하며 그, 크, 끄와 같이 서로 비슷한 발음은 글자꼴도 서로 연관된다. “바둑이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나는 바둑이를 꼭 안아 주었다.” 하지만 영어문자는 한 글자가 여러 소리로 발음되는 것과 함께 비슷한 소리와 글자모양들이 연관성이 없다. 전세계를 지배하는 영어권 국가들의 영향력으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영어, 하지만 생각해 보면 표음문자로서 영어는 불안전한 문자다. 다중표음문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888년 서구 언어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IPA, 국제 발음 부호이다. 그러나 IPA는 비체계적인 알파벳이 100여개에 이르는 등 극소수 언어 전문가들만이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동부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대에서 특별한 강의가 진행 중이다. 김석연 교수의 훈민정음 강의를 듣고 있는 이들은 세네카, 모혹, 오난다가 등 인근지역 인디언 부족의 지도급 인사들이다. 훈민정음 강의가 이루어진 것은 인근 6개 부족 연합체의 대추장인 라이언스 교수의 주선때문이다. 라이언스 교수는 인디언학의 최고 권위자이며 대추장으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로 훈민정음으로 인디언 각 부족의 고유언어를 기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대에서 인디언 역사를 강의중인 모혹 교수도 자리를 했고, 고유 언어를 가르치는 인디언랭귀지 스쿨의 강사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강의였습니다. 미래에는 더 많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이 같은 강의를 접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한글 사용의 유용성과 편리함을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디언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미국 인디언 세대들은 자신들의 혈통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인디언부족언어를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영어의 알파벳보다 쉬운 문자체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문자를 통한 언어습득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우리가 알다시피 글자부호 하나하고 소리기호 사이에 1:1의 대응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글자를 채택을 해서 음을 적는다 해도 영어 알파벳 26자 가지고 충분히 그 음운조직을 음가대로 표기해낼 수가 없습니다.” 훈민정음은 인간이 성대로 내는 소리 자체에 변하지 않는 절댓값을 기반으로 창제됐다. 그렇기에 어떤 민족의 언어든 기록할 수 있으며 무문자 소수민족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문자가 훈민정음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 그대로를 가지고 다른 언어를 기록하기란 곤란하다. 국제 발음부호 IPA에 대응하는 국제정음 기호를 만들어 활용하는 문제를 연구 중이다. “지금 우리 한글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한글 자체를 그대로 쓸 수는 없어요. 왜냐면 많은 여러 외국의 소리를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가령 한가지 예를 들면 유성음에 그 기호를 가령 우리 한글은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유성음을 적는 기호 그, 드, 브, 즈 이런게 있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세종대왕의 그 이상 그 원리를 그대로 적용을 해서 발전을 시켜서…” “ㄷ에서도 드, 트, 뜨가 있는게 아니라…” 우리말에 쓰이지 않아 훈민정음에 없는 글꼴은 인성가획의 원리에 따라 글꼴을 만들면 된다. 이것을 국제 정음 기호라 한다. 각 언어가 지닌 특성의 체계를 정리하면 훈민정음이 무문자 민족의 문자로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제정음 기호의 글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먼 옛날 조상들의 방법 그대로 살던 인디언들의 땅 하지만 이제 이 땅은 영어를 말하고 쓰는 이들의 문화가 주인이 됐다. 세네카 인디언들의 가을축제가 열리는 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섬세한 솜씨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들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중 많은 수가 액세서리며 장식품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물의 천둥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을 붙인 세네카, 다른 소수민족들처럼 고유한 문화와 언어가 희미해지고 민족의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아픔을 겪으며 그나마 남겨진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한 바람과 노력은 세네카 고유언어를 손상 없이 기록할 문자를 찾고 있었고 훈민정음이 가능성이 풍부한 방법으로 제시됐다.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단정할 수 없다. 500년 전 우리 자신이 바로 세네카와 같은 무문자 민족이었다. 세네카와 훈민정음의 만남은 이제 시작이다. 나쁜꿈을 걸러준다는 드림캐처, 우리에게도 이는 분명 새로운 시작이며 그리고 편경을 통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뜻, 문자 없는 백성들을 위한 그의 뜻이 드디어 새로운 지평에 서게 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