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깊은 관심 속에 역사적인 12월 16일 대통령 선거의 날이 밝았습니다. 귀중한 한 표의 대열이 줄을 이었습니다. 전국 13,657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전 7시 정각 투표가 시작되자 소중한 한 표의 책임을 절감하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고른 대통령 후보에 기표했습니다. 16년 만에 대선으로 대통령을 뽑는 주권행사는 엄숙하고도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영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종로구 국립 서울 농아학교에 마련된 신교 궁정 투표소에서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투표했습니다. 김영삼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투표했습니다. 김대중 평민당 대통령 후보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투표했습니다. 공화당의 김종필 후보는 부인 박영옥 여사와 함께 투표 했으며 전국적으로 포근한 영상의 날씨 속에 차분하게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이날 투표에는 총 유권자 25,873,624명 가운데 23,070,748명이 참여해 89.2%의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는데 이같은 투표율은 지난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때의 79.8%에 10% 가량 높은 것입니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난 후 투표함을 봉인해 개표소로 보냈습니다. 전국 245개 개표소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개표 결과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대구와 경북 등 9개 시도에서 큰 표 차로 야권 세 후보를 눌러 이겼고 다른 지역에서도 고른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민주당의 김영삼 후보는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고 평민당의 김대중 후보는 광주와 전남 등 호남 지역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차점자와 2백여만 표 차로 제 13대 대통령에 당선 됐습니다.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제창하며 선거전에 나서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민정당 총재는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문민정치를 정착시키며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등 정치개혁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는 야당후보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앞으로 그분들의 고견을 듣는데 인색하지 않겠다면서 특히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상처와 아픔을 하루빨리 해소하는데 1차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고 광주 사태의 신속한 해결과 젊은이들의 이상 수용, 학원 근로자, 재야의 주장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 등을 약속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민주화합 추진 본부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단순히 저 개인과 민주정의당의 승리가 결코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으며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 뿐입니다. 대결과 반목의 정치적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 안정 속에 선진국으로 비약할 것을 염원하는 성숙한 우리 국민 모두의 위대한 승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