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이 9월 20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과 평양을 각각 방문했습니다. 우리 측 고향방문단원은 북한 측의 누님을 만나 매달 보름달이 뜰 때 서로를 생각하자고 약속하기도 했으며 주교 오빠를 붙들고 오열하던 누이는 이곳이 천당인데 오빠는 어디서 천당을 찾겠다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북쪽의 홀어머니는 아들이 목사가 됐다는 말에 예배보지 말라면서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몇 번씩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6.25때 혼자 월남해서 변호사가 된 아들이 평양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1.4후퇴 때 헤어졌던 두 아들을 부둥켜안은 아버지는 통곡했습니다. 이번 고향방문에서 우리 측 방문단은 모두 35가족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북한 측 고향방문단은 서울에서 30가족이 혈육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고향방문에서 혈육을 만난 가족은 천만 명 이산가족 전체로 볼 때는 너무나 적은 숫자이며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우리 측 예술공연단은 평양대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갖고 전통예술과 현대무용 등을 다양하게 소개했습니다.

북한 측 공연단 역시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가졌습니다. 북한의 공연 내용은 전반적으로 우리의 옛 전통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인간성이 상실된 획일화 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 적십자 측 방문단은 서울에 머무는 동안 창덕궁과 서울 대공원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이번 3박4일에 만남은 분단 40년사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으나 또한 남과 북의 두터운 장벽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벽을 허무는 일이 비록 멀고 험하다 할지라도 민족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인내로써 극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