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선언

노태우 대통령 소련 공식방문



노태우대통령은 1990년 12월 13일 오전,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역사적인 소련공식방문길에 올랐습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 국가원수로써는 처음 소련을 공식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은 한소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냉전 종식과 평화추구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를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고 서울과 이곳 거리에 두나라 국기가 펄럭일것이라고는 일찍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현지시간 13일 오후 5시. 모스크바 세르메초브 공항에 도착한 노태우 대통령은 환영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대통령 위원회 메드베제프위원의 영접을 받고, 애국가와 소련국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3군 의장대를 사열했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공항에서 동포화동들로부터 화환을 받은 대통령은 환영나온 재소동포와 상사원, 공관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공항을 출발한 노태우 대통령 일행은 크렘린궁의 영빈관에 여장을 푼 뒤 크렘린궁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습니다.

반갑게 악수를 교환한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 이후 6개월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옥차 브라스카야 호텔로 자리를 옮긴 노태우 대통령은 교민들을 위한 다과를 베풀었습니다. 알마타와 타슈켄트 등 비행기로 4시간이상 걸리는 곳에서 온 교민들도 있었습니다.



교민들은 고국말을 모르는 3세, 4세들이 늘어나는 만큼 여기에 따른 대책을 정부에서 세워줄것을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제 국교가 정상화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여러분의 생활이 전보다 나아지지 않겠냐고 위로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동포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동안 먼 이국땅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모스크바에 와서 동포여러분을 뵙게되니 참으로 반갑고 감개가 무량합니다. 나자신 가슴이 벅차서 이자리에 올때까지만 해도 할말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정말 반갑다 기쁘다 하는 이 말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손만 잡아봐도, 표정만 봐도, 우리 한민족의 뜨거운 정을 느낍니다."



소련방문이 둘째인 12월 14일. 노태우 대통령은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 무명용사 묘에 헌화했습니다.



이날 오전 크렘린 대궁전에서 가진 한소 정상회담에서 두나라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해결에 군사력 사용을 배제해야하며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양국정상은 또, 한소관계발전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양국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한소관계의 일반원칙에 관한 선언을 채택, 표명한 후 이를 발표했습니다. 이 모스크바 선언은 한반도에서의 냉전 종식과 평화정책을 위해 양국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이 선언은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사용, 타국의 희생하에 자국의 안보 확보, 또는 관계당사국의 합리적 동의에 입각한 정치적 합의 이외의 방법에 따른 분쟁의 해결을 인정치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부인 김옥숙 여사는 고르바초프 대통령부인 나이수 여사와 환담했습니다.



소련의 언론들은 한국대통령의 소련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한편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소련 외무장관은 6.25전쟁과 KAL기 격추사건으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했으며 박회수 상공장관과 카투셰프 대외경제장관 그리고 김준현 과학부처장관은 라베로프 소련국가 과학기술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무역협정과 과학기술 협정에 서명, 체결했습니다.



이날 오후 모스크바 대학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교수, 학생들을 상대로 '냉전의 벽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향하여' 라는 제목으로 연설, 8차례 박수를 받았습니다.



"존경하는 아나톨리 로그노프 청년, 교수, 학생 그리고 내빈여러분. 얼마전까지만해도 한국의 대통령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모스크바 대학의 이 연단에 설것이라고는 어느 석학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와 여러분들의 오늘 만남은 세계와 역사의 위대한 변화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스탈린 시대에 나라를 불바다로 만든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1983년에는 소련공군기에 의해 우리 민간여객기가 피격당했다는점을 상기시키면서 한서 양국은 어두웠던 지난날의 불행을 씻고 이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노태우 대통령은



"동서유럽의 장벽이 걷히고 독일의 통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그 모습을 우리겨레는 설레이는 가슴으로 이렇게 지켜보았습니다. 한국은 이 지상에서 이제는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았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안은 분명합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남북한이 교류,협력하는 관계를 이루어내는 같은 민족간의 화해는 빠른속도로 진전될 수 있습니다. 남북의 같은 동포간에 오가는 길이 열리면 공동체 의식과 강한 결집력으로 평화통일의 여건이 무르익을것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경쟁, 대결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의 관계를 이룩해 나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고립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소련이 우리와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는것과 똑같이 북한과 기존의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인수역량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만약 북한에서 남한을 몰래 다녀갔다면 열배스무배의 벌을 받았을것이라고 설명했고, 학생들은 박수로써 호응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옥차 부르스카야 호텔에서 한소 경계인 각계의 대표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를 이룰때까지 여러분의 적극적인 기여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5일 오전, 노태우 대통령은 숙소인 영빈관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한소 양국간의 우호 협력관계 발전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소련 외무부 부설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소 수교와 이번 방문은 우리 두나라가 지난시대 서로를 갈라온 벽을 허물고, 자유, 번영, 평화, 인류보편의 가치를 함께 실현해나가는 동반자로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었다고 지적하고, 한서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한반도의 냉전적 대결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있음을 알리는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부인 김옥숙여사는 키에프 제 11탁아소를 방문해, 이곳 탁아소의 시설과 운영에 관해서 관심있게 살펴보았습니다.



김여사는 또 소련발레의 산실인 볼쇼이의 발레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시범공연과 연습광경을 살폈습니다. 공연도중 고로프키나 교장은 북한학생은 이 학교에서 발레를 배운적이 있으나, 한국학생은 여지껏 없었다며 학생들의 시범발레내용과 기법등을 설명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부인 김옥숙 여사는 15일 낮, 크렘린 대궁전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부인 다이소 여사와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노대통령이 많은 보람을 갖고 모스크바를 떠난다고 작별인사를 하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하루빨리 다시 뵙기를 기대한다고 답례했습니다.



이날 오후 세르베초프 공항에 도착한 노태우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출발성명을 발표하고,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서명발표한 한소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종식시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뿐만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이루어가는 이정표가 될것이라고 말하고, 한소 두 나라 관계 발전과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방문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3시 45분 세르메체보 공항을 이룩해 레닌그라드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 25분 레닌그라드 풀코보 공항에 도착한 노태우 대통령은 소프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의 영접을 받았습니다. 옛 러시아제국의 수도 페테르부르크였던 레닌그라드. 노대통령은 소련물리학의 산실인 이오페 물리기술 연구소를 방문해 아페로프 소장으로부터 연구소의 역사와 연구현황, 우리나라와의 협력 가능성 분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전시실을 시찰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네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냈습니다.



16일 낮 1시, 소프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한 노태우 대통령은 답사에서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읽은 프쉬킨, 고골리, 도스토 예프스키의 시와 산문 소설에 담겨있는 이 도시의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면서, 우리와의 관계는 끊겨있었으나 레닌그라드는 한국인 모두의 마음에 친근한 도시라고 말했습니다.



노대통령 내외는 레닌그라드의 헤르미타지 박물관을 방문해 소장품들을 감상했습니다. 이 박물관은 영국의 대형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소장품 한점에 1분씩 감상하게되면 모두 5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동서양 유물, 미술품, 세공품 등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3박 4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노태우 대통령 내외. 노태우대통령의 이번 소련방문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장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제 6공화국 국방외교의 큰 결실로써 한반도 평화고도 설정과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뿐만아니라 남북통일의 길을 넓혀가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한소수교와 노태우 대통령의 이번 소련방문은 국제질서의 기본이 되어왔던 얄타체제가 아시아에서도 무너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일입니다.



이로써 우리의 외교적 지평을 확장시키는 가운데 양국의 협력관계를 외교, 정치, 문화적 측면에서 심화시킬수 있게 된 성과를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