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 감초에 대추라, 하, 감초에 대추라, 감초에 대추라, 하하, 이놈에 감초가 모두 곰팡이가 쓸었구나. 쯧쯧.



할머니 : 여보



할아버지 : 응?



할머니 : 아니, 여보, 손님도 없는데 약은 무슨 약을 짓는다고 그러우.



할아버지 : 내 솜씨 잊어버릴까봐 연습해두는거 아니요. 왜?



할머니 : 아, 장사도 안되는 약방, 차라리 팔아서 떡이나 사먹읍시다.



할아버지 : 원, 사람도 참, 떡 좋아한다.



할머니 : 나 장에 갔다오겠수.



할아버지 : 이놈에 전화통 불 난다. 아, 여보시오. 오, 문희냐? 어. 어. 뭐...뭐라고?



뭐, 선봐달라고?



문희 : 정말 씩씩하고 믿음직스런 스포츠맨이예요. 그리고 아주 박력있는 남자예요.



할아버지 : 뭐, 박력? 소용없다. 임마, 중이 제머리 깍는거 봤냐? 어? 아무소리말고 이 애비가 정해줄 사람이나 똑똑히 붙잡아둬. 원, 자석은. 원, 참, 딸 여섯을 두다 보니깐 마지막엔 괴상망측한 소리 다 듣겠네.



문희 : 우리 아버진 약간 히스테리인데다가 17세기적인 외고집이 있거든? 맞서질 자신있어?



스포츠맨 : 아무렴 ?겨나기 밖에 더 하겠어?



문희 : 그럼 됐어. 자, 박력있게 나가자.



스포츠맨 : 오케이.



할아버지 : 내, 참 이놈에 연애편진가 로보토레타인가 참 잘도 온다. 오늘 들어만와바, 어디 두고보자.



우체부 : 저 영감님, 시대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지는 법이랍니다요.



할아버지 : 뭐, 여러말 할것없이 이제 로보토레타 가져오지 말게.



우체부 : 로보토레타가 아니라 러브레터예요.



할아버지 : 마, 아는척 말아, 임마. 그 말이 그거지, 별거있냐. 나 그런말 몰라도 침만잘놔.



할아버지 : 옳지.



할아버지 : 야야야, 임마. 어디다 함부로 손을 대.



문희 : 미스터리, 인사드려. 우리 아버지야.



할아버지 : 뭐? 인사?



스포츠맨 :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 임마, 인사필요없다. 응? 임마, 너 도대체 이거 어느안전이라고 함부로 남의 규수 엉덩이에 손을 대? 응? 너 어디 맛좀봐라. 맛좀봐.



문희 : 아버지 왜이러세요. 창피하게.



할아버지 : 너 비키란말이야. 내 요거 오늘 박살을!



문희 : 아버지! 아, 이거 어떡하나, 아버지 어서 일어나세요.



할아버지 : 너 이놈이 스포츠맨인가 뭐라더니만 아주 날쌔게 피하는구나.



스포츠맨 : 저 이거, 여기...



할아버지 : 임마, 저리가.



스포츠맨 : 빙장어른. 어디 다치신데는 없읍니까?



할아버지 : 허허, 이놈 비웃살좀 봐라. 임마 내가 어떻게 되서 니 빙장어른이냐.



문희 : 아이, 아버지, 왜이러세요.



스포츠맨 : 아버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할아버지 : 뭐?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이놈! 내 저 신식자전거, 내 박살을 내기전에 썩 물러가.



스포츠맨: 물러가겠습니다.



문희 : 아버지, 너무하세요.



할아버지 : 뭐? 너무해? 이런. 저거 소리치는거 봐라, 먼지내는거 봐, 저게, 저!



문희 : 미스터리!



할아버지 : 빨리 들어와. 들어와.



할머니 : 아니, 저 사람이 근데...아니, 얘 문희야. 지금 오토바이타고 가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아니냐.



문희 : 몰라요.



할머니 :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왜그래?



문희 : 아버지한테 물어보세요.



할머니 : 자식, 울기는 왜. 거, 영감은 왜 큰소리치고 야단이유? 왜 그러우?



할아버지 : 아, 나원참. 그 로보토레탄가 뭔간가 고거 다 이 가문의 망신이란 말이야.



할머니 : 성질도 참.



문희 : 얘야, 길바닥에서 울고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참거 울기는 왜. 참, 거 네통이나 온 편지는 어디있어요?



할아버지 : 방안에 있어요. 거 불쏘시개 하던지, 수집하던지 마음대로 하구려.



할머니 : 으이그, 참, 달래서 애 좀 데리고 들어오지.



할아버지 : 시끄러, 들어가, 들어가라구.



할머니 : 성질들이 왜 그 모양이야.



할아버지 : 떽! 길바닥에서 벌벌 짜지말구 썩 집으로 못가.



할머니 : 아니, 여보.



할아버지 : 응?



할머니 : 이거 딸애들한테서 온게 아니요?



할아버지 : 뭐? 딸애들한테서? 아니, 정말 딸애들한테 온거였네. 내가 잘못봤구나.



할머니 : 이건 광주애꺼구요, 이건 울산애꺼, 이건 또 부산애껀데요. 또 청주애것두. 속초애것만 없고 다 왔구료.



할아버지 : 여보, 해가 서쪽에서 떠요. 하하하, 딸부잣집에 효녀가 났구려.



할머니 : 아우 갑갑하우. 어서 좀 읽어보시유. 응? 아이구.



할아버지 : 아버님, 그간 옥체후일향만강하옵십니까. 천고마비 계절에 한번 다녀가옵소서. 아하, 여보, 이게 초청장이구려.



할머니 : 네?



할아버지 : 우리 속상한데 여행이나 떠납시다. 응? 여행이나 떠나자구. 그렇지 않소, 응? 우리가 살면은 몇백년 살겠소.



할머니 : 어서마저 읽어봐요. 광주애꺼예요.



할아버지 : 아버님, 어머님, 우리 형제가 모두 논하여 아버님 회갑전에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여보, 자식들이 정 이렇게 나온다면은 우리가 좀 괴롭더래도 우리 한번 휘 돌아야 하지 않겠소. 어? 얘 문희야. 너 꼼짝말고 집지켜, 응? 내 어머니 모시고 한바퀴 휘 돌아올테니깐, 알았냐?



할머니 : 여보, 청주 큰아이의 집부터 갑시다.



할아버지 : 암, 그렇구말구, 큰애네 집부터 먼저가야지.







할아버지 : 다왔다, 다왔어, 내립시다. 저쪽,저쪽.



큰딸 : 여보세요? 네? 어머, 아버지 지금 오시는 길이세요?



할아버지 : 그래, 나 지금 오는 길이다. 그래, 사돈어른도 안녕하시고. 응? 그래그래. 너희 어머니도 같이 왔다. 그래, 봐꿔달라고? 큰애야 큰애.



큰딸 : 아이, 여보. 어머니, 왜 오시기 전에 전보라도 치시지 않고.



할머니 : 너희 아버지가 전보칠 필요없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그냥 왔지. 얘, 근데 김서방도 잘 있니?



큰딸 : 아이, 네. 지금 옆에 같이 있어요. 참, 어머니, 저 오늘 어쩌면 애기를 낳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