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 여보, 은희가 애기를 낳는대요.



할아버지 : 뭐? 애기를 낳아?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경사가 어디있나. 기왕에 낳을바엔 아들이나 쑥 태어났음 좋겠다.



할머니 : 오냐, 얘야. 그래, 니가 인제야 이 애미의 소원을 풀어주는구나. 오냐, 그래그래. 내 인제 곧 가마. 고맙소. 여보, 영감, 어서 갑시다.



할아버지 : 가만있자, 이 길이 아주 달라졌는데, 그전과는 아주 딴판인데.



할머니 : 글쎄 말이유, 그렇지만 영감. 아는길도 물어가라 하지 않았소.



할아버지 : 글쎄, 염려말고 날 따라와요.



할머니 : 영감, 지금 몇시나 됐소?



할아버지 : 가만있자, 아이구, 11반인데 이거 큰일났네.



할머니 : 11시반? 이거 큰일났구려. 통행금지에 걸리고 말겠소.



할아버지 : 가만있자..여보, 우리 무조건 뜁시다.



할머니 : 여보, 난 지쳐서 더 뛸수가 없소.



할아버지 : 여보, 글쎄 힘을 내요, 힘을 내라고.



큰딸남편 : 여보, 힘을내요. 힘을. 내가 있으니깐, 응?



큰딸 : 참, 당신도. 힘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예요.



큰딸남편 : 아, 이거 야단났는데, 이거.



큰딸 : 난 아직 괜찮으니 마중 좀 나가보세요.



큰딸남편 : 여보, 여보, 걱정말고 애기나 낳아. 지금 우리 소원을 풀어주는 순간인데, 마중나간 사이에 아들놈이라도 쑥 나와봐. 애비꼴이 뭐가 돼.



큰딸 : 그래도 잠깐만 나가보세요.



큰딸남편 : 그려.



큰딸 : 네.



큰딸남편 : 그럼 나가볼까.



큰딸 : 여보, 여보 나가지 말아요. 나좀 붙어요.



큰딸남편 : 그려. 힘을 내.



할머니 : 여보, 좀 천천히 가요.



할아버지 : 아이고.



할아버지2 : 아니, 이 사람이 누구야, 눈이 멀었나, 사람 자빠졌어. 바쁜 사람.



할어버지 : 객지에 나와서 내가 통행금지에 걸려야 속이 시원하겠냐.



할아버지2 : 이런 답답한 사람을 보았나. 충청도엔 야간통행이 없어.



할아버지 : 뭐? 야간통행 금지가...아니, 사돈어른 아니요?



할아버지2 : 사부인마님.



할머니 : 아이고, 네.



할아버지2 : 왠일이시요? 이 밤중에 이거.



할아버지 : 밤차에 올라와 이렇게 됐수다.



할머니 : 여보, 어서 갑시다. 어린애가 벌써 나왔겠어요.



할아버지2 : 가슈! 가슈!



할아버지2 : 얘, 진규야! 얘 진규야! 야, 아버님, 어머님 오셨다. 빨리 나와.



큰딸남편 : 네, 지금 나가요.



큰딸 : 나가긴 어딜가요, 나랑 같이 있어요.



할아버지2 : 뭘하고 있어.



큰딸남편 : 가만히 계세요. 지금 아주 급하게 됐슈.



할머니 : 이사람아, 내가 급하네. 내가 들어가야 해.



할아버지 : 이봐, 자네가 왜 급해. 자네가 왜, 애기엄마가 급하지.



할머니 :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요. 여보게!



할아버지2 : 며느리 급하게 됐어요.



할머니 : 어서 문좀 열게.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2 : 아이고, 허허



할머니 : 영감.



할아버지 : 아무도 급하게 없다.



할머니 : 어서 문좀열게.



할아버지2 : 얘, 진규야, 뭐여? 고추여, 뭐여? 어? 아이구 답답혀!



큰딸남편 : 아버지, 고추예요, 고추.



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2 : 뭐? 고추야?



큰딸남편 : 장인어른, 장모님 오셨어요?



할아버지 : 사돈어른.



할아버지2 : 밤새도록 술먹게 됐시유.



할아버지 : 좋아요, 좋아요.



할아버지2 : 자, 들어가세요.



큰딸남편 : 아버님.



할아버지 : 여보, 여보.



할머니 : 이 양반이 주책도 없지. 어딜 들어온다고 그러우. 여보게, 김서방.



큰딸남편 : 예.



할머니 : 거 좀 미역 좀 담그게.



큰딸남편 : 아, 예. 예. 저 미역은 이거 다 넣을까요?



할머니 : 미역 좀 조금만 물에 담궈. 내 곧 나가겠네.



큰딸남편 : 예, 아 뜨뜨거.



할아버지 : 사돈어른, 동방예의가 좋기는 하지만은 이런때 불편하단 말이예요.



할아버지2 : 아 저기, 금줄 꽈야 되겠어요.



할아버지 : 가만가만, 갑시다.



큰딸 : 어머니, 저도 아들을 낳았어요. 저도 인제야 며느리 노릇을 하게 됐나봐요.



할머니 : 오냐. 얘야, 내 평생의 소원을 풀고보니 이 애미도 눈물이 다 나오는구나.



할아버지2 : 마누라, 이 사람아. 자네가 진규 낳았을 때 내가 금줄 꽜지. 이제 나혼자 손주보고 또 금줄 꽈. 사람 죽긴. 오래 살고 볼진데.



할아버지 : 저 사돈어른 내 큼직한걸로 골라왔시다.



할아버지2 : 네, 아 요걸 요 고추를 껴야 사내자식인줄 알아요.



할아버지 : 암, 그렇구 말구요.



할아버지2 : 저, 요 고추하나. 좋은풍습이예요.



할아버지 : 그래요.



할아버지2 : 자 손주 좀 봐요.



할아버지 : 이제 산모방에 들어가도 여보 괜찮을까. 응? 괜찮을까.



할아버지2 : 아, 사돈마님.



할머니 : 예, 들어가보시죠.



할아버지2 : 아, 사돈마님 수고하세요.



할머니 : 들어가세요.



큰딸 :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아버지2 : 어, 일어나지 마라, 일어나지마. 뭐 좀 먹어야지.



할아버지 : 어디, 내가 한번 좀 안아보자. 이놈아, 어디한번.



할머니 : 눕지 않고 일어났네.



할아버지 : 사돈어른 이놈 좀 보쇼. 얼마나 잘생겼는가. 자.



할아버지2 : 사돈, 이거 우리 집안에 인물났시유.



할아버지 : 아이, 이거 누구 핏줄인데.



할아버지2 : 내가 줬시유. 아, 그리고 아가, 난 이제 손주도 보았고 또 사돈내외분도 오셨으니깐. 내 충청도 유람을 시켜드릴텨. 니맘 어뗘?



큰딸 : 아버님 꼭 그렇게 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구요.



할아버지2 : 그려, 그럼 내 모시고 꼭 다녀올께. 자자, 받아라, 받아.



할아버지 : 잘 받아라, 옳지, 옳지.



할아버지2 : 사돈.



할아버지 : 예.



할아버지2 : 사돈, 사돈 사는 도읍치고 볼곳이 없어요.



큰딸남편 : 저, 아버님, 이왕이면 부여로 먼저 가세요.



할아버지2 : 부여, 부여, 부여? 백마강. 어!







할아버지2 : 자 사돈. 사자고 보시고 백화점도 가세요.



할아버지 : 예. 여보.



할머니 : 나 좀 붙잡아주오.



할아버지 : 자, 올라와요. 자, 이 사람.



할아버지2 : 아이고, 사돈마님, 힘내세유.



할머니 : 하하, 괜찮습니다.



할아버지 : 자, 올라와요.



할아버지2 : 가만가만.



할아버지 : 예예.



할머니 : 아, 숨 차.



할아버지2 : 사돈, 자, 보시유. 장관이유.



할아버지 : 야, 참 좋다. 참 좋아.



할아버지 : 이거이 백마강이유.





할아버지2 : 사돈



할아버지 : 네



할아버지2 : 역사책에 보면 삼천궁녀가 이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거예요. 삼천궁녀라면 대단한겁니다.



할아버지 : 그러게 말이예요.



할아버지2 : 백제의 문화 참 화려하죠. 기가막혀요. 요 계백장군. 백제의 명장입니다요.



할아버지 : 참 잘만들었소.



할아버지2 : 고란사에 고란초 보셨죠? 그 꽃이 치기도 잘한단 말씀이예요. 그게 부여의 명물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의 자랑입니다. 그게.



할아버지 : 그래서 고란사라고 그랬군요.



할아버지2 : 단풍이 훤하게 든 속리산으로 들어서겠어유.



할아버지, 할머니 : 예.





할아버지2 : 흐흐, 기가 맥히쥬.



할아버지 : 네에.



할아버지2 : 참 사돈이 좋을 때 오셨어유.



할아버지, 할머니 : 네.



할아버지2 : 저기 들어가면 기가 맥힙니다. 절경이예요. 사돈, 정말 어때요?



할아버지 : 참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요.



할아버지2 : 예.



할아버지 ; 아름다운 곳이야.



할아버지2 : 충청북도에 와가지구 속리산의 법주사를 못본다면 사람을 그려놨는데 눈알 빼놓은거라구유. 아, 정말이유. 아, 이거 물좀 보시유, 기가맥히유.



할머니 : 누가 아니랩니까. 하하하. 영감, 이것 좀 보우. 얼마나 좋우.



할아버지2 : 참, 사돈, 사돈마님. 저 팔상전이 아주 유명한 겁니다. 참 한국의 국보예요.



할아버지 : 여보, 이게 국보래.



할아버지2 : 어때요 사돈.



할아버지 : 참, 우리나라 문화가 정말 찬란하구료. 찬란해.



할머니 : 여보, 어쩌면 저렇게 잘 지었을까.



할머니 : 이렇게 큰 부처를 무슨 수로 세웠을까.



할아버지 : 그러게 말이요.



할아버지2 : 저 사돈마님, 이게 동양에서 제일 큽니다. 이 부처의 특색이 말이죠. 이게 시멘트로 만든겁니다. 이게.



할머니 : 사돈어른. 저, 우리 사위가 일하고 있는 공장이 여기서 멉니까?



할아버지2 : 아니, 멀지 않아요. 버스로 세시간만 가면 되요. 그러지 않아도 맨 마지막에는 우리 아들놈 공장에 가려고 그랬는데. 시간 없는데 우리 지금 떠납시다요. 사돈마님 가십시다.



할머니 : 네.



할아버지 : 시멘트 만드는 것도 보구 싶군요.



할머니 : 여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