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뜻하지 않게 영남지방과 호남지방에 큰 한해를 입었습니다. 그 범위가 상당히 커서 한 40만 정보에 달하는 농작물에 피해를 봤고, 여기 살고 있는 국민만 하더라도 300만이 넘는 이런 큰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금년은 이앙기에 충분한 강우가 있어서 농사가 잘 될 것으로 기대를 했습니다만, 이것이 자라는 기간 동안에 긴 기간 동안의 가뭄에 의해서 많은 손실을 가져오게 됐습니다. 특히 영농비라든지 혹은 비료대라든지 혹은 노력 이라든지 이런걸 다 제공한 여름에 이렇게 피해를 봤기 때문에 농가의 피해는 더 큽니다. 지금 이 지도에서 보시는 바와 마찬가지로 특히 이 영남지방의 해안선과 호남지방의 해안선, 특히 무안이라든지 해남이라든지 보성이라든지 이러한 지역에 많은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저희 인간이 세상에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항상 자연의 시련이 있습니다. 금년에 저희가 받은 시련은 한해가 오가는 시련입니다. 시련이 적을 경우에는 각자가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번의 시련은 그것이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에 아마 온 겨레의 힘과 정부의 힘을 가지고 해결을 해 나가야만 되겠습니다. 70년만의 대 한해. 백날을 넘는 남부지방의 가뭄은 우리들이 일찍이 보지 못한 참상을 빚어냈습니다. 천지가 말라붙은 이곳 대 저수지는 조각난 바닥을 내보인 채 어린 학생들의 지름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논이란 논은 다 말라붙고 갈라진 땅 위엔 끝내 자라지 못한 벼가 무참히 하늘거리고 있을 뿐 입니다. 40만 정보의 농작물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을 내게 한 이번 한화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큰 시련을 던져준 것입니다. 지금 이 지도에서 가장 한해가 심한 지역과 덜 심한 지역, 그리고 가벼운 지역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라남도의 무안과 해남, 경상남도의 창원과 고성이 가장 심한지역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밖에 전라남도의 정읍, 고창. 경상북도의 달성, 칠곡 등 15개 군이 이번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가뭄이 들기 시작하자 하늘만 쳐다보다 못해 마침내 물동이와 지게를 들고 나섰습니다. 그나마 흔치도 못한 웅덩이들을 퍼서 목마른 땅을 축이기란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습니다. 온 여름동안 힘을 다해 물을 날랐지만, 벼는 그대로 말라만 갔던 것입니다. 하천 밑바닥에 흐르는 물 한 방울마저 놓칠세라 안간힘을 다해 물을 퍼 올린 농부들. 그래도 물은 모자라서 하천 바닥을 파고 지하수를 양수기로 끌어올렸습니다. 우물에나 쓰는 펌프까지도 동원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지대에 물을 대기 위해서 비닐 혹은 방목호스를 대서 삼단 사단으로 물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지하수까지 점점 빨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계속된 가뭄은 마침내 물씨를 말려버렸습니다. 이곳 농부들은 어쩔 수 없이 일손을 멈춰야 했고,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그저 쳐다 만 보고 애태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물마저 말라버려 이제는 먹을 물 걱정까지 겹치게 됐습니다. 밭은 밭대로 가뭄을 타서 모든 밭곡식이 자라지 못한 채 타버렸습니다. 고구마를 매만지는 아낙네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기만 합니다. 주렁주렁 매달려야 할 고추는 줄기만 앙상하고, 콩은 빈깍지만 매달렸습니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논밭을 보다 못해 마지막으로 하늘에 빌어보는 애타는 농민들. 이들은 정성껏 마련한 제전 앞에 무릎 꿇어 비오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비는 계속해 오지 않았습니다. 천지신명에게 올린 애절한 호소도, 그리고 묫자리가 나쁘다고 묘를 파헤친 소동도 아무 소용없이 백날이 넘도록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불을 켜대면 금세 불이 붙을 만큼 바싹 말라버린 벼.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가을이라 할 수 없는 메마르고 어설픈 풍경뿐입니다. 그것뿐이랴, 애써 가꾼 벼를 소에게 뜯어 먹일 줄이야, 누구도 몰랐던 일입니다. 보기에는 이삭이 나왔지만 알맹이 없는 쭉정이 뿐인 것 입니다. 넋을 잃고 선 농부의 눈엔 지난날 마을사람들이 풍년을 노래하던 그 때가 선합니다. 물은 언제나 흘러 넘쳤고, 넓은 들엔 황금빛 벼이삭이 넘실거렸습니다. 그러했던 이 들판에 가뭄이 들고 이제는 소들만이 한가하게 벼를 뜯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먹일 풀마저 타 죽었기 때문에 사료가 달리고 또 겨울철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서 소를 내다 파는 농가가 늘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는 동안 학생들의 등교율이 차차 나빠졌습니다. 원망스럽기만 한 이번 가뭄은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마음까지 앗아갔던 것 입니다. 지금까지의 농작물 피해상황을 보면은 작부면적 100여만 헥타르 중에서 피해면적이 40여만 헥타르. 감수량이 90여만 톤으로써 37.3%의 피해율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구호 대상자는 피해농민 300여만 명 중에서 근 200만 명으로써 피해농민의 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온 국민과 정부는 한해 구호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정일권 국무총리는 현지를 둘러보는 한편, 정부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긴급구호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정부에서 세운 종합대책을 보면 영농지원에 103억 5천 8백여만 원, 학비보조에 3억 4천 4백여만 원, 건설 사업에 13억 천 5백여만 원, 자주근로 사업과 기타 구호에 62억 4천 4백여만 원, 이 중에는 미국 정부에서 보내올 13만 톤의 양곡이 포함되는데, 총 182억 6천여만 원의 예산을 세웠습니다. 정부에서는 종합구호대책의 수립과 아울러 양곡 긴급수송에 나섰습니다. 이 양곡은 피해지구 곳곳에 운반되어 자주근로사업을 통해서 그 노임으로 지급, 이들의 재건의욕을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한발과 홍수 등 우리들이 재해를 당할 적마다 누구보다 먼저 구호의 손길을 뻗는 미국 정부와 국민은 이번에도 또 다시 구호양곡의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한미양국에 우의를 두텁게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아동들에게도 급식을 해서 우울한 마음을 씻겨주었습니다. 아동들의 출석률은 나아지고, 서로 걱정도 했던 친구들끼리 마음 놓고 뛰어 놀게 됐습니다. 식수난까지 겹친 해안지방과 도서지방에 급수작전을 벌였습니다. 특히 물이 귀한 전남 해남일대에는 군 차량이 동원, 목마른 주민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지방에는 여러 선박은 물론, 함정까지 동원해서 급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한해지구에 퍼지기 쉬운 각종 전염병과 질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의료사업과 계몽운동을 전개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농을 하거나 집을 떠나는 부녀자들을 선도하기 위해서 가출방지 지도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계몽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편 도시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동포애를 발휘해서 가두모금, 극장모금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해민 구호에 나섰습니다. 적은 돈, 적은 물건이지만 온 국민의 정성은 한해재민의 재건 의욕을 한층 더 북돋아주는 것 입니다. 극심한 시련을 겪고 있는 이 곳 한해지구 농민들은 결코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나서 다시는 이러한 가뭄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 새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 한해 구호양곡은 근 200만 명의 대상자에게 200만 톤에 달하는 양곡을 지급할 것 입니다. 그 중에서 농가 대여양곡을 제외한 자주근로사업 양곡 13만 톤은 30여만 세대에게 9개월 간 지급할 것 입니다. 정부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임을 지급하고, 더 많은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주근로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건의 의욕이 살아있는 한, 한해는 극복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이 고장을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재건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