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전남 땅,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바닥.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모진 가뭄이 닥쳐왔습니다. 논농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미 심은 모는 불에 탈 정도로 말랐고, 밭곡식도 거의 시들고 말았습니다. 연2년째 혹독한 가뭄의 시련을 겪어야만 하는 안타까운 이 지방 사람들. 이제 영산강 강물마저 말랐고, 곳곳의 저수지도 완전히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전남의 도민들은 용기와 힘을 모으고 가뭄과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장하고 눈물어린 일입니까. 한 방울의 물이라도 흘리지 않겠다고 비닐봉지를 이어 물을 대는 어느 부부는 노력은 얼마든지 하겠는데 땅속 물이 모자란다고 안타까워합니다. 파고 또 파도 구정물만 나올 뿐, 이제 먹을 물마저 말라붙었으니 전남도민의 참상을 보고듣기에는 너무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학업마저 중단한 학생들이 웅덩이를 파보았지만 역시 물은 바닥에 깔릴 뿐 입니다. 이와 같은 가뭄에 대비해서 박정희 대통령은 지방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긴급 한해대책을 제시했으며, 한해민 구제에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도록 호소하고, 한해민들에게는 굳센 자립과 자주의식으로 합심협력해서 한해를 극복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정일권 국무총리도 한해지구 현지를 두루 돌아보고 긴급대책을 세워 최대한 지원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가뭄에 목마른 도민들은 안타까움을 참지 못해 행여나 하고 기우제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실정은 전 국민들의 가슴을 메우게 해서 충청남도에서는 식수수송 작전까지 벌이고 있으며, 군에서도 많은 차량을 동원해서 도민의 갈증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한편 딱한 실정의 한해민을 돕기 위해 언론기관에서는 구호물품을 모집하고 있거니와 한국시나리오협회에서도 가두모금을 벌여 동포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전남의 한해민들은 실망하지 않고 힘과 마음을 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코 우리 동포를 도울 긴박한 순간에 다가서 있습니다. 여러분, 한잔의 찻값이라도 한 푼의 용돈이라도,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술값이라도 이를 아껴서 전남 한해민들을 돕지 않으시렵니까. 온 겨레가 힘을 모으고 구호할 때, 반드시 우리는 한해를 이겨내고야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