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전국에서 수탈한 문화유산들을 경복궁 내에 설치함으로써 경복궁은 원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구 조선총독부 건물은 대표적인 훼손의 예로 일제는 원래의 시설물을 없애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지어 민족정기의 맥을 끊으려 했다. 정부는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변형된 경복궁의 원래모습을 되찾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복궁 복원작업의 일환으로 주춧돌만 남아있던 만춘전이 복원됐다. 경복궁 복원공사에서 목작업을 책임진 대목수 신흥수씨. 수목 중에 수목인 춘향목을 찾아 태백산 자락을 누비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대목수 신흥수씨는 혹시라도 부정을 타면 나라 전체에 액운이 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치성을 드린다. 이렇듯 정성을 들여 나무를 베고 작업장으로 옮겨진 목재들은 용도에 따라 신흥수씨와 목수들의 정성어린 손놀림으로 다듬어진다. 대목수 신흥수씨는 우리 재래의 연장으로 서까래를 다듬고 마름질을 끝내는데 이것은 조선의 연장에서 조선 장인의 정신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석 위에 기둥이 서고 그 끝을 상창방으로 잇는다. 복원 중에는 못을 거의 쓰지 않는데 이렇게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며 집을 짓기 때문에 건축이 견고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상창방 작업이 끝나면 종도류를 올린다. 종도류는 건물 맨 위에 올려지는 것으로 이 작업을 할 때는 전 목수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일을 하게 된다. 추녀는 조선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도리와 도리 사이에는 서까래가 오른다. 서까래 작업에서는 조선건축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연정이라는 못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까래 사이에 틈을 메우는 작업이 개판 작업이다. 훌륭한 집을 짓겠다는 신흥수씨의 욕심은 한이 없다. 그의 눈매에서 우리는 곧 모습을 드러낼 새 건축물을 그려볼 수 있다. 목공소가 끝난 지붕에 기와를 한장 한장 정성을 다해 올린다. 기와작업은 어느 부분 하나라도 통일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여 조선 건축의 미를 되살린다. 단청은 옛부터 건물과 물건들을 엄숙하게 꾸며서 일반 잡기와 구분하기 위한 의장활동이다. 단청은 건물을 아름답게 꾸미는 역할과 동시에 나무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경복궁 복원공사에 단청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만봉 이치호이다. 만봉스님은 6세에 출가하여 화업에 입문하게 되었고 18세에 금어의 칭호를 받았다. 금강사를 비롯한 북한지역의 사찰 단청과 전국의 많은 명당과 사당들이 그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경복궁 복원에 힘쓰는 만봉스님과 단청을 입히는 수제자의 얼굴에서 큰일을 정성껏 해내는 장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궁궐의 복원은 단시일 안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궁궐건축의 중요성에 비추어 정밀한 발굴복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복궁은 본래의 모습들을 찾아갈 것이다. 우리 민족문화의 상층부를 주도해 온 주역들의 영역이 얽혀있는 의미로운 장소로 궁궐은 앞으로도 잘 보존되고 소중하게 남겨져야 할 유산이다. 경복궁 복원은 조선 전궁의 위엄을 되살리고 수치스런 역사의 잔재를 털어내는 숭고한 민족적 과제이다. 왕궁의 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 고건축의 아름다움과 함께 상처받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