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무제한 송전이라. 우리나라에서. 부르셨어요. 어, 이기서 박사 빨리 오라고 해. 부르셨습니까. 어. 이리 앉게. 이 신문을 좀 봐요. 그 무제한 송전기사 말이야. 지금까지는 전기 사정이 나빠서 공장운영이 힘들었지만 이젠 됐어. 우리나라에서 무제한 송전을 실시하게 되다니. 정말 장한 일이야. 꼭 18년 만에 전기를 마음 놓고 쓸 수 있게 됐죠. 하기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착착 진척되는 전원개발의 성과에 큰 기대는 해왔지만, 산업의 원동력인 전력문제가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은 미처 몰랐는걸. 전력해방의 희소식은 공장을 움직이는 우리들만의 기쁨은 아닐 거야. 온 국민이 한결같이 바라던 꿈이었으니까. 앞으로 전기가 모자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공장들이 활발히 움직이게 되면, 우리나라 산업도 크게 발전을 할 테지. 그러니까 돈이 뭐니 해도 지금까지 크게 송전에 제한을 받아오던 작은 그 공장들이 살았어요. 살아. 어. 우리 공장도 이제 마음껏 일할 수 있게 됐단말야. 그러니 종전의 작업 계획을 수정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가정에서도 전기를 이용한 새 생활의 설계를 하고. 우선 내 집부터. 밥이 다 되면 자동으로 스위치가 끊어지게 돼 있지. 아유 그거 정말 편리하겠어요. 이 전기솥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보지 못한 전기기구가 얼마든지 있지. 주스뿐만 아니라 고추나 콩도 빻을 수 있는 믹서, 그리고 전기 청소기, 또 주부들의 힘을 덜어주는 전기세탁기, 그밖에 프라이팬, 토스트 등 편리한 전기기구가 얼마든지 있지. 그러니 우리도 형편 되는대로 이렇게 한 가지씩 장만합시다. 근데 그렇게만 되면 주부들이 얼마나 편리하겠어요. 분명히 전기를 맘대로 써도 좋다고 했는데. 여보, 전기회사에 한번 물어봅시다. 네, 잘 알겠습니다. 무제한 송전을 하게 되자 가정마다 무턱대고 전열기를 사용하게 돼서, 처음 얼마동안은 그런 일을 당하는 가정이 많은 줄 압니다. 새로 전기기구를 쓰실 때에는 먼저 회사에 신청을 해서 배전시설에 대한 점검을 받고 전력의 수요량에 알맞은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시설을 갖춘 다음에는 마음 놓고 전열기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전기기구를 쓸 때 주의할 것은, 안정기의 퓨즈는 소정의 것을 쓸 것. 한 전등선에 여러 개의 소켓을 한꺼번에 달아서 쓰지 말 것. 물기 있는 손으로 전기기구를 취급하지 말 것. 사용 중에 정전된 때는 반드시 스위치를 끊어서 둘 것. 전기기구를 쓰다가 방바닥이나 방석에 직접 놓지 말 것 등 주의 해주셔야합니다. 담당계원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더군. 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그 많은 전기세를 어떻게 당해내려우. 어, 참. 전기상담소에서 요금관련도 알아봤지. 예를 들어서 용량 400w의 전기솥으로 다섯 식구의 밥을 짓는데 40분이 걸리니 하루 3끼씩 한 달이면 60시간이거든. 이 60시간에 전력소비량은 24kwh, 이걸 돈으로 따지면 120원이란 계산이 된단말야. 그러니 얼마나 경제적이고 편하냐말야. 이젠 당신도 밥을 지을 수 있겠군요. 그럼, 있고말고. 멋진 외국영화라도 보고 있는 기분인데요. 우리 그런 기분으로 밤거리 구경이나 하지. 두부공장 박 씨도 24시간 송전을 한다고 아주 열을 올리고 있더군. 도정공장 아주머니는 벌써 돈 땜에 올랐을 기분인데요. 어, 나도 그런 기분이야. 그래서 그런지 거리가 더 환해진 것 같아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이제 전기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거요. 그리고 멀지 않아서 전기 철도도 등장할 테고. 서울 인천 간 이미 정부에서 그 계획을 세우고 있답디다. 그렇게 되는 날 우리네 살림살이는 얼마나 더 편해지고 명랑해지겠어요.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