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벽지, 어느 조그만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게 됐습니다. 평생을 호롱불 아래서만 살아온 마을 노인들은 처음으로 들어오는 전기란 문명의 생명을 두고 저마다 화려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봅니다. 그 가운데서도 얼마 전 서울 딸네 집을 다녀온 박 노인의 상상은 풍부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찬란한 등, 벽에 걸린 예쁜 장식의 적은등, 책상머리에 놓은 아늑한 삿갓등, 그리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거리. 이러한 박 노인의 소박한 꿈이 지금 현실로 옮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 노인 한사람만이 아닌 수많은 농민들의 이 절실한 소망은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치른 인내와 용기와 그리고 땀의 대가로 차차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생활과 빼놓을 수 없는 전력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수력발전의 경우를 들어 살펴보면 댐에 저장된 물이 수압철관으로 쏟아져 수차를 돌리고, 드래프트 튜브를 통해 방수로로 나가게 되며, 수차가 돌면 수차에 있는 발전기에서는 전기가 발생해서 변전소와 송전탑을 거쳐 우리들 수요자에게 보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방 후 우리는 줄곧 전력이 모자라 송전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물론 가정생활에도 많은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1962년, 제 2차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의 거창한 사업에 착수했던 것입니다. 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착공한 춘천, 섬진강 등의 댐 건설과 기존 발전소의 보수, 확장. 그리고 부산을 비롯한 여러 화력 발전소가 계획기간 중에 착착 준공됐습니다. 이로써 64년에는 드디어 해방 후 처음으로 무제한 송전을 실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66년에는 61년도의 36만 7천kw의 두 배가 넘는 76만 9천kw의 전력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지금까지 전기가 모자라 움츠렸던 산업계는 생기가 넘쳤으며 전국 각 처의 대규모의 공장들이 앞을 다퉈 서게 되고 기계는 쉴 사이 없이 돌아가게 됐습니다. 따라서 대규모의 생산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부분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여러 중소기업도 같이 번창해서 우리의 생산업계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더욱이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자 갖가지 전열 기구를 우리 손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를 이용한 편리한 사생활을 설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산업시설의 계속 건설과 국민 생활의 향상, 그리고 농어촌 전기가설사업이 활발히 추진됨에 따라 전력 소비량은 날로 늘어나서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입니다. 즉 시설용량이 1961년에 36만 7천kw에서 66년에는 2배가 넘는 76만 9천kw로 늘어나긴 했으나, 그 수요도 역시 61년에 40만kw에서 66년에는 69만 6천kw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곧 우리 산업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말해주는 것이며, 우리는 바야흐로 공업국으로 발전할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전력소비량이 그 나라 산업의 발전과 국민생활수준의 척도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 때 계속 늘어나는 소비에 대비해서 우리는 꾸준히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으면 또 다시 전력기근에 허덕이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전력주식회사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다시 전원개발을 계속할 계획을 세우고 13개 지점에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72년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계획으로 현재 관계기관에서 그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서부독일의 협력으로 건설되는 20만kw의 울산 화력 2호기는 3월 4일 때마침 우리나라를 찾은 뤼브케 대통령에게 커다란 관심을 모은 가운데 기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세워질 발전소는 먼저 군산 화력 제 1호기, 의암 수력, 청평 수력 제 3호기, 화천 수력 제 4호기, 울산 가스터빈, 부산 화력 제 3호기, 서울 화력 제 1호기, 영동 화력 제 1호기, 영남 화력 제 1호기, 제주 화력, 영남 화력 제 2호기, 팔당 수력, 서울 화력 제 2호기가 71년까지 각각 준공을 보게 됩니다. 이로써 71년에 우리나라 총 발전량은 66년의 3배에 가까운 91억 4천 7백만kwh로 늘어나게 되며, 최대 출력은 2배나 되는 205만 7천kw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산업의 발전은 물론 편리한 가정생활을 위한 전기의 공헌은 정말 큰 것으로 도시에서는 이미 여러모로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형광등 아래서 공부할 수 있게 된 손자들을 쳐다보며 흐뭇해하는 박 노인. 그러나 이제 박 노인도 이에만 만족하고 있을 리 없죠. 전기냉장고, 전기다리미, 전기면도, 그리고 전기히터 등 멋진 전기기구를 상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노인의 이 꿈은 실현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2차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이 약속해주는 것입니다. 전등에 비친 창은 유난히 밝았고 여기 서린 부푼 박 노인의 꿈은 이제 눈앞에 다가선 현실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