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산 육군 제 2훈련소입니다. 황산벌 넓은 들에 아침 여매는 처음으로 군문에 들어선 신병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배움의 터전으로 나갑니다. 이들은 바로 앞으로 20년간에 걸친 병역의무 등에서 현역복무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모든 대한민국의 남자는 만 18세가 되면 병역의 의무가 시작되어 20세 까지 제1 국민병으로서 20세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3년 동안의 현역복무를 하게 되고 그 후 제대와 동시에 제일예비역으로 편입되어 9년간 복무하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제2 국민병으로 편입되어 40세까지 복무를 하면 만18세에서 시작된 모든 단계의 병역의 의무를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현역의 첫걸음을 내딛은 나라의 간성이 앞으로 3년간 어떠한 복무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훈련소에서 우선 6주간에 걸쳐 기본 훈련을 받게 됩니다. 군인은 걸음걸이부터 군인다워져야 합니다. 구령에 발걸음을 맞추는 것도 처음에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뒤로 줄줄이 라는 호령이 내릴 때 마다 바짝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서로 맞부딪히게 되는 것이 일쑵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구령보다 동작이 앞설 만치 익숙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례동작에서 보법연습까지를 가리켜 제식훈련이라고 하는데 이 훈련이 끝나면은 군인의 제 2생명인 총과 사귀는 일입니다. 총을 쥐는 자세, 가늠좌 맞추기, 엎드려쏴 자세 등을 배우게 됩니다. 총에 익숙해지면 실탄을 쏘아 표적을 맞추는 훈련으로 접어듭니다. 정확성이 생명인 이 기록사격 훈련에서 모두가 일등사수의 영예를 얻고자 검은 표적을 가늠좌 구멍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방아쇠를 당깁니다. 걸음걸이도 많이 달라지고 총도 잘 다루게 됐다고 이젠 군인이 다된 것으로 알아서는 잘못입니다. 아직도 군인다운 군인이 되려면 좀 더 배워야 합니다. 우선 전쟁터에서 적을 만났을 때 자기의 몸을 방어하고 상대를 무찌르는 백병정신을 기르는 총검술 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전투 기본훈련을 마치면 분대 소대의 일원으로 적진을 공격하는 밀집훈련을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가장 인상이 깊어진다는 침투사격 훈련입니다. 머리위에는 총알이 빗발치듯 퍼붓는데 구더기처럼 땅에 몸을 찰싹 붙이고 침투하는 이들의 진흙투성이가 된 얼굴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훈련을 통해서 앞으로의 실제 전투에 있어서 강한 인내력, 담대한 임전무퇴의 감투정신이 한층 굳어지는 것입니다. 6주간에 걸친 군인기본훈련이 끝나면 보병 병과를 받은 병사들은 두 사람 이상이 하나의 무기를 다루는 4주간의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서 기관총, 박격포, 로켓포, 무반동포를 다루는 훈련을 마치면 비로소 보병의 한사람으로서 자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격렬한 훈련이 끝난 황산벌 넓은 들에는 오늘은 땀에 젖은 우리 훈련병, 내일은 강철 같은 대한의 육군이 되련다는 우렁찬 풍경의 노랫소리가 노을 짙은 지평선 멀리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들은 보금자리 교육연대로 돌아갑니다. 이제부터 생기로운 내무반 생활이 시작됩니다. 비록 부모님이나 형제,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은 그들의 손길이 닿은 편지가 항상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편지는 서로 돌려 읽으며 이런 가운데 어느덧 다정한 전우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훈련병 제일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이곳에는 오락시설도 풍족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책도 볼 수 있으며 당구, 바둑, 장기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가족과 면회하는 즐거운 날입니다. 오랫동안 떨어졌던 부모, 형제, 애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면회일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훈련소 생활 중 가장 즐거운 날의 하나입니다. 또한 수시로 찾아오는 위문단, 날마다 훈련에 시달린 고단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풀어주는 반가운 손님으로서 언제나 최상의 환영을 받습니다. 고되었던 일,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가지가지의 추억을 쌓는 중에 훈련병은 자라고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무게도 자라나 이곳 훈련소에서 생활을 맞출 무렵에는 책임 있는 임무를 다해 나갈 수 있는 군인다운 군인이 됩니다. 마지막 부대 사열을 받고 수료하면은 훈련병이라는 이름을 벗어나 육군 이등병의 정식계급을 받고 잠시나마 정들었던 훈련소를 뒤에 두고 복무지로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훈련을 마치고 난 병사들은 징병검사 때 소질에 의해서 분리된 병정에 따라서 가게 되는데 그 특과 학교를 살펴보면 포병, 공병, 군의, 병기, 수송, 기갑, 통신 등 7개 특과 교육기관으로 가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술 교육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곳 통신 학교에서는 앞으로 군의 신경역할을 맡아볼 통신병을 양성하기 위해서 간단한 통신기에서부터 정밀한 텔레타이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