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집을 나간지도 벌써 3개월이 넘고 있소. 오늘만은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오. 내가 왜 당신을 그렇게 괴롭혔는지 참을 수 없는 후회와 속죄로 나는 괴로워하고 있소. 돌이켜 생각하니 벌서 1년이 넘는군. 내가 군에서 제대하고 당신 집을 찾아갔을 때 당신 부모님은 나보다 더 기뻐했고 우리의 결혼식을 서둘러 주셨지. 그 후 내 고향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자. 나는 모든 세상이 내 것이 된 양 기고만장해서 나는 예비군 훈련조차 소홀히 하는 불건전한 생활에 젖어들게 된 거요. 그러던 작년 어느 날 이었소. 왜 이렇게 술집까지 찾아다니는 거야. 아 여보게 대낮부터 무슨 술인가. 집에 좀 가봐야겠네. 사람이 지금 내말 안 들리는 거야. 왜 술집까지 와서 이러세요. 이것 보게. 상관 말라니까요. 좀 어, 이봐. 이봐, 어디가는거야. 앉아. 앉아. 사람이, 사람이 아니고 정신을 못 차리고 이 사람아 이 소집영장이 나온 지 사흘씩이나 되었는데 집에를 안 들어오고 술만 마셔. 너 뭐라고 고해바쳤니. 여보. 너 뭐라고 고해바쳤니. 너무 미워. 영장이 나와서 전해드리러 간 것뿐이란 말이에요. 영장이 뭐 맞아죽을 영장이야. 여보, 당신이 정말 정신 차려 봐요. 시끄러워 당신이 당장 나가. 다음날 당신은 나의 학대에 견디지 못해 서울의 언니 집으로 가 버렸소.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잡지도 않았고 생각 끝에 훈련에 나가게 된 거요.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비로소 무분별했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나의 잘못을 후회하게 되었소. 국가를 위해 일하지는 못할망정 나만의 쾌락을 쫓아 국민의 기본 의무조차 소홀히 했던 나의 태도를 깊이 뉘우쳤던 것이오. 훈련을 마치고 집에 오니 집안은 어수선하고 맞아주는 사람은 없고 나는 외로움이 엄숙하여 견딜 수가 없었소. 아니다. 내일부터 일을 해 보자 일하면서 속죄하고 외로움을 이겨보자 부락을 위해 무엇이든 앞장을 서 본다. 무엇을 할까. 무엇부터 시작할까. 기피자 없는 마을을 만들자. 이것이 내가 생각한 첫 사업이었소. 좀 엉뚱했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우리 부락에서는 다시생기 지 말아야겠다는 심정으로 그것을 채택한 거요. 그러자 나는 뜻밖에 효식의 심한 반발을 당했소. 자기는 외독자로 늙은 모가 병중이라 부득이 징병검사를 피하려고 했는데 고의적으로 자기를 모함한다고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었소.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소. 무언가 잘못 시작한 것이 아닌가. 남을 도운다는 것이 도리어 피해를 입지는 않았나. 문이 콱 막히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소. 이튿날 나는 괴로운 마음을 안고 면사무소의 병무심사동원위원으로 계신 삼촌을 찾아 효식이 문제와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상의해 봤소. 삼촌은 아마 주 씨의 경우는 징병검사 연기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세. 사실 병역의무는 국민의 제 1차적 의무로 더욱이 요즘에 최신기계 도입으로 병무행정도 보다 정확하게 해서 국민들의 이익을 최대로 보장하고 있다네. 병역의무는 징병검사부터 21세부터 육군 해병은 2년 해군 공군 3년 복무 후 제2 보충역 제2 국민역과 함께 40세가 되어야 병역이 면제가 되고 징병검사 대상자는 20세가 된 자와 전연도 기피자나 연기된 자이며 지원으로 병장에 편입된 자가 2년 미만 복무 후 제적된 자도 징병검사를 받아야 하네. 징병 입영 연기 및 현역 복무 가간단축의 사유를 본인 아니면 가족 생계유지가 곤란한 자. 두 명이상의 재영으로 가족생계가 곤란할 때 그 이유이며 2대 이상의 독자 형제중의 1인 전사자로 독자가 된 자 부선망의 독자 부모가 모두 60세 이상의 독자 부 및 형제 중 2인 이상의 전사자가 있을 때 그 1명도 해당이 되고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은 징병검사의 연기 혜택을 주며 그 외 여러 가지 징병검사 및 입영 불능사유도 있지 그리고 향토 예비군은 예비역과 보충역이 그 대상이 되며 이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복무연한을 마쳐야하고 방위소집 대상자 중 문맹자와 극빈자는 보류 면제가 되고 고령자와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유자는 의무기간의 단축혜택을 주고 있고 또한 교육소집이 31세 이하의 보충역이 대상이 되며 훈련받으려면 예비군 중대 요원이나 Err_Code(6:53) 경비요원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 그 후 효식은 징병검사 연기가 되고 부락민도 나의 일에 협조하기 시작했소. 나는 뜻 맞는 친구와 징병검사를 동요하며 징병검사 통지서를 건네주며 징병검사장까지 쫓아다니며 부락청년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소.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이 발붙일 여지조차 없게 된 것을 또한 알게 되었소. 국가의 총력 안보태세를 흐려놓는 그런 사람은 그 누구든 용서치 않는 밝은 풍조가 온 나라에 확립되어 있는 거요. 그 후 나는 부락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앞장섰소. 부락민도 눈을 뜨고 부락발전에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소. 그리고 일을 했소. 공동의 광장에서 한껏 땀을 흘렸소. 기피자 없는 마을을 만들자는 나의 노력은 부락 모습까지 바꿔놓는 새마을 사업으로까지 발전하고 병역의무 완수라는 정신이 결국 자조 자립 협동하는 새마을 정신으로 이어 나가게 된 것이었소. 그리고 제 1차 새마을 사업이 완성되던 날 이를 기념하여 부락입구에 동민의 손으로 기피자 없는 마을이라는 팻말까지 세워놓게 되었소. 이제 부락은 민족의 번영과 조국의 평화적 자주통일을 목표로 하는 10월 유신에 우리 부락은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여념 없이 공동의 지혜를 짜내고 있소. 오늘 부락청년 6명이 군에 입대하게 되어 모든 부락민이 그들을 환송해 주었소. 나도 오늘만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그 분위기에 휩쓸렸던 거요. 이환송이 끝나면 또 버스 정류장으로 갈 것이오. 당신이 돌아오기를 또 기다릴 참이오. 엄마, 나 내일이라도 집에 갈까봐. 아니 왜. 빨랫감이 많이 밀린 것 같아서. 알았다. 애당초 집을 나오는 게 아니에요. 여자는 출가외인이라고 남편이 좀 심하게 굴었다고 해서. 잘 왔다고 할 때는 언제고 딴소리야. 당신이 나빴어요. 괜히 애를 충동질을 해 가지고. 광택이도 이제 철이 들긴 들었군. 어이고, 당신이나 철 좀 드시오. 어유, 사람도. 엄마. 오냐 오냐. 내일이래도 에미하고 가자. 하긴 새마을 사업이다 뭐다해서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 나아가는데 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이제 우리 집안도 틀이 잡히는구먼. 아니야, 나라의 틀이 잡히는 징조지. 내가 잘못했소. 돌아와 주구려. 당신이 집을 나갈 때 우리의 제2생명은 3개월이었는데 지금은 6개월이 되었겠지. 그럼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면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