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류는 오랜 옛적부터 강을 따라 살아왔고 강을 따라 발전했으며 또 강을 따라 문명을 이룩해 놓았다. 여기 태백산맥 속에 맑고 정기어린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리는 한강. 이것은 우리겨레와 운명을 같이 하면서 오랜 삶의 터전이 되어왔다. 때론 거센 물결이 되어 산골짝을 돌고 때론 단숨에 언덕을 내려서기도 하고 때론 바윗돌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가는 다시금 모여 장장 천여 리 의 한양 길을 더듬어 간다. 눈부시게 맑은 강물. 어린 마음은 강과 더불어 동경을 갖고 어버이가 던지는 그물 속에 기대를 걸고 삶을 배우면서 커 간다. 아름다운 강. 이 강가에 우리의 조상은 우리의 얼이 담긴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겨놓았으며 우리 겨레는 우리만의 빛나는 전통과 값진 문화의 꽃을 피우면서 역사를 창조해왔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그러나 그것은 때로 성한 파도가 되어 온누리를 삼켜버릴 듯 무서운 노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기에 강은 잘 다스려야 한다. 강은 이용하는 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 날 우리는 이 강을 잘 다스리는 국민이 되고자 한강유역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요즈음에 와서 한강은 옛 농토의 모습을 바꾸어 관개수로가 곁들인 가뭄 없는 농토를 그 주변에 이룩해감으로써 농민들에게 밝은 내일을 약속해주고 있다. 또 한강은 농민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게 하는 등 농촌의 근대화를 적극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강은 그 유역의 지하자원개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증산을 해야 한다. 증산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세운 영월의 화력을 비롯해서 67m의 높은 댐을 갖고 있는 화천과 그리고 춘천, 의암, 청평 등 수력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수십만 킬로와트의 전기를 공급해 어두움을 거두고 밝은 오늘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더욱더 늘어날 전력과 여러 가지로 쓰일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와 다목적댐을 더 많이 건설해야한다. 지금 그 건설의 소리 드높은 소양강과 팔당의 댐 공사장은 밝아오는 우리 역사의 여명을 환히 비춰준다. 지난날의 욕된 역사를 거두고 새로운 민족사를 마련하려는 이 때 우리 겨레의 젖줄인양 흘러내려 온 한강. 그것이 서울가까이에 이르러선 국제적인 관광지로 모습을 바꾸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놀이터를 마련해준다. 이 밖에도 한강은 서울시민의 생명을 유지할 식수를 대준다. 물의 여신이 부어주는 물이 450만 서울 시민의 목을 흥건히 적셔주는 것이다. 서울의 관문인 한강교 그도 한강변에 다른 싸움터가 그러하듯이 우리겨레가 피로써 나라를 지키던 쓰라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오늘 날 우리로 하여금 편안히 살 수 있게 한 호국의 영령들. 그들은 지금 한강 가에 새로운 천지를 이룩하려는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일어섰다. 우리의 수많은 공장은 한강물줄기를 따라서 세워졌으며 높은 굴뚝들은 건설의 도약을 시작했다. 한강물을 들여 마신 수많은 공장은 수출을 위한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소박하고 근면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젊은이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한 지 오래다. 열과 땀을 들여서 만드는 제품. 이것은 곧 용솟음치는 우리의 자립의욕과 노력하면 잘 살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말해준다. 겨레의 진군으로써 이룩한 산업의 발달은 우리의 국민소득을 지난 1년 동안에 13.1%나 올렸고 우리의 수도 서울의 모습을 나날이 새롭게 해서 국제적인 대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이 땅위에 기어코 번영의 터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건설하고 또 건설해왔다. 한강변에 또 하나의 기적. 우리는 한강모래사장을 메꾸어 신흥도시를 세울 굳건한 바탕을 만드는 데 성공을 했다. 우리는 중단할 줄을 모른다. 마치 한강물이 중단함이 없이 영원히 흘러가 듯, 오늘 우리는 변해가는 한강 가에 그 우렁찬 건설의 메아리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강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그러나 하구 저편에는 아직도 붉은 이리떼가 도사리고 있으니 강을 지키는 병사의 눈초리는 쉴 줄을 모른다. 조국의 번영을 이루어주고 또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한강. 강은 옛 강이지만 물은 옛 물이 아니다. 새로이 흐르는 한강물은 뻗어가는 우리의 얘기를 간직한 채 오늘도 끊임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