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의 기틀이 될 헌법 개정안의 가부를 묻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민투표가 12월 17일 전국 7117개 투표소에서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도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조용히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새벽 박정희 의장도 부인 육 여사와 함께 투표소에 나와 줄지어 선 시민들 뒤에 서서 투표를 했는데 기표소에서 나온 박 의장은 이른 새벽부터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날 이주일 부의장도 부인과 함께 투표를 했습니다. 한편 김현철 내각수반은 부인과 함께 태화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으며 김종필 중앙정보부장도 부인과 함께 투표를 했는데 투표를 마친 김 부장은 온 국민의 양식과 현명한 판단이 총동원되어 새 헌법이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투표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아무런 사고 없이 오후 5시에 끝났는데, 총 유권자 1241만 2798명 중 약 86%인 1058만 1998명이 이 역사적인 투표에 참가해서 각자 주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개표는 이날 저녁 전국적으로 일제히 진행되었는데 중앙공동투표관리위원회에서 집계를 완료한 전국 187개 개표회의 개표 결과, 총 투표수의 78.78%의 좋은 찬성률을 올림으로써 혁명정부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은 새 나라의 기본법으로 확정된 것입니다. 이날 개표결과 보고를 받은 박정희 의장은 유례없이 자유로이 기본권이 행사된 12월 17일은 우리 민주역사에 길이 빛나는 민족 영광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새 헌법은 12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름으로 정식 공포되고 내년에 새 국회가 소집되면서부터 그 효력을 발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