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의 긴 세월. 우리 겨레가 고락을 같이하며 한사코 지켜온 우리강산. 방방곡곡에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고, 어디를 가나 그윽한 그 자취가 명명하다. 그 얼을 이어받은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후손이 우리의 뒤를 이어 길이 사랑하며 지켜야 할 조국 강토이다. 우리는 이 강토위에 그 어느 때도 아닌 바로 오늘, 이 시점에 태어났다. 우리 후손들에게 값진 유산을 남겨주려는 거룩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의 조국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약동하고 있으며, 장차 어떻게 달라지려는지 예상조차 하기 힘든 세계적 전환기 속에서 힘찬 전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슬기로운 이 민족의 맑은 정기가 샘솟고, 건설 의욕이 이 강산 방방곡곡에 세찬 물결을 이루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민족중흥의 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을 가로막는 병폐는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그 무엇이 우리 길을 가로막고 있는가. 해방과 더불어 밀려들어온 외래사상과 풍조는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느 것이 우리에게 맞고 안 맞는 것인지 미처 분간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안겨졌다. 우리 것은 외면하고, 외국 것이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통했으며, 그들의 흉내를 내는 것이 마치 문화인의 자격인 양, 큰 자랑으로 여겼다.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되던 외래품이 시장 한복판에서 아직도 활개를 치고 국산품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금쪽과 같은 외화가 그보다 소중한 민족정신을 씻고 밖으로 도망가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을 모방하고, 남의 것만을 찾는 이 속에서 창조와 개척의 정신이, 그리고 우월한 민족의식이 싹틀 리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의 사회면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청소년들의 딱한 범행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들을 법으로 다스려 감호원이나 교도소에 모아놓는 것만으로 끝이 날 일인가. 감호원의 건평이 넓어지고, 교도소의 담벼락이 높아지는 현상이 결코 사회의 번영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건설이 눈부시게 이루어져 국민들의 소득증대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누구나가 느끼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보존을 같이해야 할 생활태도와 정신은 오히려 망각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마치 경쟁이나 하듯 사치와 낭비를 자랑으로 알고, 남에게 뒤질세라 허세를 부려서 겉치레를 하며 낭비를 일삼고 있다. 그리고 남이야 어떻든 혼자만 잘 살아보자는 욕심은 온갖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속에서 올바른 협동정신이 싹틀 수 있겠는가. 협동정신. 여기 맡겨진 일에 충실한 개개인의 집단을 보자.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게으름을 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느 사회이건 마찬가지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개인생활이 협동을 낳고, 그 협동이 국가의 발전을 낳는 것이다. “경식이, 경식이! 훈련받으러 안 가겠나?” “어, 나 오늘 약속 있어서 못가겠는데.” “약속? 그래도 훈련은 받아야지.” “나 오늘 이거 만나기로 했는데.” “어, 그래? 잘해보게.”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북한군의 침략을 막아낸단 말인가. 오늘날까지의 학교교육 실태는 어떠한가. 학교의 수요가 놀라우리만치 늘고, 배움의 의욕도 어느 나라 국민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상급학교 진학과 취직을 위한 시험 준비에만 급급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죽순처럼 돋아난 사설학원의 고층화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이런 교육에서 올바른 민족정신이 싹틀 수 있으며, 사회참여의식과 봉사와 희생정신이 우러나올 수 있겠는가. 여기 자칭 지성인의 자랑을 들어보자. “저희 집 큰앱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바로 취직이 되어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지 뭐에요. 참 잘됐어요.” “근데 왜 돌아오지 않았나요.” “나오면 뭘 합니까? 당장에 국장이나 장관자리를 줄 것도 아닌데. 저만 잘 살면 됐죠 뭐.” 성웅 이순신 장군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며,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혼자만의 삶을 위해 피를 흘렸단 말인가.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는 갖가지의 병폐. 이것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시대적 요망이며, 이러한 요망에서 1968년 12월 5일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했다. “박정희 :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국민교육헌장. 이것은 온 국민의 요망과 총의가 집약된 것인 만큼 어떤 특수한 사람만의 것일 수 없으며, 전 국민의 것이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것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모든 교육의 집회임은 물론이요, 누구를 막론하고 어느 때, 어디서나 이를 준수하며 실천해야 할 헌장인 것이다. 이 헌장의 정신이 우리들의 핏속을 흐를 때, 민족중흥의 역사적 과업은 알찬 열매를 맺을 것이며 조국의 통일과 더불어 민족의 앞날에 영광된 햇살이 비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