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가 출범한지 3년. 그동안 경제부분에서 많은 개혁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금융실명제의 실행, 부동산실명제의 등장, 각종 행정규제들도 줄어들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 인플레의 감소. 분명히 여러 경제의 여건이 문민정부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밑에서 참 어렵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모든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어요.” “산업의 깊이를 더해가는 깊은 산업구조를 가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기득권을 과감히 끊고 재벌개혁을 통해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그런 것을 통해서…….” 세계무역기구의 출범 등으로 인한 무한경쟁시대의 도래.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온실의 화초처럼 커오던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무역장벽이 철폐되면서 모든 기업들은 더 많은 시장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국제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목표도 바로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를 주목했습니다. “김영삼 : 바야흐로 경제전쟁, 기술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변화하는 세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담화가 바로 경제관련 담화라는 사실로 나타났습니다. “김영삼 :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우리 모두 침체의 늪에 빠진 이 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웁시다. 저는 신경제를 건설하는데 5년의 임기를 모두 바칠 것입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당시 침체에 빠져있던 경제사정을 잘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금융실명제 실시 등 많은 개혁들이 집권 후반기로 미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불과 5개월을 넘지 못했습니다. “김영삼 :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경식 : 그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실시를 해야 된다고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또 그렇게 주장을 하면서도 과연 이 정부가 그걸 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심 같은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고, 또 그렇게 안하면 엄청나게 문민정부에 대해서 비난, 또 딴 모든 하는 것을 이렇게 금융실명제도 안하면 뭐가되겠냐 하는 식으로 비난이 될 것 같은 이런 여러 가지 정치적, 또 경제적 이런 소위 상황. 이것이 하나의 실시의 배경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금융계에 대공황이 몰아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과거정권에서 두 차례나 연기됐던 금융실명제. 그 첫 번째 영향은 사채시장의 움직임에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사채시장인 명동일대가 갑자기 숨을 죽였습니다.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려됐던 어떤 금융대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정부의 개혁 가운데 가장 잘한 일로 국민들은 단연 금융실명제를 꼽았습니다. 과거청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금융실명제는 여전히 최고의 개혁정책으로 꼽힌 것입니다. 신분증을 반드시 소지해야한다는 일반국민들의 불편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영주 : 먼저 은행에 나오실 적에요. 주민등록증이라던가 의료보험증, 그 이외에 본인을 증명하실 수 있는 신분증을 필수적으로 갖고 다니신다는 게 좀 달라진 사항이고요. 그리고 그 전에는 창구에서 그런 걸 저희가 요구하면 나를 못믿느냐 하고 언성을 높이시던 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한 걸로 된 상황이 많은 변화죠.” 여러 불편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명제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삼 :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는 이 땅에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검은 유착을 근원적으로 단절할 수가 없습니다. 금융실명거래의 정착이 없이는 이 땅에 진정한 분배의 정의를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윤호 : 제일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이제는 깨끗한 경영, 정도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그것이 기업 분위기,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윤원배 :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해서 부정한 자금의 흐름이 상당히 많이 단절됐다고 보고, 또 그럼에 따라서 규모도 많이 축소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개혁조치는 할려고 노력했다 하는 점에서 상당히 후한 점수는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와중에도 또 다른 개혁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김영삼 : 부동산 절대 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부동산 투기에 말이야. 그래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의 실명제를 하도록 실시를 했습니다. 부동산실명제를요. 그래서 이것은 곧 단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두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혁명적 선언. 95년은 부동산실명제로 전국이 긴장했습니다. 눈물과 땀으로 이룬 소득만을 인정하겠다는 조치였습니다. “조주현 : 부동산실명제는 그동안 투기목적으로 악용되어왔던 명의신탁제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서 장기 미등기를 금지하고, 그 다음에 은닉된 변칙담보를 금지하거나 혹은 기존에 은닉된 변칙담보를 공연한 담보로 전환하는 것을 그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명제 파장은 이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실명화하자는 바람이 정책을 시행하는 공무원 사회에도 불었습니다. 건물에도 시공자 이름을 명시하자고 했습니다. 실명제가 이 시대의 유행어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명제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야 할 개혁 과제입니다. 금융실명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금융종합과세로 그 골격을 갖추게 됩니다. “김동건 : 금융실명제도 그 자체보다는 그것과 연결되어있는 여러 가지 제도. 가장 좋은 예가 조세, 세금제도죠. 그래서 그 금융실명을 통해서 부각되는 금융소득이라던가 기타 여러 가지의 거래 자체를 명확하게 정부가 파악을 하고, 거기에 따른 정당한 세금을 부과할거는 부과하고, 정당하게 정부가 조치할 것은 조치를 함으로서 모든 주변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지.” 금융실명제는 수치상으로는 분명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까지 가명예금의 86%가 실명으로 전환을 마쳤습니다. 국민들도 금융실명제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금융실명제가 깨끗한 사회건설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81.9%나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가 상당수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명제의 비밀보호조항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실명제가 사회적으로 정착된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양 호 : 미국에서는 꼭 만 불 이상의 현금은 꼭 재무성에 보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수록해서 미시간 주에 있는 디트로이트에 중앙집중실컴퓨터시스템에 보관합니다. 그래서 검찰이라던가 세무서, 세관, 마약단속국, 그리고 또 FBI 모든 기관들이 언제든지 그 자료를 볼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함으로서 항상 만 불 이상의 현금거래는 단속된다는 위험성을 사람들 마음에 심어줬기 때문에 절대로 그…….” 금융실명제의 정착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차명계좌에 대한 문제도 현금보다는 개인수표 등 미부가가치 신용거래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신용사회가 되면 자연 해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증현 : 종합과세가 되면 남의 이름을 빌려서 실명한다던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자기 앞으로 이제는 많은 소득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됩니다. 그러면 자긴 실제로 자기 자산이고, 자기 이름을 빌려줬을 뿐인데 자기 앞으로 많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에 자기 이름을 빌려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종합과세가 시행됨으로 인해서 자연히 치유될 것으로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명제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 올해 6월,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그 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부동산 가격은 상당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결과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부동산실명제의 효과라는 의견이 58.5%,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39.2%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명의신탁의 실명전환률은 저조한 편입니다. 현재 추정되고 있는 명의신탁은 10만 건 정도. 실명전환유예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실명으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까지 4천여 건 정도에 불과합니다. “조주현 : 명의신탁 실명전환건수가 낮은 것은 기존의 명의신탁을 실명전환할 경우에 그간에 잘못했던 것들을 전부 벌을 받기 때문에 아마 그것이 두려워서 실명전환률이 낮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김태호 : 부동산실명제가 그 강력한 분산투기 억제수단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6월 30일까지 타인명의로 된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하든지, 팔든지 해야되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그 후유증을 우려해 경제의 투명성을 보장해줄 실명제를 아직 명문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실명제의 실시는 문민정부의 가장 큰 개혁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몇몇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민정부의 개혁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앞으로 더욱 증대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