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3월 20일 북한 측은 남북쌍방 간의 합의에 따라 판문점에서 개최키로 돼있는 제 26차 남북적십자실무회의에 일방적으로 불참함으로서 그나마 한 가닥 명맥을 유지해오던 남북접촉의 유일한 창구마저 막아버리고 말았다. 남북대화를 위해 한국 측에서 새로 마련한 서울 상층동 회의소. 통일의 숙원과 평화를 향한 의지가 새겨진 이곳 상층 회의소에 남북대화의 광장이 펼쳐지지 못하고 임자 없는 빈자리들만이 남북대화 재개의 날을 고대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1년 1월 12일 국정에 관한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남북한은 형식적 합의보다 단 한 가지라도 행동으로 입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면서 통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남북한 최고책임자 상호방문을 제의했다. “전두환 : 남북한이 통일에 이르는 길은 미사여구의 일방적 제안을 남발하거나 또는 지켜지지 않을 서면약속을 내놓는데 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민족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오늘 지난날의 일들을 굳이 시비함이 없이 남북한 간의 민족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고 동족간의 전쟁재발을 방지하며, 중단된 남북대화를 무조건 재개하여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 가는데 역사적 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남북한 당국의 최고책임자가 번갈아 상호 방문할 것을 엄숙히 제의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아무런 부담과 조건 없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초청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그가 서울에 체제하는 동안 일체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서울과 다른 도시 및 농촌의 실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가 원하면 그 어느 장소라도 방문하는데 모든 협조를 제공할 것입니다. 본인은 또한 같은 조건으로 본인이 북한을 방문하도록 그가 초청하는 경우에는 언제라도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쌍방 당국의 최고책임자가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 동족 간에 전쟁재발을 방지하고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평화통일을 이룩할 목적으로 역사적인 방문을 교환한 후에 서로 간에 이견을 좁히기 위하여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남북 간의 이러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1981년 6월 5일 제 1차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열렸다. 전국지역 대표를 비롯한 이북 5도 대표, 해외동포 대표 등 각계각층 대표 9,30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모여 우리 민족의 통일요망을 추상적이고도 범국민적의지로 만천하에 알렸다. 이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남북한대표 최고책임자 상호방문을 구현시키기 위해 남북 한 당국 최고책임자 회담을 제의했다. “전두환 : 본인은 이 자리에서 북한 김일성 수석에게 아무런 부담과 조건 없이 서로를 방문하도록 초청한 지난 1월 12일자 제의의 수락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두는 바입니다. 북쪽에서 먼저 서울에 와도 좋고, 본인이 먼저 평양에 가도 좋으며 그 선후의 선택은 북한 당국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본인의 생각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제의의 취지를 발전적으로 발산하기 위하여 본인은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새로운 제의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만약 북한 측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본인의 초청을 받아들일 수 없고, 또 본인을 북한으로 초청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그 대신 남북한 당국의 최고책임자가 다른 어떤 장소에서든지 직접 만나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자는 것입니다. 판문점이나 제 3국을 포함하여 만나는 장소의 선택은 북한 당국에 일임한다. 만일 이 같은 최고책임자 회담이 실현된다면 그 자리에서 본인이 제의한 상호방문문제와 그동안 남북한 당국이 제의했던 통일방안을 포함하여 쌍방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거론하길 본인은 희망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만나는 시기도 북한 당국에 일임합니다. 그러나 시기는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당국과의 대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와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협의해주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권위 있는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1천만 동포여러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통일의 주체는 민족 전체, 즉 우리들인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은 특정 정당, 특정 체제, 특정 사상만의 전유물일수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최고책임자 회담은 민족 전체의 통일의지를 연결하는 계기이자 통로가 될 것입니다. 온 겨레가 장렬한 통일의지를 정립하고 이 의지가 회담장을 통해 진정으로 반영될 때, 비로소 우리는 소망스러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육천만 동포 여러분들이 통일추진의 주역이며, 통일조국의 주인이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주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통일을 달성할 것인가, 그리고 통일조국의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는 전적으로 민족중흥 전체의 본류인 것입니다.” 80년대 새 역사의 장을 여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북한 측이 하루속히 무력적화통일의 망령에서 벗어나 진정한 통일염원을 가지고 대화의 광장에 다시 나설 것을 촉구하며, 80년대에는 기필코 민족통일이 성취될 것을 소망하면서 우리는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성실과 인내를 갖고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