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남북적십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대표단 일행 84명이 8월 26일 아침 북녘 땅에 갔습니다. 8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첫날 회의에서 우리 측은 광복 40돌이 되는 올해를 기해서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과 친지들이 직접 고향을 찾고 혈육을 만나는 사업을 착수할 것을 호소하면서 북한 측에 대해서 모든 사업을 일괄적으로 토의,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세 개의 합의서 안을 제의하고 이를 채택할 것을 주장하면서 남북한 적십자 간의 업무협조를 꾀하며 남북을 왕래하는 이산가족의 편의를 위해서 서울과 평양에 쌍방 적십자의 대표부를 설치할 것도 아울러 제의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북한 측은 자유왕래 문제를 위주로 하는 부분적인 제한만을 들고 나옴으로써 이산가족 사업의 실현을 좀 더 단계적으로 지연시켜보려는 저의를 드러냈습니다. 1차 본회담을 마친 후 모란봉 경기장에 우리 대표단을 초청한 북한 측은 사전에 공연내용을 알려준 바도 없이 10만이 넘는 군중과 학생들을 동원해서 총을 들고 전쟁놀이 매스게임을 하게 하는 등 정치성 있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대표단이 퇴장했습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북한 측은 28일에 열린 둘째 날 회의에서 우리 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무례한 언동을 두 시간 가까이나 계속했습니다. 회의는 결국 오는 11월 26일 서울에서 제10차 본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을 뿐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 대표단 일행은 8월 29일 오후에 판문점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