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최전방 휴전선. 우리들이 잠들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매서운 추위와 싸워가며 나라를 지키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노고가 있기에 우리에게 포근한 밤이 있고 보다 밝은 내일이 있습니다.

태욱아, 네 편지 잘 받았다. 니가 있는 곳이 영하 삼십 도(30℃)의 추위라니 얼마나 고생스럽겠느냐? 이 에미는 잘 있어요. 너와 너의 동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나라를 지켜주는 덕택으로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있다. 에미가 꽃가게를 하나 냈어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뭔가 생각하던 끝에 너희 매부와 의논해서 낸 것이란다.

이렇게 꽃집을 내고 보니 생활에도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내 건강도 아주 퍽 좋아졌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구나. 그리고 또 서해 백령도 주변에서도 그들이 자주 침범한다는 신문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섬짓했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후방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분별없는 자유를 외치며 한동안 떠들어댔단다. 그 중에는 6·25의 비극을 겪은 사람까지도 그런 사람이 있었어. 비극은 예고가 없는 게다. 6·25의 비극도 예고가 없었다.

6·25 참으로 몸서리 쳐지는 기억들이다. 젖먹이 니 동생을 등에 업고 니 누이와 너를 양손에 잡아 끌며 마포 강 얼음판을 건너던 1·4후퇴.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너의 아버지가 공산당에 끌려가 학살을 당하고 그 시체를 찾아 헤매던 일. 어린 학생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수 없이 죽어가고 공산당의 총부리에 못 이겨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일. 식구들을 굶기지 않을려고 하루 왼종일 뛰어다니던 피난생활은 참으로 가슴에 맺힌 기억들이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어야지. 나라 안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지난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1,2호가 선포됐다.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남들은 놀라도 나는 과히 놀라지 않았어요. 긴급조치 1,2호는 나라 안의 혼란을 일으키려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지하고 공산당의 계략을 말려들 수 있는 행위를 엄단하자는 데에 그 참뜻이 있는 게야. 그러던 지난 1월 14일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긴급조치 제3호가 발표됐다. 긴급조치 제3호가 발표되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킨 사람들까지도 이 조치를 두 손 들어 환영했지.

너도 알다시피 지난날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국민들의 생활을 위해서 속 시원한 결단을 내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느냔 말이다.

남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가슴이 후련한 것은 이 에미나 니가 똑같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치로 한동안 부진했던 너의 외삼촌의 공장도 이젠 잘 돌아가게 됐다. 나라에서 재빨리 중동 산유국하고 외교를 성공시켜 유류난이 해결돼가고 삼백억(30,000,000,000) 원이란 자금이 나라에서 풀려 나와 많은 중소기업공장이 활기를 되찾게 됐다지 뭐냐. 그리고 영세민의 취업을 늘려주기 위해서 백억(10,000,000,000) 원이란 돈도 나라에서 지원해주기로 하고. 또 공장이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임금만은 제 때 주어 일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게 했단다. 그리고 너의 매형 네도 일이 잘돼 나간다. 쌀 수매가격이 오백(500) 원씩 늘었다고 너의 매형은 돈을 찾아오면서 좋아하더라. 그리고 그 비닐하우스도 아주 잘 되나나가요.

또 이번 조치로 4월 1일부터 올려주기로 한 공무원 월급을 2월 1일로 앞당겨 올려주기로 했단다. 니 월급도 2월부터 조금 오르겠구나.

너의 동생 경희의 월급도 육칠천(6,000~7,000) 원 오른 셈이 됐다. 오만(50,000) 원 미만의 봉급자에게는 근로소득세하고 주민세를 면제해주고 오만(50,000) 원 이상의 봉급자도 삼십 프로(30%)에서 오십 프로(50%) 감면될 뿐만 아니라 복지연금제도가 1년 연기돼서 실질적으로 월급이 오 른셈이 됐지.

또 유류절약을 위해 그 세율을 높여 주말여행이다, 휴가다, 해서 함부로 차를 굴리지 않도록 했단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조치가 사치와 낭비풍조 그리고 퇴폐풍조를 몰아낼 것이라니 속이 시원하구나. 옛 성인의 말씀에 백성은 모자라는 것을 불평하는 게 아니라 고르지 못함을 불편한다고 했느니라. 특히 긴급조치 3호는 사치성 물품과 돈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올려 멕이고 서민들의 세금을 적게 해서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취해졌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단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힘이 있을 때 북의 공산당은 우리를 넘볼 수 없게 되고 그래야만 우리가 안정 속에서 일하며 살 수 있는 거야. 그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이렇게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게 아니냐. 중구난방으로 떠들다가 공산당에게 멕히는 날엔 어디가서 자유를 찾겠느냐.

태욱아 이번 조치는 국민의 쓰라림과 아픔을 어루만져 줄줄 아는 대통령의 영단이었다. 그러게 모두가 두 손 들어 환영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