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이란 이름까지 얻게 된 석유. 석유란 말만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일 정도로 석유는 우리의 경제를 좌우하는 하나의 움직일 수 없는 척도가 됐다. 그 편리한 석유로 인해 경제성장, 현대화, 복지사회로 연결되는 순탄한 길을 달려갔던 세계의 여러 나라. 그러나 그 밀월 같은 파도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정비기간을 거쳐 70년대에 이룩한 고도성장은 현대에 보기 드문 하나의 특례로 길이 세계사에 기록돼, 각국의 후손에 전해지리라 함은 이미 의문의 여지가 없는 뚜렷한 사실로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음을 우리는 조용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너무도 험한 가시밭길을 시간에 ?기며 모든 힘과 지혜와 성의를 모아 극복해낸 우리는 우리의 옛날이 너무도 험했기에 우리의 저력을 승화시키는 그 위대한 역사적 작업에 뛰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남의 물건만 쓰던 우리가 우리가 만든 물건을 남이 쓴다 했을 때 느낀 그 감회는 궤도에 오른 조국을 새삼 고맙게 여기는 감격의 순간이었음을 우리는 바로 엊그제의 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내일의 분발을 위해 어느 정도 맘 놓고 가족과 더불어 레저를 즐긴 때도 있었다. 그것은 오히려 당연한 생활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이 온 세계를 흔들 줄이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1973년의 유류파동. 나라의 살림이 커지고 석유소비비중이 60%이상을 차지하게 된 우리나라는 온 세계로 눈을 돌려 낯설고 생활조건이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중동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석유의 본고장을 찾아간 셈이다. 까다로운 노동조건을 앞세우지 않고, 우리의 근로자들은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남들이 쉬는 밤까지도 일을 해내 사우디를 비롯한 회교국 사람들이 강철 같은 사람들이라며 혀를 차지 않았던가. 우리의 젊은 근로자들은 나라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반면, 산유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우정의 가교를 놓았고, 또한 1차 오일쇼크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1979년 6월, 원유 값이 다시 단숨에 20%가 오르자 전 세계는 또다시 큰 충격을 받게 됐다. 그게 바로 2차 오일쇼크다. 이때 우리는 범국민적인 절약운동을 신속하게 전개했다. 그러면 선진국은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 하늘에서 본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이 나라의 부를 상징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게만 보이던 이곳도 기름 값이 치솟은 오늘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걱정스러운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에너지의 소요량 중에서 석유의존도가 45.7%인 미국은 소비절약, 합성연료 개발, 석유수입 억제 등 다각적인 종합대책을 세우고 추진해왔으며, 특히 올해를 에너지 절약의 해로 정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살림의 크기가 워낙 큰 대국이라 올해의 석유수입량을 79년 수준으로 묶었음에도 일당 820만 배럴, 연간 29억 9300만 배럴이나 된다. 따라서 자체유전개발이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석유 값이 비싸지 않았을 때는 경제성이 없다해서 어느 정도까지만 채유한 다음 버려놓았던 폐유전까지도 또 다시 개발하는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절약과 자체조달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도 총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만일 자국의 석유보존량에만 의존한다면 84년 6월에 고갈된다니 문제는 심각하다 하겠다. 채굴, 수송, 정유, 판매 등 일관된 석유산업을 장악하고 세계의 석유시장을 주름잡던 미국의 석유메이저들도 제한된 원유확보와 절약풍토에 밀려 저유공장 가동을 시간제로 하는가 하면 임시중단한 곳도 있다. 그 영향을 받고, 또한 나라의 소비억제 정책으로 주말에는 빨간 깃발을 걸어놓고 휴업을 한 주유소. 아예 폐업한 주유소 등이 늘어갔다. 석유를 맘대로 쓸 수 없게 되자 중고차를 길가에 버리는 등 문명의 잔해는 늘어만 간다. 널따란 길을 푹신한 대형 승용차로 여유 있게 달리던 미국인들은 이제를 차를 바꿀 때마다 소형차를 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미국에 상륙한 일본의 승용차는 인기가 날로 상승, 79년에 팔린 자동차 3천만대 중 일제 소형승용차가 28%를 점유했다. 중고차 역시 소형차의 인기가 높아 대형차보다도 오히려 값이 비싼 경우도 많았다. 그 체격이 큰 미국인들도 자동차의 크기만은 줄여도 참을만한 모양이다. 거리의 주인공이 대형차에서 소형차로 바뀌어가는 미국. 아직도 대형차가 그 주종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실업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제차의 수입억제를 외교경로를 통해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단합된 힘을 보이는 미국 국민. 나라의 정책에 발맞추어 에너지 소비억제수단으로 지하철, 전철, 버스 등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자 이런 대중교통수단은 붐비게 됐다. 휘발유 값은 물론 주차료까지 뛴 관계로 이를 아껴 가게의 압박을 줄이자는 생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