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정기어린 백두산 상봉에 오천년 그 옛날 갑자년 10월 3일, 열두 나라 삼천 고을 우리 겨레들이 하늘이 보내신 선조 단군을 추대하여 동방에서 가장 크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세워 고요한 평화를 사랑하고 있었다.



(00:32)우리 단군 선조는 신단 앞에 꿇어 하느님 섬김을 인간의 첫째 도리로 하고, 만물의 이치를 깨우쳐 익혀서 천하의 모든 백성이 골고루 잘 살고 함께 누리는 것을 겨레의 소망과 사명으로 삼았다.



(00:54)예나 이제나 대륙의 기압골이 이 땅에 먹구름을 치듯이, 동해의 물결이 높고 거칠 듯이, 한족과 호족들의 끈질긴 침노와 섬나라 왜적들의 당돌한 해적질은 때마다 이 땅을 말굽으로 짓밟고, 알뜰한 살림을 불사르고 말았지만 우리 겨레들도 그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조상의 뼈가 묻히고 땀이 밴 이 나라 이 강토를 한사코 지켜왔다.



(01:31)헤아릴 수 없는 국란과 민족항쟁 중에서도 저 기미년 3.1운동은 우리 겨레들의 참된 얼과 모습을 세계만방에 뿌려 휘날리고, 우리나라 천추 역사에 길이 빛날 빗속을 흐르는 명절이 되었다.



(01:53)그날 오 그날, 무기력하게 양손에 배던 이 겨레의 분노를 보았습니다. 그날 오 그날, 벙어리처럼 침묵만 하던 이 겨레의 포음보다 우렁찬 함성을 들었으리다. 오 그날, 용광로보다도 뜨거운 우리 겨레의 불타는 가슴을 보았으리다. 그날 우리 겨레의 절반도 넘은 비원을 들었으리다. 공원과 학교와 거리를 휩쓸면서 마을과 장터와 고갯길을 치달으면서 불타는 공회당과 예배당 속에서 흔들던 깃발과 만세 만만세 소리, 왜적의 번득이는 총칼 앞에 선두에선 학생과 청년이 쓰러지면 후열의 스승과 부모가 다가셨고, 전열의 형과 오빠가 쓰러지면 누이와 동생이 가슴을 내댔다.



(02:59)경기도 화성군 제암리 마을. 독립을 외치며 불덩이 속에 사라진 스물아홉의 젊은 넋이 여기 잠들고 있다. 그날 불타버린 터전 위에 다시 세워진 조촐한 예배당, 그날의 참상을 애써 잊으려는 기도가 경건하다.



(03:39)50년 전 그날의 불붙은 동녘의 횃불이 감격의 8.15광복을 가져왔고, 그날에 세웠던 민주 공화국 정부를 오늘의 대한민국이 계승해오고, 그날에 외치고 부르짖은 조국 수호의 정신이 6.25북한 괴뢰의 침략과 중공 오랑캐들의 침략을 막아 냈다.



(04:16)그날의 용솟음친 젊음의 피가 4월의 꽃들을 일깨웠으며, 그날의 눈 감으며 하던 마지막 소원이 마침내 5.16의 맥박을 불러 일으켜 민족중흥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어 이제 겹겹의 원수들이 물러가고 오랜 인습과 타성이 허물 벗은 우리 겨레, 선조들이 피땀 흘린 방방곡곡에는 그 보람인양 공장 굴뚝이 우뚝 솟아 풍요한 사회로의 발판을 굳혀놓았다.



(05:28)50년 전 그 날, 가슴속에서만 들끓던 용광로는 산더미 같은 생산의 에너지로 변했으며, 태극기를 쥐고 줄달음쳤던 좁은 길은 지금은 산업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로 바뀌어 가고 그때 부르짖던 함성은 요란하게 내딛는 건설의 엔진 소리로 변했다. 어디 그뿐이랴, 치솟는 도시에 발맞춰 농촌과 어촌과 벽촌이 일시에 번영과 풍년의 내일로 줄달음친다.



(06:21)아 지금 우리는 50년 전 그날의 억눌렸던 슬픔은 가고, 그날에 불붙인 겨레의 불빛이 6대양 5대주에 뻗쳐 나아간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영도자의 영도 아래 아시아 태평양의 길잡이가 되고,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세계열강 속에 한국을 심어 왔다. 남의 도움만을 받았던 어제의 힘은 이제 남을 도와 정의의 싸움터에 나아갔다. 침략과 굴욕만을 되풀이되었던 이 나라, 그러나 이제는 막강한 우리 국군과 향토 예비군으로 자주 국방의 힘을 갖게 되었다.



(07:24)피어린 민족 항쟁의 횃불을 밝힌 지 50년, 오랜 인습과 타성의 허물 벗은 우리 앞엔 오직 번영된 내일을 향한 전진뿐이다. 크나큰 희망과 벅찬 전진 속에서 피의 명절 50주년을 맞아 타오르는 횃불에 기름을 붓자. 이 나라 무궁토록 3.1의 횃불, 겨레의 가슴마다 독립의 횃불, 저마다 혀고 가는 자유의 횃불, 오랜 재산 비추어진 저 평화의 횃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