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울림통 위에 버텨진 6줄을 대나무 술대로 퉁겨서 웅건하고 호방한 음색을 빚어내는 한국의 전통악기 거문고.



(01:03)60여 종이 넘는 한국의 전통악기 소리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가락과 흥이 스며있는 거문고는 그 음역이 세 옥타브에 이른다.



(01:33)나즉히 고르면 속삭임처럼 들리고 힘차게 내려치면 우렁찬 대장부의 소리와 같다 하여 흔히 군자적 풍채에 비유하기도 한다.



(01:46)그래서 거문고는 우뚝히 백악지수, 즉 많은 전통악기 중에서 으뜸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02:00)4세기 중엽의 한국 고분 벽화에서도 거문고의 원형을 볼 수 있다.



(02:12)한국의 오랜 전통음악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음은 긴 세월 동안 예와 악을 사랑하며 고유한 풍습과 의식에 알맞은 음악과 가무를 함께 창조하며 즐겨온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02:35)옛 역사책인 “삼국사기”의 ‘악지’ 부분이나 15세기에 펴낸 음악전서 “악학궤범”에는 현금 즉, 거문고는 고구려 재상 왕산악이 만들어 100여 곡을 연주했고 신라의 옥보고도 30여 곡을 탔다는 기록이 있다.



(02:56)한국 전통음악 이론의 본보기인 이 책에는 거문고의 자세한 얼개는 물론 악보와 연주할 때에 술대와 손가락 쓰는 법까지 설명되어있다.



(03:24)거문고는 옹이가 없고 결이 고른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잘 건조시켜 만든다.



(03:39)거문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은 울림통의 윗부분인 오동나무와 아랫부분인 밤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붙이는 기술이다. 이들의 정교한 기술은 손끝으로 모여진 음악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에서 생겨난다.



(04:14)윗면과 아랫면 양쪽에 아교칠을 하고 서로 맞붙여 끈으로 고정시킨 후 머리 부분과 줄받침, 운족 등을 만들어 붙이고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 색깔을 내면 울림통이 완성되는데 그 길이는 160센티미터(cm) 내외이다.



(04:36)육감으로 음을 느끼며 명기는 대가를 낳는다는 은사의 좌우명을 되뇌이는 숙련된 악기장.



(04:48)완성된 울림통의 위판에는 크고 작은 16개의 궤를 일정한 간격으로 붙인다.



(04:59)거문고의 6줄은 질 좋은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데 2, 3, 4현은 궤 위에 1, 5, 6현은 안쪽 위에 올려 버티게 한 후 매임줄을 고정시키고 조율을 하면 거문고가 완성된다.



(05:19)좋은 재료에다 치밀한 제작 수법 그리고 악기장의 혼이 함께 심어져야만 참다운 명기가 탄생되는 것이다.



(05:52)예부터 궁중의 조회나 연회와 같은 행사 때에 연주되던 아악.



(07:01)아악을 연주할 때에 거문고 소리는 그 자체가 두드러져 있음을 물론 거문고의 장중한 음율이 다른 악기 전부를 지배하면서 뛰어난 조화를 이루어간다.



(07:58)이러한 아악은 조정의 행사 종류에 따라 연회 때는 연례악, 제례 때는 제례악, 군대의 행사 시에는 군례악 등으로 나뉜다.



(08:22)거문고 산조. 궁중의 아악에 대해 민간인들에 의해 독주곡으로 연주되는 산조곡은 연주자의 즉흥성이나 동시성 또는 장소감을 최대한 살리며 연주하는 곡이다.



(08:43)이러한 산조 곡은 한국의 남도 판소리 가락과 장단에 흡사한 것으로 듣는 이에게 힘차고 골격이 뚜렷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08:56)그래서 거문고를 선비의 악기라 일컬으면서 사랑방의 남정네들이 즐겨 연주했다.



(09:08)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으로 변화하는 산조 가락과 장단. 흥은 절로 나고 그 흥에 남녀가 함께 어울린다.



(09:26)한국의 전통악기 중에서 거문고만큼 그 음을 깨우치기가 어려운 악기도 드물다.



(09:36)옳은 거문고 소리를 얻기 위한 수련은 적어도 10년의 세월을 요한다.



(09:48)매서운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끈질긴 의지력의 소리를 배워야 하고,



(09:57)봄비가 내린 다음 따사로운 햇살 속에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만발하듯 환희와 인간적인 훈훈함의 덕 있는 소리를 창조해야 한다.



(10:30)때로는 천하를 넓게 내려다볼 줄 아는 남성적 기력의 늠름한 소리를 익혀야 하고,



(10:48)많은 역경을 가볍게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소리를 개발해야 한다.



(11:10)또한 쓸쓸하고 황량함 속에서 고뇌와 애잔함을 가슴 속 깊이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



(11:30)이렇듯 참다운 거문고의 소리를 얻기 위해 인간 수업의 길도 함께 닦아야 한다. 훌륭한 거문고 소리에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비상하려는 연주자의 뜻과 혼, 그리고 인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11:52)이처럼 맑고 흐리고 기쁘고 노엽고 거세고 부드럽게 변화하는 갖가지 음색들이 한 데 엉겨 혼연히 조화를 이루는 악기, 이것이 거문고다.



(12:22)무속음악에서 유래된 시나위.



(12:32)시나위는 각기 다른 악기를 가진 몇 사람이 일정한 약속이나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협연을 하는 형식인데, 이 연주에도 거문고는 큰 몫을 차지한다.



(13:35)시나위는 서로 다른 악기끼리 불협화음을 이루는 듯하면서도 조화가 잘 이뤄지는데 묘미가 있다.



(13:51)영창의 달빛 밝은 밤, 흥으로 흠뻑 취한 남정네, 여섯 줄 거문고 선율에다 마음을 실어 보낸다.



(14:06)타오르는 불꽃처럼 시나위 가락에 부푸는 흥은 남녀가 어울려 정을 나누는 한량 춤으로 이어진다.



(14:47)어느 때, 어느 곳이건 님으로 향한 마음은 언제나 함께 있어 주길 바라옵건대,



(15:15)어이 하여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님의 발자국만 따르게 하는가요. 어여 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추어요.



(16:21)거문고가 포함된 시나위 장단은 어느새 진양조에서 중모리, 중중모리로 바뀌어 가면서 이들의 춤도 함께 무르익어 간다.



(17:05)빈자리 없이 한 가슴 가득한 풍취가 두 사람을 맺어준다.



(17:35)장단은 자진모리로 이어진다.



(17:45)서로가 밝은 표정으로 흥겨운 내일을 내다본다.



(18:26)껍질 두꺼웠던 마음이랑 멀리 띄워 버리고.



(18:32)알찬 한 마리 새로 님을 다시 맞아들이리. 흥겨운 화음의 음율 속으로.



(19:09)거고의 음률과 아울러 한국의 전통적인 가락과 흥은 항상 한국 민족의 정서적인 생활과 함께하고 그 속에서 영원히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