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길이 엄맙니다. 용길이를 뱄을 때 일입니다만 어느 날 장에 갈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마을 앞 다리까지 왔을 때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더니 다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몸을 가눌려고 애써보았지만 더 걷지 못하고 정신없이 난간에 기대어 섰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누가 어깨를 흔들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건너 마을 철수엄마의 얼굴이 둘, 셋으로 흐려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철수 엄마는 나의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하면서 자기도 마침 보건소에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철수 엄마는 나를 응급치료실로 안내하고 의사선생님께 다리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의사선생님은 우선 진찰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은 자세히 나의 증세를 진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찰을 마친 다음 임신 중에 흔히 있는 현기증이니 물을 마시고 조금 쉬면은 나을 것이라고 하면서 보건간호원에게 나의 간호를 부탁하고 철수 엄마에게로 갔습니다. 철수 엄마는 철수의 정기 진찰 때문에 왔다고 말했으며 의사 선생님은 애기를 돌봐주는 것이었습니다. 보건간호원이 주는 물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갑자기 집안일이 걱정이 되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주춤주춤 걸어 나갔습니다. 이러한 나를 본 보건간호원과 의사 선생님은 놀라며 나를 붙들고 임신 중에 무리를 하면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주 보건소에 나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거절하고 가겠다고 우겨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임신 중에 잘못하면은 얼마나 무서운 병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임신부의 69%가 나쁜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임신 중 조심하지 않으면 애기를 지우기도 하고 달을 채우지 못하고 낳기도 하며 애기를 난 다음에도 잘 기르지 않으면은 폐병, 영양 부족, 백일해, 디프테리아 등 무서운 병을 일으켜서 귀여운 애기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으며, 보건소에서는 이런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건강한 어머니라도 정기적으로 진찰을 해서 임부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며 보건간호원을 집에 보내서 분만을 도우는 것은 물론 분만에 필요한 것을 준비시키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가 웬만큼 자라면은 보건소에 오게 해서 정기적인 진찰을 하는 동시에 어머니들에게는 모자보건에 대한 의학지식을 배워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는 보건소에 다녀볼 생각이 들어 등록을 하기로 했습니다. 등록대로 가는 길에 보건간호원은 복도에 진열된 여러 가지 음식물을 가리키며 산모나 유아에게 적당한 음식물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등록대에 가니 철수엄마가 철수의 등록을 마치고 유아과로 가려는 참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입니다만 내가 등록을 하는 동안 철수엄마는 철수의 신체검사를 받고 있었다하며 철수가 보건소에 다니기 시작한 후 나날이 건강해지고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수속절차를 밟아 등록을 마치고 곧 임산과로 안내되어 보건간호원의 예비 진찰을 받게 되었는데 나는 간호원의 질문에 따라서 나의 임신경력과 병력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으며 보건간호원은 그것을 일일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보건간호원은 이런 진찰이 귀찮을지 모르나 이렇게 해야만 보건소에서 증세를 잘 알아서 나를 돌보아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건간호원은 나의 체중을 측정하고 다시 혈압측정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것이 끝나자 보건간호원은 나에게 소변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다음 나는 다시 의사선생님께로 가서 재 진찰을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예비 진찰결과를 살핀 다음에 나의 입과 눈 그리고 목 등을 진찰하고 임신 중에는 철분이 많이 필요하니 미역, 김, 간, 계란, 멸치, 생선 등을 많이 먹도록 권했습니다. 다음 침대에서 복부 촉진과 청진을 받았는데 태아의 위치와 심음 즉 태아의 숨소리가 정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는 좀 두렵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진찰을 받는 것이 부끄럽고 또 집안일도 바빴으므로 그만 돌아가겠다고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의사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보건간호원이 검사를 마친 나의 소변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단백질이 섞여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증세를 임신 중에 미리 치료하지 않으면 발한이나 임신중독에 걸리기 쉽다고 하며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몹시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진찰을 받기로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곧 나의 다리를 진찰했는데 부종 증세가 있다고 해서 나는 더욱 놀랐습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이런 증세는 다리를 쳐들고 쉬거나 영양 있는 음식을 먹으면 치료될 것이니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진찰이 끝난 뒤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X광선 사진을 찍으라고 했으며 이에 앞서 보건간호원은 임신 중에 지켜야 할 일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첫째로는 적당한 휴식을 취할 것, 둘째 영양 있는 음식을 먹을 것, 셋째 과로하지 말 것, 넷째 보건소에 자주 나와 진찰을 받을 것 등이었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보건간호원은 나의 주소를 물어 지도 위에 표식을 하면서 한번 나를 찾아보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석 달 후 그러니까 나의 분만예정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보건간호원은 우리 집을 찾아주었습니다. 보건간호원은 분만에 필요한 물건들이 잘 준비되어 있는가를 일일이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분만에 지장이 없는가를 간단히 진찰한 다음 보건소로 가자고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나의 배를 청진하고 모든 것이 정상적이니 분만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 후 나는 예정대로 분만하게 되었는데 병원에 입원할 형편이 못되었고 또 우리 마을에는 조산원도 없었으므로 보건간호원이 집에까지 와서 분만을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보건간호원의 극진한 도움으로 순산하게 되었으며 더구나 옥동자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보건간호원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애기와 나의 건강상태를 살폈습니다. 보건간호원은 애기 목에 땀띠가 돋았다고 하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보건소에 나와 진찰을 받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매달 1번씩 보건소에 찾아가서 애기의 무게와 키, 머리, 가슴둘레 등 종합적인 신체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는 애기에게 우유먹이는 법이라든가 그 밖에 애기 기르는 데 필요한 의학지식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귀여운 애기가 나날이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 보건소에서는 종두,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주사와 소독약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날 마침 모자보건에 관한 정기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실에는 여러 어머니들 틈에 철수엄마도 보였습니다. 오늘은 애기 목욕시키는 법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이 보건소에 자주 나와서 지도를 받는 어머니와 애기는 모두 건강하고 명랑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7할이 무료로 누구에게나 진찰과 치료를 제공하는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보건소에 나오게 된 것을 큰 다행이라고 다시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