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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부터 1990년대까지 50년에 걸쳐 생산된 영상자료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 모습을 관람하실 수 있는 기획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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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ional Archives of Korea.

전시를 열며

대한민국은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경제성장은 시기마다 오는 도전을 극복하며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가며 일구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은 자라나는 세대를 포함한 우리 국민이 함께 공유해야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기억을 담아 기획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였다. 문화영화는 과거 극장에서 일반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 대한뉴스와 함께 의무 상영되거나, 지방에서 순회상영을 통해 대중과 만났던 것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제작되어 1940년대 제도화되어 해방 이후 1998년까지 정부의 주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이다. 태생적으로 국정홍보수단이었지만 문화영화는 각 시기마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소개하고 있어 그 역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
문화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전쟁 후 폐허에서 시작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도전과 극복의 역사를 돌아보고, 기록물로서 문화영화의 역사적 가치와 그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국립모자원 직제
광고영화 상영질서 확립
  • ㆍ생산연도: 1971
  • ㆍ관리번호: BA0086698

애국가를 상영한 후 광고영화를 무질서하게 상영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의 빈축을 사거나 공연질서를 문란’ 시키고 있으므로, 영화를 상영하는 순서는 문화영화, 애국가, 뉴스 및 본 영화의 순서로 상영할 것을 권고하는 문화공보부의 문서이다.

1. 새로운 출발
1.새로운 출발 : 전후 "재건"에 관한 문화영화

전쟁 후 대한민국의 풍경은 참담했다. 5백만이 넘는 남한의 인구가 집을 잃고 방황했으며, 피난, 이산, 전쟁 유족과 고아, 산업시설 파괴, 사회 불안 등 전쟁의 참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의 참상은 하루 빨리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것은 ‘재건Reconstruction’이라는 키워드로 관통 되었다. 폐허 속에서도 절망을 딛고 재건을 위한 국민들의 노력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 휴전 직후 문화영화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다. 1954년부터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재건해 가는 과정을 수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1950년대 후반까지 미국과 UN의 재건활동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국민 협동과 자립의 노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1-1. 전쟁전사자 유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1.새로운 출발
새로운 출발
  • ㆍ생산연도: 
    1957
  • ㆍ감독: 
    김영권 감독
  • ㆍ재생시간: 
    10분 47초
< 자막 >

(00:01)서울 시내를 멀리 떠나 평화스러운 농촌인 양주군 구리면에는 국립서울자매원이 있습니다.
보건사회부 산하에 있는 이 자매원에서는 많은 불우(不遇)한 여성들을 수용(收容)하고 그들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호하며 지도(指導)하고 있습니다.
이 미용부에서는 원생들이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머리를 가꿀 수 있나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00:36)26세의 젊은 전쟁미망인인 나 박순애(朴順愛)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1년이 지났으며 나의 기술도 그간 많은 진보를 이루어서 선생님의 칭찬까지도 들을 만큼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떠나야 할 날짜가 가까워옴에 따라 아직도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의 심정은 퍽 불안했으며 그럴수록 지난날의 그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01:07)나는 열아홉 살 때 결혼했으나 신혼기분도 채 사라지기 전에 6.25동란이 일어나 남편은 조국의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용약(勇躍) 군문(軍門)에 입대하여 멸공전선에 나섰습니다. 그 후 나는 셋방살이 단칸방에서 남편이 보내주는 군대봉급과 시집의 원조로 근근이 생활을 해가면서 남편이 개선(凱旋)해 오는 날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우편집배원이 전해주는 한 장의 편지는 나를 비탄(悲歎)과 절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가신님. 불러본들 돌아올 리 없었으며 나는 남편의 생전모습 앞에 엎드려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02:14)동리(洞里)사람들의 동정으로 간단하게나마 장사(葬事)도 지내고 슬픔도 어느 정도 가라앉자 첫째로 걱정되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일이었습니다. 국민학교를 나왔을 뿐 아무런 기술도 없는 나는 남의 집 식모를 살러 가기로 하고 즐거웠던 추억(追憶)이 잠겨있는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식모살이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나의 심중(心中)에는 늘 어떤 기술을 배워서 자립생활을 해보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03:11)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부인(婦人)이 찾아와서 나도 잘 아는 영순엄마가 현재 국립서울모자원이라는 곳에 가 있으며 거기서는 나와 같은 전쟁미망인을 수용(收容)하고 직업기술까지도 가르쳐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내 맘을 퍽 끄는 이야기였습니다.

(03:35)며칠 후 나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국립서울모자원을 찾아갔습니다.
과연 영순엄마는 그 곳에 있었습니다. 경찰관인 남편이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에서 전사해서 미망인이 된 그는 여섯살된 영순이를 데리고 이곳에 온 지 벌써 반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나를 원장선생님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친절(親切)한 원장선생은 내 이야기를 퍽 동정해서 들어주셨으나 이 모자원은 어린애를 가진 미망인만 수용(收容)한다고 하면서 그 대신 독신 여성만을 수용하고 있는 국립서울자매원이라는 곳이 있으니 찾아가보라고 소개장을 써주셨습니다.

(04:32)그래서 나는 자매원을 찾아갔습니다. 이곳 원장선생님은 소개장을 보신 다음에 이곳에는 나와 같이 불우한 여성이 많이 있으니 서로 위로하며 좋은 기술을 배워 훌륭한 자립생활의 기반을 닦아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04:51)이날부터 이곳 원생이 된 나는 우선 저녁식사를 하게 되어 60여명이 모인 단란한 식사 자리에서 여러 원생들과 인사를 교환했습니다.
그들 얼굴에는 단체생활을 통해서 자기들의 불행을 잊고 새로운 인생출발을 해보려는 의지와 명랑(明朗)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부터 나는 난호실(蘭号室)에서 다른 다섯 명의 원생들과 함께 거처(居處)하게 되었습니다. 취침시간까지는 자유시간이라 책보는 사람에, 수(繡) 놓는 사람에, 모여앉아 이야기하는 사람에, 모두 자유로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취침시간이 되었으나 나는 지나간 날의 고생스럽던 생활을 회상하고 내일부터의 새로운 생활을 생각하느라고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05:58)다음 날 아침, 나는 우선 이곳의 직업 보도(補導) 시설(施設)을 구경했습니다. 이곳에는 직조부를 비롯해서 이발부, 양재(洋裁)부, 자수(刺繡)부, 미용부의 다섯 가지 기술부가 있었으며 각 부마다 선생님을 초빙(招聘)해서 본격적인 기술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습(實習)의 분위기도 모두 가족적이여서 대단히 명랑했습니다.

(06:31)끝으로 나는 미용실에 가 보았습니다. 수많은 원생들이 서로서로의 머리를 실습(實習)재료(材料)로 해서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매만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구경하는 동안에 이 미용실이, 나의 취미(趣味)에 맞는 기술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이 미용실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06:57)그 후 1년 동안 나는 평화스런 생활 속에서 모든 시름을 잊고 명랑하게 살아왔습니다. 그 동안 나의 미용기술도 많은 진보(進步)를 거듭해서 요즘에 와서는 훌륭한 한 사람의 미용사 노릇을 할 수 있을 만치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떠날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아직 취직 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는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어제 저녁에 받은 영순엄마의 편지를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봤습니다.

(07:30)나는 지금 국립서울모자원을 나와서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기독교 봉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덴원(園)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침마다 예배(禮拜)를 봅니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모자원에 있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알선해 준 덕택입니다. 에덴원은 우리와 같은 전쟁미망인을 위한 수산장(授産場) 입니다. 즉, 거처할 집은 있으나 수입이 없어 곤란한 미망인들에게 일거리를 주어서 생활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미망인들은 각기 기술에 따라 한복부, 자수부, 이불부, 염색부, 직조(織造)부, 양재부 등에서 일을 합니다.

(08:17)여기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은 한미(韓美)양국군의 PX를 비롯해서 각 백화점, 상점 등을 통해서 판매되며 그 수입이 우리에게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모자원에서 양재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여기서도 양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에덴원에서의 수입과 정부에서 나오는 연금과 구호(救護)양곡을 가지고 영순이와 같이 자립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08:59)집은 현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대방동에 있으며 이 집도 전쟁미망인의 정착주택으로 정부에서 마련해 준 것입니다. 온돌방(溫突房) 둘과 부엌으로 된 아담한 이 집은 현재 연부(年賦)로 대금(代金)을 부어나가고 있으니 수년 후면은 내 집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자매원을 떠날 아우님도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시도록 기원합니다.

(09:26)내가 편지를 다 읽고 나니 원장선생님이 부르신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그것은 기쁜 소식이였습니다.
이번 수료생들을 위해서 원장선생님이 각처에 취직(就職) 부탁(付託)을 해 놓은 중, 제일 먼저 어느 미용원에서 미용사를 구하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간단히 결정됐습니다. 처음이라 보수는 작지만 미용원에서 숙식을 시켜주기로 됐으며, 그와 같이 해 나가는 중에는 방을 얻어 자립생활을 할 만한 경제적 여유도 생길 것이라고 합니다.

(10:01)다음 날부터 나는 희망을 안고 새 미용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불우한 환경에서도 굴(屈)하지 않고 곤궁(困窮)과 싸워가며 스스로의 살길을 찾아가는 전쟁미망인은 전국 각지에 수많이 있으며 그들은 전국 백사십일개소의 모자원, 자매원 또는 수산장 같은 직업보도시설을 통해서 자립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삶에 대한 의욕과 투지를 견고히 해서 자신과 희망에 찬 새로운 출발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1-1. 전쟁전사자 유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1.새로운 출발

새로운 출발 (1957, 김영권 감독) 이 영화는 전쟁 유족인 26세 ‘나’(박순애)가 국립자매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국립모자원을 통해 직업을 알선 받아 경제적 행위 주체로서 자립해 나가는 이야기를 보이스오버 내레이션과 재연 영상을 가미하여 자전적으로 담은 문화영화이다. 실제로 전쟁 후 한국사회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약 50만여 명의 전쟁 유족이 존재했다. 당시 정부는 국립모자원을 설치하고 전쟁 유족의 직업교육을 실시해 경제적으로 자립시키고자 하였는데, 이 영화가 그러한 사회적인 상황을 반영하여 제작된 것이다. 여성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경제적으로 자립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당시 여성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기록영화에 극적 요소를 더해 그기 획이 돋보인다.

1-1. 전쟁전사자 유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1.새로운 출발
1-2. 재건은 협력에서부터 1.새로운 출발
둑 : 발전은 협력에서
  • ㆍ생산연도: 
    1959
  • ㆍ감독: 
    양종해 감독
  • ㆍ재생시간: 
    22분 03초
< 자막 >

(00:01)이곳은 내가 사는 고장입니다. 우리 고장은 모전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모전리 하면 누구나가 다 먼저 둑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 둑이 있으므로 마을이 있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우리 마을은 지역사회개발의 시범부락입니다. 오늘도 햇빛 짙은 산림 속에서는 산새들이 지저귀고 들에는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면 박 이장은 언제나 부지런하시고 김 노인은 벌을 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02:08)우리 마을이 이렇게 평화로운 마을이 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6년 전 내가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 마을은 집들은 허물어지고 농토는 황폐되어 마을 사람들은 구차한 살림살이에 마지못해서 살아가는 형편이었습니다. 나는 이러한 마을을 어떻게 하면 옛날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로 복구할 수 있는가를 여러 날 동안 생각하다가 우선 박 이장을 만나서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03:12)이장 : 옳은 말이야 동식이, 우리 마을을 재건하려면 무엇보다도 둑을 쌓아야 하네. 3년 동안이나 나락을 거두어 본 일이 없었단 말이야. 그러니 마을이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밖에.
동식 : 그럼 왜 둑을 쌓지 않습니까?
이장 : 어, 이 사람아 누군들 몰라서 못 쌓나? 그, 마을사람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3년은 걸려야 될 일일세
동식 :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이장 : 글쎄 어떻게 하던지 둑을 쌓아야겠는데 문제는 마을사람들의 협력이야. 자네가 군에 가 있을 동안 나도 여러 번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둑을 쌓아보려고 했었다네. 아 그래 하는 수 없이 때로는 투전판을 엎어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한테 애원도 해 보았지만 마침내 동네사람들에게 미친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네.
동식 : 그럼 박 이장님도 이전에 둑 쌓기를 포기하셨단 말인가요?
이장 :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큰일은 자네 같은 젊은 사람이 나서야 되겠단 말일세, 동식이.

(04:34)나는 다음날 아침부터 박 이장과 함께 마을 사람들을 찾아서 둑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집 조 서방은 되지도 않는 일이라고 말하고, 장 서방은 의논조차 하려고 들지를 않았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군에서 제대한 인구를 찾아 얘기를 해보았습니다마는 그는 오히려 나를 비웃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꾸준히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수일 후 10여 사람의 동지를 얻어 우선 일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본 어떤 사람들은 이런 허허벌판에 불과 10여명으로 둑을 쌓는다느니 미친 짓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약 2주일이 지나자 둑은 좀 쌓여졌습니다마는 일이 제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하늘은 지금 당장에라도 소낙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인구 : 여기, 그 어리석은 짓 작작하고 이리 와 술이나 한잔하세. 야 씨 완전히 돌았군. 하하하

(06:47)그날 저녁 갑자기 쏟아지는 모진 비바람은 순식간에 앞 냇가를 넘어서 우리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장 : 동식이, 동식이 빨리 나오게 빨리나와 앞 냇가 제방이 터졌어.
이장 : “물이야. 물! 물!”
박 이장은 “물이야”를 외치면서 온 마을을 뛰어다녔습니다.
이장 : 제방이 터졌다.

(07:38)우리들이 냇가에서 가장 가까운 조 서방 집에 이르렀을 때는 벌써 문 중턱까지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심한 비바람은 우리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농토는 물론이거니와 허물어져 가는 집마저 쓰러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들은 부락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몸서리 나는 홍수를 겪고 난 마을 사람들은 만사에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런 의욕도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묵묵히 앉아만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09:35)박 이장과 나는 다시 마을 사람들을 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모임에는 대부분이 둑을 쌓아야 우리들이 살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부락회의를 열었습니다.

(09:58)이장 : 여기가 산이고 물이 이렇게 빠져나갑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여기까지만 둑을 쌓으면 우리는 우선 홍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주민 : 야 이 사람아 얼마나 큰 둑을 쌓아서 홍수를 막겠는가.
주민 : 아니 그럼 둑을 쌓는 몇해 동안 우린 굶어죽으란 말인가.
이장 : 사실 옳은 말입니다. 나도 일이 손쉽게 되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 마을사람이 전부 협동을 해서 일한다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 : 여보. 그런 일은 군이나 도에다가 협조를 요청하면 될 일이 아니겠소.
이장 : 물론 군이나 도에서 도와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지도 않고 정부에서 해주기만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주민 : 아, 이 사람아 몇 해 동안 둑을 쌓아서 홍수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안될 일이지. 되긴 뭐가 돼?
이장 : 안되다니요. 3년만 고생하면 우리들 자손대대로 잘 살 수 있을 것을. 그래 3년이 길단 말이요?
주민 : 그러나 저렇게 황폐된 냇가에 둑을 쌓는다는 것은...
주민 : 암, 안 되고말고 불가능한 일이야! 안돼!
이장 : 불가능?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이란 말이요? 우리들이 여기 모인 온 마을 사람들이...

(11:26)이 날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았습니다만 마침내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박 이장의 말씀대로 둑을 한 번 쌓아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우리들은 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터무니없이 황폐된 냇가에 둑을 쌓자니 누구나 다 처음에는 막연했으나 제각기 힘 자라는 데까지 모두들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12:55)약 한 달이 지나 일은 많이 진척됐으나 하루는 뜻하지 않았던 일이 생겼습니다. 둑을 쌓는 데 대해서 처음부터 반대해오던 장 서방과 인구는 둑 공사를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서방은 되지도 않는 일을 가지고 뭣 때문에 고생들을 하느냐, 오늘부터라도 그만두라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 마을 사람들이라 장 서방의 말에 곧 호응하기 시작하여 우리가 현장에 돌아왔을 때는 자못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유는 이 이상 먹지 않고는 일을 계속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장 : 앉으시오. 앉으시오. 여러분 여러분의 심정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에 대해서 나도 여러 번 생각한 바 있습니다. 이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14:26)박 이장은 자기의 소 한우를 팔아 둑을 쌓는 한 여름 동안에 마을 사람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장 서방 : 이보게, 인구. 아 사실은, 어제 일은 우리가 아마 잘못한 것 같애. 오늘 아침에 들으니 이장이 동리를 위해서 자기 소까지 팔았다네.
인구 : 그래요?
장 서방 : 자 인구! 우리 이러지 말고 박 이장 말대로 우리도 협력을 하세

(15:17)우리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박 이장이 자기의 사재를 팔아서 식량을 마련했다는데 대해 감격한 마을 사람들은 둑 공사에 전보다 더욱 열을 냈습니다.
이것을 본 장 서방과 인구도 둑을 쌓는 데 협조를 했습니다.
그날부터 우리들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면은 모두들 한 곳에 모여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고된 작업 중에 한 때를 즐겼습니다.
우리들의 노력으로 둑은 점점 완성되어 갔습니다. 물론 그 동안 여러 가지 애로가 많았습니다만은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17:15)어느덧 계절은 바뀌어 여름이 가고 가을도 지나갔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은 꾸준히 둑을 쌓았습니다.
둑을 쌓기 시작한 지 삼 년째 되는 가을 드디어 우리들은 우선 홍수를 막을 수 있는 둑을 완성했습니다.
우리들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큰 잔치를 열었습니다.

(18:14)군수 : 또한 이 고장에 박 이장의 지도정신을 받들어 도저히 불가능했던 제방이 저와 같이 완성된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협력의 결과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군수 영감께서는 정부에서 할 일을 우리들 스스로가 먼저 했다는 데 대해서 심심한 사의를 표하면서 지역 사회 개발에 있어서 보다 나은 기술적인 면을 통하여 우리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오게 된 부락 지도원 두 분을 소개하셨습니다.

(18:52)우리들은 이 날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마을 사람 전부가 춤을 추고 마을 사람 전부가 노래를 부르며 우리들 손으로 쌓은 둑 위로 걷고 또 걸었습니다.
둑은 우리들에게 오래간만에 풍작을 가져왔습니다. 무르익은 벼를 추수하는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삶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황폐되었던 농토는 해마다 복구되고 빈곤했던 마을은 날로 발전해 갔습니다.
마을에 배치된 지역사회 개발 부락 지도원은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식생활도 개선되고 유치원도 생겼습니다.

1-2. 재건은 협력에서부터 1.새로운 출발

둑 : 발전은 협력에서 (1959, 양종해 감독) 이 영화는 강원도 명주군 모전리(현 강릉시 강동면)의 한 마을에서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둑을 쌓아 재건에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는 문화영화이다. 두 명의 배우와 실제 지역주민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주인공 ‘나’(김동식)가 태풍에 의해 황폐해진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협력하여 둑을 완성해 ‘모범농촌’이 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대한원조 정책이 ‘구호에서 부흥으로’ 전환된 이후 1958년부터 1962년까지 실시된 지역사회 개발사업(Community Development Program)은 전국에 몇몇의 시범마을을 지정하여 진행되었는데, 이 영화 안에 시범마을에서 진행된 구체적인 재건사업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작품은 1960년 제7회 아세아문화제에서 비극 영화 부문 최우수 기획상을 수상해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한 최초의 문화영화로 기록되었다.

1-2. 재건은 협력에서부터 1.새로운 출발
2. 저축을 합시다 : 60년대 “저축 장려”에 관한 문화영화
2. 저축을 합시다 : 60년대 “저축 장려”에 관한 문화영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이 한창 추진되던 시기인 1965년 정부는 매달 25일을 ‘저축의 날’로 제정하고, 6월 초순을 국민저축 강조 주간으로 설정하여 각종 저축사상을 고취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저축 장려 운동을 본격화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당시의 문화영화들은 대중과 친숙한 유명 배우를 전면 배치하거나 일반인 주부들의 실제 저축 수기를 재연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일반 관객이 영화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삶에서 저축과 절약을 적용해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이와 같은 저축에 관한 문화영화는 198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2-1. 저축에 대한 담화 2. 저축을 합시다
저축을 합시다
  • ㆍ생산연도: 
    1965
  • ㆍ감독: 
    김학수 감독
  • ㆍ재생시간: 
    9분 12초
< 자막 >

(00:30) 진규 : 팬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 가운데 이번 벙어리 삼룡이에서 아세아 영화제 주연 남우상을 받았습니다. 팬 여러분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서 팬 여러분의 성원에 절대 보답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저 그런데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저를 아껴주시는 팬 여러분께 꼭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좀 절약해 쓰고 아껴서 그 돈을 저축을 해서 좀 알뜰한 살림을 꾸려야겠다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석강 : 하하하 원 선생님도 그 도대체 저축을 해라 또 저금을 해라 하지만 도대체 저축할 돈이 어디에 있습니까? 박봉생활에 말이에요. 먹고 살기도 급한 판에 말입니다.
진규 : 아 물론 풍족할 수는 없겠지요. 한데 술은 돈 없이 마실 수 있을까요? 당구는 무슨 돈으로 칩니까? 다방에서는 차를 공짜로 주지는 않겠지요. 이 모두가 절약할 수 있고 저축할 수 있는 돈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낭비하는 돈이면 충분히 저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쓸 돈이면 저축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석강 : 그야 조금씩은 아마 저축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월급쟁이의 경우지 하루살이 품팔이야 그날 벌어 그날 먹기도 바쁜데 저축을 하라면 조금 우습지 않을까요?

(02:42) 진규 : 그럴까요? 여기 구두 닦는 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루 품팔이 치곤 제일 못 버는 어린애들입니다. 그중엔 버는 대로 주전부리를 하거나 써버리는 아이들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꼬박 꼬박 저금을 하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하도 기특해서 물어보았죠. 어 도대체 얼마나 저금을 했니?
소년 : 저요 매일 십 원씩이요.
진규 : 얼마나 저금이 되었지?
소년 : 계산해 볼까요. 매일 10원씩이니까 한 달이면 300원이죠. 1년이면 3,650원이죠. 3년째 되니까 만 900원하고 이자가 좀 붙었을 거예요.
진규 : 저 돈 만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아 그야 아 구두닦이 소년보다 돈벌이를 못하신다면 저도 할 말은 없어요. 네, 저 허나 저축을 한다는 건 돈벌이가 좋고 나쁜 게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저축을 하겠다는 성의에 있습니다. 저금을 한다는 건 현금을 가지고 헤프게 써보려는 낭비를 막고 잊어버릴 염려도 없지요. 한푼 두푼 모아두면 나중에 목돈으로 찾아다 쓸 수 있지 않겠어요. 이것을 은행에다 저금했을 경우 은행의 잔고는 산업자금으로 전환해서 기간산업건설에 투자되고 이것은 자립경제의 터전을 이루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04:21) 강문 : 선생님은 상당히 이론적이에요. 저금을 해서 좋다는 걸 몰라서 못하는 줄 아세요. 문제는 인플레때문이에요. 화폐 가치는 날로 떨어지는데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돈을 무엇에 쓰겠어요. 저금을 안 하는 중요한 핵심은 인플레가 아닐까요.
진규 : 인플레이션을 다루려면 경제적인 전문 지식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2차 전쟁 후 독일이나 일본은 깨진 벽돌 짝도 골라 쓸 수 없는 문자 그대로의 폐허였답니다. 채소나 빵 값은 아침저녁으로 뛰어오르는 극심한 인플레였죠. 그러나 국민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검소한 생활로 절약하고 한푼 두푼 저축해서 자기 살림을 장만하기 위한 자금을 만들었죠. 그리고 온 국민들이 저금한 은행의 돈은 산업자금으로 전환돼서 국가 재건의 기간산업건설에 투자 됐던 것이고 이로써 독일의 경제는 안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축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인플레를 방지하는 제일 손쉬운 길이고 또 그것은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인플레 방지책이 되는 겁니다.
강문 : 그야 온 국민이 합심해서 저축했을 때의 이야기지 우리 몇 사람이 저축한다고 이루어지겠어요?

(06:03) 진규 : 아 그건 그렇습죠. 헌데 생각 나름이에요. 나만이 저축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모두가 저축을 하는데 나 혼자서만 빠져서야 되겠느냐하는 이런 생각을 좀 하세요.
사실상 전 국민들은 국민저축조합을 통해서 각 직장이나 학교 또는 거주 지역에서 조금씩이나마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만 고급공무원이나 정부 관리기업체 직원들은 봉급의 반액을 은행이나 우체국에 예금한 통장을 주어 필요할 땐 찾아다 쓰도록 함으로써 은행의 예금 잔고를 늘려 산업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축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매달 25일을 저축의 날로 정해서 적어도 이날만은 단돈 1원이라도 저금하는 습관을 기르고 기풍을 만들어서 생산자금을 조성하고자 하는 겁니다. 한 사람이 하루 1원을 3,000만 국민이 저금하면 3,000만 원인데 한 달 30일을 계속하면 9억 원이고 1년이면 108억 원인데 해방 후 20년간을 했다면 2,160억 원으로서 이 돈이면 기간산업부문에 큰 공장을 지어 지금쯤은 안정된 자립경제를 이루었을 겁니다. 이렇게 됐으면 국민 소득도 올라 저금할 수 있는 돈의 여유도 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의 염려도 할 것 없이 오늘날 서독과 같은 부유한 국민, 부유한 나라가 되었을 겁니다. 하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아직도 할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시겠죠. 하하하하 그러나 듣기 전에 여러분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술집이나 다방, 당구장이나 미장원의 단골손님보다는 은행과 저금통장의 단골손님이 되어 보십시오. 그래서 손해인지 이득인지는 은행과 친한 다음에 두고두고 계산해 보십시오. 실례했습니다. 팬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2-1. 저축에 대한 담화 2. 저축을 합시다

저축을 합시다 (1965, 김학수 감독) 이 영화는 1960년대 최고의 인기스타 김진규가 출연하여 저축에 대해 담화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김진규가 저축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 다른 배우들이 김진규의 말에 물음을 제기하며, 저축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고, 다시 반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구두닦이 소년의 꾸준한 저축과 독일 국민의 근검절약과 저축을 예로 들며 국민 저축이 산업에 투자되고 곧 국가의 부로 연결됨을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2-1. 저축에 대한 담화 2. 저축을 합시다
2-2. 알뜰한 주부의 저축이야기 2. 저축을 합시다
주부일기
  • ㆍ생산연도: 
    1968
  • ㆍ감독: 
    한탁성 감독
  • ㆍ재생시간: 
    24분
< 자막 >

(00:32) 시상자 : 상장, 최우수상 김혜순. 위자는 여원사가 제정한 알뜰한 주부 최우수 수상자로 뽑혔기, 상장과 함께 상금 20만 원을 수여함.
지난 2, 3일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나는 너무나 벅찬 감격에 마음 둘 바를 모르고 지냈다. 어떠한 곤란을 앞에 두고 오로지 그것을 이겨 나가려고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가 너무나 크게 비춰 송구스러운 마음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일기가 곁들인 가계부를 또박또박 적어가면서 알뜰하게 살아보려고 애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간다. 아빠가 새해 선물로 사다 주신 영원사 가계부에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정부에서는 올해를 전진의 해라고 정했지만 나는 우리 가정을 기반의 해라고 정했다. 더군다나 조건부 직장에 있는 아빠가 일 년 후에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우리는 기반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수입을 늘리고, 둘째 검소한 생활을 해서 저축을 하고, 셋째 살림 밑천이 될 밭을 사야 한다. 절약·검약에 앞서는 것이 수입이다. 아빠의 봉급 만 3,000여 원으로 우리 여섯 식구는 적자 없는 살림을 꾸려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집 살림을 아빠의 월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수입을 늘일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지 나도 해야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건 갓을 여미는 일. 한 장에 6원, 하루에 열 장을 여미면 60원 벌이가 된다. 그런데 하도 수건 갓의 무늬를 오래 들여다봤더니 눈이 아물거린다. 참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 : 여보, 당신. 눈이 피로해 보이는데 오늘 그만하구려.
김혜순 : 괜찮아요. 이제 한 장 남았는데 마저 해야죠.

(03:28)한 달분 일감을 주고 일삯 1,620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벌어보는 돈이다. 부지런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빠를 따라 진주에 오기에까지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내 고향은 지리산 밑 산골 마을, 물레방아 돌고 태고로부터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항상 이가 시리도록 차다. 이러한 대자연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나는 자랐다. 사변 때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이시던 그이와 결혼을 하고 오막살이에서나마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며 단란한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완고한 동네 사람들은 타지방 사람과 연애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는 항상 차가운 눈초리로 대했다. 아빠는 제대하고 그곳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때부터 그이는 남달리 특산물이 많은 지리산지구의 개발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오랜 연구 끝에 석 달 열흘 밤을 새워가면서 만든 지리산지구 종합개발안이 전국 과학전에서 특선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에덴동산을 떠나야 했던 아담과 이브같이 어디로 갔으면 하던 우리에게는 아빠가 진주 농대의 조건부 조교로 영전하게 된 것은 뜻밖의 희소식이었다.

(05:19)이리해서 시작한 진주생활, 진주 변두리 칠암동에 1,000원짜리 사글셋방을 얻고 이사를 했다. 그런데 앞으로 1년 있으면 아빠의 조건부 직장이 끝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연초에 가계부에 비상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를 한다고 해서 가족들의 영양을 등한하게 할 수는 없다. 자연이 적은 찬거리나마 신경이 간다. 한 주일에 두 번, 돼지고기 한 근씩을 사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먹기로 한다. 그런데 찬거리 이전에 주식문제가 일어났다.
남편 : 이건 아무래도 불공평해. 엄마라고 해서 보리밥만 먹으면 되겠니? 오늘부턴 모두 골고루 섞어 먹기로 하자.
아들 : 엄마! 나도 보리밥 주이소. 선생님이 그러는데 쌀밥만 먹으면 영양에 안 좋다 카드라.
딸 : 어무이! 나도 보리밥 주이소.
실은 아빠라 해서 쌀밥, 맏이라 해서 쌀밥, 막내라 해서 또 쌀밥, 도시락이라 해서 쌀밥. 그리고 보면 항상 나는 꽁보리밥이었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아빠의 고집으로 식사의 개혁이 이루어져 다 같이 보리혼식을 하기로 했다. 어머니로서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건강을 위한다니 하는 수 없으나 어딘가 모르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07:12)그리고 식생활을 경제해서 남은 돈은 무조건 저금해 간다. 5월이 되자 겨우내 해오던 수건 갓 여미는 일감이 떨어졌다. 어떻게 하면 땅을 사기 위한 저금을 계속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아빠가 한사코 반대하는 것을 마다하고 농사원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남은 덕형이가 집을 보는 일이다. 덕형이는 하루 2원씩만 주면 좋다고 집을 보는 것이 기특하다. 만일 덕형이가 집을 보지 않는다면 나는 돈벌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전부터 아는 최 주사는 아빠가 농대에 나간다고 사모님이라고 하면서 날더러 화학실에서 쉬운 일을 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도 남들과 똑같이 일을 해야 한다. 내 사정을 모르는 최 주사는 내가 일 나온 것이 퍽 의외로운가 보다.
최 주사 : 사모님, 날이 더운데 일하시기 힘드시죠?
김혜순 : 아휴, 이거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요.

(09:26)그런데 일을 시작한 첫날 뜻하지 않던 난관에 부닥쳤다. 남의 말 좋아하는 아낙네들은 작업장에 뛰어든 나를 보고 터무니없는 쑥덕공론을 폈다.
아낙1 : 어휴, 저거 좀 보래이. 강 선생 사모님 아닌교?
아낙2 : 참 별일이제? 아 없는 사람들이나 벌어먹게 할끼제 월급쟁이 남편 있것다, 왜 저리 궁상을 떠노?
아낙3 : 대식이 엄마가 그러는데요, 저 아주머니가 바람난 게 틀림없다 쌌드라.
아낙4 : 그게 농사원 서기캉 눈이 맞아 그런다 카드라. 별꼴이제?
남들은 나보고 천부당만부당한 억측을 한다. 그들의 말에 호미를 쥔 내 손에 힘이 풀린다. 하지만, 화장 냄새 대신 땀내와 거름내를 내 몸에 배게 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흉 될 것도 없거니와 내게는 물리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이해해 주는 날까지 신년 초의 계획을 도저히 바꿀 수는 없다.

(10:31)농사원 일을 해온 지도 어느덧 한 달, 그간 덕형이가 늘 집을 봐왔다. 덕형이가 집을 보지 않았던들 일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덕형이의 노고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덕형이의 고집이 터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집을 안보겠다고 한다. 1원을 보태서 3원을 줘도 싫다면서 엄마 따라 나서겠다고 한다. 생각 끝에 누룽지를 주고 겨우 달래어 집을 나갔는데 덕형이의 일이 마음 놓이지를 않는다. 언제 나는 저렇게 애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덕형이가 더욱 불쌍한 생각이 든다. 농사원 일이 때로는 무척 힘에 겨웠다. 그러나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더라도 마음은 줄곧 날을 듯 가볍다. 첫째로 집안 살림에 보탤 수 있고, 둘째로는 건강하기에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며, 셋째로는 앞날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농사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 농사원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무슨 농사전문가라도 된 것 같이 농사에 관한 많은 지식을 배워왔다. 한편, 농사원에서는 야채를 싸게 살 수 있다. 돈도 받고 부식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일하러 오는 인부들이 많다. 오후에 경애는 아침에 일러두었던 데로 야채를 사러 왔다.
경애 : 어머이.
김혜순 : 어, 경애 왔구나. 덕형은 집을 잘 보든?
경애 : 울지도 안 하고 잘 보고 있심니더.
김혜순 : 어.

(12:45)농사원 일이 늦게 끝나니 자연히 우리 집 저녁밥은 언제나 4학년짜리 경애가 짓는다. 박 노인은 정말로 많이 준다. 20원어치가 시장의 4~50원어치가 되고도 남는다. 다음에는 박 노인에게 담배라도 한 곽 사드려야지. 남의 도움에 공짜가 없다는 타산보다는 서로 오고 가는 정이 마음을 적신다. 경애는 무거운 듯이 들고 간다.
관리원 : 박미순 씨, 이선임 씨, 김혜순 씨.
오늘은 또 봉급날. 지난 한 달 동안 일해 온 결과 봉급 아닌 노임 2,030원을 받았다. 일당 80원, 참으로 80원을 벌려면 땀 한 말을 흘려야 하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일해 온 것에 비하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돈에는 나의 무한한 노력이 들어가 있기에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몇 갑절 되는 돈보다도 내가 번 돈의 가치가 더욱 소중히 여겨진다. 나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보다도 적은 돈이지만 그 가치를 알았다는 것이 돈으로써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귀중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14:11)여름철이 지날 무렵 농사원 일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밭을 사기 위한 돈을 저금할 길이 까마득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야 묘안이 뜨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뿐이다. 궁리 끝에 찾아낸 것이 보따리장수이다. 보따리장수를 시작하자 나는 무척 많은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다. 때로는 먼 시골까지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보따리장수는 수입이 뜻밖에 많았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나는 10여 년 동안 허덕여오던 빚을 청산하고 저축하는 살림을 꾸며왔다. 그러기 위해서 물론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도 벌었거니와 우리 집 계획을 성취시키기 위해서 나는 1원, 2원일지라도 쓸데없는 지출은 방지하고 살아왔다. 그리하여 우체국에 내 집 드나들듯이 찾아가서는 저금을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물, 언제 보아도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다. 나는 일요일에도 늘 쉬지 않고 장사를 해왔으나 오늘은 그동안 밀린 빨래가 하도 많기에 하루 쉬기로 했다. 매일같이 혼자서 쓸쓸히 집만 보아오던 덕형이는 엄마와 같이 있으니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다. 덕형이에겐 정말로 미안하다. 내년부터는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을는지, 오늘은 내가 늘 하던 이발 영업을 아빠에게 빼앗겼다. 현숙이는 미술에 취미가 많다. 꼭 미술가가 되겠다고 한다.

(16:41)
남편 : 지금 오오, 당신?
김혜순 : 네.
딸 : 어무이! 어무이가 깎을 때보다 아부이가 깎으이께 더 아프예.
인숙엄마 : 아이고, 이 집 보래이? 희안하데이? 무면허에다가 무허가 이발소를 채려 놓고 설랑 내사 경찰에 가서 마, 보고할끼라.
인숙엄마는 떠들썩하니 야단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에도 알뜰한 살림을 위한 수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이발을 하니 한 달에 320원이 절약된다. 바둑 가족 같은 우리 집, 세형이는 아빠에게 아홉 말 대국이다.
남편 : 물려줘어!
세형 : 안 됩니더!
부인 : 아이, 당신은 애하고 하면서 뭘 그렇게 물려달라고 합니까?
남편 : 아, 안 물리면 내가 지는걸? 아. 이, 요거 하나만 더 좀 물리자.
세형 : 안 할랍니더. 질라카면 자꾸 물리라카니 나 아버지캉 다시 안둘랍니더!
남편 : 얘, 얘. 이리와! 응?

(17:55)우리 집에서는 하루에 한 끼는 꼭 콩나물죽 아니면 분식이다. 오늘 저녁은 수제비국으로 정했다. 정부의 혼식장려도 우리 집에는 헛구호일 만치 철저히 분식가족이다. 그런데 조미료를 치다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족들은 얼마나 맛이 있어 하랴. 국수를 수제비로 바꾼 것도 까닭이 있다. 국수를 누르는 수공비가 한 달에 120원, 이 돈이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약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고 또 찾아서 해야 한다. 수제비를 남달리 좋아하는 덕형이는 욕심을 부린다. 학교교육에 못지않은 가정교육, 아빠는 가정교사가 되어 지도하니 얘들의 성적이 나아진다. 경애에게는 문학적 소질이 있는 것일까? 
경애 : 아버지예, 나 오늘 글짓기해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어예.
남편 : 그래? 어디 한 번 읽어봐.
경애 : 우리 집의 꽃. 검둥이 엄마, 백인 아빠. 한자리에 모이면 웃음꽃이 활짝. 동생은 가수, 오빠는 북치기.
분명히 문학소녀다. 소설가가 될 것인가 기대해 본다. 흑자인생, 말이야 쉽지만 10원, 아니 5원 내지는 덕형이의 용돈 2원을 아끼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그러한 결과로 나는 매달 총수입의 40%이상을 저축할 수가 있었다. 식생활을 경제하느라고 잘 먹지는 못했어도 우리 집안은 항상 행복하고 평화스럽다. 잘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란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식구 6명의 저금통장이 마련됐고, 우리 집 나름의 금고도 만들었으며 살림도 점차로 늘어갔다.

(20:24)드디어 우리 집 저금이 5만 원을 돌파했다. 이 돈은 우리에게 마치 큰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빠는 농협에서, 나는 우체국에서 돈을 찾았다. 연초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것이다. 결혼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삭월세 방에서 2만 원짜리 전세방을 얻어서 이사를 했다. 집안 식구 누구나 다 기뻐했지만, 특히 애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 역시 근면하고 또박또박 저축한 것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오래 꿈꿔오던 양계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향에 버린 거나 다름없는 야산을 200평에 3만 4,400원 주고 샀다. 이곳에 뽕밭도 만들고 양계도 곁들이면서 감나무를 심으려 한다. 그러면 우리의 1차 계획은 달성되는 셈이다. 이 밭에 대한 아빠의 기대는 대단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빠의 강한 생활력에 경의를 표한다.

(22:28)이제 나의 생활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1원을 아껴가면서 생활비를 절약하고 또박또박 가계부를 적어가면서 규모 있는 살림을 해 온 대가는 엄청난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모든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아담과 이브처럼 떠났던 내 고향 지리산으로 하루속히 돌아가야겠다. 그곳에서 아빠는 자나 깨나 꿈꿔 오던 지리산 연구를 계속하고 나는 그간 배운 지식을 이용해서 새로운 농사도 짓고 동네 사람들을 도와가며 평화롭게 살아야지. 그리고 숱한 사연이 깃든 우리들의 얘기를 소설에다 담아봤으면... 돌이켜 보면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던 지난 1년, 나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오른다. 꿈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는 것. 행복도 먼 곳에 있지 않고 항상 나의 발밑에 있는 것.

2-2. 알뜰한 주부의 저축이야기 2. 저축을 합시다

주부일기 (1968, 한탁성 감독) 이 영화는 1968년 제1회 알뜰주부상의 최우수상 수상자로 뽑힌 김혜순을 주인공으로 한다. 김혜순은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농사, 행상 등을 쉬지 않고 일해 저축하였다. 그 결과 야산을 구입해 양계업을 시작했다. 이 시대의 모범적인 주부는 쉬지 않고 일해, 저축하며 가계를 일으키는 것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2. 알뜰한 주부의 저축이야기 2. 저축을 합시다
3. 팔도강산 :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고속도로에 관한 문화영화의 확장판
3. 팔도강산: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고속도로에 관한 문화영화의 확장판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을 막 시작한 1967년, 국립영화제작소는 문화영화로서 「팔도강산」을 국도극장에서 개봉하였다. 이 영화는 노부부가 전국 팔도에서 산업역군으로 일하고 있는 딸들과 사위들을 찾아다니며 발전한 대한민국의 변화를 직접 보게 된다는 줄거리로 개봉 당시 325,904명이라는 해당년도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해 화제를 낳았다. 「팔도강산」은 1975년까지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영화 이전의 영화’라는 형식을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문화영화로서 가장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3-1. 딸들과 사위들을 찾아 팔도를 유람하다 3. 팔도강산
팔도강산
  • ㆍ생산연도: 
    1967
  • ㆍ감독: 
    배석인 감독
  • ㆍ재생시간: 
    100분 12초
< 자막 >

(00:22)영감 : 감초에 대추라. 감초에 대추라. 아하~ 이놈의 감초가 모두 곰팡이가 슬었구나. 쯧쯧.
부인 : 여보!
영감 : 어?
부인 : 아니, 여보.
영감 : 왜?
부인 : 아니, 거 손님도 없는데 약은 무슨 약을 지은다고.
영감 : 에... 내 솜씨 잊어버릴까 봐. 연습해 두는 거 아니요. 왜?
부인 : 아, 장사도 안되는 약방 차라리 팔아서 떡이나 사 먹읍시다.
영감 : 원, 사람두. 떡 좋아한다.
부인 : 나, 장에 갔다 오겠수다.
영감 : 허, 이놈의 전화통 불난다. 아, 여보시오? 어, 문희냐? 뭐, 뭐, 뭐, 뭐, 뭐라고? 뭐 선봐달라고?
막내딸 : 정말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운 스포츠맨이에요. 그리고 아주 박력 있는 남자예요.
영감 : 뭐 박력? 소용없다! 인마, 중이 제 머리 깎는 거 봤냐. 어? 아무 소리 말고 이 애비가 정해주는 사람이나 똑똑히 붙잡아 둬! 어 원 참. 딸 여섯을 두다 보니까 마지막에는 괴상망측한 소리 다 듣겠네.
막내딸 : 우리 아버지는 약간 히스테리인데다가 17세기적인 외고집이 있거든. 미스터 리 자신 있어?
미스터 리 : 아무려면 쫓겨나기밖에 더하겠어?
막내딸 : 하하하 그럼 됐어. 자, 박력 있게 나가자!
미스터 리 : 오케이.
영감 : 내 참 이놈의 연애편진가 로보트레턴가 참 잘도 온다. 오늘 어디 들어만 와봐라. 어디 보자.
집배원 : 영감님, 시대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지는 법이랍니다요.
영감 : 뭐 여러 말 할 것도 없이, 이제 로보트레타 가져오지 말게 어!
집배원 : 아, 로보트레타가 아니라 러브레터에요. 으~음.
영감 : 어, 아는 척 마라 인마. 그 말이 그거지 뭐 별거 있냐! 나 그런 말 몰라도 침만 잘 놔.

(02:36)영감 : 야, 야, 야, 야, 야. 인마! 어디다 함부로 손을 대!
막내딸 : 미스터 리, 인사드려 우리 아버지야.
미스터 리 : 아, 안녕하세요.
영감 : 뭐. 인마 인사 필요 없다. 인마 너 도대체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남의 규수한테 손을 대. 너 어디 오늘 맛 좀 봐. 맛 좀 봐.
막내딸 : 아이, 아버지 왜 이러세요. 창피하게.
영감 : 비키라는 말이야. 아 이놈이 사람 치는데.
막내딸 : 아이고 아버지 어서 일어나세요.
영감 : 너 이놈이 스포츠맨이라든가 뭐라더니만 아주 날쌔게 피하는구나.
미스터 리 : 저, 여기.
영감 : 인마 너 저리 가!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영감 : 허허, 이놈 이거 비웃살 좀 봤나. 인마, 내가 어떻게 돼서 니 빙장어른이냐? 어!
막내딸 : 아이, 아버지 왜 이러세요.
미스터 리 : 아버님. 이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영감 : 뭐,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가! 내가 저 신식자전거 박살을 내기 전에 썩 물러가.
미스터 리 : 물러가겠습니다.
막내딸 : 아버지 너무하세요.
영감 : 뭐, 너무해? 이런…. 저, 저거 먼지내는 것 봐라.
막내딸 : 미스터 리!
부인 : 아니 저 사람이 근데. 아니 얘 문희야! 지금 오토바이 타고 간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아니냐?
막내딸 : 몰라요!
부인 : 왜,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막내딸 : 아버지한테 물어보세요.
부인 : 울기는 왜…. 거 영감은 왜 큰소리치고 야단이오. 왜 그러우?
영감 : 그 로보또레턴가 뭔가 네다섯 통 오고 이 가문의 망신이란 말이야.
부인 : 성질도 참. 얘야, 그 길바닥에서 울고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참 울리기는 왜. 참 그 저 네 통이나 온 편지는 어디 있어요?
영감 : 저 방안에 있어요. 거, 불쏘시개 하든지 휴지를 하던지 마음대로 하구려.
부인 : 거 달래서 애 좀 들여보내요.
영감 : 글쎄 들어가라고. 들어가라고. 길바닥에서 질질 짜지 말고 썩 들어 못 가!

(04:55)
부인 : 아니 여보, 이거 딸애들한테서 온 게 아니요?
영감 : 뭐, 딸애들한테서? 아니 정말 이거 딸애들한테서 온 거 아니요. 허허, 내가 잘못 봤구나.
부인 : 이건 광주 애꺼구요, 이건 울산 애꺼, 이것도 부산 애껀데요. 청주 애꺼도. 속초 애 것만 없고 다 왔구려. 응.
영감 : 에~ 여보, 해가 서쪽에서 떠요. 하하하. 딸 부잣집에 효녀가 났구려.
부인 : 에구 갑갑하오. 어서 좀 읽어 보슈.
영감 : 음.. 허~ 아버님 그간 옥체일양만강하옵십니까? 천고마비 계절에 한 번 다녀가옵소서. 아하, 여보 이게 초청장이구려.
부인 : 네?
영감 : 음, 우리 속상한데..저 우리 여행이나 떠납시다. 으, 여행이나 떠나자고. 그렇지 않소? 우리가 살면 몇 백 년 살겠소?
부인 : 어서 마저 읽어봐요. 광주 애 거예요.
영감 : 아버님, 어머님 우리 형제가 모두 의논하여 아버님 회갑 전에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여보, 자식들이 정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가 좀 괴롭더라도 우리 한 바퀴 휙 돌아야지 않겠소? 어? 예, 문희야! 너 꼼짝 말고 집 지켜. 내가 어머니 모시고 한 바퀴 휙 돌아올 테니까.
부인 : 여보! 청주 큰아이네 집부터 갑시다.
영감 : 암, 그렇고말고 큰애네 집부터 먼저 가야지. 하하하하하.
(노래)팔도강산
팔도강산 좋을씨구 나를 찾아 백 리길
팔도강산 얼싸안고 아들 찾아 천 리길
에헤야 데헤야 우리강산 얼씨구
에헤야 데에야 우리살림 절씨구
잘살고 못 사는 게 팔자만은 아니더라.
잘살고 못 사는 게 마음먹기 달렸더라.
줄줄이 팔도강산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08:19)역내 방송 : 청주, 청주. 여기는 청주역입니다. 내리실 손님은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영감 : 저쪽, 저쪽.
큰딸 : 여보세요? 네? 어머, 아버지 지금 오시는 길이세요?
영감 : 그래, 나 지금 오는 길이다. 그래, 사돈어른도 안녕하시고? 그래 그래 너희 어머니도 같이 왔다. 그래, 바꿔달라고? 큰애야 큰애.
큰딸 : 여보, 어머니, 왜 오시기 전에 전보라도 치시지 않고?
부인 : 너희 아버지가 전보 칠 필요 없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그냥 왔지. 얘, 근데 김 서방도 잘 있니?
큰딸 : 네, 지금 옆에 같이 있어요. 아이 참. 어머니, 저 오늘 어쩌면 애기를 낳을지도 몰라요.
부인 : 여보, 은희가 애기를 낳는데요.
영감 : 뭐, 애기를 낳아?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경사가 어디 있나. 기왕에 낳을 바에는 아들이나 쑥 빼 낳으면 좋겠다.
부인 : 오냐. 얘야, 니가 인제야 이 애미의 소원을 풀어주는구나. 오냐. 그래, 그래. 내 이제 곧 가마. 고맙소, 여보, 영감. 어서 갑시다.
영감 : 가만있자, 이거 이거 아주 달라졌는데. 예전과는 아주 딴 판인데.
부인 : 글쎄 말이유. 그렇지만 영감,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하지 않았소?
영감 : 글쎄 염려 말고 날 따라와요.
부인 : 여보, 지금 몇 시나 됐소?
영감 : 가만있자, 아이구 이거 11시 반인데 이거 큰일 났네.
부인 : 11시 반? 이거 큰일 났구려. 통행금지에 걸리고 말겠소. 에휴.
영감 : 여보, 우리 무조건 뜁시다.
부인 : 여보, 난 지쳐서 더 뛸 수가 없소.
영감 : 글쎄 힘을 내요. 힘을 내라고.

(10:29) 첫째 사위 : 이봐, 힘을 내. 힘을. 내가 있으니까.
큰딸 : 거참 당신도. 힘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첫째 사위 : 아니 이거 아주 야단났는데 이거.
큰딸 : 난 아직 괜찮으니 마중 좀 나가보세요.
첫째 사위 : 여보, 여보 걱정 말고 아기나 낳아. 지금 우리 소원을 풀어주는 순간인데 마중 나간 사이에 아들놈이라도 쑥 나와 봐. 애비 꼴이 뭐가 되어.
큰딸 : 그래도 잠깐만 나가보세요.
첫째 사위 : 응, 아 그려.
큰딸 : 네.
첫째 사위 : 그럼 나가 볼까?
큰딸 : 여보, 나가지 말아요. 나 좀 붙들어 줘요.
첫째 사위 : 그려, 힘을 내.

(11:11) 부인 : 여보, 좀 천천히 가요.
영감 : 빨리 와요.
사돈 : 아니, 이 사람이 눈이 멀었나. 이거. 사람을 막 쳐.
영감 : 객지에 나와서 내가 야간통행금지에 걸려야 속이 시원하겠냐?
사돈 : 아, 이런 답답한 사람 봤나. 충청북도에는 야간통행이 없어.
영감 : 뭐, 야간통행금지가….
사돈 : 아니 이거 사돈어른 아니요? 사돈마님.
부인 : 네. 아이고.
사돈 : 아이구머니. 웬일이시오. 이 밤중에 이거?
영감 : 밤차에 올라오느라 이렇게 됐수다.
부인 : 아, 여보. 얼른 갑시다. 어린애가 벌써 나왔겠어요.
사돈 : 애! 진규야, 진규야, 어머님, 아버님 오셨다.
첫째 사위 : 네, 지금 나가유.
사돈 : 빨리 나와! 아, 뭘 해? 아이.
첫째 사위 : 아, 가만히 계세요. 지금 아주 급하게 됐슈.
부인 : 이 사람아 내가 급하네. 내가 들어가야 해. 여보게!
영감 : 이거 봐, 자네가 왜 급한가. 왜 급해? 아기 엄마가 급하지.
부인 : 아 거 좀 가만히 좀 있어요. 좀! 여보게 어서 문 좀 열게.
영감 : 이제 아무도 급할 게 없다.
부인 : 어서 문 좀 열게
사돈 : 야, 야. 진규야! 뭐여, 고추여 뭐여? 아이구 답답혀.
첫째 사위 : 고추에요, 고추!
부인 : 고추랴.
사돈 : 아이구 장모님, 장인어른 오셨슈?
영감 : 사돈어른.
사돈 : 밤새도록 술 먹게 됐슈.
영감 : 좋아요, 좋아.
사돈 : 들어가슈.
첫째 사위 : 아이고 아버님.

(12:44) 영감 : 여보, 여보.
부인 : 이양반이 주책도 없지 어딜 들어온다고 그러우. 여보게. 김 서방! 거 좀 미역 좀 담그게.
첫째 사위 : 예, 예. 저, 미역은 이거 다 넣을까요?
부인 : 어, 미역 좀 조금만 물에다 담가. 내 곧 나가겠네.
첫째 사위 : 네. 아 뜨거. 뜨거.
영감 : 사돈어른 저, 동방예의가 좋기는 하지만은 이런 때 불편하단 말이에요.
사돈 : 아, 저기. 금줄을 꽈야 되것슈.
영감 : 가만 가만 그럽시다.
큰딸 : 어머니, 저도 아들을 낳았어요. 저도 이제야 며느리 노릇을 하게 되었나 봐요.
부인 : 오냐. 얘야, 내 평생의 소원을 풀고 보니 이 애미도 눈물이 다 나오는구나.
사돈 : 마누라, 이 사람아! 자네가 진규 낳았을 때 내가 금줄 꽜지. 이제 나 혼자 손주보고 또 금줄 꽈. 사람 죽긴. 오래 살고 볼껀디.
영감 : 사돈어른 이, 저, 내가 큼직한 걸로 골라 왔시다.
사돈 : 아, 아 요걸 고추를 끼워야 사내자식인지 알아요.
영감 : 암 그렇고말고요. 허허허허.
사돈 : 이거 고추하나. 좋은 풍습이예유
영감 : 그래요.
사돈 : 자, 손주 좀 봐유.
영감 : 이제 산모방에 들어가도 여보, 괜찮을까?
부인 : 들어가 보시죠. 들어가세요.
큰딸 :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사돈 : 일어나지 말어, 얘, 뭐 좀 먹어야지.
영감 : 이 놈 좀 보시오. 얼마나 잘 생겼는가. 하하하.
사돈 : 사돈, 이 우리 집안에 인물 났슈.
영감 : 아, 이게 누구 핏줄인데. 하하하.
사돈 : 아, 그리고 아가. 나 이제 손주도 보았고 또 사돈 내외도 오셨으니까, 충청도 유랑을 시켜드릴껴. 니 마음 어뗘?
큰딸 : 아버님, 꼭 그렇게 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
사돈 : 그려, 그럼 내 모시고 다녀올게. 자 받아라.
영감 : 잘 받아라. 받아라. 잘 받아라.
사돈 : 사돈, 사돈사이처럼 좋은 벗이 없어유.
첫째 사위 : 저, 아버님! 아 이왕이면 부여로 먼저 가세유.
사돈 : 부, 부여? 백마강. 어.

(15:30) 사돈 : 자, 사돈. 사자도 보시고 백화점도 가슈.
영감 : 예.
부인 : 나 좀 붙잡아 주오.
영감 : 자 올라와요.
부인 : 영차, 아.
사돈 : 아, 사돈마님 올라 서유.
부인 : 괜찮습니다.
영감 : 자, 올라와요.
사돈 : 사둔, 잘 보시유.
영감 : 야, 참 좋다. 좋아.
사돈 : 장관이쥬? 이거이 백마강이에유.

(16:00)(노래)백마강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 궁녀를.

사돈 : 사돈, 이 역사책을 보면 삼천궁녀가 요 백마강에서 몸을 던졌다는 거에요.
영감 : 하. 이 여보.
사돈 : 삼천궁녀라는 거는 이 대단한 거예요.
영감 : 그러게 말이에요.
사돈 : 이 백제의 문화 참 화려하죠.
영감 : 네.
사돈 : 기가 막히죠. 요 계백장군. 이 백제의 명장입니다요.
영감 : 허, 참 잘 만들었소.
사돈 : 그리고 저, 고란사의 고란초 보셨쥬? 그 꼭 풀꽃같이 자란단 말씀이에유. 그 부여의 명물뿐이 아니라 우리 한국의 자랑입니다. 그게.
영감 : 그래서 고란사라고 했군요. 그래.
사돈 : 자, 이제 단풍이 벌건 속리산으로 들어서 보셔유.
사돈 : 기가 막히쥬?
영감 : 예.
사돈 : 참 사돈은 좋을 때 오셨슈. 저기 들어가면 기가 막힙니다. 절경이여유. 아, 사돈 정말 어때유?
영감 : 참,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요.
사돈 : 예, 아름다운 곳이지. 충청북도에 와서 속리산의 법주사를 못 본다면 사람 그려놨는데 눈알 빼놓은 거라구유. 아, 참말이유.
영감 : 하하하
사돈 : 여기, 여 물 좀 보소. 기가 막히죠?
부인 : 누가 아니랍니까? 영감, 이것 좀 보우. 얼마나 좋우.
사돈 : 사돈, 사돈 마님. 저게 팔상전이라고.
영감 : 예.
사돈 : 유명한 겁니다. 참 한국의 국보요.
영감 : 여보, 이게 국보래.
사돈 : 어때요, 사돈?
영감 : 참 우리나라 문화가 정말 찬란하구려. 찬란해.
부인 : 여보, 어쩌면 저렇게 잘 지었을까?
부인 : 저렇게 큰 부처를 무슨 수로 세웠을까?
영감 : 그러게 말이요.
사돈 : 사돈, 이 저 말이요. 그, 저 저게 동양에서 제일 큽니다. 이 부처의 특색이 말이죠. 이게 시멘트로 만든 겁니다.
부인 : 사돈어른. 우리 사위가 일하고 있는 공장이 여기서 멉니까?
사돈 : 아니요. 멀지 않아요. 버스로 3시간만 가면 돼유. 아, 그러지 않아도 맨 마지막에는 우리 아들놈 공장에 가려고 했는데. 아, 시간 없는데 우리 지금 떠납시다유.
부인 : 네.
영감 : 그럼 시멘트 만드는 것도 보겠군요.
사돈 : 그래요 그래요.
부인 : 여보 갑시다.

(19:55) 영감 : 어서 한 번 써봐.
부인 : 맞나? 아, 영감도 써야지. 그 모자 잘 봐주쇼.
직원 : 네, 염려 마십시오.
영감 : 어때?
첫째 사위 : 아버님! 아이고, 벌써 도착하셨어요.
부인 : 이 사람아~
영감 : 그래 어떤가? 우리 모양이 어때? 근사한가?
첫째 사위 : 허허허, 정말 근사하시네요. 일류산업전사 못지않아요! 허허허.
사돈 : 못지 않대유.
영감 : 허허, 다만 늙은 게 탈이죠.
첫째 사위 : 허허허, 우리 장모님이 제일 멋쟁이시네유.
부인 : 이사람, 별소리 다 하네
첫째 사위 : 자, 우리 공장 구경 하실래유?
사돈 : 니가 앞서!
첫째 사위 : 일루 오세유. 오세유.
사돈 : 아, 사돈. 우리 아들이 이 공장에 다녀도 나 처음 구경왔어요.
영감 : 그래요?
첫째 사위 : 이 공장 말고도 이렇게 큰 공장이 5~6개는 더 있어유.
첫째 사위 : 이 기계가 덩어리를 만드는 기계예유. 이걸 구워내면 시멘트가 돼유.
영감 : 그래, 시멘트는 여기서 구워내나?
첫째 사위 : 아니에유. 한 번 구경 하실래유?
부인 : 영감 들여다 보시우.
영감 : 어디..이야. 여보 당신도..
부인 : 어지러워서 난.
첫째 사위 : 저, 아버님도. 아버님도 와 보세유.
부인 : 그러세요.
사돈 : 아이고 어지러워유.
영감 : 이렇게 무진장 쏟아져 나오니까, 그 법주사 미륵불도 이 시멘트 신세를 질 수밖에요.
사돈 : 사돈 말씀 맞아유. 만사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제 눈으로 봐야 된다구유. 봐야 돼요.
영감 : 아, 봐야죠. 봐야죠.

(22:46) 첫째 사위 : 저, 시장하실 텐데 식당으로 가세요.
사돈 : 아녀, 차 시간 없다고.
첫째 사위 : 아, 차 시간은유….
부인 : 괜찮아, 괜찮아. 여보 참.
첫째 사위 : 저, 이거 가져가세유. 아버지 가시다가 약주라도 대접하세유.
사돈 : 어, 내 저 목욕하고 술 마실거여. 사돈어른 둘이서.
첫째 사위 : 그렇게 하세요!
영감 : 자네 처 데리고 한 번 올라와.
첫째 사위 : 네.
사돈 : 니 처 보고 몸조심하라구 혀!
첫째 사위 : 아, 네.
영감 : 나 이런 구경 살아생전 처음 해봐요.
사돈 : 나도 처음이예유.
첫째 사위 : 그럼 살펴가세유.
사돈 : 유성온천으로 갈꺼여.
부인 : 아이고, 내 이 정신 좀 봐. 여보게, 아기 잘 길러야 하네.
첫째 사위 : 아이고 염려 마세요.
부인 : 애미도 잘 부탁하네.
첫째 사위 : 아, 그럼요. 네. 네. 몸조심 하세유.
부인 : 나 가.
첫째 사위 : 네. 네. 네.
부인 : 들어가.
영감 : 한 번 놀러와.
첫째 사위 : 조심하세유. 어서 가세유.
부인 : 아버님 회갑 날 잊지 말게.
첫째 사위 : 네, 네!
영감 : 둘 셋 넷, 다, 여 일곱,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니라. 여보, 마누라 기분 어떻소?
부인 : 아이구 참, 영감도. 원 주책이슈. 에이구 참.
영감 : 하나, 둘,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아홉 , 열이로구나.
사돈 : 아이구 사돈 거 너무 세셔서 기운 없으시것시유. 나가서 점심식사나 하셔유.
영감 : 잠깐만, 잠깐만 더 기다리십쇼. 아 세던 건마저 마저 세고 나가야지요.
사돈 : 그러셔유.
영감 : 스물이로구나. 하나, 둘,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아홉…
사돈 : 아이 난 더워. 나가것슈. 고만 세세유.
영감 : 셋, 넷, 다, 여, 일곱, 여덟…
영감 : 사돈어른 그 유성온천이 그렇게 물이 좋다면서요?
사돈 : 암만유. 유성온천이 한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충남의 자랑이에유.
영감 : 이 뭐 약소하지만 이건 내가 내는 겁니다. 어서 드쇼.
영감 : 아이, 별말씀을. 나도 돈 있슈. 아이. 젓가락이 약해. 허허, 이거 속이 텅 비었네. 아니, 이거 젓가락이 왜 이렇게 약한가?
부인 : 아이 참. 영감도 망령이슈.
영감 : 허허, 그렇게 먹는 거야?
사돈 : 그, 사돈어른께서는 집안에만 계시지 말고 바깥바람 좀 쏘이셔야 되겠어유.
영감 : 예, 허허허.
사돈 : 세상물정도 아실 겸.

(26:00) 영감 : 여보, 오늘 아주 피곤한데.
부인 : 그저 집 나오면 고생이지 뭐예요. 나도 피곤해 죽겠어요.
영감 : 참, 여봐 차장!
차장 : 네?
영감 : 여기서 광주까지 몇 시간 걸리나?
차장 : 두 시간이면 가요!
영감 : 어, 두 시간?
승객 : 저, 여보쇼.
부인 : 네?
승객 : 손님은 전라도가 처음이요?
부인 : 예, 딸네 집에 가는 길이에요.
승객 : 하, 참. 댁의 따님은 참말 좋은 곳에 시집왔구만. 나도 전라도가 그 고향이지만 말이여, 좌우간 우리 전라도만큼 산세 좋은 곳이 없제. 우선 내장산만 가보시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온통 불바다가 되고 말이여. 빨갛게 물든 단풍. 아 그라고 그 뭣이냐. 무주 구천동이 또 있제. 아, 꼬불꼬불 골짜기가 에누리없이 30리나 되는디 맑디맑은 물소리에 새소리까지 개평으로 들린당께. 아, 또 있지! 참말로 우리 전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아, 호남 비료공장도 있드라고. 잉! 아, 그 으째서 호남평야에 풍년이 드느냐 하면 말이여잉. 다 그 비료공장 덕택이제.
부인 : 그런데 댁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승객 : 이, 나말여? 남원 간당께. 남원요.
부인 : 아니, 남원이라면 춘향이가 난 곳이 아닙니까?
승객 : 아따, 남원 말고 춘향이가 또 있드랑가? 흐흐흐. 보쇼, 춘향이 매운 절개야말로 이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잉 좌우간 춘향이 같은 절개가 세상에 어딨것어라우?

(노래)춘향가

(28:54) 몽룡 : 춘향아, 내 너를 두고 갈 생각을 하니 이 아니 답답하랴.
춘향 : 도련님, 언제는 남원 땅에서 평생 살으실 줄 아셨소? 어찌 나와 함께 가길 바라요? 도련님이 먼저 가시오면 뒤따라 올라갈 것이오니, 아무 걱정 마시옵소서.
몽룡 : 아이구, 정말 답답하구나! 정말 몰라주는구나.
춘향 : 혼정신성 할지라도 이 춘향이와 같이 있지 마옵소서.
몽룡 : 춘향아! 상전이 벽해가 된 들 내 어이 너를 잊을쏘냐? 내 올라가 뜻을 이루게 되면 너를 불러올리리라!
춘향 : 도련님!
몽룡 : 춘향아!

부인 : 도련님…. 도련님! 도련님!
영감 : 아, 이 돌았나. 사람 잠꼬대를 이렇게 하나. 으.
차장 : 다음은 광주입니다. 내리실 분 준비해주세요!
영감 : 광주네. 광주. 내릴 준비 합시다. 허, 이 양반 남원까지 오신다더니 졸고 있구만.
영감 : 저, 말 좀 묻겠습니다.
경찰1 : 네!
영감 : 이, 52번지에 살던 박노식이라는 사람 어디 이사 갔는지 모르겠소?
경찰1 : 박노식 씨라? 박노식 씨라고 자네 기억하나?
경찰2 : 부안으로 간 사람이 아닐까? 이 사람 직업이 토건업이죠?
영감 : 옳지! 어어, 맞았소. 이 사람 어디 이사해 갔소?
경찰2 : 부안으로 가셨습니다.
영감 : 부안으로?
경찰2 : 섬진강 간척공사장으로 가셨습니다.
부인 : 네~!
영감 : 고맙소.
부인 : 아휴, 고맙습니다.
영감 : 가요. 잘들 해요.
경찰1 : 안녕히 가십시오.
부인 : 아이고, 요즘 경찰은 어쩌면 그렇게 친절할까.

(31:15) 부인 : 영감!
부인 : 저, 영감 이제 다 끝난 모양이로군요. 아이고.
영감 : 여보 조심해요.
부인 : 에휴, 여보. 그 저 사위 보러 왔다가 하마터면 천당 갈 뻔 했구려.
영감 : 여보 그 뭐하느라고 이렇게 천지를 진동시키고 이렇게 요란스러운고.
부인 : 그러게. 그러게 말이유.
영감 : 저 실례합니다.
직원 : 네.
영감 : 여기에 혹시 박노식이라고 어디 있습니까?
직원 : 아, 예. 원무주임을 찾으시는군요!
영감 : 예, 예.
직원 : 주임님 무전입니다.
둘째 사위 : 여기는 사장, 여기는 사장. 박노식입니다. 오바.
무전 : 장인, 장모님 오셨습니다. 오바.
둘째 사위 : 어! 장모, 장인? 곧 간다고 그러쇼. 오바. 야!
둘째 사위 : 장인!
부인 : 여보게! 이 사람아! 아버님 뵙게.
둘째 사위 : 아이고, 장인어른. 아따, 이곳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잉.
영감 : 이 사람아 사람을 불러놓고 이사를 가면 어떻게 하나?
둘째 사위 : 아 편지를 했는디 못 받아봤구먼 이라잉?
부인 : 아이고, 이 사람아! 뭐 받아보나 마나 만나봤으면 됐지 뭐. 근데 집안은 다 별거 없나?
둘째 사위 : 예, 뭐 별거는 없습니다만 그 애미는 새끼들 때문에 생활한다 하면서 아 살은 찐단 말입니다.
부인 : 그래야지. 그래. 그래.
둘째 사위 : 이왕 오신 김에 여기 구경 좀 하실랍니까? 어이, 어이, 거기 좀 서쇼 잉. 서쇼. 저, 저거 타고 한 바퀴 뺑 돕시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습니까?
부인 : 이 사람아 내가 들겠네.
둘째 사위 : 괜찮습니다. 서란 말이지, 서. 올라오세요.

(33:57) 둘째 사위 : 장인어른, 이걸로 말입니다.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저 바다를 보십시오. 지금은 저 저기 바닷물이 들락날락하지만은 말입니다. 앞으로 이 둑만 완성되면 저것이 몽땅 논밭이 됩니다.
영감 : 이 사람아, 내가 귀 생기고 이런 소리 처음 듣네. 아니 무슨 수로 이 바다를 막는단 말인가? 어? 글쎄 이 넓은 바다를 말이야.
둘째 사위 : 네. 이번 이 공사만 완성되면 여기서 12만 석이나 곡식이 안 나옵니까? 하여간 이번 이 간척공사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도 모양이 싹 변해버린단 말입니다.
영감 : 여보, 그 옛날엔 뽕나무 밭이 변해서 바다가 된다더니만. 이젠 바다가 변해서 옥답이 되는구려.
둘째 사위 : 허허, 좋은 세상이란 말입니다.
부인 : 그래.
영감 : 이 사람아, 그건 그렇고 이 넓은 바다에 물은 무슨 수로 대지?
둘째 사위 : 그, 그것도 문제없습니다!
둘째 사위 : 하여간 그래서 그 미리 섬진강 다목적댐을 안 만들어 놨습니까?
영감 : 다목적댐이라니?
둘째 사위 : 네, 그래서 그 꿩 먹고 알 먹는 얘기죠. 그 댐의 물로 발전도 하고 이 간척지에 물을 대주니께 흐, 참말로 얼마나 좋습니까!
영감 : 어쨌든 요새 사람들은 머리가 좋단 말이야!
부인 : 아, 그럼 뭐 지금 세상 사람들이 당신처럼 옹고집만 부리는 줄 아슈?
영감 : 원, 이 사람 또.
부인 : 그렇지 않나?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아, 젊은 사람들이 박력 있게만 나가면이야 뭐 안 될 일이 있습니까?
부인 : 그래, 그래.
영감 : 저, 자네도 박력 좋아하나?
둘째 사위 : 암요, 하여간 나가는 데만 박력 있으면 잘 나가면 된단 말입니다.
부인 : 아이고, 영감.
둘째 사위 : 저, 저기, 저기 좀 보십시오. 장인어른 저리 가서 전라도 막걸리 한 잔 하실랍니까?
영감 : 좋지.
부인 : 뭐?
영감 : 알았다. 아냐. 저, 저 서산 낙조가 아주 노을이 좋단 말이지.
둘째 사위 : 그렇죠!

(36:16)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는 요렇게 삽니다! 허허허.
영감 : 좋아.
둘째 사위 : 아버지, 요 모자 꼴이 뭡니까요? 하여간 내일 새걸로 싹 갈아 드릴께요.
영감 : 음, 좋아. 자네가 제일이다.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자, 어디를 돌아다녀 보십시오. 어디 가야 나 같은 사위가 있는가. 이리 주쇼. 이리 주쇼. 허허허. 앉으십쇼. 앉으십쇼. 아따, 어떻게 새끼들이 많은지요. 어질러 싼지 참말로.
영감 : 허, 그게 좋은 거야. 그게 좋은 거야.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 한 잔 더 할까요?
영감 : 술?
둘째 사위 : 예! 아 먹을 때 확 먹어버립시다. 잉?
영감 : 좋아, 좋다!
둘째 사위 : 마누라, 여기 술상 좀. 아유, 자는 모양입니다요. 내가 깨워올랍니다.
부인 : 애미야! 건너가 봐라.
둘째 딸 : 아유, 여보. 금방 다녀온다더니 그래 겨우 이 꼴이유?
둘째 사위 : 아, 그 장인어른 약주한잔….
둘째 딸 : 아휴, 몰라요!
둘째 사위 : 아유, 장모님. 늦어서 정말 죄송하구만이라.
부인 : 이 사람아, 이. 흠.
영감 : 여보, 마누라!
부인 : 지금 몇 신데 이 양반이. 으이구 참 내. 으이구, 냄새야! 거 무슨 약주를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영감 : 여보, 마누라. 여자란 따지고 덤비기 전에 그 남자들의 기분을 알아줘야 할 게 아닌가? 허허허.
둘째 사위 : 으, 참. 아버지 말씀 한번 잘 하셨습니다.
둘째 딸 :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영감 : 여보, 마누라!
둘째 딸 : 정말 아버지도 너무 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대접하려고 술상을 차려 놓고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세요.
영감 : 허허, 그래. 그럼 한 잔 더 해야지!
둘째 사위 : 암요. 암요.
부인 : 이런…. 이. 아예 술독에서 사시구려.
둘째 딸 : 아버지도 참, 이제 그만 주무세요.
영감 : 아, 가 가 가만있자. 볼 건보고 자야지.
둘째 사위 : 예, 예. 뭔지는 몰라도 보셔야죠.
부인 : 보기는 뭘 보신다고 그래요.
영감 : 거, 사람. 아 손주 녀석들 봐야 할 게 아닌가. 허허허.
둘째 사위 : 예, 예. 아버지는 말씀마다 옳은 말씀만 골라서 하십니다. 가만히 계십쇼. 어이, 일식아! 할아버지 오셨다. 일어나거라. 일어나.
부인 : 냅두게, 자는 애들을 가지고.
둘째 딸 : 아니, 저 사람이 자는 애들을 왜 또 깨울까?
부인 : 얘, 얘! 그냥 둬라. 중하니까 그러지 않니. 영감은 거 오시자마자 보시지도 않은 애들을 거. 고만 좀 주무쇼.
영감 : 아이고, 무슨 소리 하고 있소? 내가 여기 잠자러 왔나? 
부인 : 고집은 참.
영감 : 얘, 얘 너 술상 차려라.
부인 : 또 술이에요?
영감 : 가만있거라. 가만. 술상 차려와. 어서!
부인 : 내가 가마. 내가.
둘째 딸 : 어머니, 괜찮아요. 제가 갔다 올게요.
부인 : 몸도 무거운 아이. 아이, 영감도 주책이슈. 속상해서 정말.
영감 : 무슨 소리.

(38:58) 둘째 사위 : 자, 일렬로. 코 좀 닦아라. 좀 들어가 들어가.
부인 : 이리 온. 할아버지께 인사해야지.
둘째 사위 : 자, 모두 11명입니다. 차렷! 자, 신고할랍니다. 요놈이 맨 위 일식이, 요놈이 이식, 아닙니다. 아닙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저놈이 이식이, 또 요놈이….
영감 : 여보게, 여보게, 여보게. 그만두게 내 기억력으로는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네.
부인 : 자, 이리 온. 
아이들 : 할아버지.
둘째 사위 : 자, 아버지. 요놈이 막내입니다. 막내.
둘째 딸 : 아이고, 얘들아! 어서 그만 가서 자거라. 어서 가 자!
둘째 사위 : 아, 야들이 뭘 한다고 그래쌌는가? 자, 이불 잘 덮고 자라잉.
부인 : 여보게, 이리와.
영감 : 전쟁판보다 더하구나.
둘째 사위 : 저 놈들때문에 도대체 정신이 없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따듯하게 데워오지도 않고 이게 뭔가.
부인 :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짠 것 같다. 졸아서 그런지
영감 : 자고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그랬네.
둘째 사위 : 허허허, 뭐 저도 그런 거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 저 사람이 어머니를 닮은 모양입니다요. 허허허.
영감 : 사람, 참 닮을 게 없어서 애기 많이 낳는 걸 닮나?
부인 : 아이고 양반, 얘, 민자야! 너희 언니한테 비한다면 아이들이 많아서 좋긴 하다마는 그 애미 애비가 견뎌내겠니?
둘째 딸 : 아이, 저 먹을 것은 지가 타고 난다는데요.
영감 : 얘, 그래도 열이면 한 죽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시대가 달라.
둘째 사위 : 예, 허기야 그렇습니다만 어찌 그 마음대로 안 돼….
영감 : 마음대로 안 되다니? 오호라! 자네는 바다를 막아서 농토를 만드니까 쌀 걱정이 없다. 그 말인가? 그래서 왕창 낳아버렸나? 허허허
둘째 사위 : 원, 장인어른도. 아, 그래도 장인어른이 딸이 많으니까 나 같은 사위도 안 봅니까? 허허아 참. 이왕 오신 김에 제주도 구경 해보실랍니까? 제주도요?
부인 : 제주도?
영감 : 제주도? 나 한 번도 못 가봤는데
둘째 사위 : 예, 우리도 아직 구경 못 가봤습니다만, 경치가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이왕에 오신 김에 이번에 제주도 구경 한번 하십시오.
영감 : 그래, 그래. 제주도. 허허허.
부인 : 여보게, 애들 덕에 우린 죽기 전에 제주도 구경을 다 하는구나.
둘째 사위 : 아이고, 어머니 또 우시기는. 허허허.
부인 : 그래, 어서 들게.
영감 : 자, 가만가만.
둘째 사위 : 왜요?
영감 : 여기에서 제주도를 가려면 목포항에서 연락선을 타렸다! 응?  
둘째 사위 : 아이고, 우리 격식은 차려봅시다. 아이고, 아버지 참 고집 되게 셉니다. 그걸 버리라고 해도 안 버리시고.
영감 : 아, 괜찮네.
둘째 사위 : 자, 이거 쓰십시오. 이게 최신식이라는 것입니다. 워매, 얼마나 잘 어울리는거요.
영감 : 여보 아주 안성맞춤이요.
부인 : 아요, 어쩌면 저렇게 잘 맞을까. 여보게. 자네 돈 썼네. 어서 탑시다.
둘째 사위 : 어서 타시지요. 어서 타시지요.

(42:42)(노래)목포의 눈물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 아가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부인 : 영감, 저기가 제주도요?
영감 : 그럼. 저기가 제주도요!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도 하고 그리고 대문이 없고 거지가 없고 도적이 없다고 해서 삼무도라고도 하지.
부인 : 도둑이 없군요. 얼마나 좋을까.
영감 : 여기가 제주항이요.

영감 : 여보. 저기 해녀들이 아니요?
부인 : 영감 저기 좀 가보십시다. 우리.

(노래)삼다도 소식
삼다도라 제주에는 아가씨도 많은데
바닷물에 씻은 살결 옥같이 귀엽구나.
미역을 따오리까. 소라를 딸까.
비바리 하소연에 물결 속에 꺼져가네
음 음 물결에 꺼져가네

영감 : 영감 보이소. 저 무슨 굴이지요?
남자 : 삼성혈이라고 해서 지금으로부터 2650년 전에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이 세 분이 저 굴에서 솟아났죠.
영감 : 아, 그러니까 고 씨, 양 씨, 부 씨 세 분이시란 말이죠. 그래서 삼성혈이다. 참 아름다운 전설이다.

(47:37) 도어맨 : 어서 오세요. 할아버지
영감 : 어, 잘했어. 정말 좋더라.
부인 : 영감. 거, 집에다 전화 좀 걸어봅시다. 걱정이 돼서 난 당최 죽겠소.
영감 : 아니, 여보 여기가 어디라고 서울에 전화를 하오. 섬 속인데.
부인 : 안되나?
영감 : 아이, 안 돼!
도어맨 : 할아버지, 왜 서울에 전화가 안 걸려요? 곧 나오는데요.
부인 : 그러면 되는구만.
영감 : 허허, 이 사람도 돌았구먼.
도어맨 : 몇 번이신데요?
부인 : 72국에 7379번이요.
도어맨 :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부인 : 빨리 좀 해주오.
영감 : 내 이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전화가 되다니. 내 이거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부인 : 신기하지 않우, 응?
영감 : 여보 저기 신호야.
여직원 : 서울 나왔습니다.
부인 : 어, 서울. 나왔구려.
영감 : 아, 나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가만, 가만, 가만. 어, 누구냐?
막내딸 : 어, 여보세요? 저 문희예요!
영감 : 이거 이웃집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잘 들리는구려. 허허허.
부인 : 어, 그래. 뭐라구요?
영감 : 가만, 가만. 나 말이야 지금 제주도. 여기 무슨 여관이지?
여직원 : 제주도 관광호텔이에요.
영감 : 나 지금 제주도 관광호텔에 있다. 얘, 문희야. 너 요새도 그 건달이 같은 놈 만나냐? 어이?
막내딸 : 네, 그럼요! 안 만나요. 아버지.
영감 : 야 그래야지. 집에 별일 없지?
부인 : 아이, 나 좀 줘. 좀. 문희야! 얘 그 집은 아무 일 없겠지? 그래, 그래. 얘 오늘 너희 아버지하고 부산으로 떠난다.
영감 : 비행기로 간다고 해. 비행기로.
부인 : 오냐, 오냐. 그래 집 잘 봐라.
영감 : 나 좀 나 좀.
부인 : 아이구 참. 끊어졌어요. 아 아까는 안 나온다고 우기고 야단이더만.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서 야단이에요.
영감 : 그 섬 속인데 잘 들리네. 고마워.
부인 : 그럼요. 얼마나 잘 들린다고요.
영감 : 여보, 빨리 갑시다! 비행기 시간 놓치겠소. 빨리 가!

승무원 : 할아버지?
영감 : 어?
승무원 :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이륙할 때는 못 피웁니다.
영감 : 예, 미안스럽습니다.
부인 : 어서 끄쇼.
승무원 : 할아버지 드세요.
영감 : 이거 얼마요?
승무원 : 그냥 드리는 거예요.
영감 : 이게 그냥이라는 거구만. 그러면 손주녀석들 갖다 줘야지. 자!
승무원 : 드세요.
부인 : 여보, 호사하는구려.
영감 : 흐흐흐. 이게 다 남편 잘 만난 덕이 아니요.
부인 : 이구, 내가 아이를 잘 낳아준 덕이에요.
영감 : 원, 사람도. 여보. 잘 봬요? 여보, 나도 좀 바꿔 앉읍시다. 바깥구경 좀 해봅시다. 에이, 여보, 희한하다 희한해.
부인 : 좀 바꿔 앉읍시다 좀.
영감 : 부산에 벌써 다 왔어요. 뭘 바꿔 앉아.

(51:35) 영감 : 여보, 저기 넷째 아니요? 어. 넷째네.
넷째 딸 : 어머니!
부인 : 어. 은아야, 은아야! 
넷째 딸 : 일찍 나오려는데 차 때문에 늦었어요. 안녕하셨어요 아버지?
영감 : 나 이제야 세상이 넓은 줄 알았다.
넷째 딸 : 아버지 아주 멋쟁이가 되셨네요. 어, 그래.
부인 : 얘, 근데 저 허 서방은? 못 나왔구나?
넷째 딸 : 네, 급한 회사일 때문에.
부인 : 어, 아 그럴 테지. 아 그만한 사업에다 사장 노릇까지 할 테니 오죽이나 바쁘겠니?
영감 : 그건 그래.
넷째 딸 : 자, 어서 가세요!
부인 : 가자, 가자. 허허허. 아니, 얘! 이게 누구 차냐?
넷째 딸 : 네, 근데 좀 구형이에요.
영감 : 얘, 이만하면 탈만 하다. 아이구. 여보, 여보.
부인 : 아, 영감 이거 고장 나요.
영감 : 얘, 너 남편 덕 톡톡히 보는구나.
넷째 딸 : 아이 저 정도야 보통이죠. 뭐. 어서 타세요.
부인 : 오냐, 그래.
영감 : 여보, 이거 아주 푹신푹신하네 그려.
부인 : 얼마나 좋으오? 아이구. 지가 운전을 다 하는구려.
넷째 딸 : 그럼 우선 집으로 모시기 전에 부산 구경부터 시켜 드리겠어요.
부인 : 그래, 그래.
넷째 딸 : 해운대 경치가 어떠세요? 
부인 : 아유, 얘 참 좋구나!
넷째 딸 : 다음은 시내로 들어가겠어요.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부인 : 그래, 얘 참 좋다. 아이구! 좋다. 허허.
영감 : 부산이 서울보다 더 좋은 것 같구나.
부인 : 그러게 말이요.
넷째 딸 : 지난 몇 해 동안에 이렇게 달라졌어요. 지금도 도시계획 사업이 한창인걸요. 어머니, 여기가 광복동 거리에요. 여기는 청도구요, 아버지, 저곳이 새로 생긴 부산 감천 화력발전소에요.
영감 : 야, 웅장하다.
넷째 딸 : 그리고 이것은 조선공사예요.
영감 : 조선공사라니?
넷째 딸 : 조선공사는요 배 만드는 곳이에요. 요즘 여기서 만든 우리나라 배가요 원양어업을 위해서 안 나가는 바다가 없데요. 어머니, 여기가 제1부두에요.
영감 : 그 참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남의 나라 물건을 들여만 오던 이 항구가 이렇게 달라졌다. 어!

(노래)울며 헤어진 부산항
울며 헤어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니
연락선만 가는 거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은 사람끼리

영감 : 여보, 마누라! 나 좀 살려주쇼! 여보, 마누라!
선장 : 할배요, 곧 내려 드릴게. 참으이소. 마!
영감 : 좀 빨리 내려주시오.
넷째 딸 : 아버지!
부인 : 아이고, 영감. 당신 놀라지 않았소?
영감 : 얘야, 저 물건만 수출하는 줄 알았더니 사람까지 수출하는구나.
넷째 딸 : 어서 집으로 가세요.
부인 : 아이 참. 고맙소! 
영감 : 아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부인 : 어찌나 놀랬는지...

(56:29) 영감 : 아, 집 좋다.
부인 : 아. 참 좋다. 넷째가 제일 좋은 집에서 사는구나.
넷째 딸 : 아유, 어서 들어가세요.
부인 : 오냐.
영감 : 여보, 참 좋다.
넷째 딸 : 어서 들어오세요. 아버지 여기서 잠깐만 쉬세요. 그이도 곧 오실 거예요.
부인 : 괜찮다.
넷째 딸 : 아버지도. 어머니 차 끓여 올게요.
부인 : 얘는 차는 뭐. 아이고, 편하네.
영감 : 정말 으리으리하게 사는구랴.
부인 : 아이구, 영감.
영감 : 가만있자. 이것 좀 벗고.
부인 : 영감, 에이그 저게 다 뭘까요? 나전칠기라는 게 아니요 저건?
영감 : 글쎄 말이야. 허 서방이 이런 걸 외국에 수출하는 모양이지?
부인 : 어, 수출? 그래서 그렇게 돈을 잘 버는 모양이요.
영감 : 그래, 그래. 그러게. 여보, 헤헤헤. 저거. 저게 인삼주가 아니요?
부인 : 또 술이요? 영감, 사위가 오거든 같이 들어요.
영감 : 여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야 있소? 우선 목마른데 한잔합시다.
부인 : 아, 저 양반. 영감, 아 이따가요 물어나 보시고 들어요.
영감 : 하, 자식 집에 와서 물어보긴 뭘 물어보오?
부인 : 왜 이렇게 고집은 세. 영감 이리 앉으셔.
영감 : 여보, 이거 먹음직스럽군. 손이 안 닿는구나. 여보, 여보. 내 등에 올라가서 저것 좀 내려요.
부인 : 아, 왜 이러슈? 글쎄. 정말 이러시기유?
영감 : 허허, 글쎄 올라가서 저거 내리라고.
부인 : 글쎄 일어나요. 이 양반이 뭐 하는 짓이요? 글쎄 일어나요.
영감 : 허, 글쎄 올라가라니까 그래.
부인 : 아유 참, 고집하고는
영감 : 글쎄 올라가요. 아, 하도 목말라서 한잔하려고 그러는 건 데 뭘. 당신은 술 먹는 사람 기분 몰라요.
부인 : 아이고!
영감 : 여보! 다치지 않았나?
부인 : 저걸 어떻게 하우? 저거 깨졌으니.
넷째 딸 : 어머니, 이리 오셔서 차 드세요.
부인 : 어, 그래.
넷째 딸 : 아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
부인 : 저….
넷째 딸 : 어서 이리 오세요! 
부인 : 얘, 큰일 났다. 저 술병을 내리다 그만.
넷째 딸 : 이를 어째? 그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고려자기인데. 90만 원 주고 산건데.
영감 : 뭐, 90만 원?
넷째 사위 : 여보!
부인 : 뭐, 90만 원?

(59:52) 넷째 사위 : 아이고, 장인어른 반갑습니다. 장모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오늘 외국에 수출할 물건이 많아서 이거 좀 늦었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와 거기 서 계시는교? 이리 와서 앉으시소.
영감 : 그래, 앉아요.
넷째 사위 : 오늘 제가 동래 온천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앉으시소. 앉으시소.
영감 : 여보….
넷째 사위 : 야, 참말로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제가 톡톡히 낼랍니다. 우선 제가 준비해 놓은 인삼주부터 한잔하십시다. 인삼…. 어이? 인삼주 어쨌노? 어이?
넷째 딸 : 제가 실수해서 깨어 버렸어요.
넷째 사위 : 뭐라꼬?
부인 : 여보게, 저 자네 장인이 술을 잡숫고 싶어 해서 병을 내리려다가 내가 그만 실수를 해서 고려자기까지 깨쳐버렸네.
영감 : 그렇게 됐네.
넷째 사위 : 뭐예? 와 장난들 하노.
넷째 딸 : 여보, 여보. 여보!
넷째 사위 : 시끄럽다. 마! 그 고려자기 얼마짜리인지 니 알지 않노? 늙은이들이 노망에도 분수가 있지 뭐꼬?
넷째 딸 : 여보, 기왕 이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가 초대한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참으세요.
넷째 사위 : 뭐라꼬? 내가 그럼 참았지. 안 참았단 말이가?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 같으면 내 말도 안 한다. 어이?
넷째 딸 : 아니, 여보! 어서 들어갑시다. 이러고 있으면 우리 꼴이 뭐가 되겠어요?
넷째 사위 : 듣기 싫다! 누가 고려자기를 깨 달라고 그 늙은이들을 초대한 줄 아노?
부인 : 여보게! 자네 장인이 처음 보는 술이라 맛 좀 보려다가 그렇게 됐는데 너무 화내지 말게.
영감 : 가, 가요! 가.
부인 : 아, 왜 이러슈? 얘, 그만 갈란다.
넷째 사위 : 그 술이야 대접하려고 사 놓은 게 아닙니까?
부인 : 글쎄 그만둬.
영감 : 내 서울 올라가서 내 집을 팔아서라도 내 그 90만 원 갚음세. 염려 마시게.
넷째 사위 : 그 물건이야 구하기 어렵다는 거지, 누가 돈 달라 카는 겁니까?
영감 : 자네가 그, 자네가 말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래. 사람이 그러면 못써! 어! 내 안에서 다 들었어. 여보 가, 가. 가자고!
부인 : 아, 왜 이러우 글쎄.
영감 : 자네, 윗사람 대하는 태도 그러면 못써!
넷째 : 아이 아버지. 아버지가 참으세요!
영감 : 내가 올라가서 90만 원 보내줌세!
넷째 딸 : 아버지 참으세요.
영감 : 놔, 놔!
부인 : 글쎄, 그만 둬요! 얘, 은아야. 울지 마라. 그 양반 고집이 꺾일 고집이냐? 어서 들어가라. 어서.
넷째 딸 : 아이, 그렇지만 이대로 가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
부인 : 괜찮다. 우리 걱정은 말고 그저 허 서방 잘 섬겨라. 그게 제일이다. 알았지? 아이고, 얘 나, 갔다 오마!
넷째 딸 : 아이 어머니.
부인 : 갔다 올 텐데 울긴 왜 울어. 자 어서 들어가 보게.
영감 : 여보, 빨리 나와!
부인 : 아, 나가요.
넷째 사위 : 여보.
넷째 딸 : 당신이 잘못했어요. 어서 가서 사과하고 모시고 오세요!

(01:04:54) 영감 : 여보, 너무 상심할 것 없소. 자식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
부인 : 자식 낳아서 기를 때는 이런 꼴 보려고 기른 건 아니었는데.
영감 : 허, 그래서 자식이란 키우는 재미밖에 없다지 않소?
부인 : 세상 고르지도 못하지, 그 중 제일 착한 사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영감 : 흠, 사람이 되먹어야 좋은 사위지. 그까짓 돈 좀 있으면 뭐 하오?
부인 : 여보
영감 : 응?
부인 : 시장하시지 않우?
영감 : 음, 난 괜찮은데. 참 당신이 시장하겠구려.
부인 : 나보다도 당신이 어디 가서 국물이라도 좀 사 잡숩시다.
영감 : 그래.

부인 : 은아냐? 얘야, 너희 아버지 고집통에 지금 떠나려던 참이다. 어, 여관에서 잤다. 오냐.
넷째 딸 : 그이가 찾아 나섰다 그냥 왔지 뭐예요. 어머니, 그렇게 가시면 어떻게 해요? 그이하고 같이 갈 테니 기다리세요.
부인 : 글쎄, 나올 것 없다. 나오지 마라.
영감 : 여보, 빨리 와!
부인 : 아, 나가요!
영감 : 하, 이 차 시간 늦겠다.
넷째 딸 : 어머니!
부인 : 영감, 지금 셋째 있는 곳이 여기서 멀우?
영감 : 가까우면 뭘 하오? 자식들이야 다 그런 거지 뭐.

(01:07:15) 셋째 딸 : 번번이 이 꼴이야. 사람이 가만히 있다가 그렇게 하면.
셋째 사위 : 어허, 또 시작일세. 아이 그 사람 원. 에이그.
셋째 딸 : 무슨 놈의 야근이 그리 잦아요?
셋째 사위 :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아니 그럼 내가 이거라도 생겼다는 말이야?
셋째 딸 : 아, 누가 알아요? 야근을 밥 먹듯 하니. 아니 여기가 무슨 부잣집 하숙집인 줄 아세요?
셋째 사위 : 아, 당신 어쩌려고 이렇게 짜증만 내는 거요? 아니 내가 야근 아니면 미쳤다고 당신을 놔두고 이 밤중에 나가겠어?
셋째 딸 : 듣기 싫어요! 혼자서 살아야만 과부인가. 뭐? 독수공방하는 게 과부지! 어서 그년한테 찾아가 봐요! 난 잠이나 자야겠어요.
셋째 사위 : 아, 정말 이렇게 할래? 참내…. 자, 부인. 진정해요. 내 일 끝나는 대로 내일 아침 일찍 올게!
셋째 딸 : 보기 싫어요! 어서 나가요.
셋째 사위 : 아이 참. 내 원. 사람 환장하겠네. 내 말이 거짓말이거든 내일 회사에 나와 보면 알게 아닌가?
셋째 딸 : 흥! 누가 속아 넘어갈 줄 아나?

영감 : 넌 그 입 때문에 사고란 말이다. 그 입!
셋째 딸 : 뭐가 사고예요? 툭 하면 야근, 툭 하면 야근하고 나가버리잖아요.
영감 : 쓸데없는 소리. 확실한 것도 모르면서 남편 모함하는 거 아니야.
셋째 딸 : 다 아버지 고집 때문이에요. 싫다는 걸 억지로 보내 놓으니 이 꼴이지 뭐예요.
부인 : 에휴, 참. 여기까지 와서 이런 꼴을 보다니. 얘야, 어디냐. 그 사람 간 집이? 얘, 가보자. 어서 일어나!
영감 : 어허.
부인 : 빨리 일어나! 당장 찾아가 가지고 요절을 내버리자.
영감 : 아니, 여보. 이 밤에 가긴 어딜 간다는 거요. 어딜?
부인 : 이 양반이 부산 사위집에서는 먼저 날 끌고 나오시더니. 일어나요. 어서!
영감 : 아, 그야 그때는 기분이 나빴으니까 그랬지. 여보, 당신 고정해요.
부인 : 뭐요? 이 양반이. 난 뭐 지금 기분이 좋아서 이러는 줄 아슈?
영감 : 에이, 나 시끄러워서 자야겠다.
부인 : 원.
영감 : 에이, 가려면 내일 아침에나 갑시다! 내일 아침.
부인 : 아니, 이 양반이 이런 억지를 부리시니. 참. 영감, 좀 일어나요.
영감 : 글쎄, 이거 왜 이래. 글쎄
부인 : 궁상떨지 말고.
영감 : 글쎄. 여보 가려면 내일 아침에나 갑시다.
부인 : 원, 이런 능청이 있나. 이런.

(01:10:01) 경비 :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영감님?
영감 : 나 말이오?
경비 : 어디 가십니까?
영감 : 어, 나 저 안에 저 이 과장 만나러 들어가는 길이요.
경비 : 이 과장요?
영감 : 응. 왜, 있소? 없소? 어?
경비 : 뉘신지?
영감 : 저…. 나는 이 과장의 장인어른 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내 마누라요. 저기 쟤는 이 과장의 사모님이 되는 사람이요.
경비 : 아이고, 이거 몰라 봬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럼.
부인 : 네! 
영감 : 여보, 있다지 않소?
부인 : 아, 누가 아니래요?
영감 : 이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란 말이오!
부인 : 에이그, 이 철때기 없는 자식아! 공연한 오해를 해가지고.
영감 : 이건 또 뭐요?
경비 : 이걸 달고 들어가십시오.
영감 : 여기에다가?
경비 : 네, 네.
부인 : 네, 네.
영감 : 당신도 달아요. 그리고 너도 달아라. 그래, 내 안에 들어갔다 나오리다.
경비 : 네, 안녕히 가십시오.
부인 : 아이고, 고맙소.
셋째 딸 : 수고하세요.

셋째 사위 : 아버님! 아이고 아버님.
영감 : 여보게, 여보게! 허허.
부인 : 이 사람아!
셋째 사위 :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고, 어머님.
부인 : 이 사람아! 잘 있었나?
셋째 사위 : 아 오시자마자 연락을 하시지 않고. 왜?
영감 : 여보, 여보. 당신 그게. 하하하.
부인 : 아, 왜 그래요?
영감 : 아, 지가 무슨 기술자라고. 허허.
부인 : 아, 왜 그래요? 이리 오너라.
셋째 딸 : 엄마, 뭐가 묻었어요.
부인 : 뭐?
셋째 사위 : 허허. 저 공장에 오시면 다 그런겁니다.
영감 : 야, 야. 그냥 더 둬라. 공장 왔던 기념으로 더 둬.
부인 : 아니, 이 양반이 왜 이래요, 참.
셋째 사위 : 저, 우리 공장이 어떻습니까?
부인 : 참 좋아!
영감 : 여보게, 들어가세. 들어가.
셋째 사위 : 구경하시죠.
영감 : 여보게, 여보게! 자네 처, 처.
부인 : 같이 가봐. 어서!
영감 : 옳지!

(01:12:03) 셋째 사위 : 우리 공장에서는 휘발유 외에도 여러 가지 기름을 하루에 2,900드럼씩이나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프로판가스, 아스팔트, 정유, 중유, 항공유, 윤활유 등 부산물이 스무 가지는 더 됩니다.
셋째 딸 : 참, 여보.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비료공장 구경시켜 드리고 올 테니 당신 옷 갈아입고 오세요.
셋째 사위 : 저기, 그래, 그래. 아버님, 어머님. 저 먼저 들어가서 구경들 하시지요. 옷 갈아입고 곧 오겠습니다.
영감 : 그래.
부인 : 그래, 속히 오게.
영감 : 씩씩하다. 씩씩해.
셋째 딸 : 저, 여기 이 공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제5비료공장이고요, 그리고 또 저기 저 뒤에 보이는 것이 제3비료공장이에요.
영감 : 야, 저 울산공업센터, 센터 하더니만 야 거 참 굉장하구나.
부인 : 에유, 영감. 울산 뭐라구요?
영감 : 어허, 울산공업센터.
부인 : 아, 공업센터….
영감 : 이 고장에게다가 이렇게 공장을 세운다 그 말이야.

영감 : 저 해님을 좀 보오.
부인 : 아이고, 어쩜 저렇게 좋은가!
영감 : 마치 꿈 많은 우리 자식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것 같구려.
부인 : 우리 부처님께 빌고 갑시다.

(노래)신라의 달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여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오산 기슭 위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01:16:03) 영감 : 여보, 이 강원도는 산밖에 볼게 없군 그래.
승객 : 아니, 뭐요! 여보쇼. 그 산이 보통 산인 줄 아쇼? 아, 밖을 좀 내다보시오. 아 그 석탄이라는 광물이 다 어디서 나오나? 거, 잘 보시오!
부인 : 네.
영감 : 아니, 여기가 석탄산이 아니요?
부인 : 그러게 말이요.
영감 : 참 무진장이구려. 무진장이야. 참, 석탄이 기계로 묻어나오는군. 참 강원도 산이야말로 노다지로군 그래.
승객 : 아, 그뿐이겠소? 우리 강원도의 경치야 아, 그 천하가 다 아는 경치이지요. 허허허.
영감 : 하하. 참. 선경이다 선경이야.
부인 : 좋기도 하지 뭐유?

(노래)정선아리랑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도두 뫃고 팔자에 없는
아들딸 낳아달라고 백일 정성을 말고
얼씨구 타관객리 외로이 난 사람 괄시를 마라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씨구 넘어간다

영감 : 여보, 여기가 설악산이요.
부인 : 예.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마라
산골에 큰 아기 난봉난다

부인 : 거참 시원하다.
영감 : 어.
부인 : 여보, 정말 선경이로구려.
영감 : 어, 참 옥류암이요. 오죽하면 비선대라고 그랬겠소? 허허허.
부인 : 정말. 영감!
영감 : 응?
부인 : 옛날 생각 안 나우?

(노래)즐거운 잔칫날
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
복순이가 시집가고 삼돌이가 장가가요
어서 한잔 드시오. 나도 한잔 주시오
오늘 같은 좋은 날 아니 먹고 어쩌리오
들엔 동백꽃 향기 넘쳐흐르고
신방에는…

영감 : 그러고 보니까, 우리 젊었을 때 보다 세월이 많이 변천했소. 여보, 내가 소리 하나 할게. 소리. 만고강산 유람할 때. 아이, 아이, 아이야야야야!
부인 : 글쎄요 어서. 영감! 내 손잡으쇼. 이리 와요.
영감 : 아이고, 여보. 왜 뭣하러 내려 왔소?
부인 : 그러니까 부군일칙이라는게 아니오. 저기 나가서 옷 갈아입읍시다.
영감 : 여보, 옷이야 금방 마를 옷인데 뭘.
부인 : 말 좀 듣자고요.
영감 : 시원해서 좋다.

(01:19:50) 영감 : 에이 이 파도.
부인 : 영감
영감 : 어?
부인 : 여기가 속초요?
영감 : 어 여기가 속초야.
아줌마 : 돌이엄마. 우린 언제나 배 한척을 가져보겠수.
다섯째 딸 :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어업자금이 나온다니까 그때는 형편이 풀릴게 아니우? 아니, 어머니!
부인 : 미애야.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얘야.
다섯째 딸 : 아버지. 어머니.
부인 : 왜.
다섯째 딸 : 소식도 없이 웬일이세요.
부인 : 자식두, 기왕 내킨 김에 너 보러 왔다.
영감 : 그래, 신 서방은 여전히 바다에 잘 나가느냐.
다섯째 딸 : 네 마냥 그렇죠 뭐. 아버지, 집으로 가세요.
어부 : 자 빨리 내리게.
어부 : 어이 영빈이. 술 한 잔하고 가세.
다섯째 사위 : 이 사람아 밤낮 술만 마시면 어떡하겠나, 나 먼저 가겠네.
다섯째 사위 : 여보, 여보.
다섯째 딸 : 인제 돌아오세요?
다섯째 사위 : 어.
다섯째 딸 : 아 근데 여보.
다섯째 사위 : 응?
다섯째 딸 :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오셨어요.
다섯째 사위 : 뭐! 장인장모께서?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호오. 저, 장모님 오셨어요?
부인 : 아이고 신 서방 왔나보오.
다섯째 사위 : 아이고, 이거 장모님 안녕하셨습니까.
부인 : 그래.
다섯째 사위 : 안녕하셨어요. 안녕하셨어요.
영감 : 그래. 얼마나 고생했는가.
부인 :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다섯째 사위 : 아 뭘요. 이렇게 건강하지 않습니까.
영감 : 그게 제일이야. 어서 들어와.
부인 : 그래, 어서 들어와.
다섯째 사위 : 아이고, 먼저 들어가세요. 장모님. 네 어서 들어가세요. 저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부인 : 응? 왔다 가지 않고…. 들어오게.
영감 : 얼른 들어오게.
다섯째 사위 : 네. 여보.
다섯째 딸 : 응.
다섯째 사위 : 내 가서 맛있는 막걸리 좀 받아올게.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여보.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고기 좀 사오게 돈 좀 있으면 더 줘.
다섯째 딸 : 내게 무슨 돈이 있어요. 품삯도 벌써 저금해버렸는데.
다섯째 사위 : 그렇지만 이 먼 강원도 속초까지 오셨는데 사위체면도 세워야지.
다섯째 딸 : 우선 외상으로 어떻게 해보세요. 우리의 정성이 문제지, 진수성찬이 문제겠어요?
다섯째 사위 : 우리 저금해놓은 돈 찾아 쓰면 어때.
다섯째 딸 : 아이고, 그 돈은 당신 배 사려고 저금한 게 아니에요.
다섯째 사위 : 그렇지만 말이야. 배는 당장 살 형편이 못되니까. 우선 좀 찾아 쓰자고.
다섯째 딸 : 그건 안돼요.
다섯째 사위 : 허허 이거. 당장 돈이 없는데 야단났는데 이거.

(01:23:03) 부인 : 여보.
영감 : 음?
부인 : 살기가 어려운 모양이로구려.
영감 : 잘사는 애들도 있으면 못사는 애들도 있는 법이라오.
다섯째 사위 : 여보, 장인어른 주량이 보통이 아닌데 이거 가지고 되겠어?
다섯째 딸 : 그렇지만 당장 어떻게 하겠어요.
다섯째 사위 : 약주 한 되로야 사위체면이 서나 이거. 여보, 아 어떻게 하자고 이걸 넣는거야?
다섯째 딸 : 자 어서 들어갑시다.
영감 : 여보.
다섯째 사위 : 여보. 아니 저 여보. 여보.
다섯째 딸 : 네.
다섯째 사위 : 거 물을 타지 말래두 자꾸 타고 그래.
다섯째 딸 : 그건 물을 탄 게 아니라 우리의 정성을 탄 거예요.
다섯째 사위 : 에이. 그래도 이거….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오냐.
영감 : 어어어 들어오너라.
부인 : 아이 뭘 이렇게 챙기느라고.
영감 : 저런.
다섯째 사위 : 오래 기다리셨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영감 : 아이 이 사람아 괜찮아.
부인 : 그리 앉게.
영감 : 무슨 술을 이렇게 또 많이 받아왔나.
부인 : 자네가 따라주게.
다섯째 사위 : 장인어른의 주량이야 세상이 다 아는 거 아닙니까. 자 드세요. 제가 바닷놈 솜씨를 한번 내봤습니다. 모양은 없어도 맛은 참 좋을 겁니다.
영감 : 모양은 봐서 뭘 하노. 그저 생선이란 것은 싱싱한 맛에 먹는 거야.
부인 : 이 사람아. 넉넉지 않은 살림에 우리가 와서 정말이지 폐가 많네.
다섯째 사위 : 아이 장모님도. 제가 아무리 못 살아두요.
영감 : 야. 아주 술맛 참 좋다. 여보, 이 강원도는 물맛이 좋아서 그런지 술맛이 꿀맛이구려.
부인 : 그러게요.
영감 : 거, 참 좋다. 여보게 자네도 한잔 하게나. 응?
다섯째 사위 : 아니 장모님부터 하시죠.
부인 : 아닐세, 자네나 먼저 하게.
영감 : 이 사람아, 내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지마는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보겠다고 온갖 힘을 다 기울이구 있고 또 나라에서도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는 모양인데 자네는 아직 살림살이가 어려운 모양일세.
다섯째 사위 : 뭐, 저라고 평생을 못살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부인 : 그럼.
다섯째 사위 : 저도 잘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이 사람과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3년을 두고 저금해왔습니다. 이제 배 한척만 사면 그땐 저도 아마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부인 : 그래야지.
다섯째 사위 : 장모님. 저도 꿈을 가지고 있는 놈입니다.
부인 : 암.
다섯째 사위 : 장인어른. 저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영감 : 암, 희망을 가져야지. 음! 그저 사람이라는 것은 만사에 자기 마음 가질 탓이야.
다섯째 사위 : 장모님도 한잔 드십시오.
부인 : 음? 괜찮네. 내가 뭘….
다섯째 사위 : 아이, 드세요.
영감 : 들게 들어. 자네도.
다섯째 딸 : 어머니 조금만이라도 좀 드세요.
부인 : 오냐. 그래.
영감 : 어쨌든 자네 부부가 금실 좋게 몸 편히 사는걸 보니깐 응? 우리가 기쁘네. 여보, 술맛 어떻소. 응?
부인 : 정말 좋구나. 어떻게 담갔으면 이렇게 맛이 좋겄어.
영감 : 꿀맛이라니까 그래.
부인 : 여보, 당신도 한잔 더 하세요.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영감 : 또? 음. 들고말고. 이 술잔에 담긴 정성이야 어느 딸, 어느 사위의 정성에 비하겠나.
다섯째 딸 : 흐흑.
부인 : 얘야. 미애야. 미애야.
다섯째 딸 : 어머니.
부인 : 다 들었다. 물을 타면 어떠냐. 우린 그저 좋기만 하다.
다섯째 딸 : 어머니. 물을 탄 술을 아시면서 마시는 것을 보니까 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부인 : 아니다. 아버지와 이 엄마는 너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저 소망이었었다. 이젠 너희 부부가 그저 살려고 애쓰는 것을 보니까 우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구나. 철없이 자란 네가 이젠 어른이 된 걸 보니까 그저 기쁘기 한이 없다. 미애야. 어디 날 보고 한번 웃어봐라.
다섯째 딸 : 어머니.

다섯째 딸 : 저 어머니 세수하세요. 아직 안 일어나셨나. 아니.
다섯째 사위 : 여보. 여보. 마침 싱싱한 가오리가 있더군. 이거 회 만들어드리자.
다섯째 딸 : 벌써 떠나셨어요.
다섯째 사위 : 뭣이? 떠나시다니.

부인 편지 : 미애야. 이렇게 떠나는 애미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너희들이 넉넉지도 않은 살림에 저축까지 해가면서 자립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너희 아버지도 얼마나 흔쾌하셨는지 모른다. 미애야, 신 서방을 잘 섬겨야한다. 우린 윗선에 있는 너희 오빠를 만나보고 곧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01:29:03) 차장 : 할아버지 차표 끊으세요.
영감 : 어? 그 대진까지 얼마냐.
차장 : 두 분 이서 320원이에요.
영감 : 어. 320원. 여보, 당신 돈 가진 것들 좀 내놓게.
부인 : 아이, 애들한테 다 줬는데 무슨 돈이 있소.
영감 : 저, 차장. 다 가서 내면 안 될까?
차장 : 안 돼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세요.
영감 : 허허.
부인 : 어떡하나.
영감 : 참 이런 놈의 인심을 봤나.
부인 : 큰일났군.
영감 : 그…. 가, 가만있자. 저 소위. 소위. 날 좀 보자고. 저, 자네 혹시 그 김석구 대위라고 모르겠나.
최 소위 : 김석구 대위라뇨?
영감 : 그 여러 말 할 것도 없이 거 간첩 세 놈을 한꺼번에 잡아가지고 표창장을 받은 김 대위 말이야. 어?
최 소위 : 아 네. 정보참모실에 계시는 김 대위님 말씀이군요.
영감 : 어어, 맞았어. 맞았어. 그러니 급폐일언하고 자네. 돈 그 320원 날 돌려주게. 걔 내 아들이야.
최 소위 : 네. 알겠습니다.
영감 : 여봐, 차장. 저 삼백, 320원 이 최, 최 소위한테 받어. 응? 저 내 아들 내 김 대위한테 갚아주라고 그럴게.
최 소위 : 아이, 괜찮습니다.
영감 : 뭘 괜찮기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가봐, 가봐, 가봐.
최 소위 : 네.
부인 : 고맙소.
영감 : 여보, 남편 하나는 잘 뒀지.
부인 : 으이구, 이 양반도 참.
영감 : 나 아직 끄떡없어.
부인 : 어이구, 참.

(01:30:40) 아들 : 아버님, 걱정 마세요!
영감 : 어.
아들 : 그 차비는 제가 꼭 갚겠습니다.
영감 : 어, 그래야지.
할멈 : 얘야, 꼭 그렇게 해라. 참 친절하고 씩씩한 장교더라.
아들 : 예, 염려 마십시오. 아, 다 왔군요. 아버님. 저기가 휴전선입니다. 아무도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이 휴전선은 멀리 서해에서 이곳 동해까지 600리를 가로질러 있습니다. 지금도 저 북녘 하늘 밑에서는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자유가 그리워서 한숨짓고 있습니다.
영감 : 내 살아생전에 통일이 되는 걸 보고 죽었으면 한이 없겠구만.
할멈 : 석구야, 여길 오니 6.25때 전사한, 6.25때 전사한 네 형이 생각이 나서 피눈물이 나오는구나!
아들 :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너무 슬퍼 마십시오. 우리의 자유와 경제력이 북한으로 넘쳐흐를 때 우리의 숙원인 통일도 이루어지고야 말 것입니다. 70년대가 되면 이것도 아주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영감 : 그래야지!
아들 : 그럼, 아버님. 돌아가시죠. 어머니도요.
영감 : 여보, 갑시다.

아들 : 아버지!
영감 : 응.
아들 : 여기가 춘천발전소인데요, 이 발전소는 순전히 우리나라의 기술만으로 완성됐습니다.
영감 : 아주 훌륭하고도 박력 있는 일이다! 여보, 당신도 때를 잘못 타고 났구려!
부인 : 네, 왜요?
영감 : 어, 지금쯤 나한테 시집을 왔더라면 그 호롱불 신세는 면했을 게 아닌가?
부인 : 참, 영감도. 그 팔도강산을 한 바퀴 돌더니 아들보다도 더 젊어가는 소리를 하고 계시오.
영감 : 왜, 내가 젊어져서 당신이 나쁜 거라도 있소? 어?
부인 : 얘, 네 아버지 말씀 좀 들어봐라.
영감 : 뭘 듣냐. 어서 가자! 허허.

(01:33:53) 영감 : 이런 미친놈을 봤나? 여기도 저 똑같은 놈이 하나 있네. 그래.
아들 : 아니, 똑같은 놈이라뇨?
영감 : 어, 넌 모른다.
막내딸 : 어머니!
부인 : 아휴, 자식도. 난 또 누구라고?
막내딸 : 어머니!
부인 : 오냐, 그동안에 그래 집안에는 별일 없었니?
막내딸 : 응, 아무 일 없었어요.
부인 : 그래, 그래.
막내딸 : 아버지!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구경 많이 하셨습니까?
영감 : 그놈 비웃살 한 번 좋다!
미스터 리 : 먼저는 거절당했습니다만, 이번만은 자신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영감 : 아니, 뭐? 허, 그놈 사람 죽여준다! 음, 자네 그 박력만은 좋아. 내 결정은 서울 가서 짓겠네! 응?
아들 : 아버지 내 매부 감으로는 아주 됐는데요? 어머니, 그렇죠?
부인 : 그래, 씩씩해서 참 좋다!
영감 : 이봐, 당신. 당신 다수가결로 나한테 대드는 거요? 어?
막내딸 : 어머, 원래 민주주의란 그런 거 아니에요?
아들 : 수고해.
미스터 리 : 네!
막내딸 : 오빠! 연락해줘서 고마워요.
아들 : 자, 어서 들어가거라! 아버지, 어머니는 기차 타러 가신다.
막내딸 : 응.
부인 : 석구야! 몸조심해라.
영감 : 석구야.

부인 : 내비둬요.
영감 : 야, 내리막이겄다.
막내딸 : 우리도 빨리 가요! 체육대회 골인하는 기분으로.
미스터 리 : 오케이. 떨어지지 않게 꼭 잡아! 달리는 거야!
막내딸 : 야!

(01:36:01) 막내딸 : 어머니,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저기 미스터 리!
부인 : 얘, 너희 아버지도 저런 구경을 좀 하시지 않고.
막내딸 : 아, 누가 아니래요.
영감 : 어허, 이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구먼.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면 세상에 안 될 게 없겠다!
막내딸 : 야! 미스터 리!
영감 : 허, 그놈 참 박력 있게 달린다.
부인 : 여깄네!
막내딸 : 빨리! 빨리요!
영감 : 허허, 저놈은 내 인삼차 한 재만 더 먹었으면 힘이 더 날건데. 아이 참. 참. 이 사람아! 이 사람아! 뒤따라가, 뒤따라가! 얼른 달려라, 달려! 아, 뒤따라 가라고! 나. 저, 나. 이런.
막내딸 : 아버지!
영감 : 으흠.
부인 : 아니 저, 영감이 저, 안 오시겠다더니.
막내딸 : 아버지, 와 주셔서 고마워요.
영감 : 여보, 앉아, 앉아.

(01:38:47) 부인 : 그래, 애 많이 썼네!
넷째 사위 : 만수무강 하시이소.
부인 : 그래, 고맙네.
아들 :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만수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부인 : 오냐.
첫째 사위 : 거, 절들 하지 그려.
영감 : 얘들아! 내 육십 평생에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다. 고맙다. 고마워. 너희들이 이렇게 잊지 않고 내 회갑 날을 이렇게 차려주고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저 너희 어머니와 나는 기쁘기 한이 없다.
첫째 사위 : 아버님, 어머님. 다음은 저희들 선물 받으세요! 자, 선물들 준비혀!
부인 : 아이고, 영감. 속초 애들이 못 오는가 보우.
영감 : 그러게.
첫째 사위 : 아버님! 이 인삼 달여 잡숫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유.
영감 : 그래. 그래, 그래. 오래오래 살아야지.
부인 : 근데 자네 애미는 어떻게 돼서 안 왔는가?
첫째 사위: 네, 산후조리가 나빠서요.
부인 : 어, 그래서 아범 혼자 왔네! 그려.
영감 : 그래, 아기는 잘 자라냐?
첫째 사위 : 아, 네. 저 그놈이 제 옷에 붙은 시멘트가루를 핥아 먹었는지 아, 여간 단단하지 않아유. 허허. 어서 드세유. 아, 다음 오시구려.


(01:41:17) 둘째 사위 : 아버지, 우리 이 선물 드리기 전에 절 한 번 더 할랍니다잉.
부인 : 아휴, 고만둬. 몸도 무거운데.
영감 : 그래, 그래. 그만둬. 배가 불러서. 허허.
둘째 사위 : 우리 이번에 열둘째입니다. 징하게 낳아버렸습니다. 하하하. 다시는 안 낳을랍니다. 참, 나는 괜찮은디 이 사람이 자꾸. 허허.
둘째 딸 : 아이. 몰라요!
둘째 사위 : 이거 받으십쇼. 요것이 양단인디 최고급입니다. 허허. 다음 오쇼잉.
셋째 사위 : 아버지, 앞으론 이 라이터 쓰십시오.
영감 : 어, 어. 허! 이 사람아 이건 마치 자네 공장 굴뚝에 불꽃같네. 그려. 어? 허허허.
셋째 사위 : 아버지, 저 이번에 부장으로 진급됐습니다.
셋째 딸 : 그게 다 내가 독수공방을 지켜온 덕택이죠.
부인 : 암, 그럼. 그렇고말고.
넷째 사위 : 참말로….
부인 : 여보게, 허 서방!
넷째 사위 : 예!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겠습니다. 용서하시이소. 정말 잘못했습니다.
영감 : 이 사람아! 아, 부모자식 간에 그만한 일 가지고 뭘. 이제 잊어버리세. 허허허. 그럼.
넷째 사위 : 아버님이요, 내 평생 인삼주를 대 드리겠습니다.
영감 : 어, 내가 좋아하는 인삼주. 허허허.
둘째 사위 : 저. 아버지, 어머니! 거, 부산 동서 오늘 정말 과용했습니다.
넷째 사위 : 뭐예~
둘째 사위 : 아, 경비 몽땅 안 내버렸습니까. 허허허. 하여간 최곱니다. 최고!
넷째 사위 : 돈 나고 사람 났습니까? 괘안습니다. 괘안습니다.
둘째 사위 : 내가 부산 한 번 내려갈라네.
넷째 사위 : 오시이소.
부인 : 얘들아, 오늘같이 기쁜 날에 속초 애들이 안 보이는구나. 걔들만 참석했으면 내가….
영감 : 어린 것이 무슨 고생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허, 그게 너무도 못산다고 부끄러워서 그런지도 몰라.

(01:43:32) 다섯째 딸 : 아버지!
부인 : 얘, 미애야! 미애야! 아이고, 이 자식아. 왔구나!
다섯째 딸 : 어머니, 어머니. 흑흑.
부인 : 아이고, 그래. 울기는. 신 서방 어떻게 됐누?
다섯째 딸 : 네, 이제 곧 올 거예요.
부인 : 그래, 그래. 자 앉아라. 앉아라.
다섯째 딸 : 아버님, 어머님. 절 받으세요.
부인 : 그래, 그래.
다섯째 딸 : 아버님, 이 못난 소녀도 밖에서나마 아버님과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빌고 있었어요. 전에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왜 그렇게 떠나셨어요? 얼마나 섭섭했는지 몰라요 어머니! 아버지, 제 잔을 받으세요. 이 술은 물 탄 술이 아니에요.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사셔서 저도 잘사는 걸 꼭 봐주세요!
영감 : 미애야! 이 술맛도 참 좋다마는 난 너희 집에서 먹은 그 막걸리가 더 좋드라.
다섯째 딸 : 아버님, 이거 선물이에요.
부인 : 오냐. 그래, 그래.
영감 : 내 평생에 이런 귀한 선물을 처음 받아본다.
부인 : 그럼.
영감 : 얘야! 울지 마라.
부인 : 아이고, 신 서방!
영감 : 신 서방 이리 오게. 이 사람아, 정말 고맙네!
다섯째 사위 : 저, 아버님 늦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만수무강 하십시오.
부인 : 그래, 신 서방. 와 줘서 정말 반갑네!
다섯째 사위 : 아, 저 아버님. 이거 보십시오. 제가 배를 한 척 샀습니다. 지금 계약하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영감 : 어디 보세! 훌륭한 배다. 여보, 참 고마운 일이다.
부인 : 그럼.
영감 : 이게 자네 배군, 그래? 고맙네. 허허허.
다섯째 사위 : 저도 이제 남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영감 : 그래야지.
다섯째 사위 : 여보, 고생했지!
영감 : 신 서방! 내가 이제 가도 물 탄 술은 안 내어놓을 테지? 허허허. 자, 일어나. 일어나게.
둘째 사위 : 아따, 배를 한 척 샀다니 참말로 기쁘고마. 하여간 축하하네.
영감 :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 때가 올 걸세.


(01:46:49) 아들 : 아버님! 여기 이 분이 왔군요.
영감 : 어, 자네 이리 오게. 아니 오늘 문희가 없어서 그런지 박력이 적군 그래. 어? 자네 오늘부터 날 빙장어른이라고 불러도 좋아. 그리고 문희가 월남서 돌아오는 데로 결혼식을 올리도록 해. 어?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만수무강 하십시오.
둘째 사위 : 아따, 그 사람 배짱 한 번 좋네! 허허허허.
영감 : 가만. 내 이렇게 기쁜 날 내 한마디 해야겠어. 내 전번 날 너희 어머니와 같이 팔도강산을 돌고 와서 내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그랬지마는 이제 내 좀 더 살아야겠어. 너희들이 이렇게 희망에 부풀어서 앞을 나가는 걸 보니까 내가 더 더 살아서 자네들이 더 잘 사는 걸 좀 봐야 하겠어.
둘째 사위 : 싹 달라진 팔도강산을 다시 한 번 봐야죠잉.
영감 : 가만, 가만, 가만있어. 그리고 내 자네들한테 신세도 많이 지고했으니까 내가 오늘 한턱내겠네! 저 밖에 나가서 자동차를 타. 내가 오늘 진짜 서울구경 시켜줄게.
미스터 리 : 저, 빙장어른! 이거 받으십시오.
영감 : 이게 뭔가?
미스터 리 : 최신식 라디오입니다.
영감 : 이게 도란지스타구나 하하.

(노래)팔도강산
팔도강산 좋을시고 살판이 났네
팔도강산 얼싸안고 웃음꽃을 피우네
에헤야 데헤야 너도 나도 얼씨구
에헤야 데헤야 우리 모두 절씨구
잘 살고 못 사는 게 팔자만은 아니더라
잘 살고 못 사는 게 마음먹기 달렸더라
줄줄이 팔도강산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좋구나 좋다

3-1. 딸들과 사위들을 찾아 팔도를 유람하다 3. 팔도강산

팔도강산 (1967, 배석인 감독) 이 영화는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김희갑)-어머니(황정순)가 전국 팔도에 결혼하여 흩어져 살고 있는 딸과 사위들을 찾아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노부부가 찾아다니는 여행경로에는 1962~1967년 추진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와 1967년부터 추진할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홍보하며, 이와 관련한 여러 지역의 산업과 계층이 반영되어 있다.

3-1. 딸들과 사위들을 찾아 팔도를 유람하다 3. 팔도강산
3-2. 고속도로를 달리다 3. 팔도강산
내일의 팔도강산
  • ㆍ생산연도: 
    1971
  • ㆍ감독: 
    강대철 감독
  • ㆍ재생시간: 
    101분 27초
< 자막 >

(00:34) 진규 : 아 장모님 저 왔어유.
황 여사 : 아이구 이 녀석들아. 아이고 어서 오게. 아니 이건 집이 아니라 탁아소로구나. 아 여보 영감. 여보게 어서 아버지님 좀 나오시라고 그래. 여보 영감. 아 뭘하구 있어요 빨리 나오지 않고. 얘, 이렇게 아버지가 떠나시는데 민자는 만삭이라 나오지도 못하고. 어서 나가봐라. 아 여보 빨리 나갑시다. 비행기 시간 늦겠어.
희갑 : 에그, 영구야 거 가방 속의 고추장 쏟아질라.
승호 : 바깥사돈께서 수염 깎고 넥타이 매고 새 양복 입고 보니깐 첫선 보러가는 신랑 같네유.
희갑 : 아 원 사돈영감두. 참, 여보. 거 빠진 것 없이 샅샅이 살폈소?
황 여사 : 염려 마시구 당신이나 있나 없나 보살피슈.
희갑 : 난 이상 없는데. 참, 빠뜨리고 가는 것은 임자 마누라뿐이구려. 얘, 그 고추장, 고추장 단단히.
승호 : 고추장도 넣었소? 저 된장도 좀 넣지 않구. 거 객지에서 입맛 없을 때 고놈이 제일인데.
혜정 : 아버지 아셨죠? 잊어버리시면 안 돼요. 선물 말이에요. 꼭 부탁해요 아시겠죠?
희갑 : 알았다 알았다.
은아 : 아버지 그이한테 편지 자주하라고 해주세요. 네? 네?
미애 : 아버지 제 걱정 조금도 말라고 그래주세요.
은아 : 빨리 오라고 그러세요.
황 여사 : 얘들아 이제 고만 좀 해라.
희갑 : 아 그만 놔두구려.
황 여사 : 만리타향 떠나는 아버님 걱정은 않고 저희 남편 부탁뿐이냐 모두? 에휴 그저 딸들-
승호 : 아 참. 그 아프리카에 가거들랑 우리 둘째 놈 꼭 좀 만나보세요. 우간다에 있어유.
희갑 : 아따 염려 마시라우유. 하하하하하.
승호 : 어쨌든 사돈 팔자 세계 제일이에유. 아 비행기 타구 세계 유람 떠나니깐 말이유.
희갑 : 하 막내 딸년이 엉뚱한데 가서 혼례를 치룬다기에 불려서 가는 판인데 모두가 팔자 소관이에유. 하하.

(03:10) 진규 : 아 저, 빙장어른. 저, 시간 됐어요. 빨리 나갑시다.
황 여사 : 참, 저 영감.
희갑 : 응?
황 여사 : 자기 돈 안 든다고 약주 과음 마시구, 성급히 구시지 마시구.
희갑 : 길 조심하구, 차 조심하구, 음식 조심하구. 나 다 외워 뒀어 염려 마오.
황 여사 : 참, 저 영감. 저, 이걸 잊지 마시구 몸에다가 꼭 지니시구 조심허셔야 해요.
희갑 : 알았어 알았어.
황 여사 : 자 가십시다. 시간 없어.
희갑 : 여보.
황 여사 : 내 걱정 조금도 말우.
딸들 : 조심히 다녀오세요.

(노래)
철새 따라 천 리길 구름 따라 만 리길
물결 따라 천 리길 바람 따라 만 리길
낯설은 이국땅 어디를 가도
손잡고 반겨주는 핏줄이 있다
떠나온 그리움을 땀으로 견디며
잘 살자 다짐했던 그 맹세를 이루고자
아아 아아아- 우리는 간다
우리는 세계를 간다

(05:27) 희갑 : 하.. 앗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가만있자... 할로. 마이 네임 이즈는 미스타 한의사 김희갑이요. 이런 제기럴. 책에 없는 한의사 소릴 또 왜 했노. 우리 마누라 말이 옳아. 성급하게 굴지 말고 다시 한 번. 할로 한의사. 마이 네임 이즈는 미스타 김희갑이요. 나 이렇게 한의사 소리를 또 했네. 예예.

희갑 : 허어.. 본국 한해구원. 흐음.. 저, 내가 이거 사람을 좀 찾습니다만.
남직원A : 어서 오십시오.
사장 : 아 이거 늦어 미안합니다.
남직원B : 어서 오십시오.
희갑 : 저... 아니, 야, 야 너 너너 깨곰보 아니냐. 너 깨곰보지 응?
사장 : 아이고. 야 너 이놈아 합죽이가 아니가.
희갑 : 그래 내가 합죽이다.
사장 : 반갑다 야. 내가 깨곰보다. 늙었구나 너두.
희갑 : 몇 해만이냐? 늙었다.
사장 : 이야, 사람이 죽지 않으면 만나는거다 응? 야 합죽, 여기는 어떻게..
희갑 : 마 어떻게는 어떻게야 인마. 너 만나러 왔지 인마.
사장 : 그래? 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 가자 어서.
희갑 : 응? 그래 가자. 실례했습니다.
사장 : 이크, 내 정신 좀 봐. 성금을 내러 왔다가.
희갑 : 그래 내야지.
남직원B : 감사합니다.
희갑 : 여보게, 본국에서 이 소문을 들으면 얼마나 반가워하겠나.
남직원B : 영수증 여기 있습니다.
희갑 : 자 가자. 너 인석 일본에다 자릴 잡더니만 한 몫 단단히 잡았구나. 어?
사장 : 하하. 땀 흘린 탓이지. 무척도 긴 세월을 보내면서 이뤄놓은 사업일세. 나뿐이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야. 자, 우선 내 공장부터 가지. 응? 저게 제2공장이야.
희갑 : 아 참 웅장하다. 웅장해.
사장 : 그래그래. 허허.
희갑 : 헬로? 왓 이즈 댓도?

(08:24) 사장 : 장훈! 장훈! 홈런 치게 홈런!
희갑 : 때렸다! 여보게 때렸다 때렸다!
관중 : 아이고 이것 참.
사장 : 여보게 참아 참아.
희갑 : 아 이거 미안합니다. 야 쳤다 쳤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야이 그거 잘 쳤네. 그래 저렇게 쳐야지. 저 씩씩하다 씩씩해. 오늘 장훈이 홈런 하나 잘 때렸어.
사장 : 그래 허허. 오우, 어. 야 우리 오늘 저녁 어렸을 때 생각해서 어? 마음껏 취해보자꾸나. 응? 자.
희갑 : 좋아. 원 이걸로 간에 기별이나 오겠나.
사장 : 오 그래?
희갑 : 여보게 우리 이걸로 한잔씩 하세.
사장 : 그래 좋지 그래. 자. 오, 오오 오. 그만그만그만.
희갑 : 아 들어.
사장 : 음, 자. 네 차례다. 많이 따라줘요.

여보 영감, 약주 과음 마시구 성급히 굴지 마시구..

희갑 : 알아! 아이잇 쯧.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기생 : 아이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깜짝 놀랐어요.
희갑 : 암, 우리 대한남아는 스케일이 크지. 자, 자네. 꺼억..
사장 : 그래그래. 허허. 큰소리를 치고...

(10:34) 미란 : 아이, 저...
희갑 : 아이고 아이고 이거 이거 미안합니다. 이거 미안합니다. 내가 눈이 어두워서.
미란 : 아이 괜찮아요.
희갑 : 아이고. 예예. 아가씨도 한국 사람이군?
미란 : 네.
희갑 : 이렇게 반가울 데가 있나. 아까부터 말을 붙이려고 했는데 거 일본사람인가 중국 사람인가 해서 응? 그래, 어디까지 가시나.
미란 : 불란서 빠리예요.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희갑 : 음? 할아버지라니. 미스타 김희갑이라고 해요. 어? 허허허.
미란 : 할아버지는 해외여행이 처음이시군요?
희갑 : 어... 아이엠 미스타 김희갑은 초행이지. 아하하하.. 예쓰 예쓰 예스.
미란 : 어머, 두렵지 않으세요?
희갑 : 아 두렵다니? 아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덴데 대장부가 두려울 게 뭐람. 배짱과 스케일만 있으면 그만이야. 하하하하.

(12:06) 하와이 여인 : 알로하.
희갑 : 예. 예예.
하와이 여인 : 알로하.
미란 : 땡큐.
희갑 : 예 가지. 이 향기가 좋다.
운전수 : 아유 프롬 재패니스?
희갑 : 어유.. 천만에. 에라 영어공부 뒀다 뭣에 쓰나. 아이엠 코리안.
운전수 : 저희 아버지 어머니 모두 한국 사람입니다.
희갑 : 오오.. 그래? 그거 참 반갑군 그래. 그래 자네 직업은 운전순가?
운전수 : 방학 동안이라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자기 쓸 돈 자기가 벌어야 합니다.
희갑 : 그래? 어.
보이즈 :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 저. 반갑습니다. 할아버지.
희갑 : 아이 이거 민자가 아니냐. 어? 아이 야 이것 참.
보이즈 : 반갑습니다.
희갑 : 참 반갑다. 참, 내 소개하지. 응. 우리 집 옆에 살던 아가씨인데, 그 유명한 김 시스터즈야.
미란 : 유미란이에요.
일동 :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희갑 : 아이고! 인자, 애자, 숙자. 참 반갑구나. 가만있어 봐, 이 사람은 누구냐?
막내 : 저 막내에요.
희갑 : 오 막내! 그래. 여긴 뭣 하러 왔지?
숙자 : 우리 여기서 공연중이에요.
희갑 : 여기에서? 그거 마침 잘 됐다. 마침 잘됐어.

(15:21)(노래)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미란 : 훌라춤이에요.
희갑 : 오호라. 훌렁 훌렁 벗고 훌렁 벗고 춘다고 훌라. 훌라춤이다. 에? 아 이거 꽃모자. 허허허.. 꽃목걸이. 쌩큐. 허허허.
미란 : 아하하하.
희갑 : 우리 한국춤이 차라리 낫다. 얼씨구~ 에 좋고. 아이 내가 무슨 주책이냐. 주책이지.

(17:33) 은아 : 아 참 아버지두.
황 여사 : 아 영감두.
혜정 : 얘, 빨리 읽어봐.
영숙 : 사위가 있는 뉴욕으로 바로 가려 했지만 동행한 아가씨의 권유로 우리 교포가 많이 산다는 고장을 돌아보기로 했소. 맛있는 음식과 진귀한 구경을 당신과 함께 못한 게 진정 한이구려.
은아 : 엄마는 행복해.
황 여사 : 왜?
은아 : 어깨 결리는 것도 씻은 듯이 낫죠?
황 여사 : 허허. 얘들도 참.
영숙 : 그러면 다시 편지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하오. 여보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아이 러브 유.
일동 : 어머, 하하하.
황 여사 : 아니 얘들아 왜들 웃니? 객지에서 고생하시는 어른 걱정은 하지 않고.
혜정 : 어머니, 아이 러브 유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황 여사 : 아이 러브라고? 그게 미국사람 말 같은데. 그 아이들이나 잘 보란 뜻 아니냐?
일동 : 어머머머, 하하하.
황 여사 : 왜들 이렇게 웃냐? 원, 애들도 참.
은아 : 아이 그건요.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황 여사 : 나, 참. 어이구 영감두. 노망을 허셨지. 노망을 허셨어. 뭐, 그 소리 안하면 어디 내가 자기 맘을 모를까 봐서? 영감두.
은아 : 어머머, 어떻게 해.

(19:25) 희갑 : 아니 이놈이 비행장에도 안 나오고 여기도 안 나오고. 이게 어찌된 일이야? 어?
미란 : 주소가 있으니 가서 찾죠.
안내인 : 한국 수출품이 뉴욕에서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희갑 : 아 그래요?
안내인 : 이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와이셔츠에요.
희갑 : 아.. 이게 국산품이야. 그러니까 몇 해 전만 해두 괄세 받던 내나라 물건이 이젠 해외시장에 나와서 완전 활개를 치는구만. 아이구, 아찔하구만. 아이 아찔해.
관장 : 하도 높아서 저도 잘 내다보지 않습니다.
희갑 : 어이 현기증이 생긴다.
미국 여사무원 : 여보세요. 한국 외환은행 뉴욕지점입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지점장 : 아, 이관장님이세요? 아유 어쩐 일이십니까? 아, 허사장님이요. 쪼끔전까지 여기 계셨는데 해운공사 배가 들어온다고 해서 부두에 나가셨습니다.

(21:08) 선원A : 올라오십시오.
희갑 : 예, 올라와.
선원A : 이쪽으로.
장강 : 에, 어? 오! 빙장어른.
희갑 : 허 서방! 어? 그래 그동안 별고 없었는가?
장강 : 어, 난 오후 다섯 시 비행기로 오는 줄 알고 그만.
희갑 : 아이 그러고 보니 참 내 소개하지. 저, 이번에 나를 예까지 안내해준 불란서 유학생 미쓰 유일세.
미란 : 유미란이에요.
희갑 : 내 셋째 사위야.
장강 : 저 배가 우리나라 한양호입니다.
희갑 : 오..
장강 : 2만 5천 톤(t)급인데 큰 함선이지요.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단히 바쁩니다.
희갑 : 염려 말게. 사업을 할려면 그렇게 바빠야 하는 법이야. 우리는 뉴욕 시가지를 구경하고 있을테니깐 마음 놓고 일 봐. 이 아가씨가 뉴욕엔 아주 휑해.
희갑 : 에엑! 이게 뭐야.
선원B : 우리 선원입니다.
희갑 : 아아, 헬로. 허허허허. 아주 태산이다 태산이야. 허허 그것 참.

(23:09) 희갑 : 앗
미란 :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희갑 : 목에 쥐가 올랐나보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미란 : 큰일 나셨군요. 높은 빌딩만 쳐다보시더니 곧은 목이 되셨군요.
희갑 : 여보 마누라. 만리타향에 와서 좋은 구경해서 좋드니만, 이제 곧은 목 돼서 돌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미란 : 가만히 계세요. 더운물에서 몸을 푸시면 될 거에요.
희갑 : 아니야, 이럴땐 쌍화탕 한 첩만 먹으면 그만일텐데. 아이고! 저, 여보시오 여기 쌍화탕 한 첩 없을까? 아니 마이동풍이지 뭘 그래. 알았다.
미란 : 좀 어떠세요?
희갑 : 시원해. 아, 가만 있자 그런데.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늦을까 응?
장강 : 오우, 오래 기다렸습니다. 어, 빙장님? 물건하역이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희갑 : 자네가 언제는 빨리 왔나? 그러나 저러나 바빠서 늦은건 좋은데 자네 그 말투가 그 뭔가?
장강 : 오우, 와이?
희갑 : 그건 그렇고, 자네 마누라가 그 고, 고추장하고 편지를 보내줬어 내 저 가져왔네.
장강 : 오우, 쌩큐.
희갑 : 이거, 이거 터질까봐 내 조심조심히 가져왔지. 자, 편지하구 인삼하구 그리고 이건 고추장이야.
장강 : 쌩큐.
희갑 : 자, 여기 여기 앉어. 앉어 앉으라구.
장강 : 빙장님, 정말 감사합네다. 아우, 고기만 먹다보니 고추장, 김치 생각 나 정말 죽겠습네다.
희갑 : 음...
장강 : 아니 어디 편찮은데 있습니까?
희갑 : 자네 때문에 속이 편찮네.
장강 : 아, 이 사람 탓 있습네까?
희갑 : 이 사람아 미국에 얼마나 오래 있었기에 그렇게 됐습네까?
장강 : 오우. 난 또 뭐라구요. 이거 본인 한 대 얻어맞았습네다. 하하.
희갑 : 남의 나라에 와 있으면 더욱이 자기나라의 것을 지킬 줄 알아야해.
장강 : 어쩌다보니 큰 실수 했습네다.
희갑 : 응? 또 씁네다야? 응? 또!
장강 : 하하. 아 참. 월남서 편지가 왔더군요. 아버님이 무사히 도착하셨는지 궁금하다면서 귀국하는 길에 들리시라구요.
희갑 : 음.. 아, 편지가 왔군. 미스 유? 이게 내 아들놈이야.
미란 : 참 씩씩하게 생겼군요.
희갑 : 암 씩씩하고 용감하지. 그놈이 군에 근무하느라구 연애 한 번 못해 본 아주 날총각이야. 하하하.
장강 : 오늘 저녁은 푹 쉬세요. 전 또 나가봐야겠습니다. 무역업자들의 파티가 있습니다.
희갑 : 잠깐.
장강 : 네?
희갑 : 자네 그 꼬부라졌던 혀가 펴져서 반갑네.
장강 : 감사합니다.
희갑 : 아이구! 죽겠다. 아이 죽겠다. 하하하하.
장강 : 목 조심하세요.

(26:54) 미국 여인A : 굿 이브닝.
장강 : 굿 이브닝.
미란 : 굿 이브닝.
업자A : 미스터 허 사모님.
장강 : 오 노, 한국 유학생 미스 유입네다.
일동 : 오, 원더풀.
미국 여인B : 오, 뷰리풀!
업자A : 참 좋습네다. 놀랬습네다.
미국 여인 B : 한국 옷 참 아름답습니다.
미란 : 쌩큐.
미국 여인A : 미스 유 머리 가발입네까?
미란 : 오, 아니요.
미국 여인A : 뷰티풀!
업자B : 미국 사람 한국 가발 대단히 좋아합니다.
미란 : 오늘 저녁은 우리 자랑만 하는 것 같죠.
장강 : 하하. 오, 노래가 시작됩니다. 저, 테이블에 앉으시죠.

(27:45)(노래) 사랑했는데 사라져서
아아 사랑했는데

업자B : 후이즈 쉬?
장강 : 한국의 유명한 가수 이미자양입네다.

(노래)
아아 아아 여자의 눈물
그 팔에 안기어 꿈꾸던 창가에

(28:53) 희갑 : 웬일일까. 눕는데, 가만있자. 심심한데 술이나 청해다 먹을까? 허허. 아, 할로. 마이 네임 이즈는 미스타 김인데 마이 룸 남바 이즈는 파이브 헌드레드 파이프티 완이요. 예. 아이 완트 투 더 드링크인데.. 엥? 뭐뭐뭐? 브랜디? 뭐, 브란디? 그것도 오케이. 응.
전화받은 직원 : 위스키?
희갑 : 뭐뭐? 위스키? 그것도, 그것도 좋아. 응.
전화받은 직원 : 하우 매니? 세븐? 나인? 피프티? 오..
희갑 : 그것도 좋아. 아무거나 좋아. 응 뭐, 주객이 청탁을 가리겠는가. 뭐든지 갖다 주는대로 먹어야지 뭐. 허허허. 음.. 어 컴 히어 컴. 응.
호텔 직원 : 서.
희갑 : 방이 배꼈나? 이게 응 응? 뭔가 잘못 됐나. 아이고, 이거 뭐 달라는 건데 아이 돈트 노다. 아이구 죽겠다.

장강 : 허허허허.
희갑 : 이 사람아 웃을 일이 아니야. 거 계산이 아마 엄청나게 나왔을걸.
장강 : 빙장님 술값계산이 문제입니까? 미란 씨 덕분에 수 만 불치 주문을 더 받았습니다.
희갑 : 그래? 그렇다면 한 잔 더 할까? 하하하.
미란 : 떠날 시간이 됐군요.
장강 : 저, 미쓰 유 이렇게 떠나시면 빙장님이 서운해 하시니 며칠만 더 머물러 주실 수 없습니까?
미란 : 감사합니다만 오늘 비행기로 떠나야 하겠어요.
희갑 : 미쓰 유 그럼 몸조심하고. 내가 브라질에 들렀다가 구라파로 갈 테니까 그 때 우리 만나. 응?

(32:26) 희갑 : 노식이! 이 사람이 증말 날 데려다놓고 이게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데 이거 응? 하 이거 참.
노식 : 아유 빙장님. 하하하.
희갑 : 어이구 노식이!
노식 : 아, 반갑습니다.
희갑 : 반갑네.
노식 : 자 그것 좀 실어 실어. 하하. 죄송합니다, 오다가 융자 관계로 누굴 좀 만나서 이렇게 늦었습니다.
희갑 : 죄송하기는 사업이 소중한거지. 그래. 이마만큼 성공하느라 수고 했네.
노식 : 아유 나야 괜찮습니다만 먼 길 오시느라고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자 가시죠.
희갑 : 아니야 나야 뭐. 잠깐만.
노식 : 아 벌써 실었습니다. 실었어요 네. 자, 타십시오.
희갑 : 그래. 자 가세.

노식 : 아이 참 거 인사가 늦었습니다. 그 장모님도 안녕하시고 그 저희 식구들도 잘 있습니까? 하하하.
희갑 : 말 말게. 자네들 식구 때문에 우리집은 아주 탁아소일세 탁아소야.
노식 : 아이구 면목없습니다.
희갑 : 그리고 민자가 또 만삭이야.
노식 : 아이구 그게 그렇게 됐구먼요잉. 아 남들은 산아제한 한다고 야단인데 우리는 어떻게 아이거 참 허허허. 자, 이게 전부 우리집입니다.
희갑 : 아, 크다 커. 어이구 머슴이로군. 어.
노식 : 자, 양계장으로 가보실까요.
희갑 : 그래.

노식 : 어 그 빙장님.
희갑 : 어?
노식 : 거 달걀 맛이 어떻습니까?
희갑 : 맛 좋다.
노식 : 아 그리고 이게 저, 전부가 제 땅입니다.
희갑 : 이야, 바다다 바다야.
노식 : 자 우리 안에 들어가서 목욕이나 한탕 하시고 우리 저 브라질 맥주부터 한 번 시작해볼까요.
희갑 : 그러세 그래. 어 시원하다.
노식 : 제가 등 좀 밀어드릴까요?
희갑 : 그래. 그래.
노식 : 어이구 많이 야위셨습니다.
희갑 : 어 나야 음식이 달라서 약간 여위었지만 자네 얼굴에 주름살이 많이 늘었네. 응? 아유 이만치 이루어 놓으려면 남모를 피눈물인들 왜 없었겠나. 참, 그 막내동서 영균이 소식 들었나?
노식 : 아, 그 영균이 그 저..
희갑 : 내 편지 냈는데?
노식 : 아 그 사람이야 오대양을 상대로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아 어디 가 만날 수 있어야지요.
희갑 : 그래.

(35:41) 영균 : 천하대장군? 허허. 저, 실례지만 여기 살던 박노식씨 어디계신지 모르십니까?
여인 : 여기에 살았어요. 지금 어디 갔는지 몰라요. 아마 이사 간 것 같습니다.

노식 : 어이구, 저거 좀 보시죠. 저거.
희갑 : 야, 이 좋은 경치를 자네 장모와 같이 와서 봤다면 얼마나 좋겠나? 응?
노식 : 이게 지금 세계 3대 미항 중에 하나 아닙니까. 저게 저 코파카바나 비치입니다.

영균 : 저 실례지만 한국에서 오셨죠?
과일상 : 예, 아이구 이거 반갑습니다. 박노식씨 말씀입니까? 그 사람이야 고국에서 바다를 막아 간척사업에 성공한 사람인데두요. 아 워낙 여긴 비가 적은 땅이라 가꿔 논 농토가 이태나 가물고 게다가 이곳은 기계화된 농업이라 자본이 없으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 술주정뱅이가 되다시피 한 그도 장인이 온다고 빚을 내선 자동차와 농장을 빌려갖고 제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죠.
과일상 아내 : 당신도 그자에게 돈 빌려줬죠? 망했으면 그대로 두고 보일 것이지 아 빈털터리 겉치레는 해서 뭐한담.
과일상 : 에이구, 게 모르는 소리 좀 말아요. 아 그 사람 심정이 오죽하겠소? 만리타향에서 온 우리끼리 도와야지.
과일상 아내 : 아 도울 사람을 도와야죠. 주정뱅일 도와 생색이 난답디까?
영균 : 저, 실례했습니다.
과일상 : 이거 안됐습니다.
영균 : 안녕히 계십시오.
과일상 아내 : 안녕히 가세요.
과일상 : 안녕히 가십시오.

(38:25) 희갑 : 어 좋아. 좋아.
노식 : 아이구 아버님 저기 보십시요! 허짜허짜허짜.
희갑 : 가자! 허허.
노식 : 저것 좀 보십시오. 저게 바로 브라질에서 유명한 쌈바춤입니다. 쌈바. 저 사람이 제일 잘 춥니다요.
희갑 : 여보게 나 춤 한번 출라네.
노식 : 아버님, 무슨.
희갑 : 나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춘 사람인데. 가만있어. 허이 허이 얼씨구 좋다! 아이고, 지친다 지쳐.
노식 : 아이고 어쩌시려고 그랬어요.

희갑과 노식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앗싸.
영균 : 아버님.
희갑 : 아니 누구야?
노식 : 이야 하하하. 영균이 아 영균이 아닙니까 하하하.
희갑 : 영균아! 영균아.
영균 : 아버님 절 받으십시오.
희갑 : 가만있어. 영균아.
영균 : 형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절 받으십시오.
노식 : 아니 그래 영균아. 영균아 영균아. 그렇기 않아도 자네 얘기를 하던 중이여. 허허허.
영균 : 빙장어른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두 반가워서 생전 처음 이렇게 넥타이를 매고 달려왔습니다.
희갑 : 이게 이게 이게 소왈 가는 날이 장날이란거로군. 이봐 노식이.
노식 : 예 예.
희갑 : 뭘 하고 있어? 이렇게 좋은 날 술 안가지고 오고 뭐하고 있어 어?
노식 : 술이요, 술은 무슨 술이든지 많이 있습니다.
희갑 : 여기 좀 앉아 있어 영균아. 영균아. 야 의복이 날개라구 하드만 넥타이 매니까 제법이다. 응? 영균아 영균아 하하하. 야 술 술가져와.
노식 : 비켜나세요. 술상이 나갑니다. 자, 술은 위스키, 브란디 자, 먹을 거 많습니다. 보세요. 위스키부터 점잖하게 한잔 하세요.
희갑 : 자 마시자 마셔.
영균 : 아 나는 술 안마시는데.
희갑 : 좋아 마시자. 우리 브라질 이민의 풍운아 박노식군. 남태평양 바다를 제 집이라고 드나드는 내 사위 신영균군. 자 건배하자.
노식 : 아 건배란말 말입니다 브라질 말로 싸우지! 라고 합니다.
희갑 : 싸우지? 아 싸우긴 왜 싸우나 하하하. 자 싸우지!
일동 : 싸우지!
노식 : 자 빙장님 한잔, 한잔 더 하십쇼.
희갑 : 암암, 마셔야지. 여보게 자네 동서가 갑부가 됐네. 이 브라질이민 가운데에서도 이거야 응. 브라질 이거란 말이야.
노식 : 빙장어른 오늘 고단허실텐디 일찍 들어가셔서 쉬십시오.
희갑 :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드는 자네가 여기 와서도 제일이야 제일이야.
영균 : 형님, 취하신거 같은데?
노식 : 안으로 모셔다 뉘우시게. 아따 낮에 삼바춤을 잘 추시대.
희갑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식 : 예 아리랑입니다 아리랑.

(43:37) 노식 : 왜, 왜 보자는 거지?
영균 : 형님,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노식 : 뭣이 어떻게 돼. 농장도 이만하면 됐잖아.
영균 : 전 모든 얘길 다 들었어요.
노식 : 뭘?
영균 : 황무지에서 당장 오곡의 풍작이 터져 나올 줄 아셨습니까? 그런 옥토전답이라면 왜 이민을 부릅니까? 가뭄은 형님의 용기마저 시들게 했습니다.
노식 : 뭐라구? 어?
영균 : 아니 술주정뱅이 소리 들으러 여기까지 왔습니까?
노식 : 술주정뱅이?
영균 : 술주정뱅이가 아니고 뭡니까? 그만한 실패로 이 꼴이 되다니 형님은...
노식 : 닥치지 못해?
영균 : 이게 무슨 꼴이에요?
노식 : 그래도!
영균 : 바다를 메꿔 옥토를 만든 형님의 용기는 죽었습니다.
노식 : 그래도!
영균 : 형님! 정신 차리세요. 이게 무슨 꼴입니까?
노식 : 용기가 죽었다고? 에잇!
영균 : 마음껏 때리십시오. 고국을 떠나 고생 안 한 사람이 그 누가 있겠습니까? 이 꼴로 이 땅에 있어봤자 나라망신 집안망신 시키지 말고 제발 귀국하십시오.
노식 : 네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너는 내 속을 모른다. 흑흑. 너는 내 속을 몰라. 누가 내 속을 안단 말이야. 흐흐흑..
영균 : 형님 진정하십시오.
노식 : 미안하다. 너 혼자만 아는 걸로 해두자.
영균 : 형님 용기를 내셔야 돼요.

(45:59) 노식 : 영구엄마 나 물 좀 줘. 여보! 여보 나 좀 깨워줘. 농장으로 가야지. 나 좀 깨워줘 여보. 여보, 으으. 농장에 갈 시간이 됐어. 이럴 때가 아니야 여보 여보. 여보.
희갑 : 몸이 불덩이 같구나. 옳지! 삼을 달여줘야지.
영균 : 아니 빙장어른. 이 밤중에 뭐하세요?
희갑 : 어, 속이 좋지 않아서 삼을 좀 달여 먹을까 하구.
영균 : 들어가세요 제가 달일테니까요.
희갑 : 아니야 인삼이란 달이는데 비방이 있는 거야. 어서 들어가.
영균 : 자, 이제 들어가세요.
희갑 : 어서 들어가 내 걱정 말고.
영균 : 아버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희갑 : 그만두게, 나도 다 알고 있네.
영균 : 빙장님. 형님을 아무래도 살려야겠습니다.
희갑 : 응?
영균 : 실은 여기서 배를 한 척 살려고 제가 가지고 온 돈이 있습니다. 그걸로 형님 하시는 사업에 도와드려야겠습니다.
희갑 : 고맙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우리 떠나세. 응?

(48:23) 대엽 :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네? 뭐라구? 뭐라구? 응 아버님이 혼사 때문에 오셨다구? 응 그래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헤이. 아버님.
희갑 : 아니 이 사람아. 신랑이 식장 안에 있지 여긴 왜 나왔어. 들어가 들어가.
대엽 : 아버님 여긴 식장이 아닙니다.
희갑 : 식장이 아니라니.
대엽 : 여하튼, 저 들어가시면 압니다.
희갑 : 식장이 아니라니..
대엽 : 아버님 저쪽으로 앉으시죠.
직원 : 앉으세요.
주례 : 그럼 지금부터 두 분의 결혼 서약을 받겠습니다. 신랑 이대엽 군은 신부 강문 양을 사랑하십니까?
대엽 : 네.
주례 : 신부 강문 양은 신랑 이대엽 군을 사랑하십니까?
문 : 네.
주례 : 그럼 두 분은 나와서 서명하십시오.
희갑 : 정말 감사합니다.
주례 : 축하합니다.
문 : 아버지.
희갑 : 오냐. 부디 남편 잘 섬기고 길이 살아야 해. 니 애미가 왔으면 오죽이나 좋았겠느냐.
대엽 : 아버님.
희갑 : 말 안 해도 다 알아. 자전거 선수 하던 솜씨로 박력 있게 나가는 거야. 그리고 이건 네 애미가 주는 거다.
문 : 어머님.
희갑 : 알겠지? 이 은장도는 지아비를 섬기라는 표징이다. 여보게 내가 처음엔 좀 섭섭했지만은 결혼식이 아주 조촐하고 좋다. 옛말에 종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살라는 말이 있어. 결혼식은 간소하게 올리고 장차 잘 살면 되지 않느냐. 응? 잘 됐어.
대엽 : 아버님 감사합니다.
희갑 : 응 가자. 잘 됐어.

(52:47)
대엽 : 아버님, 여기가 바로 유명한 라인강입니다.
희갑 : 어, 어. 실례합니다.
대엽 : 아버님 바람 좀 잠깐 쏘이고 오겠습니다.
희갑 : 그래 갔다 와. 갔다 와.
대엽 : 좋지?
문 : 응.
희갑 : 여보. 이제 무사히 혼례를 치르고 신혼여행 길을 따라 떠나니 만감이 교차하는구려. 오늘날까지 딸 여섯을 무사히 키워 실패 없이 출가를 시켰으니 이 모든 게 당신의 은덕의 소치요만, 일전에 편지에 어깨가 결린다더니만 당신에게는 내 약방문 밖에 듣지 않는지라 몸 차게 굴지말고 두텁게..
문 : 아버지?
대엽 : 아버님 이거 한잔 드십시오. 저 산비탈 포도원에서 담근 술입니다.
희갑 : 아니 저 돌산에다가 밭을 일구다니 야 거 지독한 사람들이다. 아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응? 저 인왕산 바위언덕을 매매계약 해놓으라고 편지에다가 덧붙여야겠다. 응? 덧붙여야지.
문 : 아이 참 아버지두.
희갑 : 덧붙여야지. 가만있자. 응? 뭘 봐.
대엽 : 하하하. 자 이거 드세요.
희갑 : 아. 아이고 내가 못 볼 걸 봤구나. 조용한데가 아, 아 참. 여기도, 아이구 내 갈 곳은 어디냐.
대엽 : 아버님이 보셨어.
문 : 아니 난 몰라.
대엽 : 내 갔다 올게.

(55:07) 문 : 아버지 그게 뭐에요?
희갑 : 아니다. 아니다. 그 너, 너의 엄마한테서 온 편지다.
문 : 아이 아버진 매일 그 편지만 보고 계세요?
희갑 : 하하, 앉아라 앉아.
대엽 : 아버님. 가시는 길에 화란에 꼭 들리셔야 합니까?
희갑 : 그럼 그래야지. 응.
대엽 : 아버님. 그럼 저희들이 모셔다 드릴까요?
희갑 : 뭐, 내가 어린앤줄 아나? 응? 옳지 나를 핑계 삼아서 시, 신혼여행을 화란까지 갈 작정이냐?
대엽 : 아이 그게 아닙니다. 아버님.
문 : 아니에요 아버지. 사실은 저이가 딴 데 취직이 됐어요.
희갑 : 아니, 딴 데 취직이라니. 아니 광산은 어떻게 하고?
대엽 : 진작 말씀드린다는 것이 그만. 이달로 저의 광부계약이 끝나는데 이곳에서 마침 태권도 사범을 구한다고 하기에 지망을 했습니다.
희갑 : 오오, 그거 좋다. 그거 괜찮다. 그거 괜찮아.

(56:16) 희갑 : 어이구
문 : 아버지 괜찮아요. 연습하는 소리에요.
대엽 : 이쪽으로 이쪽으로.
희갑 : 어, 나 여기 왔다.
문 : 아버지 들어가셔요.
희갑 : 오우, 과연 미스터 박력인데?
문 : 아이 아버진.
사범 : 바로! 차렷, 경례.
대엽 : 쉬어.
부원A : (독일어)저기 저 분이 사범 선생님 은사이십니까?
대엽 : 저기 아버님, 이 사람이 아버님보고 은사시냐구요.
희갑 : 아 그래 그렇다구 해둬. 그렇다고 해둬.
문 : 아이 아버진.
부원A : (독일어)은사님의 시범을 보여 주십시오.
대엽 : 응? 아니 시범을...
부원A : (독일어)부탁드립니다.
희갑 : 왜 그러니?
대엽 : 저.. 이 사람이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나 봐요.
문 : 어머 어떡하나, 큰일 났어요.
희갑 : 이거 야단났구나. 어? 여보게 나는 은퇴한 선수라고 그렇게 말 좀 해주게. 그럼 음, 음.
대엽 : 아 그런데 저, 그.. 아..
문 : 시범을 보여달라니 어떡하죠? 네? 그것 보세요.
부원A : (독일어)부디 한 수 시범을 보여 주십시오.
대엽 : 아버님.
희갑 : 으흠, 좋아.
대엽 : 아버님 그만 두세요.
희갑 : 염려 마라. 이 순간이야 말로 대한남아의 배짱을 보여줄 순간이다.
문 : 아이 어떡하실려고 그러세요.
희갑 : 염려 마라. 이야압!
대엽 : 아버님.
희갑 : 염려 마. 응? 얏! 얏! 허 아이고 이상한데. 얏! 얏!
대엽 : 아 빨리 그만두시라구 말해.
희갑 : 흠 흠 얏! 벽돌을 가져와. 야잇! 야잇! 얏! 얏! 야 벽돌 가져와라 어, 어? 얏! 얏!
대엽 : 아버님 참으세요.
희갑 : 아, 어서, 어서 가져오라구! 가져와. 야, 빨리 가져오지 않고 뭘 하니? 어? 음 좋아. 얏! 얏! 얍! 얍! 여보게 미스터 박이여! 벽돌 빨리 가져와. 어? 벽돌! 어, 어. 야! 야! 야! 손, 어? 그래. 공부들 많이 했구만. 응? 공부들 많이 했어.
대엽 : 아버님. 치십시오.
희갑 : 이, 이, 이거? 이거냐? 응? 이거.. 흥, 염려 마라. 염려 마라.
대엽 : 악! 아버님, 힘껏 내리치세요.
희갑 : 응? 내려쳐? 얍!
희갑 : 어? 야, 이제 응? 누가 뭐라고 해? 응? 응? 응? 응? 응. 그만해들 박수 그만해. 에 이건 뭐. 허허. 야 그리구, 어?
부원B : (독일어)사범 할아버지 싸인 좀 해주세요.
희갑 : 야 야, 이거 뭐해달라고 하는 거냐? 어?
대엽 : 아, 저 아버님 보고 싸인을 좀 해달랍니다.
희갑 : 아, 싸인 좋지. 네. 아주 기념이 될 거요 영원히. 자, 기념이 된다.
부원B : (독일어)이걸 두 동강으로 내 주십시오.
희갑 : 야, 이건 또 뭐 해달라는 거냐? 어? 이거 뭐 해달라는 건지 알아야지.
대엽 : 저, 이 나무를 쪼개달라는 겁니다.
희갑 : 아휴 큰일 났구나. 좋아! 저기 가서 서라. 응? 얘 내 벽돌을 깬 난데 저 나무 판떼기 하나 못 깨겠니? 자, 어. 헤, 요거.
문 : 아이 아빠, 아휴 저걸 어쩌지. 아이 참 큰일 났네.
희갑 : 아 요거, 요거, 요거. 요거! 아이, 아이구 나 죽네. 여보 나 여기와 죽는다.
대엽 : 아니, 아니, 아버님. 아버님.
문 : 아버지! 아이 어떻게 하지?
희갑 : 그 널판떼기 단단하다. 아이고.

(01:01:14)
대엽 : 저, 화란에 들러서 빠리로 가신다고 미쓰 유에게 전보를 쳤습니다.
희갑 : 수고했네. 우리 문이가 바느질 서툴다고 탓하지 말게. 마음씨는 제 애미 닮아서 아주 착한아이야.
대엽 : 집사람은 제겐 너무나 과남합니다. 아무 염려 마시고 들어 가세요 아버님.
희갑 : 고맙, 고맙네 자네. 자네만 믿네.
문 : 아버지, 이거 가시다가 목마르시거든 잡수세요.
희갑 : 자식두 이런 걸 뭣 하러 사가지고 왔나. 너희들이 우리 부부에게 효도하는 길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의좋게 사는 길 뿐이다.
문 : 아버지, 부디 오래 사셔야 돼요.
대엽 : 저, 시간 됐습니다.
희갑 : 어 그래. 타야지. 타야지.
대엽 : 자, 아버님께 인사드려야지.
희갑 : 어서들 들어가라. 응? 바람이 찬데 감기 들라. 내 걱정 말구.
문 : 아버지, 어머니 언니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희갑 : 그것들이야 제 땅에서 사는데 뭐. 그리고 고추장, 된장 생각나거든 편지 해. 응?
대엽&문 : 네!
희갑 : 들어가. 들어가.
문 :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대엽 : 아버님, 만수무강하세요. 아버지.

(01:03:09)
안내원 : 이곳이 바로 이준 열사의 묘소입니다.
희갑 : 예, 이렇게 바쁜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안내원 : 별 말씀을요. 땡큐.
희갑 : 저, 술.
안내원 : 네.
희갑 : 같이 절하시지.
안내원 : 네.
희갑 : 선생. 선생께서 흘리신 피는 헛되지 않았소이다. 선생님의 뼈는 독립된 고국 땅에 묻혔지만 혼은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사직골 김첨지 소리밖에 듣지 못하던 이 소생까지도 이렇게 성묘를 오리만큼 우리 대한도 커졌습니다. 선생, 이제 눈을 감으시옵소서.

(01:06:02)
미란 : 할아버지!
희갑 : 오, 아니, 미쓰 유! 응? 아, 그 독일서 친 전보를 잘 받았군 그래.
미란 : 네, 따님 결혼식은 잘 치뤘죠?
희갑 : 그래, 이곳 결혼식은 간소해서 좋군, 간소해서.
미란 : 제가 빠리를 안내해 드릴게요.
희갑 : 아니 이런 빠리를, 그거 좋지. 그럼 가지. 참 반가와. 응?

미란 : 저 문이요, 세계 최대의 에뜨왈 개선문이에요.
희갑 : 아, 이 그림에서만 보던 이 개선문이로군 그래. 응? 참 잘 만들었다. 응?
미란 : 저기!
희갑 : 저 참 조각, 거 조각이다.
미란 : 저것이 유명한 노틀담 사원이에요.
희갑 : 아 저게 노틀담 사원. 아 그러고 보니까 이게 세느강이로군 그래.
미란 : 네.
희갑 : 아유 덥다. 그래, 그동안 잘 있었어? 그동안 좀 외로웠지?
미란 : 네. 외로울땐 강변을 산책하면 마음이 후련해져요.
희갑 : 아, 그럴수록 열심히 공부해야 돼. 응?
미란 : 전 공부하러 온게 아니에요.
희갑 : 아니 그럼? 응?
미란 : 결혼하러 왔어요.
희갑 : 벌써? 아니 벌써 결혼을? 응? 그래 상대는 누구냐? 어?
미란 : 우리 유학생이에요.
희갑 : 어, 유학생. 거 잘됐군 그래. 응? 어, 미, 미쓰 유 눈으로 골랐으면은 어련할려구. 응응.
미란 :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가 소개해서 편지로 사귄 사이에요.
희갑 : 뭐? 아니, 편지로, 편지로다가? 아니 그럼 만나보지도 않고? 응?
미란 : 네, 여기 와서 처음 만났어요.
희갑 : 어허, 그래? 나 역시 보지 않고 혼례를 치뤘지만은 요새 세상에 그럴 수가 있나? 어? 참 이봐 내가. 내가, 내가 골상학을 좀 볼 줄 아는데 내 따라가 줄까? 응?
미란 : 그분은 퍽 바쁜가 봐요.
희갑 : 허허허. 바쁜 게 좋지 바쁜 게.

(01:08:47)
원호 : 누구야! 작업에 방해가 되게. 아, 미란씨였군요. 어서 들어오시죠. 그렇지 않아도 미란씨 하숙에 찾아갈까 했는데.
미란 : 인사드리세요. 미국까지 동행하신 분이에요.
희갑 : 예.
원호 : 저, 장원홉니다. 저, 앉으시죠.
희갑 : 네. 아아, 거 객지에서 수고가 많습니다. 그래, 여기 온 지 몇 해나 되십니까?
원호 : 네, 네. 꼭 십년 됐습니다.
희갑 : 아, 십년. 그럼 귀국하실 때도 되셨습니다. 네?
원호 : 귀국이요? 거긴 왜 갑니까?
희갑 : 응? 아니. 왜 가다니?
원호 : 아 지금 거기선 외국 오지 못해서 발버둥 치고 있을텐데 왜 간단 말입니까?
희갑 : 아니, 거 당신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지금은 모두들 잘 살겠다고 애들 쓰고 있고 또 당신같이 외국에서 배운 사람들은 돌아가서 나쁜 점은 고치고 좋은 점은 키워나가도록 하지 않겠소?
원호 : 후진국 핏줄을 타고난 것만도 억울한데 왜 헛수고를 합니까?
희갑 : 아니, 뭐, 뭐, 뭐, 뭐라고?
원호 : 이거, 이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술이나 한 잔 하시죠. 드시죠.
프랑스 여인 : 무슈장!
원호 : 아니 웬일이오. 벌써?
프랑스 여인 : 당신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어요. 어머! 고국에서 동생이 온다더니 파파도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나 저녁준비 하겠어요.
원호 : 저 여자는 가끔-
희갑 : 에잇! 떽! 인마 개밥에 도토리라더니 우리 한국민족 속에도 너같은 놈이 있었구나! 응? 내가 부끄럽다. 뭐 후진국이 어쩌구 어째! 네 이놈!
원호 : 아니 오해를-
희갑 : 뭐 오해를 해? 이 놈 내가 벽돌을 깬 내 솜씨다. 응? 내 사위가 태권도 사범이야? 응? 이 놈, 네가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자랐느냔 말이야. 이놈을 그냥 이걸! 이걸로 치면 그대로 직살하겠고, 이걸루 그냥! 인마 이게 반칙이라는거다. 인마! 미란이! 아니, 미란이. 너 이놈. 거,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라.

(01:12:48)
희갑 : 아아. 고향을 떠난 지도 어언 한 달이군. 시원한 막걸리에 된장찌개 생각이 나는데. 참 미란이! 미란이? 이리로 와 앉어. 응? 어서. 미국에서는 미란이가 내 사위를 도왔지만 인제 내가 미란이를 도울 때가 왔나봐. 이제부터 아버지처럼 여기구 응? 뭐든지 나한테 의논하라구. 의논해. 응?
미란 : 저도 정말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희갑 : 응. 맘 놓고 아버지라고 불러요. 막내딸마저 시집을 보내놓고 가슴이 허전하던 참에 이렇게 또 새 딸을 얻게 되네.

(01:14:15)
미란 : 할아버지. 이곳이 이스라엘이에요.
희갑 : 아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원래 이 사막이로구만. 응?
미란 : 네. 그러나 지금은 농업용수를 개발해서요 이렇게 옥토를 만들었어요.
희갑 : 오오, 그래?
미란 : 그리구요. 이 물은 800리 밖에서 이곳까지 끌어왔대요.
희갑 : 800리 밖에서?
미란 : 네.
희갑 : 야, 엄청난 일이군. 응?
미란 : 사람의 힘으로 가뭄을 극복했어요. 옛날에는요 형편없는 사막이었지만 지금은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이렇게 훌륭한 밭을 만들었죠.
희갑 : 옳거니. 이게 바로 전천후 농업이라는 거로군 응?
미란 : 이곳은요 물이 하도 귀해서요. 물 한 방울 두 방울 떨어뜨리고 있어요.
희갑 : 옳거니. 이 물 한 방울이 피 한방이로군. 나무에다가 링겔을 주사 주듯이 물을 주고 있구나. 응? 아니 저건 목장아니냐?
미란 : 네, 그래요.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런 유축농업을 발전시켜야 하겠어요. 그뿐 아니라 할아버지. 우리가 배울 점이 또 하나 있어요.
희갑 : 그래?
미란 : 네. 그것은요 싸우면서 일하는 이스라엘의 국방태세에요.
희갑 : 아, 이 아가씨도 지금 이 여군인데 양떼를 모는구만.
미란 : 네.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비상시에는 24시간 안에 전 예비군이 모일 수 있대요.
희갑 : 아, 그래서 이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됐군 그래. 아, 음. 참 아름답군. 응?

(01:16:59)
희갑 : 아프리카는 참 신기한 나라야. 기린이 끄떡끄떡해. 날 따라와요 위험하니깐. 살살, 살살 따라와요. 살살. 응? 이게 코뿔소에요. 이게 맹수에요. 아이고.
미란 : 할아버지! 할아버지!
희갑 : 아이고. 할아버지고 뭐고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 에구 코끼리! 에구 코뿔소! 아이구. 아이구 이제 살았다. 이제, 어? 응? 어어어어, 여보 마누라!

간호사 : 할아버님 진정 하십시오.
희갑 : 마누라...
미란 : 할아버지.
희갑 : 아니 미란이, 여기가 어디지?
미란 : 우간다의 무라고 병원이에요.
희갑 : 응? 병원?
미란 : 그리고 이분이 이곳에 계시는 우리 의사선생님이세요.
의사 : 기분이 좀 어떠십니까.
희갑 : 아.. 아니..
의사 : 할아버지께선 열대성 학질로 고생하셨습니다.
희갑 : 아니 내가, 내가 학질을 앓다니요. 응?
의사 : 연로하신데 긴 여행을 하시느라고 좀 쇠약해 지셨습니다.
희갑 : 무슨 소리요? 내가 육십평생을 살아와도 내가 병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아이구, 아이구. 어지러워. 어, 어지러워. 어지러워. 그런데 당신이 김승호 영감의 아들이오? 응?
의사 : 아 아닙니다. 그분은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계십니다.

(01:19:35)
관원 : 저기에 우리나라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희갑 : 오.
비단상 주인 : 코리아의 비단 참 좋습니다.
희갑 : 아, 참 우리나라의 비단 참 멀리도 왔다. 어? 별일이야. 허허허.
관원 : 이곳에서 우리나라 라디오를 팔고 있습니다.
희갑 : 어, 그래? 참 고맙소. 어? 고마워요. 내 화란에서도 우리나라 라디오를 봤는데.
관원 : 화란이요?
희갑 : 여기 와서 또, 또 보게 되는구만. 좋아요 좋아. 허허허허.
관원 : 여기가 김충의 의사댁입니다. 가시죠.
희갑 : 아이구 그래요?
김의사 : 아이구, 사돈어른.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어요.
희갑 : 내가 서울을 떠날 때 사돈어른께서 꼭 아드님을 만나보라고 해서 찾아왔어. 어? 얘가 김승호 영감의 손주딸이구만.
김의사 : 얜 제 아들입니다.
희갑 : 옳지. 어어어.
김의사의 아들 : 안녕하세요.
김의사 : 자, 들어가시죠.
희갑 : 그래. 내 동행이 있어서. 저, 우리 사돈집이야. 들어가자구.
김의사 : 우간다에는 의사가 마흔 두 명이 있는데 이 병원에도 세 사람 일하고 있습니다.
희갑 : 오, 그래요? 으음..
김의사 : 우리나라 의사들이 우간다에서 대단히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희갑 : 참 흐뭇한 일이여. 흐뭇한 일이구만. 음.
김의사 : 이분이 바로 산부인과에 계시는 이 선생입니다.
희갑 : 아, 여자 의사시군요. 아니 남자도 아니고 여자의 몸으로 응? 그 수륙만리에 와서 고생이 많군요. 아, 장한 일이야.
희갑 : 아프리카에도 이렇게 현대적인 도시가 있다는 걸 참 몰랐는데.
미란 : 아프리카 하면 정글만 연상하는 것은 잘못인거 같아요.
희갑 : 우리가 인식을 다시 해야지.

(01:22:16)
윤 대위 : 어제도 김 중령님의 대대가 대승리를 거뒀습니다.
희갑 : 어, 그거 보라구. 내 아들 녀석 이래서가 아니라 사내는 그놈이야. 허허허.
윤 대위 : 여기가 맹호 공병대대 진료반입니다.
희갑 : 오, 환자들이 많이 왔군 그래.
윤 대위 : 자, 내리시죠.
희갑 : 네.
윤 대위 : 여기가 대대장실입니다.
희갑 : 예, 고맙소. 아 덥다. 장교, 바쁜데 어서 가 봐요. 응? 수고 많았소.
윤 대위 : 예, 가보겠습니다.
희갑 : 어으, 덥다 참.
아이 : 빵! 빵야! 빵 빵! 빵! 빵 빵 빵! 빵!
희갑 : 아니 저. 대, 댁은, 댁은 뉘슈? 이게 말이 통해야지. 이게 동문서답이지. 가만, 얘 얘 얘야? 이 사진의 사람 누구냐?
아이 : 파파.
희갑 : 파, 파파라니.
아이 : 파파, 파파 넘버원.
희갑 : 파파.. 아니, 파파라면. 야, 낭패로다. 아니 파파라면 아버지란 말이 아닌가? 응? 가자구. 아니 이런, 이런 놈의 자식을 둔지는 몰랐어. 가자.
미란 : 아이, 그렇지만.
희갑 : 아니야. 이, 이국만리에 와서. 어? 살림을 차려놓고 이게 노닥거린대서야 응? 이런, 이런 불효막심한 놈. 가자, 가자구.
병사 : 준비, 쏴!

(01:25:48)
희갑 : 원, 천하의 괘씸한 놈 같으니라구. 응? 이럴 수가 있느냔 말이야.
미란 : 할아버지.
희갑 : 허, 미란이? 하 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이놈이 설마 이럴 줄이야.
미란 : 할아버지. 그만 잡수세요.
희갑 : 내 걱정 말고. 어서 들어가 쉬어요. 응? 예, 들어오시오.
수일 : 아버지! 하하. 아하하하.
희갑 : 나가! 어서 나가! 나가란 말이야 이 놈.
수일 : 아니 아버님?
희갑 : 뭐? 듣기 싫어. 난 너 같은 자식을 둔 적이 없어. 이 고얀 놈 같으니라고. 나가!
수일 : 아니, 아버님 왜 그러십니까? 하하하.
희갑 : 응? 웃어? 하기야 너 같은 놈 배짱같으면 웃을 만도 하지. 이 놈. 네 방에 드나드는 여편네 봤다. 응? 이놈. 내 할 일이 없어서 싸움터에 와서 계집질이냐.
수일 : 하하하. 네, 아버님 그건 오해입니다.
희갑 : 뭐, 오해?
수일 : 그 여자는 우리가 평정한 마을의 부인입니다.
희갑 : 듣기 싫다 이놈. 마을 부인?
수일 : 네.
희갑 : 멀쩡한 놈 같으니라고. 그래서 주먹 같은 아이가 널 보고 애비라고 부른다더냐? 나가! 이 불경스러운 놈. 천하의 괘씸한 놈.
수일 : 아버님. 그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군대의 대민 사업의 성과가 아닙니까. 아버님 저희들은 월남에 놀러 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용감하게 싸우는 게 아버님께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버님. 노여움을 푸십시오.
희갑 : 아뿔싸.. 내가 실수를 했구나. 수일아?
수일 : 아버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희갑 : 수일아.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그저 오나가나 늙은이는 주책이 많아서 탈이다. 미란이, 여기 이리와 앉지. 어서 거기 앉아. 미란이? 이게 내, 내 아들이야. 응? 놈이 진짜배기지? 헤헤헤.
미란 : 유미란이에요.
수일 : 미란씨 정말 잘 오셨습니다. 저, 아버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고 무척 기다렸습니다.
희갑 : 좋다, 좋아. 하하하. 좋다. 내 육십 평생에 아까와 같은 괴로움도 처음이려니와 지금과 같은 즐거움도 처음이야. 사람이 사는 게 요런 재미에 사는가보다.
수일 : 저, 미란씨 그동안 아버님 시중드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희갑 : 아뿔싸. 내가 너의 어머니한테 편지를 써야하겠는데 너희 그동안 바람이나 쐬고 오너라. 응? 저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얼른 얼른. 어서 나가. 응?
수일 : 가시죠.
희갑 : 얼른 얼른 나가 봐.
수일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희갑 : 그래 그래. 천상배필이다.

(01:30:36)
미란 : 대대장님. 저도 여기에 남아 무엇인가 일해보고 싶은데 저 같은 것도 할 일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수일 : 아니 정말입니까? 계셔주시겠다면야 제가 애써보겠습니다.
미란 : 모든 것을 대대장님께 일임하겠어요.
수일 : 미란씨 정말 고맙습니다. 자, 가시죠.

희갑 : 근데 얘들이 웬일인가. 오, 저기 오는군. 아니 미란이가 군복을 다 입구 이거 웬일이냐. 어? 이거 웬일이야?
수일 : 마침 부대에 방송국 아나운서 자리가 있어서 미란씨는 여기에 남게 됐습니다.
희갑 : 오, 그래. 하하. 과연 내 아들에 내 며느리다.
미란 : 죄송합니다 아버님.
희갑 : 아 죄송할 거 없어요. 나는 네게 아버지란 소리만 들으면 그만이야.
수일 : 아버님. 기왕 오셨는데 며칠 더 쉬었다 가시죠.
희갑 : 아, 나도 그러고는 싶다만은 내일 모레가 추석이 아니냐. 내가 종손인데 조상님께 차례는 지내야할게 아니냐? 두고 가는 정이야 말로 다 하겠느냐만 그저 몸 조심하고. 그리고 잘 싸워야한다.
수일 : 알겠습니다.
희갑 : 가자,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수일 : 타시죠.

미란 : 안녕히 가세요.
수일 : 안녕히 가세요.

희갑 : 임자. 내 자네 곁으로 돌아가네. 본 것도 많고 들은 것도 많어. 하나 임자 생각만은 내 잊은 날이 없다네. 이놈의 제트기는 느리기도 하다.
스튜어디스 : 할아버지. 우리나라 상공입니다.
희갑 : 그래요? 어디. 응. 허허허.

아. 내 땅이로구나. 여기가 바로 내가 살 땅이로구나.

(01:34:04)
가족들 : 아버지! 저기 나오신다.
희갑 : 여보 마누라, 나 여기 있소! 아, 아이구.
황 여사 : 여보 영감!
진규 : 빙장어른!
딸들 : 아버지!
황 여사 : 영감, 정신차려요. 마누라 여기 있소.

황 여사 : 아이구 참 영감도. 객지인심이 오죽 고생스러우셨으면 저렇게 되셨을까.
은희 : 아버님. 웬만하시면 병원으로 가시죠.
희갑 : 괜찮다. 너희 엄마는 어디 갔냐?
혜정 : 약 달이세요.
희갑 : 약 달이고 있다고. 여보 마누라. 거 시원한 냉수 한 그릇 주구려.
황 여사 : 네. 그러지 않아도 이렇게 떠가지고 오지 않우.
희갑 : 여보, 여보 임자.
황 여사 : 네. 어서 들어요.
희갑 : 하. 그 참 물 맛 신기하다. 내 이놈만 마시고 다녔더라면 내 병은 왜 걸리며 쓰러지긴 왜 쓰러진단 말이오. 여보 임자. 약은 애들보고 달이라고 하면 될 것이지. 어?
황 여사 : 영감도 참 딱 하우. 아 남이 달인 약을 영감은 드시기나 하셨수? 그저 당신은 내 곁에 계셔야 해요.
희갑 : 그래, 그래.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오지 않았소? 여보, 내가 꼭 당신한테 새장가 든 것 같구려.
딸들 : 어머, 하하하.
황 여사 : 이그 영감도 참. 그 주책만은 버리시지 못하셨군요.
희갑 : 버리다니. 내 나라가 제일이요, 내 마누라가 제일이라는 것은 이번 세상을 돌구서야 내 깨달았소.
황 여사 : 에이 영감 애들이 보우. 왜 이러시우.
희갑 : 보면 어떠우.

(01:36:26)
딸 : 어맛 징그러워!
희갑 : 이건 네 남편이 브라질에서 잡은 거야. 너 가져라.
아이들 : 야 신난다.
희갑 : 그리고 이건 네 남편이 보낸거다. 그리고 이건 네, 네 꺼다.
은아 : 아니 아버님. 이건 국산품 아니에요?
희갑 : 어.. 그리고 이건 자네 꺼야.
은희 : 이것도 한국 양단인데요?
희갑 : 어, 거 외제란 딴 것인가. 우리나라 물건이 수출 됐다가 다시 들어오면 그게 그거지. 이게 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냐.
진규 : 옳은 말씀이십니다.
희갑 : 그리고. 잠깐만 요건, 요게 재밌는 거다. 요건 너 가져라. 너 가져.
일동 : 하하하.
희갑 : 그리고 미애야. 이건 네 남편이 보낸 거다. 응? 집에 가서 뜯어봐.
황 여사 : 신서방이 보냈구랴.
희갑 : 그리고 이건.
일동 : 저건 뭐에요? 어머.
희갑 : 이건 당신이 당신이 쪼끼를 해 입어요. 그래야 신경통이 낫지.
황 여사 : 아이구 영감도 참. 아이 더워라.
희갑 : 여보. 나 아이 라브 유요.
황 여사 : 아이 그 영감두 참.

(01:38:13)
일동 : 아버지 뭐에요.
희갑 : 가만 있거라 글쎄. 어? 거 가만 있어라.
황 여사 : 저 영감도. 하루도 안 쉬시는거 봐.
진규 : 아니 빙장어른 며칠 쉬시지 않구요.
희갑 : 아냐. 사람은 부지런 해야 돼. 여보 마누라.
황 여사 : 왜 그래요?
희갑 : 이리 오구려.
황 여사 : 아 놔요 이거.
희갑 : 여러분. 화기 있고 인정 많고 살기 좋기야 우리네 강산이 제일입죠. 자 그럼 다시 또 뵙겠습니다.

(노래)
철새 따라 천 리길 구름 따라 만 리길
물결 따라 천 리길 바람 따라 만 리길
낯설은 이국땅 어디를 가도
손잡고 반겨주는 핏줄이 있다

3-2. 고속도로를 달리다 3. 팔도강산

내일의 팔도강산 (1971, 강대철 감독) 이 영화는 팔도강산 시리즈 3편으로 1편과 마찬가지로 노부부가 전국 팔도에 결혼하여 살고 있는 딸과 사위들을 찾아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다만 3편에서는 국가적 숙원 사업인 경부고속도로가 1970년에 완공되어 기존과 달리 여행을 떠난 노부부가 여행을 하며 지역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달려 수시로 서울의 집으로 오고, 딸과 사위들이 노부부의 서울 집로 찾아오는 구성으로 변화되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도 고속도로를 상징하는 애니메이션을 삽입하고 있으며, 엔딩에서도 집안의 시련을 협동하여 극복한 가족들이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며, 여행을 한다.

3-2. 고속도로를 달리다 3. 팔도강산
경부고속도로
  • ㆍ생산연도: 
    1969
  • ㆍ관리번호: 
    PEA0018261
  • ㆍ소장: 
    대통령기록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하여 계약문제 등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여 준공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 문서이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착공하여 1970년 7월까지 불과 2년 5개월 만에 완공됐고 서울-부산간 소요시간을 8시간 53분에서 4시간 15분으로 단축시키며 전국을 1일 생활권화 했다.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 70년대 건설 근로자에 관한 문화영화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 70년대 건설 근로자에 관한 문화영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한 이래 우리의 공업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비중이 높아져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었고, 발전시설 및 경부·호남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였다. 이것을 배경으로 1970년대에도 우리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는데, 이것은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한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

4-1. 어느 건설 노동자의 하루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어느 근로자의 하루
  • ㆍ생산연도: 
    1970
  • ㆍ감독: 
    이광수 감독
  • ㆍ재생시간: 
    8분 10초
< 어느 근로자의 하루 >

ㆍ생산연도 : 1970

ㆍ감독 : 이광수 감독

ㆍ재생시간 : 8분 10초

4-1. 어느 건설 노동자의 하루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어느 근로자의 하루 (1970, 이광수 감독) 이 영화는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197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서울은 남산터널을 뚫어 경부고속도로와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지금의 한남대교인 제3한강교의 개통을 앞두고 있었다. 이 영화는 바로 이런 공사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근로자 고석춘이 주인공이다. 1년 간의 공사 끝에 돌산을 뚫은 주인공 고석춘은 근면 성실한 근로자의 표본으로 당시 대한민국의 아버지, 남편, 가장의 표본으로 영화에는 당시 건설근로자의 삶과 희망이 투영되어 있다.

4-1. 어느 건설 노동자의 하루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4-2. 모래 바람 속, 중동 현장의 건설노동자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중동의 노동자
  • ㆍ생산연도: 
    1976
  • ㆍ감독: 
    나한태 감독
  • ㆍ재생시간: 
    37분 42초
< 자막 >

(00:00:07)(노래)
철새 따라 천리 길
구름 따라 만리 길
물결 따라 천리 길
바람 따라 천리 길
낯설은(낯선) 이국땅 어디를 가도 웃으며 반겨주는 ○○○○.
떠나온 그리움을 땀으로 견디며
잘 살자 다짐했던 그 ○○ 이루고 가자
아 아아 아아 아아아 우리는 세계를 간다.

(00:01:28)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한 게 15년. 한국인들은 이제 서남아시아 중동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7배가 넘는 방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으나 인구는 2천만에 불과한 나라다.

(00:01:52)이란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의 하나며, 기원전 5세기경 세계를 제패했던 페르시아의 영광을 지닌 나라이다. 페르시아인의 고향이라는 페르세폴리스. 2천 5백 년 전에 다리우스 대왕이 건설했다는 이 궁전이 고대 페르시아의 영화(榮華)를 그대로 말해준다.

(00:02:20)페르시아의 명물 카펫. 기계가 짜내는 융단이 국제시장에서 판을 치지만, 이란 사람들은 하나의 전통으로 그 솜씨를 이어간다. 동 세공품 또한 이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솜씨를 이어온 전통의 하나다.

(00:02:46)1904년 이 땅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래 이란은 세계 5위의 산유국으로 등장했으며 페르시아만에 임한 아바단 정유소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근대화됐다고 자부하는 이란 사람들의 수도답게 테헤란은 현대화된 도시이며 시민들은 서구화돼가고 있다.

(00:03:28)테헤란의 한국 대사관. 오늘날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대사관원들은 경제·외교와 효율적인 홍보 활동을 위해 총력을 경주해가며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술진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00:03:52)지금 이란에는 우리나라 상품이 많이 나가 있다. 무역진흥공사 테헤란 지사에는 한국 상품의 매력을 느낀 현지 상인들의 출입이 빈번하다. 1975년 한 해 이란에 진출할 국산품은 무려 1억 4천만 불을 벌어들였고, 1976년에는 2억 불을 벌어들일 것이다.

(00:04:20)여기는 테헤란의 한국 인삼 총 판매점. 오늘날 한국의 인삼은 이 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품목의 하나가 됐다. 여기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페르시아 시장이다. 세계 각국의 상품들이 다투어 그 모습을 자랑하는데 우리의 상품도 한 몫을 차지한다.

(00:04:59)테헤란 번화가에 한국음식점이 무려 네 군데나 등장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이 식당이 이젠 외국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는 주인의 말이다. 휴일이면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다. 서로 만나 고국의 소식을 교환하고 고국에서 보내온 영화를 보면서 망향에 젖는다.

(00:05:33)지난 6월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위해 대통령께서 보내주신 영화를 감상하며 이곳 동포들은 조국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들의 곁에는 항상 염려해주는 고국 동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00:05:55)테헤란의 한국인 학교이다. 아직은 테헤란의 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校舍)를 빌려 쓰고 있으나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은 소홀하지 않다. 외국에서 살면 흔히 망각하기 쉬운 조국. 교사(敎師)들은 어린이들에게 애국하는 마음을 심어준다.

(00:06:41)테헤란에는 우리나라 건설업체 지사가 많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남의 도움만을 받던 우리가 이제 남을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 1960년대에 이룩한 두 차례 경제개발 성과, 그 기틀 위에 10월 유신의 이념을 받들어 3차 5개년계획도 성공리에 매듭지었다. 이제 우리의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우리의 국력은 멀리 중동에까지 뻗어 갔다.

(00:07:17)페르시아의 영광을 자랑하며 중동의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이란 사람들. 그 속에서 취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란의 대규모 운송업체 화이트모터스에 취업한 7명의 한국인들. 이들은 정비사의 자격이 아니라 이란의 정비공을 지도하는 자격으로 취업하고 있다.

(00:07:44)도시에서 사막에서 산간벽지에서 어디서나 한국 사람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이란의 각 운송업체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펄럭이며 험준한 산을 넘고 망망한 사막을 누벼간다. 이란을 거점으로 멀리 서로는 스페인, 동으로는 파키스탄, 인도, 심지어는 루마니아 폴란드 등의 공산 진영까지 운행하며 국위를 떨치고 있다.

(00:08:28)이들에겐 멎는 곳이 집이요, 자동차는 곧 숙소가 된다. 빨래도 취사도 스스로 해야 한다. 사막의 열풍도 수 천리를 달려야 하는 고달픔도 견딜 수 있으나, 가족들의 그리움만은 견디기 힘들다.

(00:08:51)페르시아만의 관문 반다르압바스. 여기는 반다르압바스. 현대건설의 훈련조선소 건설현장이다. 펄럭이는 깃발 아래 자랑스러운 우리 기술진이 여기 모였다. 우리는 이미 울산에 세계적인 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여 세계 10대 조선국의 하나가 됐다 그 경험을 살려 여기에 페르시아만에 도전한 것이다.

(00:09:47)80명의 우리 기술진에 의해 1975년 6월에 착공, 76년 12월에 준공될 이 조선소는 이미 7월 말 현재 90퍼센트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이란에서도 가장 무덥고 독충이 많은 지역이다. 땀에 뒤범벅이 되고 무서운 독충이 생명을 노리는 속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해내고 말겠다는 투지를 굽히지 않는다.

(00:10:30)페르시아만의 북단 코람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합류하는 아바단과 코람샤 항은 이란의 대표적인 항구이다. 오늘도 한국의 선박이 우리가 만들어 낸 상품과 건설자재를 싣고 늠름하게 입항하고 있다. 외항에는 수백 척의 화물선이 차례를 기다리고 접안된 배만도 수십 척에 이르는 코람샤 부두. 무진장한 물자가 하역되는 현장에 우리의 초록색 한일개발 역군들이 땀을 흘린다.

(00:11:24)여기는 신원개발의 코람샤 항만 확장공사 현장. 광활한 야자 농원과 아바단 정유소를 배경으로 이락의 대안에 고동이 울려 퍼진다. 80미터나 되는 크레인 위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숙련된 우리의 기술진들. 그들은 50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에서 인내와 투지로 일을 해 나가고 있다. 이미 200미터의 하역장과 180미터의 부두를 완공시킨 373명의 우리 기술진은 720미터의 부두 확장공사에 마무리를 위해 일사불란하다.

(00:12:32)섭씨 60도를 상회하는 철판 위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의 얼굴에서 잘 살아 보려는 뜨거운 의지가 넘친다. 우렁찬 해머 소리는 사방 십 리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와 더불어 윤곽이 드러나는 항만의 새 모습에 외국인들의 찬사가 빗발친다. 국내에서 그동안 대규모 항만공사를 성공리에 끝맺은 경험이 오늘날 이곳 이란 땅에 진출한 힘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00:13:17)낮에 이어 밤에도 작업은 멈추질 않는다. 밤이 없는 한국인. 부지런한 한국인. 이것은 현장을 목격한 외국인들의 솔직한 표현이다.

(00:13:46)사우디아라비아에 인접한 페르시아만의 섬나라 바레인. 바레인은 영국의 오랜 보호 하에서 최근에 독립한 아랍 토후국의 하나이며, 인구 10만의 마나마 시가 이 나라의 전부이다. 여기에도 한국 붐이 한창 일고 있다.

(00:14:23)여기는 바레인 항만. 대규모 수리 조선소에 건설을 맡아 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공사 현장이다. 아랍 조선 수리소가 발주한 이 공사는 무려 1억 3천 8백만 불의 대규모 공사다. 1,500여 명의 우리 기술진에 의해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이 조선소는 1975년 10월에 착공, 77년 9월에 완공시킬 예정이다.

(00:15:00)근면하고 성실하고 기술 좋은 우리의 근로자들. 이 나라에서 코리아는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통한다. 우리의 기술진이 남긴 코리아의 이미지는 그만큼 강한 것이다.

(00:15:17)(노래)
철새 따라 천리 길...

(00:15:29)우리나라 대한항공이 깃을 내린 바레인 국제공항. 바레인 공항은 아시아와 서구를 잇는 항공 요로이다. 태극 표지도 선명한 날개를 펴 중동의 하늘을 누비는 대한항공. 이것 또한 국력의 신장 바로 그것이다.

(00:16:06)아라비아 반도의 사우디아라비아. 총면적 215만 평방킬로미터(제곱킬로미터)는 우리나라의 거의 10배가 된다. 사라센 문명의 발상지며 이슬람교의 성지 사우디아라비아는 가도 가도 불모의 산과 끝없는 사막으로 이어진다. 사막의 한가운데 서 있는 대추야자 나무. 거기에는 물이 있다. 이른바 오아시스다. 오아시스 주변에는 사람이 몰려 살며 조그만 농장도 있다.

(00:16:56)이것은 사막 속의 원주민 촌. 원주민들은 주로 양 떼를 기르며 살아간다. 눈을 가린 낙타가 통나무 틀을 돌려 기름을 짜내는데, 허술한 토담집 앞엔 벤츠 승용차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불모의 사막 그러나 그 밑에서 솟구쳐 나오는 석유는 이 나라를 부자로 만들었다.

(00:17:36)이 나라에서 석유가 발견된 것은 1938년. 매장량은 12억 톤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이 나라는 석유를 팔아 300억 불을 벌고 있다. 광활한 사막에 거미줄처럼 쳐진 송유관이 석유의 나라를 실감케 한다.

(00:18:02)사우디아라비아의 관문 제다시. 홍해 안에 위치한 제다시는 인구 30만의 무역 도시로, 이 나라 외무성과 각국 공관이 여기 모여 있다. 여기는 한국 대사관. 정부의 뒷받침에 힘입어 우리의 건설업체가, 또한 우리의 상품이 대거 이 나라에 진출하게 되자 우리 대사관 직원들의 일손은 쉴 사이가 없다. 모두 한 덩어리가 돼 국가의 실리를 위한 경제·외교에 헌신하고 있다.

(00:18:40)거리마다 한국의 상품 광고가 나붙고 상점마다 한국 상품이 눈에 띈다. 사우디 코리안 센터. 1976년 7월에 개관을 본 이 전시관은 한국 상품의 선전과 수출시장의 확대를 목적으로 동북 무역주식회사가 마련한 상설 전시장인데, 여기에는 250여 종의 우수한 국산품이 전시돼 있다.

(00:19:17)지난 1975년. 우리는 이 나라에 1억 1,100만 불의 상품을 수출하고 1976년에는 1억 8천만 불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상설 전시관은 우리 상품의 수출 증대와 양국 간의 우의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00:19:42)막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그들이 바라는 것은 외국의 기술과 인력이었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인력만으로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경제 건설을 이룩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이것이 국제 사회에서 높이 평가되자, 이 나라는 한국에 인력과 기술을 요청했던 것이다.

(00:20:11)여기는 삼환기업의 제다시 미화 공사 현장. 석산에서 돌을 운반해 오는 트럭의 행렬과 해안을 매립하는 불도저의 우렁찬 소리가 끊일 사이 없다. 제다시 골목마다 철거 현장이 눈에 띄며 장비의 움직임이 요란스럽다. 시가 미화 공사에서 쓰일 각종 시멘트 블록이 현장에서 만들어지며, 이에 소요되는 시멘트도 한국산이다.

(00:21:01)여기는 공원 미화 공사장. 여기 보도에 깔리는 돌까지도 멀리 한국에서 운반돼 왔다. 말끔해진 거리를 달리며 시민들은 코리아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인의 손에 의해 미화돼가는 제다시. 그 항구에서도 한국인의 활동은 눈부시다. 항구에 정박 중인 경남호. 이 배는 경남통운 주식회사의 사무실이요, 숙소이다.

(00:21:42)1976년 3월. 사우디 정부의 요청으로 정부 재화 하역 계약을 맺고 1976년 6월에 한국의 용역업체로써는 처음 이 나라에 진출한 경남통운 주식회사는 그간 장비, 인원, 자금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작업에 착수했다.

(00:22:04)하역되는 물자가 하루 만 톤. 1년에 300만 톤의 물자를 실어 내리어 연간 6천만 불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외항에서 물자를 실어 오는 배도 한국의 배다. 1,030명의 경남통운 역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제다 부두. 기중기의 요란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속에서 구릿빛으로 물든 한국인의 의젓한 모습이 자랑스럽다.

(00:22:46)천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한국식이다. 즐거운 식사를 하며 근로자들은 땀 흘려 일한 하루의 보람을 느낀다.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의료시설이 마련되고, 의사가 상주해 있다.

(00:23:15)사우디의 북부 알콰리바에서 알자우프까지 A공구 76.66킬로미터, C공구 90.57킬로미터의 고속도로 건설. 여기가 한국건업의 그 현장이다. 황량한 사막에서 우리의 기술자들은 의지를 불태운다.

(00:23:54)눈을 뜰 수 없는 모래바람, 숨통이 막히는 먼지, 섭씨 50도를 넘어서는 더위 속에서 방진 마스크를 쓴 우리의 근로자들. 이들은 남들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낸다는 자신감과 용기로 괴로움을 참아 간다.

(00:24:23)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고통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크다. 작업 현장에서 160킬로미터가 넘는 오아시스에서 매일 30여 대의 물차가 물을 사 와야 만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에서 사 오는 물이 이렇듯 성토 작업에 뿌려지는 것이다.

(00:24:54)더욱이 식수는 말할 나위도 없다. 1.5리터의 물 환 병이 약 500원. 휘발유 값의 12배가 된다. 하루에 네 병. 한 사람이 하루 물 값만 2,000원에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의 기술진은 이렇듯 어려운 여건(與件)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00:25:21)카이바에서 알우라까지 164킬로미터의 고속도로 공사가 삼환기업의 기술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건업의 기술진이 모래바람과 먼지에 고생한다면, 이곳 심환기업의 기술진은 돌산으로 고생하고 있다. 가도 가도 험준한 돌산. 그 돌산을 깎아내며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00:26:05)엄청난 더위와 황폐한 자연 속에서 싸우는 우리의 기술진들은 입을 모아 물 맑고 산 좋은 한국이 그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를 말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진이 164킬로미터의 산악지대에 도전한 지 만 3년. 1976년 12월엔 그 난공사도 완공되리라고 한다. 산악의 한복판에 시원하게 뚫리는 고속도로. 이 나라 사람들은 이 길을 달리면서 한국 사람들의 저력을 두고두고 말할 것이다.

(00:26:51)홍해안을 따라 움라지에서 알와지에 이어지는 길이 87킬로미터의 고속도로가 한일개발의 기술진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동이 트면서 우리 기술자들은 작업장으로 향한다. 불과 수년 만에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이어온 고속도로 건설의 슬기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기술진은 이국땅에서 길을 닦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00:27:34)1974년 6월에 착공, 금년 12월에 완공될 이 공사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평선만이 내다보이는 사막의 한복판에 검은 한 줄기의 도로. 우리 기술진의 피땀 어린 결정이 여물어 간다.

(00:28:07)지구상에서 가장 물이 맑고 물속이 아름답다는 홍해. 그 아름다운 바다는 사우디에서 일하는 우리 역군들의 휴양지이다. 휴일이면 바다는 언제나 이들의 것이 된다.

(00:28:30)사우디의 중동부 쥬다에서 사라까지 202.25킬로미터의 고속도로가 동아건설의 기술진에 건설되고 있다. 이미 두 개 공구는 예정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준공을 보았고, 나머지 공구의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공사가 끝날 때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그 찬사에 우리 기술진은 더욱 힘이 솟는다는 것이다.

(00:29:04)홍해안의 남단 지잔. 삼락산업과 진흥기업의 역군들이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는 유류공급 전진기지의 건설현장이다. 1975년 3월에 작동하여 76년 10월 15일 완료 예정인 유류공급 전진기지는 이미 대규모 탱크가 완공되고 바다로 이어지는 송유관 설치가 진행 중이다.

(00:29:39)바다 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조각을 타고 일하는 우리의 근로자를 이 나라 사람들은 곡예사라고 말한다. 한국인에 의해 설계되고, 시공되는 유류공급 전진기지. 이것 또한 한국 기술진의 우수상을 실증한 것이다. 그 기술에 매혹된 이 나라 사람들은 진흥기업의 기술진에 또 하나의 유류저장시설의 건설을 주문해 왔다.

(00:30:15)페르시아만에 임한 알쥬베일. 여기는 미중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해군기지 건설현장이다. 1975년 10월 8일 착공, 77년 9월에 완공될 이 해군기지 건설현장에는 506명의 우리 기술진이 있다.

(00:30:41))지난 연말에 대통령께서 보내주신 격려와 위로의 친선은 근로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 격려에 힘입은 근로자들은 몰아치는 열풍,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일하면서도 고생해 보람은 반드시 내일의 꽃으로 피어나리라는 확신을 갖고 이렇게 땀 흘리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00:31:12)여기는 동아건설의 쥬베일 항만공사 현장이다. 제방의 길이가 무려 13,711미터. 바위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 건설하는 축제 공사다. 또한, 56만 평방킬로미터의(㎢) 매립을 위해 덤프트럭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매립공사는 낮에 밤을 이어 일한 결과 7월 말 현재 24퍼센트 예정이 51퍼센트나 진척됐다.

(00:32:03)또 한편에서는 현대건설의 쥬베일 해군기지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두시설 공사, 도크시설공사와 더불어 준설매립 공사가 한창이다. 1978년에 완공될 이 공사는 계약액이 무려 1억 8,150만 불. 이렇듯 큰 공사가 끝날 날이 창창한데 현대건설은 또 9억 4,400만 불에 산업항 건설계약을 맺어 1976년 6월에 착공했다.

(00:32:50)여기는 세계적인 아람코 라스타누라 정유소 터미널. 이 터미널 안에 새로 세워진 천연가스 공장이 우리의 대림산업 기술진에 의해 건설됐다. 선진국의 기술진마저 놀라게 한 한국의 기술진. 한국의 기술진이 세계적인 아람코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25,000불짜리 보일러 4호기 제작에서부터인데, 우리 기술진은 보일러 튜브 용접의 엑스레이 테스트에서 아람코 건설 사상 유일한 100퍼센트 합격이란 기록을 남긴 것이다.

(00:33:41)또한 이 공장에 조정실도 우리 역군들이 완공시켜 또 한 번 개가(凱歌)를 올렸다. 근면하고 창조력 있는 한국인의 능력을 실증하는 건설현장이 여기 또 있다. 계약액 1억 9천만 불의 대규모 천연가스 액화공장이 대림산업의 기술진에 의해 건설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또 다른 3억 불짜리 공사를 따놓고 있다.

(00:34:18)모질게 불어오는 모래바람과 철판을 녹일 듯한 더위를 참고 견디며 부지런히 일하는 우리의 기술진. 그들은 땀 흘린 대가가 고국에서 차곡차곡 모아져 쌓여 간다는 소식에 힘이 솟는다. 그리고 모두 정말 중동에 오길 잘했다고들 말한다.

(00:34:48)여기는 우리 기술자들의 숙소. 이른바 대림 사우디 새마을. 새마을 운동의 물결이 멀리에 중동에까지 이른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고국을 그리는 마음이 달력을 지워 간다. 샤워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의 하나이다. 휘발유보다 더 비싼 물이지만 우리 기술자들의 숙소에서만은 풍족하다.

(00:35:27)숙소에 돌아오면 또 고국의 가족들 생각이 밀려온다. 그러나 고국에서 보내온 책이며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끊일 줄 모르는 소식에 결코 외로움을 느껴 본 일이 없다. 이 나라에는 술이 없다. 그러나 기술자들은 오히려 그게 좋다는 대답이다. 그만큼 송금액이 늘기 때문이다.

(00:35:59)우리의 기술진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영화가 상영된다. 고국에서 멀리 중동에까지 자신들을 위해 잡지와 신문을 보내주고 영화 필름까지 보내주는 고국 동포들, 그리고 자기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고국 동포들에게 언제나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00:36:20)그리고 화면에 비친 밝은 조국의 모습에 그들의 가슴은 뿌듯해져 옴을 금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석유로 콧대가 높아지는 중동 사람들 속에서 한국인만은 언제나 가슴을 활짝 펴고 활보할 수가 있다.

(00:36:40)한국의 국력이 중동에 진출한 지 불과 2년 남짓. 금년 9월까지 공사계약 26억 불에, 용역계약은 7,300만 불에 이른다. 처음엔 중동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품팔이꾼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일을 거뜬히 해내는 한국인들을 보고 그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00:37:05)한국 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중동인의 표현은 이제 한국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중동의 한국인 그 수는 18,000을 넘어섰다 광활한 사막에서, 외로운 바다에서 자신의 행복과 조국의 번영을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4-2. 모래 바람 속, 중동 현장의 건설노동자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중동의 노동자 (1976, 나한태 감독) 이 영화는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본격화된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진출과 중동에 있는 한국인의 삶을 다룬다. 당시 오일 달러가 넘쳐났던 중동은 대규모 건설공사를 계획했고, 이에 우리 건설사와 한국인 건설 근로자들은 본격적으로 중동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사막 한가운데 건물은 물론 도로, 항만, 군사시설을 세우며, 달러를 벌어 국내로 송금하였다. 1978년까지 해외건설 수주 총액은 157달러였는데,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금액은 147억 달러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당시 이들이 송금한 달러는 외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4-2. 모래 바람 속, 중동 현장의 건설노동자 4. 어느 근로자의 하루
5. 지구촌의 축제 : 국제적 축제 개최에 관한 문화영화
5. 지구촌의 축제 : 국제적 축제 개최에 관한 문화영화

1980년대는 국가적 차원의 각종 통제 및 규제의 완화 등에 대한 요청의 목소리가 커졌으며, 자유화와 개방화를 향한 움직임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3저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국제수지가 호전되면서, 흑자경제시대를 맞이하였다. 이후 대한민국은 ′88 서울올림픽과 ′93 대전엑스포 등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국제적 행사의 개최는 전쟁으로 인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여겨졌던 한국의 실상을 알리는 기회였고,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역할이 확대 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 시기 문화영화에는 한국의 국제적 행사들을 다양하게 담아내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을 띤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5-1.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5. 지구촌의 축제
지구촌의 축제
  • ㆍ생산연도: 
    1988
  • ㆍ감독: 
    도상선 감독
  • ㆍ재생시간: 
    18분 35초
< 자막 >

(00:13)이념과 체제,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가운데 전지구촌의 모든 나라를 세계 평화와 인류화합의 대제전인 서울올림픽대회에 초대합니다.

(00:50)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는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2번째, 세계에서는 16번째 도시에서, 특히 분단국의 수도에서 개최되는 뜻깊은 대회입니다.

(01:12)세계 161개 나라가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전진을 다짐할 이번 대회는 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16일간 계속되는 동안 23개 경기 종목에 237개의 세부종목경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01:36)서울올림픽대회는 화합, 문화, 복지, 희망 그리고 번영의 5대 특징을 지닌 대회로서 지구촌 161개 나라가 체제와 이념, 인종과 종교의 대립과 갈등의 벽을 넘어 진정한 화합의 한마당을 펼쳐 보이는 대회이며 각종 스포츠와 함께 최고의 문화 예술이 다채롭게 선보이고 대규모의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문화의 올림픽이며,

(02:05)10월 15일부터 열리는 서울장애자올림픽대회의 성공을 위해 인력, 시설, 프로그램 등을 연계 지원하는 복지의 올림픽입니다.

(02:15)분단국이며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인 올림픽을 치름으로써 세계 모든 개발도상국들에게 국가발전과 올림픽 개최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고

(02:27)아울러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통해 선진국으로 향한 획기적인 번영과 도약의 기틀을 다지자는 것입니다.

(02:42)세계 속의 한국과 함께 국제도시로 부상한 서울은 한민족의 일체감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02:55)이는 올림픽으로 향한 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며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03:10)우리나라의 성숙된 모습을 세계에 보이고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온 국민의 응집된 바람은 서울올림픽 맞이 범국민 실천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03:29)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조하여 최다의 참가, 최상의 화합, 최고의 성과, 최적의 안전과 봉사, 최대의 절약이란 5대 목표를 세우고 완벽한 대회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03:55)이번 대회에 사용될 경기장은 대부분 서울 시내와 근교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회 기간 중 시내 자가용 승용차의 격일제 운행계획으로 한층 편리하게 된 도로망과 4개 노선의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어 대회 운영과 경기 참관에 불편이 없을 것입니다.

(04:22)또한 전 국민들의 올림픽 참여를 위해 지방에서도 일부 경기가 열리게 되는데 과천에서 승마, 미사리에서 조정과 카누, 성남에서 하키와 레슬링, 수원에서 핸드볼, 그리고 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서 축구예선 경기가 벌어지고 요트는 부산 수영만에서 개최됩니다.

(04:46)88년 8월 23일 오전 11시 그리스의 헤라 신전에서 성화가 채화되어 2박 3일간 아테네까지 봉송되고 25일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태국의 방콕을 거쳐 27일 한국의 섬 제주도에 도착, 22일 동안의 국내 성화 봉송길에 오릅니다. 전국 61개 시를 경유하며 총 4,163킬로미터(km)의 단일코스로 서울에 도착되는데 성화가 숙박하는 주요 도시에서는 그 고장의 민속축제와 세계 각국의 전통예술단 공연도 함께 펼쳐집니다.

(06:00)전국 주요 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국하는 공식 참가자는 ID카드만 있으면 비자 없이도 입국을 허용하며 통관, 검역, 수속 등을 영접센터 요원들의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대회 전후 1개월간을 자유롭게 머무를 수도 있고 여러 번 출입국 할 수 있게 배려되어 있습니다.

(06:35)서울의 김포국제공항에서 잘 다듬어진 한강변의 올림픽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30킬로미터(km) 지점에 위치한 서울종합운동장은 농구, 수영, 복싱, 야구 경기장과 육상경기와 축구, 승마 결승경기 및 개‧폐회식이 벌어질 주경기장입니다. 이곳에서 9월 17일 10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까지는 개회식이 10월 2일 오후 7시부터 8시 23분까지는 폐회식이 거행됩니다.

(07:09)경기장에서 동쪽으로 4킬로미터(km) 거리에 고대유적인 몽촌토성과 현대식 경기장이 조화를 이룬 올림픽 공원에는 올림픽회관과 상징조형물, 청소년 회관이 있고 최신 시설의 사이클 경기장과 역도, 펜싱, 체조, 수영 경기장 그리고 테니스 경기장이 인근의 체육학교와 선수촌, 기자촌 등 관련 시설이 함께 위치하고 있습니다.

(07:49)또한 세계 유명 조각가들이 제작한 야외 조각품들도 많이 전시돼 있습니다.

(08:04)이번 대회에는 최신 시설과 과학장비로 갖추어진 34개의 실내외 본경기장과 72개의 연습경기장이 사용되는데 대부분 경기는 선수촌에서 가까운 서울 종합운동장과 올림픽 공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장에서 열리게 되므로 매우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08:31)개‧폐회식을 비롯한 각종 경기장의 입장권 판매는 그 구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평하게 배분되게 하고 있습니다.

(08:48)경기장의 질서와 안전, 그리고 봉사활동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09:02)또한 언어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영어를 비롯한 불어, 서반아어, 노어, 독어, 일어, 중국어, 아랍어 등 8개 국어의 전문적인 어학교육을 실시, 각 행사장이나 경기장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09:28)대회 참가자의 자격을 인증하고 출입을 보장하는 신분증은 ID카드, AD카드, 임시출입증 등 세 종류로 구분됩니다. 대회 질서유지와 참가자의 절대적인 신변 보호와 시설안전을 위해 엄격한 출입 통제와 검색을 실시토록 하는 한편 그로 인해 불편함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국제테러집단의 망동을 사전 봉쇄할 경비대책도 빈틈없이 수립하고 있습니다.

(10:06)한국종합전시관 별관의 인쇄매체 보도를 위한 메인 프레스 센터는 세계 각국의 신문 통신사들이 이용할 공동 기사 작성실, 임시 전신전화취급소, TV 시청실, 기자회견실, 사진 현장 서비스 시설은 물론 컴퓨터 단말기로 연결된 종합정보망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보다 신속 정확한 보도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10:35)한국방송공사에 있는 국제방송센터는 모든 행사장과 34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방송내용을 국제신호로 제작, 세계 각국에 분배 송출하는 분배센터, 송출조정실, 중앙녹화실과 같은 기본시설 등을 세계 각 방송사들에게 지원하게 됨으로써 전 지구촌 가족 시청자가 서울올림픽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11:09)서울올림픽은 스포츠와 더불어 문화 예술과 학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상 최대의 종합 축제로 거행됩니다.

(11:36)대회 한 달 전인 8월 17일부터 50일간 국내외 예술단체가 펼치는 공연과 전시, 그리고 특별행사 등 16개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서울에서 만나 범세계적이고 다채로운 예술잔치를 벌이게 됩니다.

(11:58)전국이 일일생활권인 한국 관광의 편리한 점을 이용하여 서울에 8개, 지방의 10개의 새롭고 다양한 관광코스를 개발해서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12:35)경기기간 중 휴식 기간을 이용, 시내 관광을 할 수 있게 함은 물론 민속공예품과 올림픽 기념상품도 다채롭게 개발해서 올림픽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2:56)대회 참가자와 관광객이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수준급의 호텔, 선수‧기자촌, 패밀리타운 등을 준비하고 서비스 교육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숙박 계획도 마련되었습니다.

(13:13)그리고 한국의 전통적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500가구의 유료 민박과 친선민박 가구도 선정되었습니다.

(13:24)기자촌은 9월 2일에, 선수촌은 9월 3일에 문을 열어서 10월 5일까지 운영합니다. 선수촌은 3,692세대 아파트에 선수‧임원 1만 5,000명이, 기자촌은 1,848세대의 아파트에 방송‧신문기자 6,000여 명이 이용하게 됩니다. 선수회관에는 회의실, 서비스 센터, 식당, 각종 편의시설, 쇼핑센터, 오락 시설이 들어있는데 선수촌 1인 1일 체재비는 식사비 포함 외화 42달러인데 전 객실 수가 1만 3,097실이나 됩니다.

(14:03)이밖에도 수영장, 6대 종교관, 스포츠 수리소와 선수촌 병원이 운영됩니다.

(14:17)선수들의 약물검사를 실시하는 도핑컨트롤센터에는 각 경기장에서 채취해 온 선수들의 소변을 약물분석실에서 세계 수준의 장비와 전문인력으로 금지된 약물사용 여부를 24시간에 분석 통보합니다.

(14:41)서울 올림픽 대회 16일간의 경기 일정과 경기별 237개 세부종목 수, 즉 금메달 개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5:54)이상의 23개 정식 경기 종목 이외에도 시범 종목으로 야구와 태권도, 시범경기로 여자 유도경기가 있으며 전시 종목으로 볼링과 배드민턴경기가 치러집니다.

(16:17)서울 올림픽 대회의 참가 예상 인원은 올림픽 가족이 총 3만 6,500여 명으로서 선수와 임원이 1만 3,600여 명, 국제기구 대표가 8,400여 명 그리고 보도진이 1만 4,400명이고 청소년 캠프 참가자가 1,000여 명. 국제학술대회 참가자가 1,000여 명, 관광객이 20여만 명, 관중이 연 270여만 명이나 됩니다.

(16:49)부산 수영만의 요트 경기장 계류 능력은 육상에 1,000척, 해상에 364척이며 3개의 경기코스가 있습니다.

(17:04)서울 올림픽 대회의 운영 요원은 조직위원회요원이 1,400명, 사회 각계의 자원봉사요원이 2만 6,000여 명 각 기관에서 나온 지원요원이 1만 4,900여 명 그리고 단기고용요원 2,500여 명 등 모두 4만 4,800여 명입니다.

(17:35)경기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메달은 금과 은메달이 각각 237개 수여되며 동메달은 복싱, 유도, 테니스 경기가 세부종목마다 2개씩 책정되어 260개가 수여됩니다.

(17:55)81년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그날부터 7년간의 완벽한 준비 작업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 동서 양 진영과 제3세계를 포함한 세계 161개국의 지구촌 가족들이 서울에 모여 화합과 전진으로 향하는 평화의 대축제 행사에 우리 모두 함께 참여합시다.

(18:22)모든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5-1.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5. 지구촌의 축제

지구촌의 축제 (1988, 도상선 감독) 이 영화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88 서울올림픽의 준비작업과 개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제작된 일종의 기록영화로 올림픽의 순조로운 준비 상황을 알려 세계 각국의 적극적 참여와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영화에는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풍경을 담은 영상물과 올림픽 준비 과정 및 관련 시설 등을 촬영한 화면들을 적절히 배합되어 올림픽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5-2. 새로운 도약의 길 5. 지구촌의 축제
대전 너른 벌에 희망찬 기운
  • ㆍ생산연도: 
    1993
  • ㆍ감독: 
    이창호 감독
  • ㆍ재생시간: 
    16분 16초
< 자막 >

(00:32)대전은 노령산맥에 서북쪽에 위치한 분지로 계족산과 식장산 그리고 보문산, 구봉산에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으며 대전천, 유등천이 만나 한줄기를 이루다가 갑천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 금강과 합류하고 있습니다.

(00:57)동방의 등불.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밭이라 불리는 대전.

(01:06)20세기 들어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원동력은 국토를 가로지르는 각종 도로 및 철도가 지남으로서 교통에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01:22)대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둔산 신시가지 개발지구에서 발굴된 유적들로 미루어보아 구석기시대부터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01:37)삼국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충절의 고장으로 방팽년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애국선열들을 배출해낸 것입니다.

(01:53)1931년 대전면이 대전읍으로 승격됐고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됐으며 1949년에는 인구 12만의 시로 개칭 됐습니다.

(02:12)민족의 비극인 6·25. 6·25전쟁은 전국을 일시에 폐허로 만들었고 평화롭던 대전 벌 거라도 전화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02:35)수많은 피난민이 남하하던 도중 대전에 머물러 애환을 같이 했습니다.

(02:55)또한, 대전방위에 큰 공을 세웠던 미 육군 제24사단장 딘(William Frishe Dean) 소장이 적에 포로가 되어 그를 구출하기 위한 대 열차 작전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03:13)1957년 9월에는 대전 경찰서 내 유치원에 처음으로 어린이 놀이터가 신설되어 당시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03:29)그해 11월에는 대전 전신 전화국에 공전식 전화가 개통되었습니다.

(03:43)1970년 9월에는 대전 부산 간에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03:57)그해 12월은 대전 전주 간에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어 현대적인 도시로서의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04:12)과거의 대전역.

(04:23)이별과 만남,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04:37)현재 대전을 이룬 모체가 바로 이곳 대전역입니다.

(04:44)대전천을 건너다니던 유일한 목척교. 지금은 복개돼 오가는 이에 눈길을 끄는 유래비만이 있을 뿐 옛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05:01)선조들의 생활이 깃들어있는 옛 오일장은 현재도 유성과 신탄진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05:13)한 말. 두 말 이고 온 곡식들은 손자 손녀들의 학비를 보탠다는 뿌듯함에 고생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스한 손길과 훈훈한 인정을 느끼며 시장통의 풍물들이 옛 정치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05:47)1989년 직할시로 승격한 대전.

(05:55)대전은 540평방킬로미터(㎢)의 너른 면적에 110만 시민들이 풍요롭고 개성적인 생활을 누리며 자랑스러운 시민 의식을 가지고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도시입니다.

(06:11)도시 설계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는 둔산 신시가지는 5만여 호의 주택이 건설돼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어질 것입니다.

(06:31)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2만2천 평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뜨거운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06:46)이곳에서는 하루 466톤(t)의 물량이 유통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보다 싱싱한 농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이들 상인들의 근면함과 성실함이 오늘의 대전을 일구어냈습니다. 대전의 공업은 1924년에 동구 인동에 거대한 제사공장이 설립되면서부터 방적, 피혁, 양조공업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07:21)현재에는 제1, 2공단 외에 제3공단이 조성되었고 앞으로 제4공단이 조성될 계획이며 땀에 젖은 손으로 공장을 세우면서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지는 대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07:43)대덕구 평촌동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담배인삼공사는 근 1세기에 걸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그 산하에 9,000여 임직원이 종사하고 있으며 동양 최대의 담배 사업과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무한한 발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08:15)민족의 대제전인 88서울올림픽 때 온 천하에 울려 퍼졌던 용고는 이곳 대전의 특산품입니다.

(08:30)이 지방 장인들의 얼과 정기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각종 공예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08:48)시민회관은 공연, 전시장을 갖추고 문화예술행사 및 각종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09:05)근로 청소년 복지회관에서는 시민문화 생활과 주부 취미활동을 위한 서예, 꽃꽂이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09:22)대규모의 시민휴식공간으로서 장태산 일대 침엽수 및 활엽수림 17만여 평 규모에 각종 편익시설 및 체육, 교육 시설 등을 갖추어 시민들에게 좋은 휴양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09:46)보문산 공원은 어린이들의 놀이동산 및 가족 단위에 나들이와 시민들에 휴식처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10:06)시내 중심가에도 소규모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10:17)또한, 도심 속의 지하공원은 쇼핑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문화공간으로 향유할 수 있는 낭만이 깃든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0:36)이름 높은 라듐 온천의 고장 유성온천. 유성온천은 1915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지금은 17만 4천 평이 온천지구로 지정되어 많은 숙박업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온천지구에서는 섭씨 53도의 알칼리성 라듐온천수가 쏟아져 나와 항상 많은 양에 온천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양질의 라듐온천 대중탕이 유명합니다.

(11:18)또한, 전국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각종 부대시설 및 한식당, 스카이라운지 등이 있어 전국 제일의 온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11:33)국토의 중심부를 흐르는 대청호는 15억 톤(t)의 수자원을 지닌 우리나라 3번째 규모의 호수입니다.

(11:45)대전 근교에는 우리나라 8경의 하나인 계룡산 국립공원이 있어 옛부터 전설과 신비로 가득 찬 유적사찰 등이 아름다운 자연에 풍치와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2:13)대전 국립묘지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고이 잠들어있는 성묘로서 선열들의 뜨거운 호국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12:34)옛 선열들의 지혜의 터전이었던 진잠향교와 도산서원이 있고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우암 송시열 선생은 지금에 가양동에 남간정사를 지어 많은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또한, 장판각에는 조선시대의 숙종 때 만들어진 방대한 목판본 문집인 ‘송자대전판(宋子大全版)’이 보관되어있습니다.

(13:11)이런 선조들의 얼을 이어받아 1917년에 관립 경성중학교 대전 분교가 1919년에는 대전국립실과고등여학교가 1927년에는 대전공업학교가 생긴 이래 많은 교육기관이 생겨나게 됐으며, 현재 국립종합대학인 충남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개의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며 봉사 정신을 토대로 한 인력 산실의 고장입니다.

(13:52)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밭도서관은 관람석 5,000석과 50여 만 권에 장서를 포위하고 있으며 열람실은 오이 시민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진리 탐구에 요람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4:12)국립중앙과학관은 과학 기술의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고 생활의 과학화를 기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으며 조상들의 과학적 지혜를 최첨단에 발명으로 잇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14:36)한국의 실리콘밸리인 대덕연구단지는 첨단과학 기술의 요람이며 2000년대 우리의 미래역사를 결정하게 될 핵심요소로 많은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과학도시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중부권 중핵 도시로서의 대전은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고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다양하고 폭넓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15:07)경제, 과학, 기술, 문화의 종합올림픽인 ‘대전 엑스포 93’을 통해 대전에 발전은 10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며 2000년대 미래도시의 대전은 모든 시민이 풍요롭고 개성적인 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15:37)세계 과학의 성지로 도약할 이곳 대전. 대전은 내일을 짊어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영광스러운 미래를 활짝 펼쳐나갈 것입니다.

5-2. 새로운 도약의 길 5. 지구촌의 축제

대전 너른 벌에 희망찬 기운 (1993, 이창호 감독) 이 영화는 ′93 대전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개최지 대전의 위상을 높이고 엑스포를 맞는 시민들의 긍지와 결집력을 고취한다는 취지 하에 만들어졌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세계 108개국과 33개의 국제기구가 참가하였는데, ′88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재연하고 첨단 과학을 주도하며 21세기 선진 산업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6. 산업한국
6-1. 산업한국
산업한국
  • ㆍ생산연도: 
    1996
  • ㆍ감독: 
    김항원 감독
  • ㆍ재생시간: 
    16분 40초
< 자막 >

(00:37)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해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경험을 바탕삼아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또 OECD 회원국으로서 수출 1,0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만 달러를 넘어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01:08)사회 발전과 소득 수준뿐 아니라 삶의 질도 크게 높이자는 목표 아래 한국은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국가로 자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과학 기술과 정보화의 급속한 확산 등 지구촌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한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경제 개혁과 과학 기술 혁신, 정보화 추진, 창조적 인력 양성, 선진형 노사 관계 확립 등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한국 상품의 깊은 신뢰를 갖게 하였습니다.

(01:59)이로써 한국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국가 경쟁력을 확보, 세계 무역 중심 국가로 빠르게 변하는 세계 경쟁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02:15)한국은 1960년대 초 경공업을 시작으로 중화학 공업의 장을 열어 공업 입국의 기반을 다졌고 1968년 포항 제철이 출범, 현재는 세계 2위의 철강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98년 말까지는 2,800만 톤(t) 생산 체제를 구축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철강 대국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02:50)특히 1996년에는 포항 제철이 철강 산업에 대표적 세계 조직인 국제 철강 협회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IISI로 불리는 국제 철강 협회는 선진국 대표적 철강 회사 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왔으나 이제 포항 제철이 선임됨으로써 한국 철강 업계의 생산 규모와 기술, 경영 능력 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고 세계 철강 업계 간 협력과 공동 발전에 기초를 다지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한편,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의 철강 업계는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및 품질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03:53)포항 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 업체들의 설비 증설에 힘입어 99년 이후가 되면 한국의 철강 총생산 규모는 현재 3,700만 톤(t)에서 5,200만 톤(t)으로 늘어나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04:15)포철은 세계 1위의 철강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올해 세계 철강 업계 최고 수준인 1,760억 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해 혁신 제철 기술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해 선진 철강 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 철강에 비해 100년 이상 뒤늦게 출발했으나 불과 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4위로 도약, 고급 강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의 철강 산업은 국내 공업화는 물론 철강 수출에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04:57)반도체는 21세기 정보화 산업의 견인차입니다. 반도체는 최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로 전자 산업, 인공위성, 컴퓨터, 정보 통신 등 관련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한국의 전자 산업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단시간 안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 94년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디램(DRAM)을 개발해 관련 업체 세계 6위로 부상했으며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는 92년 64메가 디램을 개발하고 현재의 메가 메모리 기술을 주도해온지 4년 만에 1기가 디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 기존의 256메가 디램의 4배 이상의 성능을 지닌 새로운 기가급 반도체 시대의 막을 열었습니다.

(05:58)1기가 디램 반도체는 엄지손톱 크기만 한 칩 속에 신문지 8,000페이지, 200자 원고지 16만 장에 해당하는 정보량을 기억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최첨단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는 1기가 디램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이며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도 세계 일류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06:25)1기가 디램은 원격 의료 시스템, 쌍방향 통신, 위성통신, 개인정보 통합 카드, 3차원 그래픽 등 21세기를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주도하게 되며 한국의 기술진에 의해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되어 반도체 분야 기술에 대한 한국인의 긍지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06:55)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부품과 첨단 기술이 복합된 우주 기술은 미래 지향형 기술인 동시에 첨단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송 통신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기상 예측, 자원 탐사와 개발, 미래의 신소재와 의약품 개발 등 그 영역이 급속히 확대돼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07:18)우리 별 1, 2호와 무궁화 위성의 성공적인 발사로 한국은 세계에서 25번째 위성 보유국이 됐습니다.

(07:32)한국은 21세기 첨단 산업을 주도하게 될 우주 위성 관련 사업을 추진해 2000년대엔 우주 기술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07:51)한국은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서 과학 기술 인재 양성과 국제 공동 연구, 기업의 기술 개발, 대학과 연구 단체를 지원하며 첨단 산업 연구 단지를 늘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3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15위권에 머무는 과학 기술 수준을 2000년대에는 선진 7개국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할 계획입니다.

(08:17)과학 진흥을 위한 대표적 연구개발로 꿈의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핵융합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기초 과학과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반도체 제조 장비, 첨단 특수 소재, 위성 방송 통신, 초전도 자기 부상 열차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08:41)신소재와 초전도 부품들, 고주파용 세라믹 소재와 더불어 광섬유 등의 소재들은 정보 전자 에너지 등의 각 분야에서 사용, 연구되고 있으며 2000년대에는 과학 기술 선도국의 하나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09:07)현대 산업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09:18)한국의 주요 수출 상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자동차는 공해와 안전도, 국제 기준에 합격할 수 있는 수출 경쟁력과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안전성과 편의성 향상을 위한 독자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09:45)선진 자동차 공업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으로 시작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불과 30년 만에 252만 6,000대를 생산하는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에 올랐으며 태국, 이집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해외 공장을 가동하는 등 해외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어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은 획기적인 발전과 화려한 수출 전략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0:16)또한, 2000년대에는 세계 최첨단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여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함께하는 디자인 개발과 더불어 예방 안전과 충돌 시 재해 방지, 졸음 방지 자동차 등 20개 주요 안전장치와 음성 인식 자동차, 5단계 자동 변속기, 적정 분사 엔진 등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양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야심 찬 계획들을 진행 중입니다.

(10:57)그동안 한국의 자동차가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기술이나 품질보다는 낮은 임금과 우수한 기능 인력이 많아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이 국내외적으로 도전을 받아 국내에서는 외국에 비해 높은 임금과 금리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내실을 통한 질적, 양적 면에서의 균형된 발전을 통해 한국은 2000년대까지는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하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대열에 들어서고자 하는 것입니다.

(11:49)이미 한국 자동차는 무공해, 저공해, 대체 연료 자동차 분야에서 주행 거리와 최고 속도를 가솔린 자동차와 동등 수준으로 개발한 전기 자동차가 실용화 단계에 와있고 2000년까지는 실용성을 갖출 예정입니다.

(12:11)또한, 시험 운영 중인 천연가스 자동차는 98년까지 대량 생산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밖에도 태양 에너지를 집약시켜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 전지를 사용,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의 유력한 교통수단인 태양광 자동차를 개발, 각종 국제 태양열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실용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가솔린 전기를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개발을 계속해, 21세기에 대비한 선진 자동차 대국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12:56)태평양 시대를 맞아 한국은 국제 교류의 동북아시아 거점으로서 그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항공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3:12)첨단 과학 기술의 총 집합체로 30만 개 이상, 50만 개까지의 부품이 소요되는 항공 산업은 기술 집약 산업이며 최고의 부가 가치 산업으로 국내 항공 산업은 1977년에 헬기, 1982년에 국산 전투기 조립 생산에 들어갔고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중요 항공기 개발 사업을 앞둔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미 김해 공장에 경비행기를 조립할 수 있는 생산 라인 등 관련 설비를 갖추었으며 삼성항공도 항공기 엔진 2,000대를 생산하는 등 엔진 부품의 수출 증대와 신형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14:03)3면이 바다로서 해양 대국의 초석을 갖춘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선박 생산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OECD, 즉 경제 협력 개발 기구에 제출한 자료는 한국의 선박 건조량이 450여만 톤으로 세계 두 번째 선박 건조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14:29)그러나 선박 수주량 면에서는 한국이 1위로 수주 물량은 OECD 국가 전체 수주 물량의 74퍼센트(%)에 이릅니다. 또한, 세계 유수 해양 잡지에서 최우수 선박으로 매년 선정될 만큼 질적인 면에서도 최고를 자랑하고 있어, 한국의 조선 업계는 이미 2000년대까지의 수주를 확보, 건조 능력이 포화 상태며 지금도 계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5:02)특히 한국은 초대형 유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대 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 중공업, 한진 중공업 등 주요 조선 업체는 50퍼센트(%)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해 한국의 경제 발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15:25)100척 이상의 선박을 수리, 개조할 수 있는 세계 최신의 대형 조선소,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900톤(t) 골리앗 크레인, 정규 축구장 7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세계 최대 규모의 100만 톤(t)급 골리앗 도크 등 최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다목적 중공업 기지로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조선 생산국으로서의 명예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16:04)세계의 무한 경쟁 속에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과 한국인들은 이제 당당한 OECD 회원국으로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며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대비한 경제 성장과 복지로 균형된 국가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속에 중심 국가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6-2. IMF를 극복하는 부자이야기 6.산업한국
다시 뛰자! 코리아!
  • ㆍ생산연도: 
    1997
  • ㆍ감독: 
    강명준 감독
  • ㆍ재생시간: 
    9분 38초
< 자막 >

(00:15) 유복 : IMF란 무엇이냐? 에.. 그러니까 인터내셔널 머니 어..
여자1 : 유복 씨!
유복 : 쉿! 알아 알아. 나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두 군데나 합격한 몸이야. 저스트 모먼트.
여자1 : 아직 면접 시험 남았네요.
유복 : 아, 분명히 아는데. 인터내셔널 머니, 음...
여자1 : 왜 그래?
유복 :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놨거든, 여보세요. 어 봉수야, 웬일이야. 나이트클럽? 좋지. 언제? 투나잇? 오케이. 그래 이따 보자.
여자1 : 유복 씨!
유복 : 아, 짜식들. 내가 빠지면 물이 안 좋대요, 물이. 아 오늘 카드에 불 좀 나겠는데.
여자1 : 어휴, 정말 한심하다 한심해. 요즘이 어떤 세상인지나 알아? 기업들은 다 망하고 사람들은 쫓겨나고 물가는 오르고.
유복 : 근데?

(01:54)우리가 지금 국제적인 신용이 떨어지고 극심한 외화 부족 현상으로 IMF 자금을 지원받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방만한 기업 경영으로 내실 있는 경영 전략을 세우지 않고, 외형만 키우는 데 급급했던 기업들의 연이은 도산. 소득 수준 만 불, 소비 수준 삼만 불. 마치 선진국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비싼 외제품만 선호하는 과소비.

(02:23)주체도 못 하는 짐을 들고 입국하는 무분별한 해외여행. 우리나라의 외채가 어느새 1,200억 달러. 국민 1인당 외채 부담이 무려 350만 원이라는 엄청난 현실을 알고 계십니까?

(02:43)
유복 :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아버지 : 늦었구나.
유복 : 어,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밤늦게?
아버지 : 어, 그냥 왔다.
유복 : 아, 나 내일 면접 본다고 용돈 주러 오셨구나. 그죠? 맞죠?
아버지 : 아버지랑 술이나 한잔 하자.

(03:31)
아버지 : 아주머니!
여자2 : 아, 예. 잠깐만요. 아저씨도 짤렸수?
아버지 : 예.
여자2 : 아이구, 나야 술 잘 팔려서 좋긴 하지만 식구들은 어떡하누. 쯧쯧쯧...

(04:10)
남자3: 사장님, 이번 어음 못 막으면 저희 회사 큰일납니다.

(04:22)이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IMF 시대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원이 감축되고 이에 따라 실업자가 백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세 부담이 늘고 공공요금이 인상되며 시중에 돈이 부족해 금리는 높아지고 대출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환율 인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여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더 무거워질 것입니다.

(04:53)이제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는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05:03)
남자1: 이유복 씨, 휘발유 값이 더 오르면은 어떻게 될까요?
유복 : 어, 길거리에 차들이 줄어들겠죠. 오늘 오다 보니까요. 출근 시간인데도 차들이 하나도 안 막히더라구요. 진작에 올렸으면 더 잘 빠질텐데.
남자1 : 강민수 씨, IMF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민수 : IMF 시대엔 정부는 긴축 재정을,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그리고 국민은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남자1 : 음.

(05:46)
남자2 :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아버지 :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남자2 : 이사장님 사정은 잘 알지만 어디 급한 데가 지금 이사장님 뿐입니까. 저희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돌아가 계십시오.
아버지 : 아, 저...

(06:15)
유복 : 여보세요. 어, 엄마! 아유, 걱정마. 내가 누구예요. 그럼. 근데 나 요번에 수석 먹으면 차 바꿔줘라. 하하하. 아버지? 어, 어제 우리 집에서 주무셨는데, 왜? 에이. 그런 거 가지고 장난치시면 안 되지. 예? 정말이에요?

(06:51)
유복 : 안 추우세요?
아버지 : 어떻게 알았니, 내가 여기 있는 거? 엄마가 전화했디?
유복 : 저 집 내놨어요. 혼자 청소하기 귀찮더라구요. 그리고... 내년에 기름 값 많이 오른다고 그러대요? 그래서 이참에 차도 팔아버리려고 그래요.
아버지 : 미안하다
유복 : 아이, 무슨 말씀이세요. 저 그동안 아버지 덕분에 호강했잖아요. 아버지, 좀만 기다리세요. 월급 타면 제가 아버지 회사 다시 차려드릴게요.
아버지 : 손이 따뜻하구나.

(07:47)이제 다시 힘을 모읍시다. 경제난을 근검과 외화 절약으로 극복하자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긴축 재정을 몸소 실천하며 각종 경비를 축소하는 등 효율적인 정부로 국민의 신뢰를 지켜나가고 국민들은 외화를 낭비하는 과소비나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소비로 뒷받침하죠.

(08:15)기업은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 향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08:32)
남자3 : 됐다, 됐어! 나 됐어!
여자2 : 아, 어떡해.
남자4 : 내 거 없어.

(08:52)
아버지 : 괜찮아, 사내 자식이 그깟 걸로 기가 죽다니!
유복 : 죄송해요.
아버지 : 죄송하기는.
유복 :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아버지 : 그래, 유복아. 우리 내기 한 가지 할까?
유복 : 내기요?
아버지 : 그래, 누가 먼저 일어서나!
유복 : 좋아요.
아버지 : 좋지!
유복 : 아버지, 그럼 우리 서로 힘내자는 뜻으로 파이팅 한 번 해요.
아버지 : 그래!
유복 : 하나, 둘, 셋. 파이팅!
아버지 : 파이팅!

문화영화의 이면, 제작과 촬영
문화영화의 이면, 제작과 촬영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제작 과정 1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제작 과정 1(1965)
관리번호 CET0057591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제작과정 2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제작과정 2(1965)
관리번호 CET0057591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즉흥무 촬영 현장 국립영화제작소 문화영화 즉흥무 촬영 현장(1962)
관리번호 CET0055147
국립영화제작소 장비 국립영화제작소 장비(1965)
관리번호 CET0057589
국립영화제작소 현장작업 광경 1 국립영화제작소 현장작업 광경 1(1962)
관리번호 CET0055169
국립영화제작소 현장작업 광경 2 국립영화제작소 현장작업 광경 2(1962)
관리번호 CET005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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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촬영 현장 문화영화 촬영 현장
이지완 소장
문화영화 촬영 현장 문화영화 촬영 현장
이지완 소장
문화영화 촬영 현장 문화영화 촬영 현장
이지완 소장
문화영화 [민주경찰] 촬영 현장 문화영화 [민주경찰] 촬영 현장
이지완 소장
제주도 한라산 촬영 현장 제주도 한라산 촬영 현장
박정희 대통령 연무 기자회견 촬영 현장 박정희 대통령 연무 기자회견 촬영 현장
이지완 소장
제주도 한라산 촬영 현장 제주도 한라산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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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지도api
ㆍ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태평로1가 60-6)
  • 전시시간 및 장소

    2022.11.25.(금) ~ 12.25.(일)
    시청역 서울도시건축전시관 3갤러리 (지하3층)

  • 관람시간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매주 월요일 휴관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 관람료

    무료 이용

ⓒ National Archives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