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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의당헌법개정안보고
민주정의당 헌법개정안 보고 1986년 9월 30일
(아래 인용문에서 집필자 해설 부분은 ※기호로 표시)
최규하 국정자문위원회 의장님께 우리당의 헌법개정안을 보고드립니다.
(중략) 지난 40년간의 헌정사를 돌이켜 보건데 우리는 불행하게도 한 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제5공화국이 출범할 당시의 국민적 합의는 무엇보다도 10.26 사태 후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이 땅에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반드시 세워 민주발전을 향한 돌파구를 열자는 것이었습니다.
분단된 적전국가이면서 동시에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중의 멍에를 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서구식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때, 대통령의 단임제 관철로써 1인 장기집권의 폐해만 말끔히 씻어도 역사의 큰 발전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이 지난날 호헌의 입장을 취했던 근본 동기는 대통령단임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을 성실히 지켜 평화적 정권교체를 반드시 실현하려는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대 총선 때부터 91.6%라는 압도적인 국민적 합의로 개정된 현행 헌법의 정당성에 시비를 걸며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슬로건으로 내건 야당은 헌법이 요구하는 개헌발의 정족수 부족으로 국회에서의 개헌이 불가능해지자 의회주의를 외면한 채 장외개헌투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호헌과 개헌으로 국론은 분열되고 학원가와 재야 일각에서는 개헌운동에 편승하여 용공적인 구호가 난무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기본질서를 ‘보수반동’으로 규정하고 이의 타도를 외치며, 그리고 평양의 대남흑색선전마저 그대로 옮기면서 ‘민주혁명’을 선동하는 일부 급진적인 반체제운동이 ‘민주화’ 운동과 한 덩어리가 되면서 혼란은 극도에 달하였습니다.
이른바 ‘장외투쟁’이 벌어지고부터는 5.3 인천 소요사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듯이 정치활동 자체가 제도적 정치권에서 벗어나 의회정치의 한 모퉁이가 무너져 버린 것 같은 불안감을 국민에게 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86 아시안게임은 물론 1988년 2월 24일로 예정된 평화적 정권교체마저 위협될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폭력적 소요사태가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대사를 흔들려는 마당에 우리 겨레가 한 차례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어려운 평화적 정권교체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형편이 호헌, 개헌으로 갈라져서 이러한 정치・사회적 불안을 계속 끌어안고 나갈 만큼 여유가 있겠습니까?
여기서 우리 민주정의당은 당리당략을 초월, 국가적 차원에서 대타협에 의한 합의개헌이라는 대도에 나선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인 양보를 통한 타협정치를 실천하고자 한 것입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합의개헌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여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이룩하려는 것입니다.
※ 그러나 야당과 국민의 개헌에 대한 열망으로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통해 개헌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하에서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제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의를 수렴하였고, 헌정사에 대한 검토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이를 위하여 개헌에 임하는 기본원칙으로서
첫째,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민주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원칙 아래 어떤 제도라도 허심탄회하게 연구하고 토론하기로 하였습니다.
둘째, 개헌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참여 폭을 넓히고 국가의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하였습니다.
셋째, 자유경제체제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면서 사회정의를 보다 과감하게 실현하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국회와 정당을 활성화시키고 그 밖의 주요한 모든 민주제도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였습니다.
다섯째, 국가안보와 민족생존의 보장기능을 우선시키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이 이처럼 개헌 5개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권력장악의 방식에만 맴돌던 개헌논쟁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전개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당은 나라의 진정한 민주발전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를 선택하였습니다.
우리 당이 의원내각제를 제의한 이유는
첫째, 민의수렴의 결과입니다.
(중략) 지난 5월 7일 당에 헌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100여일이 넘게 헌정제도에 관하여 학계, 언론계, 법조계, 경제계 등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하고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계속하였을 뿐 아니라 전국 10개 시도에서의 지역간담회를 통하여 국민들의 살아있는 민의를 수렴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더 이상 정통성 시비나 체제논쟁으로 인한 국력낭비를 종식하고, 안정된 가운데 점진적으로 국가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고 민의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헌정체제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중략) 이는 사실 당의 이름을 빌린 실질적인 국민의 안이라고 자부합니다.
둘째, 내각제의 채택은 우리 헌정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개헌은 4.19 민주의거로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를 바꾼 제3차 개헌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이나 독재를 위한 수단과 도구로, 또는 한 정권이 소멸된 후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개헌을 하였던 것입니다.
(중략) 5차의 공화국도 엄연히 민주공화국이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기본이념으로 계승하면서도 제2공화국은 제1공화국의, 제3공화국은 제2공화국의, 정통성이나 가치를 전부 부정하거나 매도해 온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민족의 정통성, 이념, 민주주의의 전통이 축적될 겨를도 없이 전시대의 모든 것을 부인하게 됨으로써 결국 스스로의 존립기초를 하나씩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자초해 왔습니다.
(중략) 대통령 1인 권력구조체제를 청산하고 권력이 분산된 의원내각제를 통해 민주주의의 뿌리를 이 땅에 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셋째, 의원내각제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대의민주주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민이 뽑은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행정부를 구성함으로써 행정부의 성립과 존속이 국회에 의존되며, 국회의원 또한 선거에 의하여 심판받기 때문에 국민주권 원리, 치자와 피치자의 자동성의 원리 등 민주주의의 보편적 원리에 가장 충실한 제도입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고 국회가 대통령과 수상을 선출하므로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 수상, 각료, 국회의원 모두를 뽑는 결과가 됨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며, 더구나 행정부가 잘못된 경우 국회의 불신임으로 퇴진시킬 수 있으므로 국민에 의한 행정부의 수시적 통제가 가능하게 되어 책임정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제는 특히 직선의 경우 단 한번 대통령을 선택할 뿐 임기 동안 정부내각임명이나 정치과오에 대하여 아무런 통제를 할 수 없고 특히 이론상 낙선한 대통령후보를 선택한 49%의 국민의 민의는 임기동안 완전히 사장되고 마는 것입니다.
의원내각제의 경우에는 국회가 설사 소수로서 수상 선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계속 의회에 남아서 의원으로서 의안과 발언권을 통하여 정부를 감시, 비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제가 ‘승자 완점, 패자 전무’의 흑백논리에 따라 패자인 야당은 일체의 협조를 거부하며 반정부 반체제 극한투쟁의 길로 치닫게 되는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룹니다.
(중략) 의원내각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상호의존하고 협조하는 융화체제이며,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게 됨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빠른 템포의 산업화로 인하여 성숙하고 있으며, 반면에 산업화의 열매를 둘러싼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커지며, 이익집단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욕구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 이하에서 개헌안의 주요 골자를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우리당 개헌안의 주요 골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헌법전문에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였습니다.
4.19 의거로 인하여 의원내각제헌법이 마련되었으므로 (중략)
둘째, (중략) 기본권 보장에 최대의 역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모든 구속자에 대한 구속적부심사권 보장과 형사보상제도의 확대, 형사피해자에 대한 국가보상제도의 신설, 언론출판의 허가 검열의 금지, 군인・경찰・공무원 등의 직무수행 중 받은 피해에 대한 이중배상금지규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였습니다.
(중략) 부의 분배문제 해결을 위한 (중략) 근로자의 최저임금제 실시, 농어민의 복지증진 등에 관한 조항을 신설 (중략) 자유경제체제 하에서의 사회정의 실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확대 보장하였으며, 국가의 주택개발정책의무, 모성의 보호, 양성 평등보호에 대한 노력의무, 여자와 청소년에 대한 복지정책 실시의무 등의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셋째, 정부형태를 순수의원내각제로 개편 (중략)
(중략) 대통령과 수상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며, (중략) 국회에 내각불신임권과 내각에 국회해산권을 주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중략) 각료의 과반수를 민선대표로 구성. (중략) 수상의 개헌발의권과 법률안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회의체인 내각에 부여하였습니다.
(중략) 우리는 6번에 걸쳐 대통령을 직선하였으나 그 결과는 반독재투쟁, 체제논쟁으로 정국의 혼란을 초래하여, 정통성을 확보하기는커녕 거꾸로 이를 훼손하였으므로 강력한 행정은커녕 오히려 반체제 데모를 막는데 국력을 소모하여 왔습니다.
대통령제는 간선을 하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재화의 길을 걸어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키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직선제만이 민주화라면 우리는 6번의 직선제로 이미 선진민주주의국가가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중략)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에다가 선거전에서 후보자에 대한 영웅조작으로 독재의 날개 하나를 더 달아주는 결과가 되어 민선황제로 군림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략) 야구장에서도 불상사가 나는 풍토에서 한 지역에서 기피하는 후보가 다른 지역에서 유세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유세장에 50만 내지 100만의 인파가 모인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는 지난 5월 3일 인천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야를 함께 보수 반동으로 매도하며 민중헌법제정을 주장하는 극렬 좌경세력은 유세장마다 해방구를 설정할 것입니다.
과열된 선거분위기 속에서 계획적이건 순간적이건 또는 북괴의 소행이건 간에 유세장에서 특정후보자에게 불상사라도 일어난다면 그 즉시 국가적 혼란과 내란사태가 발생되어 선거자체가 치러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악몽의 시나리오는 제2의 아웅산 사건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의 기본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원내각제 제의는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라는 확고한 철학에 기초한 것입니다. 현 통치권자의 단임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확실히 실천할 것입니다.
둘째, 합의개헌은 곧 양보된 개헌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어느 개헌안이나 진선진미한 것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당은 내각책임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한 우리의 안을 100% 관철하기 위하여 우리의 주장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략)
셋째, 개헌만으로 정치적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되거나 또한 개헌만으로 민주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
넷째, 합의개헌으로 반체제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되면 여야는 공존체제가 될 것이며, 따라서 반국가적인 반체제주의와 반정부민주화투쟁주체는 갈라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정부세력은 여야의 제도권 정치에서 정치의 맞수가 될 것이고, 반민주공화국 세력인 극렬좌경세력은 정리되어야 하며, 진보적 온건세력은 새로운 정당설립 등으로 헌정질서 체계 내에 수용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합의개헌의 실질적 통로인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운영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저희 집권여당으로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당은 대국적 시야에서 합의개헌을 위해, 원내 의석수와 관계없이 야당의 주장대로 여야동수의 국회개헌특위를 구성하는데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합의개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상당수의 구속자를 석방했습니다.
(중략)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자랑스러운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아시아의 제전에 임하는 우리 국민들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당당한 국제수준의 시민답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국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국가원로이신 위원님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힘입었음을 우리는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