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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메모

웹툰으로 보는 기록사랑 첫번째 이야기

제목: 아버지의 마지막 메모

글: 한지은

그림: 제은지

(안내방송이 들린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긴급상황입니다!

(하루 전)
예준: 다녀왔습니다~
예은: 앗! 오빠다!
엄마: 늦었네. 배고프지?
예준: 조금요. 그보다, 엄마.
엄마: 응?
예준: 백일장에서 상받았어요.
엄마: 어머머머! 우리 아들 장하다.
엄마: 여보, 당신도 뭐라 말 좀 해봐요.

아빠: 꾸준히 일기를 쓴다면 실력이 더 늘 게다.
예준: 음...
아빠: (식사소리) 쩝쩝.
엄마: 그래~ 아버지 말씀도 잘 새겨들으렴. 우리 아들.
예준: (속마음)역시 별로 안 기쁘신 건가.
예은: 오빠 얘네 봐? 요샌 21센트가 대센데~
예준: 아직은 소녀세대거든?
(TV 소리) 소원을 말해줘~

(아빠가 소파에 와서 앉는다)털썩.

(아빠가 TV 채널을 돌리며)
소설가의 하루를 밀착 취재하는...
윤작가의 하루는 소설의 소재를 찾는 것에서 부터...

예은: 음...아빠는 맨날 뭘 저렇게 쓰는지 몰라.
예준: 습관이시잖아. 우리한테도 매일 강조하시고.
예은: 일기 써라~ 용돈기입장 써라~
예준: 난 귀찮아서 못하겠더라~

(다음날)
엄마: 여보~ 끼니 거르지 말고, 출장 잘 다녀와요.
예준: 다녀오세요.
예은: 아빠! 면세점에서 선물 사오세요! 비싼걸로!
아빠: 다녀오마.

(공항 방송)
지금 출발하는 한울 항공 여객기...

덜컹! 덜컹!

웅성. 웅성.

아빠: 뭐였죠. 방금?
승무원: 아, 저...잠시 흔들림이 있지만 승객 여러분게서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기내방송)
기체결함으로 인해 비상착륙 시도 중입니다! 벨트를 매주세요.
오오시마 상공에서 비상착률 시도 중입니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주세요! 긴급상황입니다!
긴급 하강 중입니다!
벨트를 꼭 매주세요!

쿠쿵

(사람들의 외침소리)
아악! 꺄아악!
누...누가 좀...

(아빠가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메모를 쓴다)
예준, 예은아.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아빠는 지금 너희들이 보고싶구나.
어제 다 같이한 식사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여자: 꺄아아아악!

(다시 메모)
뭔가가 폭발한 것 같다. 연기를 내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예준아. 엄마와 동생을 잘 부탁한다.
여보. 미안하오. 아이들을 잘 부탁해. 늘 고마웠어.
우리가족 정말...
사랑한다.

퍼엉!

경찰: 고인의 메모로 추정됩니다. 확인부탁합니다.

(쓰러지는 엄마)
예은: 어...엄마아!

(상을 치른 한달 후)
예준: 아버지. 오늘 아버지의 서재를 정리했습니다.
예은: 어? 와우~! 앨범 발견. 오오~ 엄마 젊었을 때 무지 예뻤구나.
엄마: 그럼~

(아버지 일기)
앞니를 뺀 예은이.
내가 직접 빼주었다.
무엇이 서러운지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다.

예은: 이런 것까지!
엄마: 너희 아빠가 원체 꼼꼼한 분이잖니.

(아버지 일기)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이렇게 컸다니.
아이들의 성장을 더 꼼꼼히 기록하리라 다짐했다.

예준: 어!

(상장 옆 아버지 메모)
글 솜씨가 뛰어나단건 알고 있었지만 상장을 받아오다니 기특하고 정말 자랑스럽니다.
매일 일기를 쓰면 문장력이 좋아지고 내면도 성숙 할텐데.
아들에게 일기장을 선물해야겠다.

예은: 오빠, 이거~ 오빠?
예준 나레이션: 평소엔 표현을 아끼는 아버지셨지만 기록하신 글 속에서 저희를 향한 마음을 듬뿍 느꼈습니다.

예준: 우와~ 이게 다 아버지 일기장이예요?
예준 나레이션: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쓰셨다는 일기장은 참 방대한 양이었어요.
일기를 아주 살짝만 봤는데,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우리집 장남 머리가 뛰어나 기돼되는 녀석이다.
특히 글재주가 좋은데, 독후감을 쓴 걸 보고 천재성에 감탄했다.
인품도 온순해서 저절로 마음이 간다.

엄마: 밥 먹고 할까?
예은: 응!
예준: 천재...아버지도 참~

(아버지 일기)
회사계약에서 실수가 있었다.
시말서를 제출하라 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두 아이 학원비만 해도 내 월급의 삼분의 이이고,
집 융자도 갚아야 하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 얼굴을 보니 다시는 경솔하지 않으리라, 절로 결심이 들었다.

예준: 이런 생각까지 하신 건가.

(과거 아버지 퇴근 때 회상)
예준,예은: 다녀오셨어요?
아빠: 음. 그래?
예준 나레이션: 아버지의 표정은 늘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나 우리를 위해 애쓰고 계셨구나.

(아버지의 일기)
예은이가 맹장수술을 했다.
애간장이 끊어질 것 같다는 말을 절감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아내가 불안할까봐 내심 태연한 척했지만 힘들었다.
다행히 잘 끝났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엄마: 예은아...우리 예은이 어쩜 좋니...흐흑. 흐흐흑.
예준: 어...엄마...
아빠: 거참, 애가 어떻게 됐어? 고작 맹장수술인데 유난은!
예준 나레이션: 그 때는 아버지가 마냥 목석처럼 보였는데... 아버지, 고맙습니다.
모르고 넘어갔을 아버지의 마음도, 삶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도 완벽하게 해내셨던 그 뒷면에는 늘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던 거네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하셨던 아버지의 손을, 저도 닮아가려 합니다.

예은: 오빠! 엄마가 밥 먹으래. 어? 뭐 감췄어? 이상한 거 아냐?
예준: 알거 없고, 너 일기는 다 쓴거야? 어우~ 당연하지.

예준 나레이션: 아버지의 기록. 그것이 저에겐 가장 큰 유산이 되었습니다.

기록은 마음을 전합니다.
평상시의 기록이 큰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기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