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여름 논밭이 갈라지는 극심한 한발이 계속되고 오늘도 또 태양만 달아올랐다. 산에는 나무들이 하나 둘 마르기 시작했다. 임씨의 야산도 타오르듯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패배하고 말 것 같았다. 가랑잎이라도 덮어주자. 물을 주자 물을 나무들의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을 부어주자 열기를 식히자 이 타오르는 산의 열기를 식히자. 평생을 걸고 엄청난 집념을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닌가. 단념이라 있을 수 없다. 단 한그루도 좋고 두 그루도 좋다 단 한그루라도 살려야 된다. 물을 주자 물을, 물을 우물에서 야산까지 8킬로미터 20리길 늙은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저러다 죽을 것만 같았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섰다. 드넓은 산야에 미치게 물 타오르는 갈증을 적시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인간의 도전이었다. 과학이 아닌 의지의 도전 처음에는 비웃음도 샀다. 그러나 끝내 마을 사람들이 협동했다. 샘가에 물까지 불어나는 기적이 생긴 것이다. 아마도 이 마을이 생기고 처음 있는 격동이었다. 그것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야겠다는 계시와도 같이 마을 사람들 가슴과 가슴에스며 서로가 도와야겠다는 협동의 유대로 승화 되었던 것이다. 밤을 낮으로 이은 물지게의 횃불이 산등성을 넘었다. 한때 서운하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감격의 눈물만 보내는 임종국씨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또 거듭하며 나무는 자랐다. 푸른 꿈은 꿈 아닌 현실로 푸르름이 산야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10년생 수목이 하늘을 뒤덮고 쳐낸 나뭇가지는 거둬내지 않고 그대로 땅에 수북이 뒤덮게 하여 땅을 기름지게 했다. 지금은 543정보의 광활한 산야에 280만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서로 크기를 겨루며 하늘을 치솟고 있다. 바로 제 손으로 심은 나무에 올라가 위험을 느낄 만큼 나무는 자란 것이다. 조림은 추수와 직결된다. 아무리 가물어도 조림지에서는 무수한 생명들이 보금자리를 이루며 샘솟아 흐르는 골짜기는 마르지 않는 그래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인심이 후해지며 기름진 옥답이 생기는 게 아닌가. 푸른 동산을 이룬 묘목 장에는 산나무 편백나무는 물론 밤 감나무 등의 유실수가 연년생으로 자라고 있다. 또한 조림지에는 한 그루에 천원이 넘는 산나무와 편백이 푸른 바다를 이루어 수림의 바다를 이루어 놓았다. 이제 그의 조림지는 시가로 3억8천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그동안 투자액이 8천 3백만원 3억원의 순수익을 번 셈이니 16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이제 그의 눈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임종국씨는 임업을 누구나 노력만 하면 그 후대까지가 아니고 자기 당대에서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산 증거를 마을 사람 아니 전 국민에게 보여주어 평생을 건 도전에 승리한 것이다. 임종국씨는 이제 큰 유산을 후손에게 남겨주게 되었고 조림은 추수와 직결되어 나라를 위해서도 그 공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71년도 최우수 목림가로 뽑힌 그에게 다시 5.16민족상이 주어졌다. 그는 어려운 오늘을 극복하고 내일을 위해 살아왔다. 16년 전의 그 내일이 이미 영광의 오늘이 된 것이다. 여기 임종국씨가 심어놓은 푸른 꿈은 다시 심어지고 또 드넓은 산야를 뒤덮은 수풀이 되고 엄청난 유산으로서 평생 피와 땀으로 이룩한 교훈과 함께 길이 이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