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마을에서 교도원으로 일하는 동안 무엇보다 고 기량으로부터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철수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철수 아버지가 마침 집에 계셔서 두 분을 함께 설득시키는 데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날도 철수 어머니의 모습은 몹시 피로해 보였으며 아궁이에서 내는 연기는 몇 번이고 눈물을 짜내야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철수 어머니는 나를 보자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그러나 부뚜막에 흐트러진 음식물에는 무서운 병을 옮기는 파리와 쥐가 언제나 노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전날 철수 어머니와 약속한 개량 부엌에 대한 설명을 하기위해서 부엌 설계도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 그림은 개량 아궁이의 단면도인데 먼저 돌을 항아리 모양으로 쌓아서 적은 아궁이에 문을 달고 솥의 높이는 바닥 돌에서 8치 높이로 하며 분구의 경사는 45도로 합니다. 사흘이 지난 후였습니다. 철수아버지는 내가 설명한대로 아궁이를 개량했습니다. 아궁이에 반듯한 문을 해 단 철수아버지와 어머니는 흡족해진 얼굴로 불날 염려와 눈물 짜던 일을 잊어질 것을 생각하니 기뻐진다고 말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연료가 절약되며 방을 오래 덥게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리대는 벽 쪽에 허리 높이로 만들어 세우면 서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조리대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으로 폭은 3자 반 높이는 2자 4치로 하면 됩니다. 이 조리대로서 아쉬운 대로 쓸 수는 있으나 돈의 여유가 있는 대로 차츰 더 쓸모 있게 꾸며갈 수 있습니다. 이 조리대에 참대 쪽으로 만든 선반을 이층으로 해답니다 이 선반에는 여러 가지 큰 그릇과 채소 등을 올려놓고 편리하게 쓸 수가 있으며 참대 쪽으로 만들면 물이 고이지 않는 항상 마른 선반으로 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물독을 언제나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조리대 옆에 받침대를 세우고 올려놓으면 손쉽게 일할 수 있으며 항아리는 항상 뚜껑을 만들어 덮어야 합니다. 물 항아리에서 직접 물을 퍼내는 것보다 나무나 쇠로 만든 수도꼭지를 해 달면 항아리 속의 물은 항상 깨끗하게 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조리대를 더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 경첩을 단 보조대를 만들어 달면 밥상을 올려놓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 많은 음식물을 요리할 때에 필요하게 됩니다. 이 보조대는 1자 반의 폭으로 널판을 긴 쪽으로 달아서 겹치고 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먼저의 조리대 설거지통을 짜 넣어서 손쉽게 허리 펴고 일할 수 있는 이 설거지통은 시멘트를 쓰거나 양철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설거지 한 물은 아래로 빠져 나가게 참대에 구멍을 뚫어서 설거지통 아래에 구멍과 연결하고 조리대 아래로 흘러내린 물은 벽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수도를 만들면 설거지한 물을 일일이 밖으로 버리는 수고를 덜게 됩니다. 한편 이 설거지통은 조리대에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서는 벽 쪽에 마련해 놓고 쓸 수도 있습니다. 조리대가 끝난 후 우리는 찬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세로 석자 가로 한자의 이 선반은 사과 궤짝 두 개면은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와 뒤를 판자로 막아 좀 더 쓸모 있게 만든 이 찬장은 아쉬운 대로 쓸 수는 있지만 이것으로 무서운 병을 옮기는 파리와 쥐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망사문을 만들어 달면 찬장 안에 든 음식을 깨끗이 간수할 수 있습니다. 이 간단한 찬장만으로 부뚜막이나 여러 곳에 흐트러져 있는 음식과 그릇을 깨끗하게 정돈해 놓을 수 있습니다. 망사문을 만들 때 망사는 압핀으로 단단히 눌러둡니다. 다음은 먼저의 찬장에 위와 뒤를 막아서 더 튼튼하게 해서 찬장 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그자 형과 디귿형의 두 선반을 이으면 긴요하게 쓸 뿐만 아니라 큰 그릇을 넣을 때에는 선반을 빼낼 수도 있습니다. 찬장문은 경첩으로 달고 앞에는 문고리를 달아 잠그면 이렇게 아담한 찬장으로 단장이 됩니다. 참대까지 셋으로 겹치고 펼 수 있도록 행주걸이 까지 해 달면 언제나 깨끗하고 마른 행주를 쓸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이제까지 만든 찬장과 조리대를 제 자리에 배치해 본 그림입니다. 이제 밥상 덮게만 마련하면 제대로 부엌은 갖추어지는 셈이지요. 여기에 쓰는 천은 망사나 모기장으로 하며 먼저 천을 두 겹으로 겹친 다음에 본에 맞추어서 베어 냅니다. 밥상덮개 아래 접촉면에는 파리가 밥상 안으로 기어들지 못하게 선을 만들어 달면 보기에도 좋습니다. 천이 마련되면 두자가량의 참대를 두 쪽을 내가지고 가운데 구멍을 뚫고 먼저 물에 적신다음에 숯불에 달구어서 구부리면 됩니다. 먼저 가운데에는 철사를 메고 망사를 씌우면 이와 같이 간편한 밥상 덮개가 마련됩니다. 철수네 부엌은 이렇게 알뜰하고 간편한 부엌으로 개량되었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얼핏 띄지는 않으나 달라진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엌에서 일하는 철수어머니의 흐뭇해진 마음입니다. 나는 교도하고 돌아오는 길에 철수네 집에 오래간만에 들렸습니다. 마음껏 반가이 맞아주는 철수어머니의 웃음 띤 얼굴에서 나는 나의 신념이 마음속깊이 굳어지며 교도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철수아버지께서는 요즘은 깨끗한 밥상을 받으면 한층 입맛을 돋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철수 어머니는 전날 부엌에 들어가려면 먼저 짜증부터 나던 부엌이 이제는 이렇게 알뜰한 정이 들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 싼값으로 개량된 부엌은 그 후 동네 부인들의 큰 화재거리가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