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9월 17일 오전, 오대양으로 열려져 있는 한강에서 강상제가 시작되면서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개회식 식전행사 ‘해맞이’가 펼쳐졌습니다. 오천 년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용도행렬에 이어서 하늘과 땅이 만나고 동양과 서양이 하나 되는 기쁨을 춤으로 표현한 ‘천지인’, 현대무용수들의 ‘태초의 빛’ 매스게임에서 “WELCOME 어서 오세요.”를 그려 보였습니다. 공식행사가 시작되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입장해 만장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대회 휘장기를 든 300명의 기수단이 입장하고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를 선두로 한글 가나다 순서에 따라 160개 참가국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분단국인 동독과 서독이 입장하고 전통적인 차림의 몽고와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규모인 770여 명의 미국선수단이 들어왔습니다. 국내사정이 어려운 여러 나라도 참가하고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여러 나라들도 화합과 전진을 내세운 서울올림픽에 나왔습니다. 이념과 종교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서 그야말로 세계가 하나를 이룬 완전한 올림픽을 지향하게 됐습니다. 실로 몬트리올 대회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과 서, 남반구와 북반구가 함께 올림픽 깃발 아래 모였습니다. 대규모 관광단의 열띤 환호 속에 입장한 일본선수단, 타이베이와 함께 중국선수단도 입장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 공산권 선수단도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했을 북한만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600여 명의 우리 대한민국 선수단이 맨 마지막으로 입장했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인류화합의 큰 축제를 벌이게 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박세직 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마란치 위원장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사마란치 :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노태우 대통령은 개회선언을 통해서 서울대회의 개막을 공식으로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노태우 : 나는 제24회 근대올림픽대회를 경축하면서 서울올림픽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관중들이 만들어 보인 화합의 뜻인 하모니의 글자를 새기는 가운데 역대 올림픽의 한국인 메달리스트들이 올림픽기를 들고 나와 게양했습니다. 제24회 대회를 상징하는 2,400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올라 평화의 축제분위기를 한껏 돋우었습니다. 육상인 손기정 옹으로부터 성화를 받은 임춘애 선수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다음 성화대에 이르러 성화 점화자 3명에게 넘기자 성화대 아랫부분이 곧 승강기로 변해 성화로 앞까지 올라갔습니다. 낙도의 체육교사인 정선만 씨와 마라톤 선수 김원만 씨, 그리고 서울예고 학생 손미정 양 등 세 명의 보통사람들이 태양의 불을 성화로에 옮겨 붙였습니다.

공식행사에 이은 제3부 뒷마당 행사에서 76명의 패러슈터들이 고공 정밀낙하의 묘기를 보였습니다. 800명의 무용수들이 패러슈터들을 맞아 기쁜 날에 강복의 (음성 오류)춤을 추었습니다. 이어서 1,500여 명의 연희자들이 궁중의상을 차려입고 화관무를 추었습니다. 온 세계가 찬탄한 동양의 숨결이며 현란한 색상이며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문화 한마당이었습니다.

태평성대가 가고 혼돈의 시대가 와서 세계 60개국의 전통가면 838개가 등장해 어지러운 군무를 추어 인간의 증오와 자비, 편안함과 무서움을 표현했습니다. 혼돈상태가 가시자 인간 사이를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작업으로 천여 명의 태권도단이 송판격파묘기를 보였습니다. 허물어진 벽 위로 정적이 흐른 다음 어린이가 나타나 굴렁쇠를 굴려 땅을 구름으로써 새싹이 솟아날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어린이 1,200명이 놀이터를 이룬 ‘새싹’에서는 줄넘기, 바람개비 돌리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관중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이어서 전통민속 연희 ‘고놀이’에서 하늘 높이 치솟은 고와 고의 결합은 대립의 승부가 아니라 화합과 결속의 다짐이며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사랑으로 맺고 푸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지구촌의 온 가족이 마침내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한마당에 섰습니다. 서로 미워하지도 말고 속이지도 말며 다투지도 말자는 50억 인류의 한마당, 이번 서울올림픽은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 속에서 인류의 꿈 올림픽의 이상을 표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축제입니다. 겨레의 단합된 정성이 응집된 이번 대회는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이룩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