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고 세상에... 더운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진선준씨와 배미자씨는 재가복지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영세민, 장애인 가정 등에 일주일분의 반찬을 전달하는 게 이들의 일입니다.

특히 일주일치 반찬만큼이나 말벗이 아쉬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이들의 방문은 활력소가 됩니다. 그동안의 안부며 살림걱정 등 소소한 얘깃거리를 챙기다보면 바쁜 마음과는 달리 일어나야 할 시간을 번번이 넘기곤 합니다.

진선준씨와 배미자씨가 가야할 곳이 많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할머니가 오늘은 이들을 쉽게 놓아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 맛있게 잡수세요.”

“맛있게 먹죠.”

“다음에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복지관 비용으로 18가구분의 일주일치 반찬을 만드는 노력봉사가 크게 대수로운 일은 아닐지 몰라도 한결같은 정성이 없이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들어와요. 아이고 세상에.”

“근데 다 다치셨네. 얼굴이...”

“몇 번 넘어졌어.”

“세상에”

“세상에 땀 좀봐요 할머니”

“괜찮아”

인보적에 있는 노인이라고 해서 혼자 사는 노인보다 사정이 나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들과 둘이 사는 할머니에게는 이 반찬이 어림으로 대충 짐작을 해봐도 일주일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일주일 다 못잡수시나”

“아이고 일주일까지 안가”

몇 년 전 자신의 애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부터 시작한 자원 활동이 벌써 5년이 넘었다는 진선준씨도 배미자씨도 이럴 땐 안쓰러운 생각뿐입니다.

“어떻게 자빠져가지고 여기 지져가지고 속으로 들어갔나봐. 속에가 그냥 말도 못하게, 팔도 못들고...”

보다 많은 민간차원의 잠재인력들이 자원 활동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더 많은 이웃들과 넉넉한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는 활용할 재원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젊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이런 일에 참여를 해서 자식들에게 산교육을 보여줌으로써 그 아이들이 정말 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적에는 밝고 건전한 세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아이들이 엄마들의 건강한 삶, 그거를 보고 자랐으면...”

“이 사는 동안 굉장히 감사하고 남한테 베풀고 나도 즐길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일 같아요.”

미처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보이지 않게 힘을 모으는 주부들의 분주한 손길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유일한 방문객인 이들을 기다리는 이웃들과의 약속을 생각하면 고단함은 금세 넉넉함으로 바뀝니다. 진선준씨와 배미자씨는 보다 많은 이들과 이 일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